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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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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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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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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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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글자
10쪽

8. 하얀 분노

DUMMY

칸다하르 주는 아프카니스탄을 구성하는 34개주 중 하나로 남동쪽으로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탈레반이 양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었고, 파키스탄이 탈레반의 제일 후원자였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과 탈레반이 탄생한 성지라는 종교적 이유로 이곳은 아프카니스탄 격전지 중 가장 치열하고 위험하여 주도인 칸다하르에 미국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하는 다국적 특수전 사령부가 위치하여, 탈레반 고위직들에 대한 도청과 암살 그리고 기습공격 등의 특수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물론 실질적인 현장 임무수행은 미군이 주로하고 한국군 등은 지원 및 보조임무를 맡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한국군은 현장지원과 보조를 맡아 실질적으로는 미군 특수부대원들과 같은 위험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산 덕분에 싸움 구경하고 돈 먹고 술 먹은 일석 삼조의 기쁨을 맛본지도 벌써 열흘 가까이 지나 1팀은 오늘도 미군 특수부대용으로 개량한 UH-60P 일명 블랙호크라 불리는 다목적 헬기에 탑승해 2대의 블랙호크에 탑승해 있는 미군과 수색임무를 나가는 중이었다.


칸다하르 시내 수색, 정찰때와 달리 미군 합동 수색임무는 안전모, 방탄조끼등 개인 보호장비와 개인 무장에 등에는 밀착감이 좋아 행동에 문제가 되지 않는 전투배낭을 소지, 압박붕대 등 간단한 개인 구호물품 및 전투식량과 생수를 넣을 수 있었다.


이놈의 헬기를 탄지도 벌써 다섯차례 째인데도 프로펠러 소음에 적응이 안돼 귀가 먹먹하고, 언제 탈레반의 RPG-7대전차 로켓포를 헬기용으로 개조한 로켓포가 날아올지 비행중에는 항시 긴장되었다. 특히 저공비행이나 산악지형을 끼고 비행할 시에는 더욱 위험하였다.


이들이 헬기를 이용해 작전을 나가는 칸다하르 주는 16개의 하위 행정지구로 되어있어 작전은 정보가 들어오는 16개 행정지구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오늘은 아르간다브로 출동하고 있었다.


“잠시 후면 작전지역에 도달할 예정이니 평소와 같이 1조, 2조, 3조, 4조의 순으로 내리는 즉시 사주경계를 하고, 전원 하강 시 1호기 알파팀이 선두에, 2호기 베타팀이 중간에 그리고 우리가 후미를 맡아 신속하게 타켓 포인트로 이동한다. 오늘도 함께 왔으니 함께 가자!”


귀에 꽂은 수신기에서 팀장 이혁수 중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10분정도 지났을까, 하강 신호가 깜박이며 헬기가 지상으로 내려가자 준비를 마친 대원들이 신속히 하강을 마친 후 1호기와 2호기에서 내린 미 특수부대원들의 뒤를 엄호하며 아르간다브 마을로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혹시 모를 탈레반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하강하기 때문에 마을까지는 한참을 가야해 주위는 온통 황량한 들판이었으나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양귀비가 들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꽃은 5, 6월에 피기 때문에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이산은 지난 몇번의 출동에서 칸다하르 지역이 마약생산의 중심지로 파키스탄과의 국경을 통하여 세계로 수출되는 아프카니스탄 제일의 수출품으로 품질의 우수성은 정평이 나 있으며 탈레반이 마약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것을 최 상사의 설명을 통해 알고 있었다.


미군이 양귀비 재배를 통제하지 않는 것은 이곳 사람들의 생계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양귀비 재배를 막으면 그나마 미군에 협조적인 사람들도 등을 돌리고 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알면서도 넘어가는 것이었다.


양귀비 들판을 지나 마을 초입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선두의 이혁수 중위가 무전으로 무언가를 교신하더니 갑자기 “전원 뒤로돌아 속보로 헬기 착륙위치로 신속하게 이동한다” 라며 선두로 나서며 급하게 뛰기 시작하였다. 이산이 뒤를 돌아보니 앞서가던 미군 2개팀도 뒤돌아 뛰어오는게 보였다.


잠시 후 헬기 착륙장소에 도착하니 이미 헬기는 착륙하여 대기상태로 대원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3대의 블랙호크에 탑승한 미군과 한국군인들은 헬기안에서 비상임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알파팀의 스미스 대위의 전언으로는 이곳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산악마을이 탈레반의 공격으로 많은 사상자와 마을은 불타고 있다고 하여, 우리들이 습격한 탈레반을 섬멸하기 위하여 급하게 이동하게 되었으니,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도록”


팀장 이혁수 중위의 설명에 대원 모두는 실전투를 앞둔 긴장감에 손에 든 개인 화기를 다시 점검하였다.


헬기의 착륙사인이 들어오고 신속하게 하강을 마친 대원들의 눈에 저 멀리 산등성이 쪽에서 피어오르는 몇 줄기의 연기가 보였다. 모두들 실전이 주는 압박감에 말을 잃고 긴장의 눈으로 사주를 경계하고 미군들의 후방을 엄호하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산등성이 쪽 마을로 신속하게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30분정도 지나 황갈색의 황토와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의 초입에 들어서자 무언가 불에 타는 매캐한 냄새와 연기들이 한층 진하게 느껴지며, 선두 알파팀의 진입속도가 신중하게 변하며 느려져 후미의 1팀도 수신호를 통한 사주경계에 만전을 기하며, 베타팀의 뒤를 따라 마을로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산등성이를 넘어 자그마한 분지형 지형에 자리잡은 마을을 보는 순간 대원들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탈레반 개새끼들”


“이게 무슨”


이곳 저곳에서 씹어뱉듯 내는 나지막한 경악이 튀어나왔다. 조금 아래쪽으로 보이는 마을 모습에 이산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한눈에 보이는 마을은 이미 처참한 지경을 넘어 말로 형언할 수가 없었다. 마을 중앙쪽 광장으로 보이는 조그만 공터에는 끌려나온 사람들의 것으로 보이는 시체들이 쌓여 있었으며, 마을 곳곳에는 도망치다 잡혀 죽거나 총에 맞아 죽은 시체들이 곳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우리도 베타팀을 따라 마을로 들어간다 모두 긴장하도록”


귀에 꽂은 수신기에서 들리는 이 중위의 지시에 따라 이들은 베타팀의 후미를 보호하며 마을로 들어갔다.


이미 마을로 들어간 선두의 알파팀과 베타팀들이 마을의 곳곳을 수색해 나가는 것을 보며 1팀은 앞선 두 팀이 스쳐 지나간 곳이나 물건이나 시체가 쌓여있는 곳을 유심히 살피며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워낙 몇십호 안되는 작은 산골마을인지라 마을 곳곳을 세팀이 중복해 샅샅이 수색하는데도 채 2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이들은 자신들이 한발 늦은 것을 알았다.


마을내부 수색을 마친 알파팀과 베타팀이 수색 범위를 외곽으로 넓혀 나가 탈레반의 흔적을 찾기로 하고 1팀은 마을 내부의 생존자 수색 및 기타 중요사항들을 재조사하기로 하였다.


마을을 4개 구역으로 나누어 삼인일조 4개조로 정밀 수색을 시작한 1팀 중 이산이 속한 정 중사조는 마을 공터를 중심으로 한 구역을 맡아 공터 주변부터 살핀 후 공터를 마지막으로 조사하기로 하고 행동에 들어갔다.


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고 수신호만으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며 공터 주변의 집들을 하나하나 살펴가던 일행은 집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마다 골방이나 창고 같은 비밀스러운 공간에 있다가 살해당한 시체들에 이맛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아마 이들은 갑작스러운 탈레반의 습격에 미처 피하지를 못하고 집안에서 반항을 했거나 숨어있다 들켜서 살해당한 것 같았다.


공터주변의 집들과 창고 같은 건물들을 샅샅이 조사하고 공터로 나와 쌓여 있는 시체들을 조사해 보던 중, 이산은 살해당한 시체들이 전부 남자와 나이든 여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젊은 여자와 아이들은 간혹 한두명 섞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 중사님! 마을 공터와 집안에서 발견된 시체들 중 젊은 여자들과 아이들은 거의 없고 남자와 나이든 여자들만 있는 게 좀 이상합니다.”


“나도 주임상사에게 들었는데 젊은 여자와 아이들은 납치해 데려가 여자들은 탈레반 전사를 낳는 씨받이로, 남자아이들은 약을 먹여 소년전사로 이용해 먹는다고 하더군” 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들도 같은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 아닙니까?” 연 이은 이산의 질문에


“이들은 아마 시아파 이거나 수니파지만 탈레반에 비협조적인 사람들이었을 거야. 이곳이 파키스탄 국경과 가깝다 보니 마약을 탈레반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파키스탄에 넘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거든, 돈이 되니까. 아마 그게 발각됐거나 했을 거야” 정 중사가 대답했다.


“탈레반 이 미친 개새끼들은 걸리면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풀한포기 남기질 않는다고 하더군,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무서워 딴짓을 못할 테니까” 조 중사가덧붙여 주었다.


처음 마을을 봤을 때는 탈레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실제 전투에 대한 압박감과 긴장감에 마을 사람들이 당한 형언할 수 없는 상황들이 오롯이 마음에 와 닿지를 않았지만 지금은 탈레반이 이미 물러갔고 이들이 저질러 놓은 만행들을 하나하나 보게 되자 이산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분노를 넘어 탈레반에 대한 강렬한 적개심과 없애 버리고 싶다는 파괴본능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특히 살해된 시체들을 조사하는 동안 이산의 분노는 더욱 거세게 타올라 하얗게 변해갔다.


중앙 공터의 시체들 중에 총으로 살해된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칼을 이용해 찌르거나 베거나 목을 쳤다. 총알을 아끼기 위해서란다. 이놈들은 짐승보다 못한 놈들이다.


큰스님 할아버지가 “인간의 악함은 지구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라던 말씀이 정말 맞는 말씀 이란 걸 가슴속으로 깨달으며 이산의 분노는 하얗게, 하얗게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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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0. 이산의 신고식 +1 22.02.14 3,308 61 10쪽
18 9. 칸다하르의 전설이되다 +1 22.02.11 3,262 67 11쪽
17 9. 칸다하르의 전설이되다 22.02.09 3,213 60 9쪽
16 9. 칸다하르의 전설이되다 22.02.07 3,308 60 17쪽
15 8. 하얀 분노 22.02.04 3,294 59 7쪽
» 8. 하얀 분노 22.02.02 3,469 54 10쪽
13 7. 두번째 격투를 하다 22.01.31 3,515 67 24쪽
12 7. 두번째 격투를 하다 +1 22.01.28 3,550 64 11쪽
11 6. 지독한 전쟁을 보다 22.01.26 3,561 65 11쪽
10 6. 지독한 전쟁을 보다 +1 22.01.24 3,673 63 10쪽
9 5. 전쟁이 만든 세상 – “캠프 다운타운” (3) 22.01.21 3,749 6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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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크레이그의 도발 그리고 이산 22.01.07 4,467 9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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