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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워러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유비와 조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링크워러
작품등록일 :
2022.06.13 02:26
최근연재일 :
2023.11.12 15:08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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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9,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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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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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 4

DUMMY

많지 않은 병력일지라도 정예 병력으로 모두 기병이었기에 도적단 소탕은 어렵지 않았다.


모래 먼지 휘날리게 말에 박차를 가하며 도적들을 향해 돌진하는데 군의 가운데에 있는 유비와 사마의는 보지 못했지만, 도적들이 무기를 들지 않고 큰 흰 깃발을 휘두르고 있는 것을 최전방의 우금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속도를 줄여 정지한다.”


우금은 손을 들어 군을 멈췄다. 도적들도 녹군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며 기마를 타고 있던 도적들은 말에서 내려 예의를 갖췄다.


“너희는 누구냐?”


우금이 위엄있는 우렁찬 목소리에 몇몇 도적들은 움찔했다.


“저희는 어지러운 적을 바로잡고자 일어난 의병입니다. 유비 님께 감복하여 하찮은 일의 수고로움이라도 돕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우금은 똑바로 말하는 자를 응시했다. 곧 유비와 사마의가 앞으로 나와 상황을 주시했다.


“유비 님을 따르기 위해 온 자들이라고 합니다.”


유비를 보자 도적단은 전부 맨바닥에 절을 올렸다.


“유비 님을 모시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부디 버리지 마시고 하찮은 일이라도 유비 님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도적단이 한마음 한뜻을 말했다. 유비는 크게 기뻐했다. 도적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틀리지 않았다는 의미를 뜻했다. 유비가 기쁘게 그들을 맞이하려 하자 우금이 유비에게 가까이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유비 님께서 처음 출전했던 전투 기억나십니까? 이들은 옛날에 녹의 경계까지 왔던 도적단입니다.”


그날의 기억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조조에게는 일부러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던 기억이다.


“고개를 들라.”


유비는 굳은 얼굴로 엄숙하게 말했다. 처음 기뻐할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가 느꼈다.


“정녕 자네들은 청의 경계까지 왔던 도적단이 맞는가?”


유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후돈과 하후연 두 사람이 걸어 나와 유비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유비는 한눈에 둘을 알아봤다. 두 사람은 지난번 만났을 때보다 고생을 했는지 더 수척해지고 지저분해져 있었다.


“놀라운 인연이군.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유비는 어색하게 헛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을 마주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조조였다. 유비에게 관우와 장비가 있다면 조조에게는 하후돈과 하후연이 있었다. 어찌 이들을 맞이할 수 있겠는가.


“명공을 존경하고 사모하여 찾아뵙습니다. 큰 죄를 저지른 저희 둘은 앞으로 속죄하며 평생 무기를 들지 않겠습니다. 허나 이들은 단 한 번도 부정한 죄를 저지르지 않은 자들입니다. 부디 너그럽게 용서하셔서 부디 사용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들은 등에 멘 활과 창을 꺼내 유비에게 바친 후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다시는 무기를 들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적이 부정부패에 찌들었다고 해도 어쨌든 도적단의 수장들이다. 이유야 어쨌든 극형이 마땅하다.


유비는 자신의 발밑에 놓인 활과 창을 내려다봤다. 정도의 길을 걷는 유비라 고민이 되었다.


유비는 활과 창을 들어 바닥에 강하게 내동댕이쳤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질이 나쁜 활은 부러지고 창은 날이 깨졌다.


하후 형제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유비의 어떤 처벌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대장을 살려주십시오!”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대신 처벌받겠습니다!”


도적단 모두가 나서서 하후 형제를 변호하며 죄를 자처했다. 하지만 그들의 아우성은 우금의 부하들에 의해서 맥없이 제지당했다.


“군대의 운영에는 결국 식량과 물자가 필요하다.”


유비는 허리춤에 찬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검을 뽑는 소리에 이미 각오를 했던 하후 형제마저 움찔했다.


“도적단을 만들고 죄 없는 백성들을 수탈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검으로 두 사람을 가리키며 물었다. 유비의 질문에 그제야 두 사람은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 맹세코 단 한 번도 백성을 수탈한 적이 없습니다.”


대답하는 하후돈의 눈은 조금의 흔들림이 없이 또렷했고 목소리는 진지했다.


진심이 느껴졌다. 유비도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너희는 도적이 아니라 정의로운 의병이다.”


자신의 검을 하후돈의 손에 쥐여주었다. 뒤를 돌아보자 사마의가 준비한 검을 유비에게 건넸다. 유비는 검을 받아 하후연의 손에 쥐여주었다.


“백성을 위해 일어선 자들은 나라를 위해선 자들이다. 여기 있는 자들은 처음부터 용감하게 우리보다 먼저 여포의 일당들과 싸워왔다!”


모든 병사는 숨소리도 죽여가며 유비의 말을 경청했다. 어안이 벙벙한 하후 형제는 입을 벌린 채 넋을 놓고 유비의 말을 들었다.


“이들은 우리의 동료로서 앞으로 우리와 함께한다. 어떠한 차별도 허락하지 않으며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념을 지킨 이들을 본받길 바란다.”


유비의 말이 끝나자 의병들은 환호했다. 죄를 사면받고 심지어 높이 평가받자 하후 형제는 지난 힘겹고 어려웠던 과거가 떠올랐다. 가슴이 벅차올라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의병들은 하후 형제에게 다가와 얼싸안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모습에 감격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유비는 그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줬다.


“훌륭한 연설이었습니다.”


유비와 함께 인파를 빠져나온 사마의가 조용히 칭찬했다. 유비에게 점점 숨기려도 숨겨지지 않는 제왕의 자질이 뿜어져 나왔다.


“그저 저들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유비는 담담하게 답했다.


관우, 장비와 함께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고자 의병을 일으켜 호기롭게 세상에 나섰다. 싸움에 있어서 물러남이 없었고 생사를 넘나들며 백성을 구하고 나라를 안정시켰지만, 세상은 추운 겨울보다 차디찼다.


유비에게 주어진 벼슬은 작은 고을의 현위였다. 작은 고을의 현위로는 같이 동고동락하던 의병들을 먹여 살릴 돈이 없었다. 처음 의병에 따라올 때 그들을 책임지겠다고 스스로에 약속했던 유비다. 하는 수 없이 눈물로 그들을 배웅했다. 오히려 떠나는 병사들이 담백하게 유비를 위로했다. 아쉬움과 슬픔에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유비는 고개를 돌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의병들을 봤다. 저절로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정말, 정말 잘됐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공식적으로 하후돈과 하후연은 우금의 부장으로 임명되었고 의병들도 그대로 하후돈과 하후연의 수하로 들어갔다.


“안심하십시오. 이 앞에 있는 마을은 저희 두 사람의 고향입니다.”


유비가 마지막으로 방문하게 될 마을에 관해 묻자 하후연은 자신 있게 말했다.


“조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대놓고 조조에 대해 물었다. 나중에 만날 조조의 질타를 피할 심산도 적잖이 있었다.


“조조 님은 주군의 친우로 알고 있습니다. 그분의 행동을 적군과 전투를 치러온 저희로서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따를 수 없습니다.”


“이해하네.”


걱정되던 마지막 마을에서도 하후 형제가 앞장서서 안내하니 오히려 환영을 받고 무사히 일을 마치고 유비는 거처로 돌아갔다.


드디어 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늦게까지 잠을 자려는 유비를 사마의가 일찍 흔들어 깨웠다.


“왜요?”


헝클어진 머리로 잠에서 깬 유비도 잔뜩 찌푸린 얼굴로 사마의 선생이고 누구건 간에 짜증이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할 일이 많습니다. 간단히 준비하셔서 식당으로 오십시오.”


사마의는 할 말만 마치고 나갔다. 유비는 그대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가 한숨을 푹 내쉰 후 뭉그적거리며 침대에서 나왔다.


간단히 씻고 식당으로 가자 금방 수프와 빵이 나왔다. 유비는 졸린 눈으로 눈앞의 음식을 그저 입에 넣었다.


식사 중 사마의가 식당에 들어왔다. 그와 뒤의 시중들은 두껍고 거대한 책을 잔뜩 가져왔다.


“그게 뭡니까?”


사마의는 대답 대신 책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시중들도 사마의를 따라 식탁 위에 책을 올려놓았다. 스무 권은 족히 되어 보였다.


“유비 님의 부재중 찾아온 사람들의 이름과 사는 곳 등의 인적사항이 적힌 방명록입니다.”


유비는 입에 음식이 담겨있는 것도 잊고 입을 크게 벌리고 쌓여있는 책을 봤다.


“아직 못 보셨군요.”


사마의는 식당에 창문을 열어 밖을 가리켰다. 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 앞으로 갔다. 입구에는 수백 명의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유비 님의 복귀를 기다린 사람들이 잔뜩입니다.”


유비는 울상을 지었다.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춤과 음악을 좋아하고 사냥과 낮잠을 하며 여유 있는 생활을 기대했었다.


“지금껏 평화롭고 안전했던 적 지역입니다. 능력은 있으나 여포에 의해 좌천된 자들과 상황을 보며 때를 기다린 자들이 많습니다. 이번 기회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하시지요.”


“요즘 너무 바빠서 좀 쉬고 싶습니다. 적외성 공략의 피로가 아직도 있고 최근에 하후돈과 하후연도 등용했었는데···.”


유비는 구시렁댔다. 적곡관을 지나 적외성까지 공략했던 유비가 사마의보다 더 많은 일을 했던 걸 스리슬쩍 꺼냈다.


사마의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란이 그의 머릿속에 예상되기에 쉴 상황이 아니었다.


“그거 아십니까? 조조 님은 지금까지 몇 주간 내내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일부러 유비의 궁금증을 돋구기 위해 말을 끊었다. 최근 조조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 못하는 유비는 투정을 멈췄다. 언제나 조조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선의의 경쟁자로 친구이자 동료지만, 언제나 최종 상대는 조조라 생각했다.


“적의 인재를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이 오면 음식을 대접하고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놔서 시간 날 때마다 대화를 가장한 면접을 봅니다.”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우리도 잔치를 열어 방문객을 반깁시다.”


유비는 졌다는 듯 두 손을 높이 들었다가 내렸다.


“어깨를 펴십시오. 방문객 중 주군께서 만나고 싶어 할 만한 사람을 가장 먼저 초청했습니다.”


사마의가 미소지으며 유비를 달랬다. 유비는 눈을 크게 떴다. 본인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굴지 정작 유비는 감도 잡히지 않았다.


“적신성의 성주 미축입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대화를 나눠보십시오.”


유비는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한 번 쳤다. 원정 초창기에 적신성에서 미축을 위해 직접 나서서 행동한 유비를 사마의는 잊지 않았다.


“제가 선생님을 만난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습니다! 참으로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항상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유비의 모습에 너털웃음이 터져 나왔다.


“물도 고이면 썩길 마련인데 주군이 늦지 않게 찾아와 주신 덕분입니다. 자리를 마련하러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마의는 인사를 하고 일을 하기 위해 식당을 나섰고 유비는 미축을 어서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설렜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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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민생안정 1 23.10.30 11 0 10쪽
75 하후연 5 23.10.23 20 0 10쪽
74 하후연 4 23.10.16 17 0 9쪽
73 하후연 3 23.10.09 19 0 10쪽
72 하후연 2 23.10.02 18 0 9쪽
71 하후연 1 23.09.25 26 0 11쪽
70 희소식 3 23.09.18 24 0 11쪽
69 희소식 2 23.09.11 23 0 10쪽
68 희소식 1 23.09.04 25 0 10쪽
67 종전 2 23.08.28 23 0 11쪽
66 종전 1 23.08.25 27 0 9쪽
65 미축 4 23.08.14 24 0 10쪽
64 미축 3 23.08.07 27 0 11쪽
63 미축 2 23.07.31 28 1 10쪽
62 미축 1 23.07.24 29 0 10쪽
» 반란 4 23.07.17 27 0 11쪽
60 반란 3 23.07.10 28 0 10쪽
59 반란 2 23.07.03 30 0 12쪽
58 반란 1 23.06.26 34 0 10쪽
57 태사자 3 23.06.19 34 0 11쪽
56 태사자 2 23.06.12 35 0 10쪽
55 태사자 1 23.06.08 39 1 10쪽
54 산악 7 23.06.05 39 0 9쪽
53 산악 6 23.05.29 35 0 10쪽
52 산악 5 23.05.22 33 0 10쪽
51 산악 4 23.05.15 34 0 11쪽
50 산악 3 23.05.08 40 0 11쪽
49 산악 2 23.05.01 4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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