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드링크워러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유비와 조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링크워러
작품등록일 :
2022.06.13 02:26
최근연재일 :
2023.11.12 15:08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9,711
추천수 :
105
글자수 :
349,695

작성
23.07.24 18:25
조회
28
추천
0
글자
10쪽

미축 1

DUMMY

“막을 수 있는가?”


답답한 나머지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질문이 혼잣말로 내뱉어졌다. 자연스레 고개를 돌아가 부정을 뜻했다. 정치에는 능통해도 늙고 전쟁에는 무지한 도겸은 어렵다. 본인은 재산을 바친다면 목숨은 부지하고 적당한 벼슬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바에야 농사를 지어 입에 풀칠하며 살지언정 절대 그의 밑에는 들어갈 수 없다.


미축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이 두 번째 조조의 서주 정벌이다. 첫 번째 왔을 때는 조조의 세력이 강하지 못해 성에 의지해 단단히 지키니 알아서 물러갔다.

알아서 물러갔다는 표현은 옳지 못하다. 물러가는 과정에서 서주 백성들을 보이는 족족 모조리 죽였다. 가축이며 한낱 풀포기조차 죽이고 불태웠다.


“주군께서 찾으십니다.”


미축은 도겸이 부른다는 말에 서둘러 관청으로 이동했다. 가는 중 서주의 명문가이자 도겸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진등과 만나 같이 관청에 들어갔다.


“두 사람 다 바쁘니 용건만 말하겠네.”


어두운 낯빛의 도겸은 두 사람의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말을 꺼냈다.


“지금 당장 북해에 있는 유비에게 가서 도움을 요청하게. 그라면 분명 우리를 도울.”


말을 하다 말고 크게 기침을 했다. 한번 시작한 기침은 멈추지 않자 주변 하인들이 서둘러 도겸을 부축했다. 피까지 토하며 말을 끝내지 못하고 손짓으로만 어서 떠나라고 지시했다. 곧 신하 한 명이 서주 태수의 인장으로 봉인된 서신을 미축에게 건넸다.


진등과 도겸은 급히 인사를 마치고 움직였다. 준비된 빠른 말을 타고 쏜살같이 서주성을 나왔다. 두 사람 다 내정 일을 하는데도 활쏘기와 말타기는 서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순식간에 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말을 몰았다.


“서주가 위태롭군요.”


진등은 혀를 찼다. 서주의 명운이 두 사람에게 달렸다는 생각에 덥지 않은 날씨에도 이마에 땀이 흘렀다.


“유비를 만나보셨습니까?”


미축의 질문에 진등은 입을 꾹 다물더니 고개를 저었다. 조조의 첫 번째 서주 침공 때 공손찬의 부하 전해와 같이 북해의 병사들을 이끌고 도와주러 와서 유비와 도겸은 이미 만났지만, 다른 성에서 수비에 전념한 두 사람은 아직 만나본 적이 없었다.


“사태가 벌어지니 바로 유비부터 찾으시는 거 보니 주군께서는 유비가 썩 마음에 들으셨나 봅니다.”


“글쎄요. 서주를 욕심내는 어중이떠중이가 많지요. 유비라···.”


미축은 유비의 이름을 말해보더니 마음에 들지 않아 입술을 깨물었다. 호시탐탐 주변 제후들이 비옥하고 사람이 많은 서주를 노리고 있다. 부모의 원수라는 명목하에 공격하는 조조나 주변에 상황을 관망하는 원소, 원술 등 여우와 이리 같은 자들이다.


“그러지 마시고 우리 확실하게 의견을 맞춥시다.”


진등은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췄다. 한시가 바쁜 와중인데 미축도 하는 수 없이 멈췄다.


“서주의 최고 명문가 저희 가문과 서주 최고의 재벌가 미축 님의 가문이 같은 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등은 진지하게 말했다. 미축은 바로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 이해했다. 두 사람이 지지하는 자가 다음 서주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군께는 두 아들이 있는데···.”


미축은 입을 닫았다. 본인이 말하고도 말이 안 되는 말이다. 도겸의 두 아들은 범인 중의 범인으로 앞으로 올 전란에 제 몸 하나 지킬 능력이 없는 자들이다.


“말을 꺼낸 진등 님의 고견을 먼저 듣고 싶습니다. 제 아둔한 머리로는 어떤 이도 떠오르지 않는군요.”


진등은 턱을 쓰다듬으며 즉답을 피했다. 진작에 생각해 둔 사람이 있는 눈치였다.


“조심스레 그러면 한 사람을 말해 보자면···.”


진등은 계속 뜸을 들이며 미축의 궁금증을 유발하려 했다. 하지만 최고 재벌 가문 미축은 전국의 가장 크게 장사도 했던 사람이다. 담력도 남다르며 이치를 따질 뿐 사소한 신경전에는 조금도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진등도 포기하고 말을 이었다.


“조조입니다. 조조에게 서주를 넘깁시다.”


미축은 귀를 의심했다. 지금 조조의 침략을 받고 있으며 그 조조가 서주에 풀 한 포기 남기지 않는 대학살을 감행하는 중이었다.


“그 무슨 당치도 않는 말이오! 지금 조조로 인해 서주 백성들의 시체로 강이 메워졌고 백성들의 피로 강이 붉게 물들었는데 주군이 가장 믿은 신하인 네가 감히 그따위 말을 지껄이느냐?”


미축은 화를 참지 못하고 바로 허리에 찬 칼을 뽑았다. 전쟁 중 적군에 나라를 바친다는 말은 즉결처형도 마땅했다.


“미축 형 그러지 마시고 내 말을 좀 들어보셔요.”


진등은 미축이 검까지 꺼내 들자 당황해서 두 팔을 번쩍 높이 들어 싸울 의지가 없음을 보였다. 미축은 화가 안 풀려서 씩씩거리다가 진등이 겁을 지려 먹고 불쌍한 표정을 짓자 다시 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제야 진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말을 했다.


“서주 침공이 왜 일어났냐 하면 도겸과 조조의 다툼입니다. 도겸은 좋은 지도자였으나 결국, 조조의 가족을 죽였고 그로 인해 서주가 불바다가 되고 있지요. 솔직히 도겸은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도겸의 사망 후 원수를 잃은 조조가 과연 화풀이로 서주 백성들을 학살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주군의 사망 후 서주를 그대로 조조에게 넘기자는 거요?”


미축은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물었다. 미축은 모든 사람이 서주 주인이 된다고 해도 조조만은 세상이 무너져도 결사반대였다.


“미축 형. 죽은 사람은 죽은 자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합니다. 언제나 풍족한 서주가 이 두 번의 전투로 황폐해지고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강성한 조조의 세력에 편입되어 다시 서주의 평화를 되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등의 간곡한 설득에도 미축은 흔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도 통하지 않을 것을 안 미축은 입을 닫고 말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갔다. 진등도 미축을 따라 말을 몰았다.


“일단 유비를 만나고 다시 얘기합시다. 형도 내 말을 이해할 거요.”


“형이라 부르지 마시오. 나는 당신 같은 동생 둔 적 없소.”


미축은 딱 잘라 말했는데 진등은 오히려 미소지었다.


“나는 형 같은 사람을 좋아하오. 고지식하고 이치를 따지며 정도를 걷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많아야 세상이 좋아지는 거요.”


“시끄럽네. 나 혼자 가도 되니 이만 돌아가도 좋소.”


미축의 차디찬 말에도 진등은 전혀 기분 나쁘다는 표정 없이 미축을 따랐다.


반나절 만에 서주 지역을 벗어나 북해의 영토로 넘어왔다. 두 사람의 말타기 실력이 출중해서 다른 이들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다.


“작은 마을이 앞에 있는데 늦은 저녁이나 때웁시다. 유비가 어디 있는지 수소문도 좀 하고요.”


유비는 현재 북해에 있으며 서주 지역 근처에 진지를 구축하고 대기 중이라고 했다. 정확한 위치를 알려면 북해 태수 공융을 찾아가면 되지만, 한시가 급한 와중이라 주변 백성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진등의 말에 미축도 동의하고 마을에 들어가 객점을 찾았다. 작은 마을인데도 사람이 대단히 많았다.


“이 마을은 규모에 비해 사람이 많군요?”


미축이 객점 주인에게 묻자 객점 주인은 손을 내저었다.


“원래 사람도 적은 작은 마을인데 이번에 서주에서 또 전쟁이 일어나서 다들 피난 온 거예요.”


당연한 일을 바보같이 물어보냐는 얼굴의 객점 주인의 얼굴에 미축은 어색하게 웃었다.


“서주 다음에는 북해가 표적이 될 텐데 북해는 괜찮나요?”


이번에는 진등이 물었다. 군주들의 땅따먹기 속에 당연하게도 언제나 약하고 힘없는 군주는 표적이 된다.


“저희 같은 사람들은 그냥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거죠. 여기 사람들 보니 원소나 공손찬에게 간다는 사람도 있긴 한데 대부분 유비 님께 가지요.”


뜻밖의 이름이 언급되자 두 사람은 움찔했다. 뜻을 숨기고 이것저것 묻다가 객점 주인이 귀찮아하는 기색이 보일 때쯤 아무렇지 않게 유비에 대해 물으려고 했었는데 손쉽게 원하는 대상을 대화의 주제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유비? 유비라는 사람은 내 생전 처음 듣소.”


“여기 계신 서생분들 세상 물정을 아예 모르시는구먼!”


객점에서 술을 마시던 한 남자가 큰 목소리로 두 사람의 앞에 나섰다. 참견하기 좋아하고 묻지 않아도 자신이 아는 것을 전부 신나게 떠들어대는 전형적인 사람. 미축과 진등이 기다렸던 사람이다.


“우리가 백면서생이긴 해도 세상에 이름난 사람들은 아오. 근데 유비는 내 생전 처음 듣는구려.”


미축이 시치미를 떼며 오히려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부정을 하자 본인 일처럼 남자는 흥분했다.


“유비 님은 황실의 후손으로 백만의 황건적 토벌에 앞장섰으며 동탁과 전쟁했고 위기에 빠진 북해를 구하셨소!”


열변을 토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두 사람은 잠자코 들었다. 대략 유비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 아무런 세력도 없고 한 줌의 땅 하나 없지 않소. 오히려 유비 님이 피난민들을 반기지 않을 것 같은데?”


진등의 말에 남자는 말 한번 잘 꺼냈다는 얼굴을 지었다.


“그게 그분이 다른 제후와 차이오. 피난민을 귀찮아하고 골칫거리 취급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분은 두 팔 벌려 환영해주시고 반겨주시니 피난민 처지에서는 세력이 약하더라도 유비 님께 가는 것이오. 그냥 베포가 다른 분이지!”


더 들을 이야기가 없다고 판단한 미축은 남자에게 술 한 병 사주고 유비의 위치를 알아냈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해가 지기 직전이라 서둘러 움직였다. 빠르게 말을 몰아가는 중 불시에 병사들이 나타나 두 사람을 붙잡았다.


“우리는···.”


진등이 솔직하게 도겸의 명을 받아 유비를 만나러 온 사신이라고 밝히려고 하자 미축이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우리는 서주의 서생입니다. 전쟁을 피해 피난 왔습니다.”


병사 중 한 명이 뛰어서 본진으로 들어가더니 다른 높아 보이는 장수와 같이 다시 돌아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주일의 시작 파이팅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 유비와 조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8 무기한 휴재 23.11.12 33 0 2쪽
77 민생안정 2 23.11.06 12 0 9쪽
76 민생안정 1 23.10.30 11 0 10쪽
75 하후연 5 23.10.23 19 0 10쪽
74 하후연 4 23.10.16 16 0 9쪽
73 하후연 3 23.10.09 19 0 10쪽
72 하후연 2 23.10.02 18 0 9쪽
71 하후연 1 23.09.25 26 0 11쪽
70 희소식 3 23.09.18 23 0 11쪽
69 희소식 2 23.09.11 23 0 10쪽
68 희소식 1 23.09.04 25 0 10쪽
67 종전 2 23.08.28 23 0 11쪽
66 종전 1 23.08.25 27 0 9쪽
65 미축 4 23.08.14 24 0 10쪽
64 미축 3 23.08.07 26 0 11쪽
63 미축 2 23.07.31 28 1 10쪽
» 미축 1 23.07.24 29 0 10쪽
61 반란 4 23.07.17 26 0 11쪽
60 반란 3 23.07.10 28 0 10쪽
59 반란 2 23.07.03 30 0 12쪽
58 반란 1 23.06.26 33 0 10쪽
57 태사자 3 23.06.19 34 0 11쪽
56 태사자 2 23.06.12 35 0 10쪽
55 태사자 1 23.06.08 39 1 10쪽
54 산악 7 23.06.05 39 0 9쪽
53 산악 6 23.05.29 35 0 10쪽
52 산악 5 23.05.22 33 0 10쪽
51 산악 4 23.05.15 34 0 11쪽
50 산악 3 23.05.08 40 0 11쪽
49 산악 2 23.05.01 43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