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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워러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유비와 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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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워러
작품등록일 :
2022.06.13 02:26
최근연재일 :
2023.11.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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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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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글자수 :
349,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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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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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미축 4

DUMMY

“곤란하신가 봅니다.”


유비의 옆에서 미축이 불쑥 나왔다.


“도겸 님과 떠난 줄 알았는데 계셨군요?”


“유비 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앞으로 소패에 남아 유비 님을 보좌하고 싶습니다.”


말을 끝낸 미축은 정식으로 유비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유비는 부랴부랴 미축을 일으켜 그의 두 손을 잡았다.


“저로서는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일을 도겸 님이 아신다면 미축 님에 대해 실망하고 혹시나 불이익을 받으실까 우려됩니다.”


도겸과 유비가 앞으로도 자주 볼 상황이 많아 미축의 불편한 상황이 걱정되었다. 예전 조운 때도 당장이라도 조운을 등용하고 싶었으나 공손찬이 조운을 보내기 싫어했었다.


“옛날과는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유비 님을 보좌하겠다 말씀드렸고 허락도 받았습니다.”


서주의 주인 도겸을 떠나 아무것도 없는 떠돌이 신세인 본인에게 와준 미축에 감사함을 느껴 그 고마움에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어 미축의 두 손을 잡았다.


“예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도움이 절실했는데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말단의 자리에서 낮은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전예와 장비는 두 사람의 뒤에서 가만히 일 이야기로 돌아오길 기다렸다. 유비는 은근한 눈치를 알아챘다.


“그럼 저녁에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기로 하고 어제부터 바쁘셨는데 쉬십시오. 저녁에 만나죠.”


유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비와 전예가 다시 일 얘기를 하기 위해 한 발짝 다가왔다.


“아닙니다. 오히려 정신은 맑고 몸에는 활기가 넘칩니다. 바로 일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잘됐습니다. 현재 소패성에는 백성을 먹여 살릴 식량도 불충분한데 어제 보신 유비 님을 따르는 백성들과 피난민까지 데려와야 한다고 합니다. 예주와 서주에 정통하신 미축 님께서 말씀 좀 해주십시오.”


미축의 말에 즉각 전예가 답했다. 전예는 미축까지 나서서 말려주면 유비도 단념할 거라 생각했다.


“간단한 일입니다.”


미축의 입에서 나온 말에 전예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협을 강조하는 군에 드디어 냉정히 상황을 보는 사람이 들어왔다 생각했다.


“그들 모두 유비 님의 백성입니다. 전부 받아들여야지요.”


뜻밖의 말에 유비, 장비, 전예는 아무 말 못 했다. 의아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미축을 봤다.


“마차 수십 대가 미축 님의 이름을 대며 소패성에 왔습니다.”


때마침 성의 경비를 맡은 관우가 유비에게 보고를 올렸다.


“네, 제가 불렀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미축은 일행을 이끌고 성문으로 이동했다.


“미축님!”


마부가 미축을 알아보고 반겼다. 미축은 악수를 하고는 마차에 손짓했다.


“마차 내부를 보여주게.”


마부는 마차에 뒤집어쓴 두꺼운 천을 거둬내자 그 안에는 막대한 재물이 쌓여있었다.


유비는 물론이고 관우와 장비마저 입이 떡 벌어져서 놀란 얼굴이 됐다.


“이게 뭡니까?”


전예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평생 살면서 본 재물보다 이 마차 하나에 담긴 재물이 더 많았다.


“저희 집 곳간을 조금 열었을 뿐입니다. 이 정도면 식량은 넘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조조 군이 오기 전 곳간에서 식량도 더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유비는 감격에 겨워 미축의 손을 맞잡았다. 당면한 고민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내 미축 공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 빚은 내 꼭 갚겠소!”


유비는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갖다 바치니 손이 떨렸다.


“제가 가진 재산에 비하면 이 마차들은 새 발의 피입니다. 주군이 올바른 곳에 쓰는데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하지만 빚을 졌다고 하시니 제 장부에 적어놓겠습니다.”


미축이 재치있게 받자 주변인들까지 크게 웃었다. 유비는 마차의 수화물을 소패성의 창고에 옮기는 일은 관우와 장비에게 맡기고 미축과 함께 차를 마시러 갔다.


수백 만의 황건적과 맞서 싸울 때도 흐트러짐 없는 두 사람조차 막대한 재물을 옮기며 여러 번 혀를 내둘렀다.


“샌님이 어제부터 똥 씹는 얼굴이라 내 기회 봐서 요절을 내줄까 했는데 아주 남자다운 사내였구려.”


장비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손을 비비며 신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허, 익덕아. 우리는 이곳 소패성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다. 함부로 떠들고 다니면 형님의 평판에 문제 생긴다. 그리고 이 돈은 전부 군자금과 백성을 돕는 데 쓰이니 딴 맘을 품지 말아라.”


고지식한 관우는 정석대로 대답하며 장비의 말을 받았다. 가끔 술에 취해 실수해도 장비가 바보 같은 짓을 벌이지 않는 사람임을 알고 가벼운 핀잔만 주었다.


“형님,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그래도 오늘 밤은 미축을 환영하는 연회를 할 테니 신이 나는구려.”


관우도 너털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큰 난간이 미축의 활약으로 손쉽게 해결됐다. 예주에서의 기분 좋은 첫 시작에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예정에 없던 큰 연회가 열렸다. 백성들도 남녀노소 할 거 없이 거리에 나와 성에서 배급하는 맛있는 음식을 받았다.


꽤 늦은 시간까지 계속된 연회에 다들 술에 취해 긴장이 풀리고 좋은 분위기가 됐다.


“나는 예주를 얻은 기쁨보다 미축을 얻은 기쁨이 크오. 재물이 탐이 나서가 아니라 큰 배포와 백성을 생각하는 대의! 한 고조에 소하가 있다면 나에게 미축이 있어 부족함이 없네.”


유비는 솔직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미축을 칭찬했다.


“크게 칭찬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제 가족을 소개해도 되겠습니까?”


유비는 흔쾌히 허락했다. 곧 두 남녀가 유비의 앞에 와 인사를 올렸다.


“이 사람이 제 여동생 미소입니다. 그리고 여기 제 막내아우 미방입니다.”


유비는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과 악수를 하며 반겼다. 미축의 가족이라면 이제 유비에게도 가족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아까 주군께서 제게 빚을 지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미축의 말에 유비는 불쾌하기는커녕 흥미를 느꼈다. 서주 최고 부호가 과연 어떻게 빚을 갚으라고 할 것인가.


“원하는 걸 말해 보게. 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주겠네.”


유비도 담대하게 받았다. 두 사람은 크게 웃었다.


“제 여동생의 혼처를 찾는데 여동생 미소는 한사코 천하의 영웅이 아니면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축은 말을 멈추고 물끄러미 고개를 돌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동생 미소에 미소를 띠고 봤다.


“하지만 오늘 천하의 영웅을 만났으니 주군께서 빚을 갚는 셈 치고 제 동생을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마치 처음부터 취하지 않은 사람처럼 유비는 눈을 크게 뜨고 물끄러미 미축을 봤다. 미축은 반 농담으로 한 말이 유비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생각에 제대로 유비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왜, 왜 나에게 이리 잘해주는 거요? 우리가 만난 지 이제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미축은 은은하게 미소 지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와 대의가 무너진 세상에 꿋꿋하게 도리와 대의를 추구하며 자신의 길을 걷는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을 만났는데 어찌 제가 지원을 아끼겠습니까?”


유비는 미축의 손을 잡았다. 어느새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스스로에게 수백 수천 번을 이 길이 맞는지 본인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되물었다. 대답은 침묵이었고 침묵은 유비의 목을 졸라 숨이 막히게 했다.


가족에게도 애써 숨긴 어려운 질문에 듣고 싶었던 대답을 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유비의 눈에는 감동과 기쁨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


221년 후한은 무너지고 유비는 신하들의 요청을 받아 칭제를 하여 황제에 오른다.


“이것으로 무관 임명식을 마치고 문관 임명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엄숙한 자리에 제갈량의 목소리만 또렷하게 들려왔다. 제갈량은 화려하게 장식된 문서를 꺼내 들었다. 문관 중 가장 높은 관직이다.


“태위 안한 장군 미축!”


최고 실권자 제갈량보다 먼저 불렀음에도 놀라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미축이 앞으로 나와 유비에게 절을 올렸다.


유비는 옥좌에서 내려와 미축에게 다가가 처음 미축이 유비에게 임관했을 때와 같이 미축의 두 손을 잡았다. 미축은 눈물을 흘렸다.


“미안하네.”


유비는 목이 메 더는 말을 하지 못했다.


예주와 서주는 불타 조조에게 뺏겼고 미축의 재물을 전부 잃었다. 미축의 여동생이자 유비의 아내 미소는 전쟁터에서 사망했고 미축의 동생 미방은 유비를 배신하고 손권을 도와 관우를 궁지에 몰아 사망에 이르렀다.


“폐하!”


미축이 눈물을 멈추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신하들은 놀라 모두 고개를 들어 미축과 유비를 바라봤다.


“신이 폐하를 모신지 어언 3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다사다난했으나 신은 단 한 번도 폐하를 모셔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유비는 미축을 안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오히려 신을 받아주셔서 영광이고 감사했습니다!”


유비는 미축의 등을 여러 차례 두들기고 다시 옥좌로 돌아가 앉았다.


동생 미방의 배신에 마음의 병을 얻은 미축은 얼마 가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 유비는 형주 공략을 뒤로 미루고 미축의 장례를 치렀다.


작가의말

퇴근하고 피곤해서 집에 오자마자 잠들어서 이제 깼네요 늦어서 죄송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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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무기한 휴재 23.11.12 32 0 2쪽
77 민생안정 2 23.11.06 12 0 9쪽
76 민생안정 1 23.10.30 11 0 10쪽
75 하후연 5 23.10.23 19 0 10쪽
74 하후연 4 23.10.16 16 0 9쪽
73 하후연 3 23.10.09 19 0 10쪽
72 하후연 2 23.10.02 17 0 9쪽
71 하후연 1 23.09.25 26 0 11쪽
70 희소식 3 23.09.18 23 0 11쪽
69 희소식 2 23.09.11 23 0 10쪽
68 희소식 1 23.09.04 25 0 10쪽
67 종전 2 23.08.28 23 0 11쪽
66 종전 1 23.08.25 27 0 9쪽
» 미축 4 23.08.14 24 0 10쪽
64 미축 3 23.08.07 26 0 11쪽
63 미축 2 23.07.31 28 1 10쪽
62 미축 1 23.07.24 28 0 10쪽
61 반란 4 23.07.17 26 0 11쪽
60 반란 3 23.07.10 28 0 10쪽
59 반란 2 23.07.03 30 0 12쪽
58 반란 1 23.06.26 33 0 10쪽
57 태사자 3 23.06.19 34 0 11쪽
56 태사자 2 23.06.12 35 0 10쪽
55 태사자 1 23.06.08 39 1 10쪽
54 산악 7 23.06.05 38 0 9쪽
53 산악 6 23.05.29 35 0 10쪽
52 산악 5 23.05.22 33 0 10쪽
51 산악 4 23.05.15 34 0 11쪽
50 산악 3 23.05.08 40 0 11쪽
49 산악 2 23.05.01 4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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