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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워러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유비와 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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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워러
작품등록일 :
2022.06.13 02:26
최근연재일 :
2023.11.12 15:08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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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86
추천수 :
105
글자수 :
349,695

작성
23.09.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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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하후연 1

DUMMY

이제 막 성년이 된 조조와 하후돈은 땀을 뻘뻘 흘리며 숲 깊숙한 곳에서 큰 구덩이를 열심히 팠다. 힘든 와중에도 두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커다란 짐승을 잡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이야!”


다 팠다고 생각했는지 조조는 땀을 닦으며 연장을 땅바닥에 깊숙이 꽂았다.


“괜찮을까 모르겠네.”


덩치가 산만한 하후돈은 외형과 어울리지 않게 소심하고 근심 어린 얼굴로 넓게 판 구덩이를 유심히 봤다.


“걱정도 많다. 너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나만 따르면 돼. 내가 대장군 시켜줄 테니까.”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떵떵거리며 큰소리치는 조조를 보고 하후돈은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피식 웃었다.


“날 군부 최고직 시켜줄 사람이면 형은 무슨 황제라도 될 거요?”


“왕이 될 거다. 이놈아!”


하후돈의 물음에 조조가 즉각 맞받아치니 두 사람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조조의 아버지는 원래 하후 씨였고 환관 조등의 양자로 들어갔다. 환관 조등은 삼십 년간 다섯 명의 황제를 모신 사람으로 다섯 황제에게 모두 큰 신뢰를 받았고 강한 권력을 이용해 거대한 부를 축적하면서도 뛰어난 정치 능력으로 적을 만들지 않은 사람이었다.


당연하게도 하후 씨들은 이러한 조등과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 하후돈과 하후연은 물론이고 여러 아이를 어렸을 때부터 조조와 친하게 지내게 했다.


물론 어른들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조조, 하후돈, 하후연 이렇게 세 사람은 형제처럼 때론 둘도 없는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냈다.


“자, 이제 몰이 사냥을 시작하자!”


조조는 손을 비비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하후돈은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있을 일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길로 조조와 하후돈은 집으로 돌아가 땀에 젖은 옷에서 사냥을 나갈 복장으로 갈아입고 활을 챙겨 다시 집을 나섰다.


“현령님 계십니까?”


조조는 현령의 집에 찾아가 공손히 행동했다.


“우리 맹덕 동생 왔는가?”


새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현령 유충은 서둘러 나와 조조를 반겼다.


현재 한나라의 황제는 환관 장양을 아버지라 부를 정도로 따랐고 그 장양이 깍듯이 모신 사람이 조조의 할아버지 조등이기에 유충은 조조를 동생이라 부르며 현령임에도 방탕 무도하며 아무 관직이 없는 조조의 비위를 맞추며 친근하게 대했다.


“형님, 지금 사냥 어떠십니까? 백성들을 괴롭히는 사나운 짐승이 돌아다닌답니다.”


유충은 조조와 친해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는데 조조의 반응은 언제나 쌀쌀맞아 왔다. 그런데 갑자기 친근하게 대하며 사냥을 권하자 의심부터 들기 시작했다.


“나도 동생과 사냥을 하러 정말 가고 싶은데 아직 업무 중이고 요즘 몸이 불편해 애석하게도 오늘은 어렵겠네. 나중에 시간을 따로 잡지.”


유충은 매우 아쉽다는 얼굴로 주절주절 상황을 설명하며 방금까지 멀쩡하던 허벅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형님, 저희 아버지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사냥을 해야 그 사람의 본모습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조조는 굳은 표정으로 노려보며 말하자 현령 유충의 낯빛이 새파랗게 변했다.


“나도 정말 가고 싶은데 다리가···.”


“오늘 저녁 낙양에서 폐하를 알현하신 아버지께서 며칠 만에 돌아오십니다. 곧 다시 폐하의 부름을 받고 낙양으로 가시겠지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형님을 소개해드리고 싶었는데 참으로 아쉽네요.”


조조는 유충의 말을 막고 한 손으로 귀를 후비며 냉정하게 말했다. 할 말을 끝내자 볼 일 다 봤다는 듯 바로 뒤로 돌아버렸다.


“아니, 동생!”


유충은 황급히 조조의 팔을 붙잡았다. 조조가 유충을 노려보자 유충은 붙잡은 팔을 놓고 눈치를 살폈다.


“사냥 같이 가세. 동생의 권유가 너무 기뻐서 몸이 조금은 나아진 기분이야.”


조조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환하게 밝은 미소를 지으며 유충을 봤다.


“몸도 안 좋은데 해로운 짐승이 있다는 말에 발 벗고 나서주시는 모습이 영웅의 모습입니다!”


유충이 말을 가지러 가겠다고 하고 다시 집무실로 들어가자 조조의 얼굴이 싹 변했다.


“먼저 가서 준비해.”


하후돈도 그새 배웠는지 조조의 음흉한 표정을 그대로 따라 하며 먼저 출발했다.


곧 유충이 나오고 조조와 유충은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사냥터로 갔다. 그동안 조조의 사탕발림에 홀라당 넘어간 유충은 처음의 의심을 잊고 아무 경계 없이 조조를 따랐다.


“사람들에게 몰이를 지시했습니다.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조는 그렇게 유충만 남겨두고 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혼자 남겨진 유충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온몸을 감쌌다. 스산한 바람 소리에 움찔하고 새가 우는 소리에도 겁이 났다.


“형님! 이쪽입니다!”


유충은 활을 꽉 쥔 채 조조의 외침이 들리는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빨리! 형님!”


조조의 다급한 외침에 유충은 숲속에서 본인도 모르게 말을 빨리 몰았다. 숲을 빠져나오며 싱글벙글한 미소를 짓는 조조와 마주치기 무섭게 갑자기 바닥이 꺼지면서 구멍으로 고꾸라져 넘어졌다.


“아이고, 나 죽네!”


타고 있던 말도 같이 넘어지면서 현령 유충은 말에 깔린 채 구덩이에 빠져버렸다.

조조와 하후돈은 물끄러미 구덩이를 내려다봤다.


“동생. 빨리 살려주오. 나 죽겠소!”


절규하는 유충의 꼴을 보며 조조와 하후돈은 크게 비웃었다.


“형님, 이 조조가 백성을 괴롭히는 짐승을 제대로 잡았습니다.”


조조는 준비해둔 문서를 품에서 꺼내 죽상을 하며 어린아이처럼 우는 유충의 앞에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크게 읽었다.


“유충은 들어라. 네가 패국 초현에 와서 한 일이라곤 사당을 늘려 세금을 갈취하고 백성을 핍박했으며 현령이란 작자가 뇌물을 받아 옳지 않은 일도 옳게 하고 옳은 일은 부정하니 네게 이곳을 맡긴 황제 폐하의 믿음을 잊은 불충이다! 내 세상을 바로잡고자 정의를 실현하겠노라.”


조조가 말을 마치자 하후돈은 바로 연장을 들고 흙을 파서 유충의 얼굴을 향해서 뿌렸다.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모두가 다 하는 일을 저도 했을 뿐입니다!”


하후돈은 유충의 말을 듣지도 않고 계속 흙을 퍼서 뿌렸다. 유충은 기겁하며 아우성치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이쯤 된 것 같은데?”


조조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혼자 힘으로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어 보였고 깊은 숲속이라 도와줄 사람도 없다 단정했다.


“말에 깔렸고 적당히 묻었으니 괜찮겠지. 이만 돌아가자.”


일을 마친 조조와 하후돈은 말을 타고 신나게 마을로 돌아갔다.


곧 공포에 정신을 잃었던 유충이 눈을 떴다. 도살장에 가는 짐승처럼 소리를 지르며 숨이 막히게 자신을 덮고 있는 모래를 온몸을 비틀어 떨쳐냈다.


“거기 누구요? 귀신이면 썩 물러가시오!”


깊은 숲과 산을 다니는 심마니가 괴성을 듣고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천천히 구덩이로 다가왔다.


“나는 패국 초현의 현령 유충입니다. 악한 자들에 속아 함정에 빠졌습니다. 부디 나를 구해주면 장차 크게 보상하겠습니다!”


심마니는 보상이 탐이 나기보다는 사람이 위기에 빠져서 본능적으로 앞뒤 안 재고 구덩이에 있는 현령을 구해냈다.


“다리가 부러져서 걷기 힘드니 관청으로 나를 데려가시오.”


구덩이에 빠져서 애원할 때만 해도 심마니에 깍듯이 존대하던 유충은 구해지자마자 바로 심마니를 하대하고 명령했다.


심마니는 그래도 보상을 준다는 말을 듣고 현령을 부축해 관청까지 데려다주었다. 뚱뚱한 현령을 데리고 숲을 지나 마을로 데려가니 어느새 날은 어두워졌다. 현령이 거지꼴이 되어 관청에 오자 관청에 속한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


“조조가 날 죽이려 했다! 이건 명백한 한의 관리 살인미수로 그 빌어먹을 놈을 붙잡아라!”


현령의 명을 들은 무장을 한 현 소속의 병사 오백 명은 조조의 대궐 같은 저택으로 향했다.


그 소식을 먼저 접한 하인들은 서둘러 조조에게 달려갔다. 조조는 하후돈과 만취해 죽은듯 잠을 자고 있었다.


“이를 어쩐다.”


하인 몇 명은 허락 없이 조조를 만질 수 없어서 열심히 조조를 불러봤으나 만취한 조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하후연이 들어왔다.


“왜 그러느냐?”


전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하후연은 일찍 집안 어른의 심부름이 있어서 이제야 조조와 하후돈의 부름을 받고 왔었다.


“지금 현에서 도련님을 잡으러 병사들이 우르르 오고 있습니다!”


하후연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또 조조가 사고를 친 것이다. 이번에는 평소보다 큰 사고를 친 것이 분명했다.


하후연은 눈을 감고 크게 한숨을 내쉰 후 눈에 힘을 주어 부릅떴다.


“어서 너희는 두 형을 둘러업고 말을 타고 뒷문으로 내 집 뒷문으로 들어가 몸을 숨겨라. 내가 병사들을 막겠다.”


하인들은 수백의 병사를 혼자서 막겠다는 하후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입을 크게 벌린 채 멍청히 하후연을 봤다.


“어서!”


하후연의 불호령을 듣고 하인들은 그제야 정신 차리고 조조와 하후돈을 들쳐멨다.

그 순간 단단히 닫아둔 대문을 부수고 병사들이 마당으로 들어왔다.


“저자가 조조다!”


병사가 정신을 못 차리고 하인의 등에 매달린 조조를 향해 소리쳤다. 하후연은 마당에 있는 훈련용 쇠로 된 긴 봉을 들었다.


공에 눈이 먼 병사 하나가 조조를 향해 뛰어가자 하후연이 봉으로 가볍게 머리를 쳐 넘어트렸다.


“누구도 내 뒤로 보내지 않겠다!”


평상시 쓰는 창은 쓸 수 없다. 여기서 진짜 현의 병사를 죽이면 꼼짝없이 반역자가 된다. 또한, 패국 초현 출신의 하후연은 오가며 현의 병사들을 대부분 알고 있기에 더더욱 죽일 수 없었다.


병사의 수는 오백 명. 냉정히 기마 없고 제대로 된 창도 없이 상대하기 어렵다. 하후연은 봉을 꽉 쥐었다.


“못들 하느냐 저놈을 죽이고 빨리 조조를 잡아와라!”


현령의 호통에 병사들은 그제야 여럿이 하후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후연. 자는 묘재.


묘재의 뜻은 기묘한 재주이자 뛰어난 재주를 뜻한다.


그 말 그대로 가히 하후연의 재주는 범상치 않았다. 병사들이 창과 칼을 휘두르며 다가오면 멀찍이 물러나 봉을 찔러 그들을 무력화시키고 병사들이 멀리서 창으로 찌르고 활을 쏘려 하면 조금의 망설임 없이 수십 명의 병사 사이로 들어가 봉을 휘둘러 그들을 제압했다.


순식간에 백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맥없이 쓰러지자 남은 병사들은 주춤했다.


달빛 아래의 하후연은 지치기는커녕 몸은 불처럼 뜨거운 열이 나고 눈은 호랑이처럼 빛이 났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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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민생안정 2 23.11.06 12 0 9쪽
76 민생안정 1 23.10.30 11 0 10쪽
75 하후연 5 23.10.23 19 0 10쪽
74 하후연 4 23.10.16 16 0 9쪽
73 하후연 3 23.10.09 19 0 10쪽
72 하후연 2 23.10.02 17 0 9쪽
» 하후연 1 23.09.25 26 0 11쪽
70 희소식 3 23.09.18 23 0 11쪽
69 희소식 2 23.09.11 23 0 10쪽
68 희소식 1 23.09.04 25 0 10쪽
67 종전 2 23.08.28 23 0 11쪽
66 종전 1 23.08.25 27 0 9쪽
65 미축 4 23.08.14 23 0 10쪽
64 미축 3 23.08.07 26 0 11쪽
63 미축 2 23.07.31 28 1 10쪽
62 미축 1 23.07.24 28 0 10쪽
61 반란 4 23.07.17 26 0 11쪽
60 반란 3 23.07.10 28 0 10쪽
59 반란 2 23.07.03 30 0 12쪽
58 반란 1 23.06.26 33 0 10쪽
57 태사자 3 23.06.19 34 0 11쪽
56 태사자 2 23.06.12 34 0 10쪽
55 태사자 1 23.06.08 38 1 10쪽
54 산악 7 23.06.05 38 0 9쪽
53 산악 6 23.05.29 34 0 10쪽
52 산악 5 23.05.22 33 0 10쪽
51 산악 4 23.05.15 34 0 11쪽
50 산악 3 23.05.08 40 0 11쪽
49 산악 2 23.05.01 4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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