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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워러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유비와 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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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워러
작품등록일 :
2022.06.13 02:26
최근연재일 :
2023.11.12 15:08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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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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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글자수 :
349,695

작성
22.06.13 02:29
조회
1,148
추천
8
글자
8쪽

시대의 마지막 1

DUMMY

환갑의 늙은 몸으로 높이 치켜든 검은 허무하게도 그 무엇 하나 베지 못하고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복수를 위해 나간 마지막 전쟁터에 모든 것을 불사르고 처참히 패배하여 백제성으로 돌아온 지 한해가 채 지나지 않아 하루가 다르게 생기를 잃어갔다.


이제 정신이 흐릿해졌다. 점점 모든 감각이 사라져왔다. 들려오는 소리는 점점 작아져 고유해지고 눈에 보이던 빛은 희미해지더니 이내 어두워졌다. 더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후회는 없다. 후회와 아쉬움 속에 평생을 흘려보내다 마지막에 마지막만은 자신에게 솔직한 일을 했다.


더 말해 뭐하겠는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뒷일은 맡겼으니 그동안 고생했던 육신과 안녕을 고할 뿐이다.


정적과 어둠이 몸을 감싼다. 불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언제까지 잠이나 잘 거야!”


침묵을 깨지고 신경을 긁는 소리에 유비의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그와 동시에 모든 감각이 돌아오고 감은 눈에는 환한 빛이 느껴져 눈을 떴다.


눈을 뜨자 환한 빛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한 넓은 정원이 눈을 즐겁게 했다.


아름다운 경관에 서서 본인을 노려보는 이질적인 남자가 뒤늦게 보였다.


“오랜만이야.”


남자가 말을 건네도 유비는 여전히 눈에 보이는 현상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했다.


방금 죽음을 경험했는데 다시 살아난 느낌을 받았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강하게 뺨을 맞자 얼얼한 감각과 고통이 온몸에 퍼지며 정신이 들었다.


“당신 누구야!”


뻘게진 뺨을 쓰다듬으며 남자를 향해 쏘아붙였다.


남자는 능글맞게 웃으며 바로 대답하지 않고 정원에 준비된 큰 책상으로 걸어가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날 몰라?”


그제야 유비는 남자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찢어진 눈에 올라간 눈꼬리. 작은 입에 얌체 같은 수염. 그리고 오만하고 건방진 태도.


“조조.”


난세의 간웅. 수백만을 호령하는 영웅들의 영웅. 천하통일을 눈앞에 두었던 천재. 최고이자 최악의 숙적.


“안녕하십니까?”


두 사람이 대화를 이어가기 전 아름다운 여성이 나타나 유비와 조조의 사이에서 다소곳이 인사했다.


“두 영웅께서 많이 놀라셨을 거예요. 두 분께 지금 일어나는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을 설명하러 왔습니다.”


유비와 조조는 눈을 잠시 마주치고 다시 여성에게 시선을 옮겨 말을 기다렸다.


“두 영웅께서는 신의 사랑을 받으셨어요. 두 분을 보며 신들도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했고 응원했으며 한편으로는 비난도 했어요. 그리고 두 분의 행적을 보며 언제나 누가 더 훌륭한 영웅인지에 대해 토론했어요.”


조조는 코웃음을 치며 손사래를 쳤다. 여성은 말을 멈추었다.


두 사람의 시선은 동시에 조조에게 쏠렸다. 조조는 코웃음을 다시 치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내가 대륙을 휩쓸 때 저 귀 큰놈은 남의 세력에 더부살이나 하던 놈이오. 공손찬, 여포, 원소, 손권, 내 밑에도 있었죠. 저놈이 형주를 먹고 촉에 입성했을 때도 내 세력의 반의반도 되지 못했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오나라 애송이한테 패배하는 꼴을 보고도 나와 비교한단 말이오?”


말하는 내내 조조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토론할 거리도 되지 않다는 식이었다.


“그 반의반도 되지 않는 세력한테 한중에서 패했던 일은 잊었나? 애송이가 아니라 오나라 도독이었어. 너도 오나라 도독 주유한테 패해서 도망쳤잖아!”


유비가 조목조목 맞받아쳤으나 조조는 귀까지 후비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말씀드리기 외람되나 토론에 나온 말인데 적벽대전부터 시작해서 유비 님이 세력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조조 님께 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여성이 유비의 말을 받아 덧붙였다. 유비의 말은 듣는 척도 하지 않던 조조가 여성의 말에는 발끈해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상황이 다르오. 지키기만 하는 놈을 상대로 못 이긴 것은 패배한 것이 아니오!”


조조는 씩씩거리며 책상을 내려쳤다. 이번에는 유비가 조조를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좋은 말씀입니다. 상황이 달라요. 처음부터 물적, 인적 지원을 받고 세력을 갖춘 조조 님과 어린 시절부터 시장에서 돗자리와 신발을 팔며 밑바닥부터 시작한 유비 님. 시작점부터 두 사람 사이에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상황이 반대였어도 유비 님이 과연 조조 님의 세력처럼 대륙 최고 강대한 세력을 이뤄냈을지는 의문이에요.”


두 사람은 마땅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잠시 여성은 두 사람을 살피더니 다시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에 아까 하던 말을 이어갔다.


“이 문제로 많은 신이 토론했습니다. 아마 지금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희는 두 분이 원한다면 비슷한 환경에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게 하려고 합니다.”


여성이 말을 멈추고 두 사람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생에 대한 미련이 없지는 않지만 새로운 삶에 이전의 기억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이 들고 왕과 황제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두 사람이 마치 놀이꾼으로 구경거리가 된 기분이 들어 탐탁지 않았다.


“다시 태어나면 두 분은 높은 신분에 부유한 환경이에요. 겪으신 삶보다 훨씬 세계의 통일을 노릴 수 있습니다.”


여자는 ‘통일’에 힘을 주어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물론 지금 바로 결정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두 분의 시대를 마지막까지 지켜보시고 심사숙고해서 말씀해주세요.”


여성이 손뼉을 치자 시중들이 많은 음식을 가져와 탁자에는 두 사람조차 본 적 없는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잠시만요!”


일을 마친 시중들과 함께 떠나려는 여성을 유비가 불러세웠다.


“운장과 익덕. 그러니까 관우와 장비는 내 동생들은 이곳에 없습니까?”


두 동생을 다시 만날 기대에 가득 찬 유비의 얼굴에 여성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특별히 초대된 두 분만이 올 수 있는 장소에요. 죄송하지만 동생분들은 이곳에 없습니다.”


“만약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여 다시 태어난다면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까?”


유비의 간절함을 차마 정면에서 응시하지 못하고 여성은 시선을 피해 바닥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유비도 더는 묻지 않고 탁자로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여성과 시중들은 유비와 조조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떠났다.


유비는 울적한 마음에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도 연신 한숨을 내쉬며 수저를 들지 못했다.


“이렇게 죽어서도 애틋한 우애인데 돈과 명예로 두 사람을 사려고 하니 어림도 없지.”


조조는 잔에 술을 가득 담아 유비의 앞에 놓았다.


유비는 한숨을 멈추고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셨다.


“자네는 누구 찾는 사람 없나. 마지막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텐데?”


조조는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탁자에 잔을 보았다.


이번에는 유비가 조조의 잔에 술을 가득 부었다.


술을 들고 한참을 입맛만 다시던 조조는 어깨에 힘을 뺐다.


“자수를 찾았어.”


술을 핑계로 솔직해지고 싶어 말을 끊고 마찬가지로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유비는 조조가 찾는 자수라는 사람을 생각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아예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자가 자수고 이름은 조앙으로 내 장남이야.”


유비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더 자세히 말했다.


“조비, 조창, 조식까지는 다 들어봤는데 조앙은 처음 듣는군.”


조조는 유비의 빈 술잔에 술을 붓고 자신의 잔에도 술을 가득 담았다.


작가의말

조조는 후한말 최고 권력자이며 사후 아들 조비가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조조는 위의 태조가 됩니다

유비는 후한말 삼국시대의 제후입니다. 황족의 후예로 조조의 아들 조비가 한나라를 멸망시키자 한나라의 뒤를 잇고자 촉한 나라를 세워 초대 황제가 됩니다.


22-09-01 글을 다듬으며 전체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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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과객임당
    작성일
    22.08.21 17:21
    No. 1

    첫 문장이 너무 깁니다

    제가 글을 집필하진 않았지만
    글 잘 쓰시는 분들은 본인이 쓴 글을 한번 읽어 보신다고 들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드링크워러
    작성일
    22.08.22 19:22
    No. 2

    넵 저도 전체적으로 다 읽고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충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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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하후연 2 23.10.02 18 0 9쪽
71 하후연 1 23.09.25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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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희소식 2 23.09.11 23 0 10쪽
68 희소식 1 23.09.04 25 0 10쪽
67 종전 2 23.08.28 23 0 11쪽
66 종전 1 23.08.25 2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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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산악 6 23.05.29 35 0 10쪽
52 산악 5 23.05.22 33 0 10쪽
51 산악 4 23.05.15 34 0 11쪽
50 산악 3 23.05.08 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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