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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워러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유비와 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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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워러
작품등록일 :
2022.06.13 02:26
최근연재일 :
2023.11.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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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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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글자수 :
349,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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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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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하후연 2

DUMMY

“뭣들 하느냐? 어서 빨리 저놈을 잡아라!”


현령의 재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병사들은 감히 하후연을 대적하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그물을 가져왔습니다!”


병사 몇 명이 도무지 안 되겠는지 짐승을 잡을 때 쓰던 커다란 그물을 가져왔다.


“옳거니! 잘 가져왔다.”


그물을 보고 그제야 용기를 얻은 병사들은 단단한 방패를 앞장세워 조심스레 한 걸음씩 내디디며 하후연을 향해 전진했다.


하후연은 전과 같이 봉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병사들을 차례대로 제압했지만, 포위망은 점점 더 조여왔다.


그러자 초월한 무예를 펼치던 하후연도 서서히 압박을 느꼈다. 심적으로 불안해지자 계속되는 싸움의 피로를 느꼈고 땀이 비가 오듯 쏟아져 젖은 옷이 불쾌하고 무겁게만 느껴졌다.


“모두 멈춰라!”


조금씩 하후연의 목을 조르던 현령은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병사들은 일단 멈춰 섰다. 하지만 여전히 무기를 들고 조금의 시선도 떼지 않고 경계했다.


“지금 이곳에는 너밖에 없다. 겁쟁이 조조 놈과 일당들은 전부 너를 버리고 도망쳤다!”


현령의 말을 듣고 하후연은 그제야 뒤로 돌아 조조의 집을 봤다. 바깥 상황과 달리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귀하가 나에게 충성을 바친다면 내 기꺼이 오늘 일은 용서하고 귀하게 여기겠다.”


현령은 기세등등해져서 소리쳤다. 하후연은 그제야 봉을 바닥에 꽂았다.


“말씀에 감사드리오.”


하후연은 두 손을 모아 현령을 향해 감사를 표했다. 현령은 항복한다는 생각에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어리석고 고지식한 바보 같은 인간이라 함부로 다른 이를 따르지 않습니다.”


하후연은 다시 봉을 꽉 쥐어 땅바닥에서 봉을 뽑았다. 병사들을 멈추라 명령한 현령을 배려해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


“죽이지 말고 포획하라!”


현령은 그런 하후연이 더 마음에 들었는지 절대 죽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병사들은 다시 서서히 하후연을 향해 움직였다. 하후연도 다시 자세를 잡았다.


싸운다면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적이 강하든 약하든 온 힘을 다해 부딪친다.

다시금 하후연은 맹수처럼 날렵하게 움직였다. 마음을 다잡자 오히려 거리낌 없이 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하후연이라도 등 뒤에서 날라오는 그물은 피할 수 없었다. 그물에 잡히자 바로 봉으로 그물을 쳐내서 빠져나왔지만 연이어 던져지는 그물과 함께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병사들에 깔려 하후연은 붙잡혔다.


“제대로 포획하라!”


현령은 신이 나서 하후연에게 다가갔다. 하후연은 짐승처럼 팔과 다리가 묶이고 양옆에 덩치 큰 병사들이 팔짱을 껴서 움직임을 제압했다.


“왜 번거롭게 하느냐?”


현령은 하후연의 앞에서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말했다. 하후연도 현령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두 눈을 부릅떴다.


“마지막으로 말하마. 내 부하가 되겠다는 말 한마디면 돼! 그 즉시 자네를 묶은 줄을 풀어주겠네.”


뜻밖의 말에 하후연은 긴장이 풀려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조금의 힘조차 없어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바라봤다.


이 정도면 됐다. 조조와 하후돈은 물론이고 종놈 한 명까지 모두 도망칠 시간을 충분히 벌고도 남았다. 일단 항복하자. 곧 조조가 어떻게든 현령을 벌주고 본인을 구할 것이다.


생각을 마친 하후연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 한 몸 죽어서도 배신할 수 없습니다.”


정리한 생각과 달리 입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머리가 아닌 가슴이 대답을 대신했다. 본인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뭐라? 네 놈 제정신이냐? 그깟 방탕한 애송이는 목숨을 걸 가치도 없다!”


하후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현령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방탕하고 거짓말을 즐기는 조조다. 하지만 그와 10년이 넘는 시간을 형제로 지내며 그에게는 목숨을 걸 가치가 있다고 새삼스럽게 오늘 다시 느꼈다.


“연행하라. 제까짓 것이 며칠 굶고도 지금처럼 행동할지 보겠다. 만약 며칠이 지나도 조조가 잡히지 않으면 네가 죄를 뒤집어쓸 것이다!”


으름장을 주고 겁을 주는데도 하후연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렇게 긴 밤이 지나고 새벽을 지나 해가 중천이 되었다. 조조는 강한 햇볕에 잔뜩 찡그리며 잠에서 깼다.


“여기가 어디야? 여봐라 아무나 물 좀 가져와라!”


전날 너무 신나게 술을 마신 후유증에 갈증으로 목이 타는 듯했고 머리가 지끈거려 눈도 제대로 뜨기 어려웠다.


“도련님 큰일 났습니다!”


하인은 물을 건네며 크게 외쳤다. 조조는 신경질적인 얼굴로 물을 받아 벌컥벌컥 마셨다.


“도련님 큰일 났다니까요!”


“시끄럽다! 머리가 울린다. 물이나 더 가져와라.”


조조는 하인에게 소리를 크게 지르자 그 소리에 옆에서 자고 있던 하후돈도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하후돈이 잠결에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인이 바로 하후돈의 말에 대답했다.


“어젯밤 현령이 병사들을 몰아 저택을 습격했습니다!”


하인의 말에 조조와 하후돈은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전날의 숙취는 전혀 안 느껴졌고 갈증도 잊었다. 조조와 하후돈은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기가 될 만한 물건을 찾았으나 주변에는 침구류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여기가 어디야?”


“하후연 님의 집입니다.”


조조와 하후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네가 여기로 우리를 데려왔나? 아주 잘했구나.”


긴장이 풀린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가 그대로 대자로 자리에 누웠다.


“도련님. 제발 정신 차리십시오!”


참다못한 하인이 큰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챈 두 사람은 다시 허리를 펴고 자리에 앉았다.


“묘재, 묘재는 어디 있느냐?”


조조는 허겁지겁 밖을 나갔다. 밖에는 조조의 집 하인들이 마당을 서성이고 있었다.


“묘재는 어딨느냐?”


하인들을 향해 조조가 외쳤다. 하지만 아무도 답하는 이가 없고 조조의 시선을 피했다.


“이런 빌어먹을.”


조조는 사색이 되었다. 자신의 실수로 하후연이 죽게 되었으니 분노와 자책감에 몸이 뜨거우면서 차갑게 식었다.


“젠장!”


하후돈도 분노에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어찌나 강하게 내리치는지 주먹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두 번 다시는 후환을 남길 짓을 하지 않으리. 확실하게 숨통을 끊고 목을 베리라!”


조조가 분노에 이를 갈며 씹어 뱉듯 자신에게 맹세했다. 그 순간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자가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모두의 시선이 몰리자 얼굴을 가린 검은 천을 황급히 벗었다. 어젯밤 조조를 들어서 옮긴 하인이었다.


“관청에 가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나 확인했습니다.”


하인은 가쁜 숨을 내쉬며 외쳤다. 조조와 하후돈은 맨발로 하인에게 뛰어갔다.


“그래서 묘재는 어떻게 되었는지 아느냐?”


조조는 간절한 얼굴로 하인의 양팔을 붙잡고 물었다. 그 뒤로 하후돈도 절실한 얼굴로 하인의 말을 기다렸다.


“다행히 살아 계십니다. 붙잡혀서 투옥되었습니다.”


조조는 몸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하인들이 얼른 다가와 조조를 일으켜주었다. 하후돈은 종제가 살아있다는 기쁨에 크게 포효했다.


“현령이 도련님께 현상금을 걸었으며 범죄자로 공포하며 돕는 이도 똑같이 죄를 묻겠다고 했으며 도련님이 관청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모든 죄를 하후연 님이 대신 책임지게 한다고 했습니다.”


“그깟 쥐새끼 따위 나를 따르는 이만해도 오백은 훨씬 넘는다. 모두 무장을 하고 모이라 호출하라!”


조조는 다시 힘이 나서 당당히 서서 명령했다. 하인들이 바쁘게 움직이려 하자 하후돈이 조조의 어깨를 잡았다.


“아만 형. 그게 맞는 거야?”


하후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자 조조는 제정신이냐는 시선으로 하후돈을 올려다봤다.


“현령 그놈이 생각을 달리해 오늘이라도 당장 묘재를 처형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인데 그게 무슨 소리야! 겁먹으면 빠져라.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


조조가 윽박지르며 하후돈의 손을 뿌리치고 나무랐다. 하지만 하후돈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진지하게 다시 물었다.


“사병을 이용해서 정규군을 무찌르고 현령을 죽이면 역적 아니야? 이전의 실수로 무언가 배워야 하지 않겠어?”


조조는 머리를 강하게 맞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부터 너무 멍청했다. 함정을 파서 현령을 죽여봤자 혼란한 천하에 다시 똑같은 자가 혹은 더 덜떨어진 자가 왔을 것이다. 사병을 이용해서 하후연을 구하자? 역적이자 도적과 다를 바 없다. 더 큰 문제가 되어 전국적으로 수배를 당한다.


“모두 멈춰라!”


생각에 잠긴 조조를 대신해 하후돈이 바쁘게 움직이는 하인들을 멈춰 세웠다.


“네 말이 옳다. 내가 크게 잘못 생각했구나.”


조조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하후돈의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 드디어 풀렸다.


“어서 아버님께 가서 도움을 청합시다. 아버님이라면 손쉽게 해결할 일이잖아?”


아버님이라면 조조의 아버지 조숭을 말한다. 조숭은 현재는 잠시 관직에서 떠나 있는 상황이지만 최고 직위인 삼공의 바로 아래인 대사농과 대홍려를 했었다. 조숭이 조금만 신경 쓰면 현령 따위는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진다.


작가의말

아만은 조조의 아명으로 어린시절 불리던 이름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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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무기한 휴재 23.11.12 32 0 2쪽
77 민생안정 2 23.11.06 12 0 9쪽
76 민생안정 1 23.10.30 11 0 10쪽
75 하후연 5 23.10.23 19 0 10쪽
74 하후연 4 23.10.16 16 0 9쪽
73 하후연 3 23.10.09 19 0 10쪽
» 하후연 2 23.10.02 18 0 9쪽
71 하후연 1 23.09.25 26 0 11쪽
70 희소식 3 23.09.18 23 0 11쪽
69 희소식 2 23.09.11 23 0 10쪽
68 희소식 1 23.09.04 25 0 10쪽
67 종전 2 23.08.28 23 0 11쪽
66 종전 1 23.08.25 27 0 9쪽
65 미축 4 23.08.14 24 0 10쪽
64 미축 3 23.08.07 26 0 11쪽
63 미축 2 23.07.31 28 1 10쪽
62 미축 1 23.07.24 28 0 10쪽
61 반란 4 23.07.17 26 0 11쪽
60 반란 3 23.07.10 28 0 10쪽
59 반란 2 23.07.03 30 0 12쪽
58 반란 1 23.06.26 33 0 10쪽
57 태사자 3 23.06.19 34 0 11쪽
56 태사자 2 23.06.12 35 0 10쪽
55 태사자 1 23.06.08 39 1 10쪽
54 산악 7 23.06.05 39 0 9쪽
53 산악 6 23.05.29 35 0 10쪽
52 산악 5 23.05.22 33 0 10쪽
51 산악 4 23.05.15 34 0 11쪽
50 산악 3 23.05.08 40 0 11쪽
49 산악 2 23.05.01 4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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