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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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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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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7,558

작성
22.02.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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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글자
11쪽

9. 칸다하르의 전설이되다

DUMMY

두 사내의 용력 싸움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난리가 났다. 조금 전의 타격전도 놀라웠지만 이건 사내들의 피를 끓게 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자기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온몸에 힘을 주며 빅죠와 이산을 목 터져라 외치고 있었고, 그 와중에 이산에게 경악하고 있었다. 타격은 그렇다 쳐도 순수한 힘으로 빅죠와 맞서 전혀 밀리지를 않고 있는 이산의 등쪽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있던 크롬웰 소장은 자기가 보고 있는 게 사실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빅죠와 힘 대결을 벌이는 이산의 등이 힘을 쓰자 평소보다 1.5배는 커지는 것 같았고, 등에 보이던 탈바가지 문양의 험상궂은 얼굴들이 더욱 선명 해지며 시시각각 살아서 움직이는 게 아닌가?


크롬웰 소장은 이산에게 반하기 시작하였다. 저놈 저거 물건이었다. 그것도 완전 대물.


한국군 자리는 미쳐 있었다. 이젠 이기고 지는 것도 관심 밖이고 오로지 “이산”만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


“저! 저! 씨발! 미치겠네, 미치겠어”


강 중령은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른 채 마구마구 뱉고 있었고, 최 상사와 정 중사, 그리고 조 중사는 두 주먹이 아프도록 꽉 쥐고 이산을 터져라 외쳐 목이 쉬어가고 있었다.


매트위의 두 사내는 서로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이건 적이라는 생각을 넘어 멋진 사내라는 생각에 서로를 향한 호감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호감은 호감이고 승부는 승부였기에 힘과 힘으로 부딪히고 있는 두사내는 서로에게 밀리지 않으려 힘을 쥐어짜며 생각을 할 때 이산이 힘이 부족한지 슬금슬금 고개를 죠의 어깨에서 가슴쪽으로 내리는게 아닌가? 그러면서 죠의 가슴을 받치고 있던 어깨와 상체도 조금씩 죠의 배쪽으로 같이 내려가기 시작했고, 기회라고 생각한 죠는 이산을 위에서 내리누르기 시작하였다. 죠가 두발을 뒤로 조금씩 빼며 이산위에서 내리누르기 시작하였다.


죠가 두발을 뒤로 조금씩 빼며 이산을 등위에서 내리누르자 이산은 점점 죠의 밑으로 깔리며 죠의 가슴을 안았던 두 팔은 어느새 죠의 허리혁대 부위를 꽉 잡고 있었고 죠의 오른쪽 어깨밑으로 깔린 머리와 등으로 죠가 내리 누르고 있는 가슴과 상체를 버티고 있었다.


"으라차!"


그러다 갑자기 눌리고 있던 이산이 뒤쪽에 있던 두발 중 오른발을 죠의 사타구니 사이로 집어넣으며 살짝 무릎을 구부려 죠의 상체를 완전히 자신의 어깨와 등에 올린 후 하체와 허리의 힘을 이용해 함성을 지르며 뒤집기로 죠를 냅다 등뒤로 뒤집어 던졌다.


'쿵!'


이산의 등위에 자신의 상체를 올리고 밑의 이산을 내리 누르고 있던 죠는 갑자기 이산의 몸이 쑥 꺼지는 듯 자신의 안쪽으로 더 들어오며 이상한 기합소리와 함께 자신의 몸이 거꾸로 뒤집어 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등에서 전해오는 충격에 잠시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자신의 목을 누르는 다리와 자신의 오른팔이 이산의 다리사이에 끼이며 극심한 충격에 팔이 부러질 것 같아 왼손을 들어 자신의 오른팔에 꺾기를 가하고 있는 이산의 허벅지를 기권의 표시로 톡톡 쳤고 이를 본 오웰의 만류와 죠의 기권을 느낀 이산이 힘을 풀며 일어섰다.


경기장의 열기가 터졌다. 이산이 밀리는 듯하다 갑자기 죠가 이산의 등뒤로 뒤집혀 던져지고 죠가 떨어지는 소리와 이산의 팔 꺾기가 시작된 후 바로 죠가 기권하는 것을 본 관중들은 믿을 수가 없었는지 3~4초간 정적속에 침묵하다 이산이 이긴 것을 깨닫고 미친듯한 환호와 함성을 터뜨렸다. 이건 사고였다. 대형사고. 빅죠가 무너졌고, 칸다하르의 전설이 깨졌다.


"이산! 이산!"


누가 시작했는지도 모르는 이산을 외치는 함성이 경기장을 무너뜨릴 것 같았고 휘파람과 박수는 끝날줄을 몰랐다.


“내 이산 저놈을 응? 저놈을 응?”


주먹을 불끈 쥐고 마구 흔들며 강 중령은 신접한듯 방언같이 무슨 말인지도 모를 말을 쏟아내고 있었고, 한국군인들은 서로 얼싸안고 미쳐있었다.


“씨발! 이산 저놈이 나를 울리네 씨발!” 하며 정 중사는 벌개진 두눈으로 이산을 바라보았고, 옆의 조 중사는 두 주먹을 하늘로 지르며 “미치겠다, 이산 미치겠어”를 외치고 있었다.


월드컵 우승도 이보다 못할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내들끼리의 격투싸움에 이들은 미친듯이 좋아하며 쌓였던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구경 중에 제일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지만 이들의 반응과 기쁨은 상상을 뛰어 넘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동양인의 신체적 한계와 힘이 없어 남의 전쟁에 용병으로 와서 보고 겪으며 쌓인 것들이 한꺼번에 씻어 내려가는 희열이 이토록 미치게 만든 것 같았다.


“씨발! 대한군인 만세다 만세”


강 중령이 약간 벌개진 눈으로 기쁨을 참지 못해 두팔을 쳐들며 외쳤다. 위에서 누르는 자들은 아래에서 눌리는 사람들의 심리적 억압과 고통을 알 수 없다. 아니 알아도 그것을 즐긴다. 개인간 이건 국가간 이건 똑 같은 이치고 역사가 얘기해주고 있는 사실이다.


한 명의 부하 장병이라도 희생당할까 강 중령은 파병대장 회의를 할 때마다 다른 나라 파병대장은 물론, 크롬웰 소장과 머리 터지게 싸우고 또 싸웠고, 말도 안되는 걸로 우기고 뭉개고 하면서 오늘까지 버텨오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작은 너구리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알고 있었다. 각 나라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잘 조절하는 큰 너구리 크롬웰 소장과 비교해서 그렇게 불리고 있었다.


오늘 이 경기도 크롬웰 소장과 내기를 걸었다. 이긴 사람의 요구를 서로 들어주기로 한 것인데 크롬웰 소장의 요구나 자신의 요구역시 한국군 역할조정에 대한 것임을 서로 알고 있었다. 크롬웰 소장은 한국군에 더 적극적인 역할의 확대, 즉 작전 현장 투입 횟수와 병력수의 증강을 요구하고 있었고, 자신은 한국군은 이미 충분한 역할이상을 하고 있으니 다른 나라에 요구하라고 버팅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 구여운(?)놈이 이긴 것이다. 이러니 지화자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맞은편 크롬웰 소장은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어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단 말인가? 죠의 아래쪽에 눌려 납작하게 개구리 마냥 뻗을 줄 알았던 저 쪼만한 놈이 갑자기 조를 냅다 뒤로 뒤집어 던져 버리더니 무슨 비보이 같이 왼손으로 매트를 집더니 몸을 빙 돌려 죠의 오른손을 두다리사이에 껴 꺾기를 하는게 아닌가? 그리고는 곧 죠가 항복을 했고 말이다.


이건 자신의 시나리오에 없는 것이었다. 죠가 이겨 저 작은 너구리에게는 미안하지만 한국군의 위험한 현장 투입을 두배정도 늘릴 생각이었는데 이젠 거꾸로 한국군의 현장투입을 줄여 달라는 저 너구리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봐! 캠벨! 너구리의 요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봐” 하며 자신을 궁지에 몰리게 한 쪼만한 놈(?)을 괘씸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뒤집기에 이은 팔 꺾기로 죠의 항복을 받아낸 이산은 자리에서 일어난 후 경기장이 터질 듯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관중들을 바라보다 아직도 매트에 앉아 오른팔을 주무르고 있는 죠를 향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이산에게 꺾인 팔의 통증에 팔을 주무르던 죠는 이산의 내민 손을 보고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피식 웃으며 잡고 일어섰고, 두 사내는 서로를 보고 웃으며 포옹을 하였다.


죠의 세컨석에서 이 모든 광경을 보던 토니는 왠지 모를 억울함에 눈시울이 붉어지며 화가 났다. 물론 죠가 지면 안된다는 법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퍽유! 데밋!”을 연발하며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있었고, 옆의 백인 병사는 이산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포옹을 마친 두사내는 매트 중앙으로 가더니 동시에 크롬웰 소장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뒤돌아 강 중령에게도 거수경례를 하는게 아닌가? 찝찝하고 괘씸한 마음으로 경례를 받은 크롬웰 소장과는 달리 강 중령은 두사람의 경례에 양손으로라도 답례 경례를 해주고 싶고, 버선발로 홀애비를 반기는 과부마냥 어서 내려가 이산 저놈을 구여워해주고 싶었지만 맞은편에서 눈빛에 화살을 장전하고 있는 크롬웰 소장과 다른 나라 파견대장들 때문에 실룩거리는 엉덩이를 참느라 똥꼬에 힘을 꽉 주어 조이고 있었다.


죠와 다시한번 악수와 포옹을 마치고 한국군인들 자리로 올라오는 이산을 향해 이산을 외치는 동료들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으나 광대는 승천하고 있었고, 입꼬리는 귀에 걸려 모두가 하회탈이 되어있었다.


"이 하사! 정말 수고했고 고맙다, 그리고 정 중사와 조 중사도 고생했고”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신경 써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대장님”


올라온 이산을 악수와 포옹으로 귀여워해준 강 중령이 격려하였고, 멋쩍게 웃은 이산은 감사를 표했다.


“저희가 이번 경기에 무척 신경을 썼습니다, 대대장님 “라는 정 중사의 즐거운 응답에


“그럼! 내 잘 알지, 풀 베팅하고 돈 세느라 무~우~척 신경 쓴 거” 강 중령의 반격에 모두가 웃으며 승리의 기쁨을 나누었다.


“대대장님 식당에 지시하신 것들이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김민호 대위의 말에


“그래! 그럼 뒤풀이는 식당에서 하도록 하지, 자 모두 식당으로 가자” 라며 앞장섰다.


식당에 도착한 이산은 깜짝 놀랐다. 식당 안 중앙엔 ‘축 승리’란 글씨가 붙어 있었으며 식탁 테이블은 홀애비를 위한 과부의 주안상은 저리 갈 정도로 거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자! 긴말 필요 없고, 기쁘다 정말 기쁘고 고맙다! 이겨준 이산도 고맙지만 모두가 한마음 되어 목이 쉬어라 응원해준 제군들 모두가 고맙다. 오늘 우리 모두 죽자! 다섯 캔 내에서” 뒷말이 작아지며 이어지자 모두들 웃으며 “감사합니다!” 라며 시원하게 건배를 하며 시끌벅적한 뒤풀이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주인공 이 하사가 한마디 해야지.” 강 중령의 권유에 이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싸워서 때려놓고 이렇게 칭찬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라는 이산의 말에 모두의 웃음으로 뒷풀이가 시작되었다.


“다시 한번 대대장님과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혹 앞으로도 기회가 온다면 열심히 때려눕히겠습니다” 라고 말하자 환호와 박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오늘은 이산이 칸다하르의 새로운 전설이 된 날이었다.


작가의말

여러분들이 재밌게 읽어주셔서 일반연재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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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칸다하르의 전설이되다 +1 22.02.11 3,262 6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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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7. 두번째 격투를 하다 +1 22.01.28 3,550 6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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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6. 지독한 전쟁을 보다 +1 22.01.24 3,672 6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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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5. 전쟁이 만든 세상 – “캠프 다운타운” (2) 22.01.19 3,875 77 16쪽
7 5. 전쟁이 만든 세상 – “캠프 다운타운” +1 22.01.17 4,092 83 17쪽
6 4. 전장(戰場)을 보다 +1 22.01.14 4,393 97 12쪽
5 3. 축하 파티 +1 22.01.12 4,325 9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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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크레이그의 도발 그리고 이산 22.01.07 4,467 93 11쪽
2 1. 전장에서 격투경기를 보다 22.01.05 4,924 9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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