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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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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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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7,558

작성
22.01.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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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전장(戰場)을 보다

DUMMY

기지정문을 막 벗어난 3대의 차량 중 선두차량에는 팀장인 이혁수 중위와 중대 선임하사겸 부팀장인 2조 조장 최환일 상사, 3조 조장인 정일부중사와 조원 조상현중사 이산 등 낯익은 얼굴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모두들 최 상사에게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오늘부터 우리 중대는 한달간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고 오늘의 포인트는 칸다하르 시장을 중심으로 반경 1km지역이다. 처음하는 것도 아니니 행동수칙에 대해서는 모두 잘 숙지하고 있을 것으로 알고, 신입대원이 있는 3조는 조장 정 중사가 이 하사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도록 이상!”


“네 잘 알았습니다!”


“이 하사! 파병전 한국에서 수색정찰 교육받았지?”


“네! 2주간 받았습니다”


“그럼 기본은 되었으니 가면서 주의사항을 알려주지” 잠시 숨을 고르고 정 중사가 말했다.


“기지에서 카다하르 시내까지의 거리는 약 17km 정도라 정상적이면 20분정도 걸리겠지만 열악한 도로사정과 지뢰 및 위험한 상황에 대한 사전파악 및 대처를 위해 약 40-50분정도 걸리고, 시 외곽부터 하차하여 도보로 포인트인 시장까지 이동하며 거리는 약 3km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린다”


잠깐 틈을 보인뒤


“도보 이동시 팀장님을 조장으로 하는 1조는 차량 좌측면을, 선임하사님을 팀장으로 하는 2조는 우측을, 그리고 우리 3조는 후면을 사주 경계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팀은 한달간 오늘 가는 시장을 주 포인트로 수색 정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질문 있나?”


정 중사의 설명과 물음에


“한달간 고정된 포인트를 지속적으로 수색, 정찰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라고 이산이 묻자


“칸다하르 시내를 조사 분석하여 위험한 지역 몇 군데를 정한 미군애들이 각 포인트별로 수색정찰조를 고정 운영하기를 권유했지. 그 이유는 지역을 지키는 여기 정부군과의 유대관계 형성과 지역상황 숙지를 통한 작전의 효율성 때문이지”


“또한 전지역을 커버하기에는 인원이 절대 부족하고 뒷골목들은 너무 위험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생활거점을 집중 대상으로 하는거다.” 라며 말을 맺었다.


“호! 이제 제법 조장의 짬밥이 나오는데” 라며 듣고 있던 최 상사가 놀리자


“선임하사님 제 풍월도 이제 2년차입니다. 1년만 더 지나면 선임하사님도 제낄 수 있습니다.” 라며 받아 쳤고, 듣고 있던 조 중사가


“이번엔 선임 하사님이 지셨네요.”하자 차량내 모든 인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같이 웃던 팀장 이혁수 중위가


“거 보십시요 선임하사님! 호랑이 새끼를 키우지 말라고 몇 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라며 보태자


“그래 지금은 내가 졌다. 졌어 하지만 알지?” 하며 정중사에게 주먹을 내보였고

이에 정 중사가 “넵! 잘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주먹앞으로 충성!”하자 또다시 차량안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언제 날아 들어오고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속에 하루하루를 긴장하며 보내야 하는 전쟁터에서, 이들은 자기들만의 웃음으로 불안과 긴장을 이겨내며 힘겨운 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긴장과 불안의 순간을 맞닥뜨릴 시간이 오고 있었다. 장갑차 주 운전병인 안병욱 중사가 이 중위에게 보고했다.


“팀장님! 도착 5분전입니다!”


“각자 개인화기 및 무장 확인하고 하차준비!”


이 중위는 팀원들에게 모두의 긴장을 주문했고 팀원들이 모두 개인점검을 완료한 것을 확인한 후 차가 멈추자


“3조부터 하차! 사주 경계 후 2조 1조의 순서로 하차한다. 하차!”


“하차!” 라는 복창과 함께 3조의 정 중사, 조 중사, 이산의 순으로 열려진 장갑차의 뒷문을 통해 신속하게 빠져나와 뒤이어 내리는 동료들을 위해 사주경계를 실시하였다.


팀장 이중위를 마지막으로 하차를 완료한 1팀은 장갑차의 좌측면엔 1조가, 우측면에 2조, 그리고 후면에 3조를 배치한 수색 정찰대형으로 신속 전개 후, 장갑차를 중심으로 천천히 마을과 인적이 없는 시 외곽을 지나 칸다하르시를 향해 나아갔다.


시간이 흘러 칸다하르시가 점점 가까워지자 멀리서 마을과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잠시 후 일행과 함께 마을에 진입한 이산은 마을이 보여주는 전장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마을은 이산에게 전쟁의 상흔들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황토벽돌로 지은 집과 낮은 건물들에는 숱한 총탄의 흔적과 폭발로 부서진 모습들이 그대로 지워지지 않는 문신이 되어 있었으며, 그곳을 생활의 터전으로 살아가야만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그러한 충격속에서도 이산은 신경을 무척 거스르는 낯선 이질감에 불편함을 느끼며, 유심히 살펴보았고, 또다른 충격에 놀랐다.


마을엔 입체감이 없었다. 오직 황토흙에 물을 섞어 만든 황토벽 돌집과 건물들이 황토흙의 땅과, 멀리 보이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황토산과 어우러져 단색 평면의 배경 같았으며, 마을 사람들의 복장 또한 여자들은 검은색 부르카와 남자들은 흰색 계통이었겠으나 지금은 누렇게 빛 바란 전통 복장을 입고 있어 마을엔 색채가 빚어내는 차이에 의한 입체감이 없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들의 표정은 말라 있었고 두 눈은 비어 있었다.


전쟁에 대한 원망, 슬픔, 구원에 대한 기대, 애절함 등 모든 감정들이 그들의 눈엔 말라서 없어져 버린 것 같았다. 심지어 자신들을 보고 음식을 달라고 멀리서 손을 내미는 어린아이들의 눈에서도 기대감이나 애절함 같은 것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처음 대하는 전장의 아픔과 충격에 이산이 상념에 젖어 있을 때


“처음이라 놀랐구나!”


걸음을 재촉하는 조중사의 한마디와 어깨를 툭 치는 손길이 이산을 깨어나게 만들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조 중사와 정 중사의 눈길에 머쓱한 표정을 짓던 이산은 이내 걸음을 재촉하며 그들과 보조를 맞춰 시내로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본격적으로 시내에 들어선지 30분가량 지났을까 길거리에 심심치않게 약간의 야채와 말린 과일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보이고 이들과 흥정하는 사람들이 보이며 사람사는 냄새를 조금씩 맡을 수 있었다.


이들의 복장 또한 지나온 마을사람과는 다르게 간혹 히잡을 두른 여성들과 색깔 있는 옷차림의 남성과 아이들이 많아 노점에 놓인 녹색의 야채와 갖가지 색의 말린 과일, 빵들과 어울려 마치 황갈색의 집과 건물, 땅의 팔레트위에 예쁜 색상의 물감들을 드문드문 짜 놓은 것 같았다.


시장이 가까워진다는 삶의 모습들을 조금지나 시내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시장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아 만든 2곳의 기관총 진지엔 미군이 지원한 M240 기관총 각 1정과 3명의 병사들이 있었으며, 2-3미터 후방에도 모래주머니를 쌓은 곳에 2문의 RPG대전차 로켓포와 소총을 든 서너 명의 병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의 시내주둔 막사가 보였다.


이 중위의 인솔하에 그곳에 도착한 팀원들은 10분간의 휴식과 개인 용무시간을 갖도록 하고 팀장인 이 중위는 아프가니스탄 군인 막사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휴식을 이용해 막간 담배를 꿀같이 빨아대는 정 중사와 조 중사등의 팀원들을 피해 담배를 피지 않고 있는 최상사와 같이 있던 이산이 질문했다.


“주임상사님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십니까?”


“나! 작년에 끊었어, 그런데 저놈의 새끼들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옆에서 더 펴”하며 이쪽을 바라보며 담배를 맛있게 피고 연기를 이쪽으로 연신 불어대며

웃고 있는 정 중사를 노려보았다.


“저것 봐 악마의 유혹을 연기로 계속 보내고 있잖아”하며 이산과 함께 피식 웃었다.


“그런데 선임하사님! 팀장님은 여기 막사에는 무슨 일로 들어가셨습니까?”


“아! 그거 수색정찰을 나올 때 각 조장들은 녹음기능이 있는 소형의 보디캠을 달고 나오는 거 알지?”


“네”


“그 이유는 수색 정찰 중 각종 상황을 녹화, 녹음하고 혹시 있을 민간인에 대한 사고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지만, 지금같이 수색 정찰지의 상황에 대한 공유와 상호간에 대화나 상황을 녹음, 녹화해서 기지로 귀환 후에 조사, 분석하는데 활용하거든.

그래서 이 곳 뿐이 아니라 반대쪽 이곳 군인들 경계 막사도 이 시장에 올 때마다 들려 상호 상황교환을 하지” 라며 막사 쪽을 힐끗 본 후


“그러다 보니 이곳 책임자들과 안면과 친분이 생겨 올때마다 우리나라 담배를 2-3갑씩 주지. 이 친구들이 한국 담배를 무척 좋아해, 자기네 담배보다 훨씬 덜 독한데 맛이 고급스럽다고”


“아!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이산의 말에 최 상사가 싱긋 웃으며


“고맙긴 이 하사가 더 고맙지 미친개를 잡아줘서” 라며 이산의 어깨를 툭 쳤다.


두 사람의 대화 중에 간단하게 볼일을 마친 이 중위가 나오며 출발 준비를 명 하자, 서둘러 담배를 다 핀 일행들이 장갑차를 선두로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시장에 진입함과 동시에 정 중사가


“이 하사 이제부터는 좀 긴장해야 될 거야! 기분 나쁘게 보는 놈들이 꽤나 되거든” 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시장으로 진입한지 오분 정도 됐을까? 신경을 기분 나쁘게 긁는 왠지 모를 끈적한 시선이 따라붙는 것을 느끼며 주위를 살피다 좌측건물 2층에서 자신들을 유심히 보고 있는 현지인을 발견하고 주목하려는 순간 정중사가 나지막하게 주의를 주었다.


“이 하사! 저놈들과 눈싸움 하지 말고 모른 체 스쳐 지나가, 저놈들이 기분 나뻐서 한 놈이라도 쏘면 골 때리게 되니”


자외선 차단용 고글을 쓰고 있어 이산의 눈이 직접적으로 보일리는 없지만, 자신을 유심히 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기 때문에 주는 정 중사의 경고였다.


아차! 하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눈길을 돌린 이산은 양옆으로 보이는 시장의 모습에 어릴 적 할아버지와 함께 한달에 한번씩 지리산을 내려가 갔었던 구례의 5일장터 모습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 지었다.


전쟁중임에도 이곳 시장 역시 여느 시장과 다를 바 없이 팔고자 하는 사람과 사고자 하는 사람들 간의 흥정소리에 시끌벅적 하였으며, 할랄의식을 통해 도축된 양과 닭 등의 육류와 주식으로 먹는 화덕에 구운 각종 빵과 야채, 과일등이 예상 외로 풍부했으며 드문드문 영어가 쓰여져 있는 가공식품 같은 것 들도 보였다. 시 외곽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전쟁의 아픔과 애환에 시달린 표정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와 열기가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계속 따라붙는 기분 나쁜 시선을 뒤통수에 느끼며 일행은 큰길을 따라 형성된 시장을 천천히 지나 반대쪽 입구에 있는 현지 군인들의 경계 막사를 향해 갔다. 약 1.5km의 거리에 형성된 시장의 중간 중간에 아프간 정부군들의 M240 기관총을 거치한 경계차량과 큰길 뒤쪽에 형성된 골목시장을 순찰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자주 보여 자유로운 흥정의 시장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위화감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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