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드링크워러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유비와 조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링크워러
작품등록일 :
2022.06.13 02:26
최근연재일 :
2023.11.12 15:08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9,717
추천수 :
105
글자수 :
349,695

작성
23.09.18 17:12
조회
23
추천
0
글자
11쪽

희소식 3

DUMMY

유비의 말이 끝나고 민생안정과 부국강병에 필요한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동안 사마의는 말없이 눈을 내리깔고 책상만 봤다. 유경과 유비도 구태여 사마의에게 발언을 강요하지 않았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다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적당히 말소리가 줄어들자 유경이 나섰다. 모두 말을 멈추고 유경을 지켜봤다.


“이쯤에서 회의를 마무리하고 다음에 녹에서 여러분을 초청하겠다.”


“다음에는 그러면 유희의 결혼식이 되겠군요.”


조강이 웃으며 말했다. 유경은 즉답하지 못하고 어색한 얼굴로 수염을 어루만졌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군. 아무튼, 다들 피곤한데 고생 많았고 이만 해산하겠다.”


어물쩍 대답을 흘린 유경과 조강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가자 그제야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조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끝자리에 앉아 있던 하후돈과 하후연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군요.”


조조는 친근하게 하후돈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후돈은 애써 표정을 숨기며 조조가 내민 손을 잡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후돈입니다.”


침착한 목소리와 달리 하후돈과 두 사람을 지켜보는 하후연은 만감이 교차했다. 도적단 시절 조조와 전투를 벌였고 조조가 처형한 2만의 병사 중 두 사람의 오랜 친구와 이웃이 있었다.


“그래, 오늘 처음 만나는 거로 합시다.”


하후돈과 손을 놓고 조조는 하후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후연도 바로 조조의 손을 잡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후연이라 합니다.”


하후연은 하후돈보다 더 자연스럽고 공손하게 조조에게 인사했다. 조조는 어딘가 외로운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큰 눈에 눈물이 고였다.


“두 사람 다 건승하시게.”


조조는 할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갔다. 아무도 보이지 않게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 냈다.


자신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던 사람들과 다른 사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생에 못다 갚은 빚을 대신이라도 주고 싶었다.


변명으로 들릴지 몰라도 시간이 없었다. 원소, 여포, 유표 등 강자들 사이에 껴서 아등바등 되었고 형주를 함락한 후에는 통일을 위해 쉴 수 없었다. 본인만이 난세를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시간에 쫓겼다.


앞으로 만날 일이 딱히 없을 것이다. 유비 밑이라면 알아서 잘 먹고 잘살겠지.


오히려 잘됐다. 유비가 하후돈과 하후연을 맞이했는데 무엇이 양심의 가책이 되리. 전생에서도 관우가 유비를 만나지 않고 이 조조를 먼저 만났으면 유비가 아닌 조조의 의동생이 되었을 것이다!


유비는 조조가 하후 형제를 만날 때 이미 밖으로 나왔다. 일찍 일어나 마차를 오래 타고 와서 더는 졸음을 쫓을 수 없었다.


“주군이 말씀하신 정책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뒤에서 사마의의 목소리를 듣고 유비는 졸린 눈을 비비며 뒤로 돌아봤다.


“감사합니다. 같이 돌아가시지요.”


숙소가 같은 곳이라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대화했다.


“어째서 선생님은 아무 말씀 안 하셨습니까?”


유비의 정치, 행정, 군략 등 어떤 질문에도 기다렸다는 듯이 즉시 답을 주는 사마의인데 회의 중 입 한번을 열지 않아 유비는 의아했다. 회의 중에도 계속 묻고 싶었는데 사람이 많아 차마 묻지 못했다.


사마의는 평소와 달리 머뭇거렸다. 유비 앞에서는 한 치의 거짓도 없던 사마의인데 이번에는 고민되었다. 거짓으로 이 상황을 모면할지 아니면 솔직하게 속마음을 이야기해야 할지 망설였다.


“말씀하고 싶지 않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다 이유가 있겠지요. 선생님에 대한 제 믿음은 변치 않습니다.”


유비의 말을 들은 사마의는 작게 미소지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말을 안 할 수가 없군요.”


그럼에도 사마의는 그답지 않게 시원스레 말을 하지 못하고 한참을 고민했다. 이윽고 결심이 섰는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별 볼 일 없는 식견으로 유비 님을 처음 뵈었을 때 유비 님은 마치 성군처럼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 영웅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유비는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겨우 용기를 내 말을 하는 사마의의 말을 끊지 않기 위해 조용히 듣기만 했다.


“그리고 유비 님의 친구이자 청의 군주님 아들 조조 님을 봤을 때 유비 님과는 다르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유비는 그제야 눈치를 챘다. 사마의가 망설였던 건 조조와 친구 사이인 유비 앞에서 조조에 대한 평가를 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조는 어떤 인상이었습니까?”


“세상을 지배할 영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패왕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그래왔다. 조조는 패왕처럼 난세에 군림하여 천하를 자신의 발밑에 두었다. 얼마나 무서웠던가. 서주에서 그와 싸웠고 신야에서 그와 싸웠다. 조조의 앞에서는 언제나 패자였으며 마지막의 마지막에 되어서야 한중에서 그를 이겼다.


“그야말로 선생님의 눈은 하늘 높이 나는 새보다 매섭습니다. 저와 조조는 친구여도 추구하는 길이 다르지요.”


“절대 동시에 성립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다릅니다. 언젠가는 두 분이 서로 칼을 맞댈지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차마 이번 회의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마의의 목소리가 떨렸다. 말을 마친 사마의는 큰 말실수를 한 사람처럼 입술을 강하게 깨물며 두 주먹이 떨릴 정도로 불끈 쥐었다. 가끔 머리가 좋은 사람은 이성과 감성으로 과정을 지나쳐 결론부터 도달할 때가 있다. 사마의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를 엿봤다.


“여독으로 선생님께서 피곤하신가 봅니다.”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숙소 앞에 도착했다. 유비는 가볍게 사마의의 등을 밀었다.


“늦었습니다. 이만 들어가서 눈을 붙이십시오. 며칠간 그저 조건 형님의 결혼식 축제를 즐길 예정이니 푹 쉴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친 유비는 가만히 서서 사마의가 숙소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후에 자신의 숙소에 들어갔다.


사마의가 천하를 주름잡던 유비와 조조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아직 본 역량도 보여주지 않은 어린 두 사람을 파악했다.


실로 무서운 일이었다. 그를 믿을 수 있는가. 그는 마치 누운 용과 같다.


전생의 누운 용 제갈량의 충성심은 천하의 제일이었고 사마의는 스스로 하늘이 되고 싶어 하는 용이었다. 그는 조조 때부터 기다려 그의 증손자가 황제에 오른 후 황제보다 더한 실권을 거머쥐었다.


사마의를 믿을 수 있는가. 머리에 불현듯 떠오른 질문에 유비는 강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앞으로 사마의에게 모두 다 내어줘야겠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조금도 아끼지 않고 베풀었다. 그렇게 천하의 명장과 천하에 명사를 얻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기쁘다. 조조가 끝내 얻지 못한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기쁠까.


유비는 침대에 들자마자 잠을 잤다.


***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아, 내가 불러놓고 늦어서 미안하네.”


조조가 소매에 젖은 빗물을 털며 정각 아래로 들어왔다. 손에는 매실을 담은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아닙니다. 승상께서 맛있는 술상과 함께 초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유비는 말을 마치고 조조가 가져온 매실을 뚫어지라 봤다. 조조는 유비의 시선을 눈치챘다.


“예전 전쟁터에서 물을 찾지 못했을 때 병사들이 목이 말라 힘들어했었소. 그래서 내가 저 앞에 매실 밭이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모두 입에 침이 고여 잠시 목마름을 잊었던 기억이 떠올라 손수 따왔소.”


유비는 감탄했다. 이야기를 들으니 진짜 입에 침이 고여 매실을 하나 먹었다.


“저 같은 사람은 백번 생각해도 떠올리지 못할 기가 막힌 임기응변이십니다.”


조조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술잔에 술을 붓고 매실을 넣어 유비에게 권했다.


“과찬이오. 유비 공도 어린 시절 전쟁터에서 살지 않았소?”


조조가 질문하고 술을 마시자 유비도 따라 매실주를 마셨다.


“제 이야기가 감히 승상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오백 명의 병사로 오만 명의 황건적을 무찌른 일이 제 첫 전투입니다.”


유비는 응근히 자부심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조조는 그런 유비가 재밌어서 얼른 얘기를 해달라 보챘다.


난세의 술자리에 전쟁터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법. 서른 후반의 유비와 마흔 초반의 조조는 마치 스무 살로 돌아간 것처럼 신나게 옛일을 떠들었다.


황건적과 전투를 하며 있었던 일을 서로 신나게 떠들었으며 그때 잠시 스쳐 지나가듯 만났던 일도 회상했다.


“결국, 저는 그 일이 끝나고 작은 현령이 되었는데 그마저도 독우가 뇌물을 요구하니 화가 나서 독우를 일백대는 매질하고 도망쳤습니다.”


조조는 크게 목소리 높여 웃었다. 어찌나 웃었는지 눈에 눈물이 맺혔다.


“놀랍군. 나도 그 당시 제북상에 올라 사당을 부수고 탐관오리 놈들을 죽였소.”


술기운이 오른 유비는 박수까지 쳐가며 조조의 정의감을 극찬했다.


“승상의 크신 뜻은 반동탁 연합 때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었습니다.”


“반동탁 연합! 술상의 안주로 빼놓을 수 없지.”


흥이 오른 조조도 기다렸다는 듯 신이 나서 목청이 커졌다.


“내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오. 유비 공의 동생 관우가 화웅을 단칼로 베고 돌아왔을 때의 그 모습을!”


조조는 생생하게 그날이 떠오르는 듯 창을 휘두르는 것처럼 몸을 움직였다. 마치 춤을 추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유비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것도 빼놓을 수 없지. 인중 여포 마중 적토라던 여포를 유비 공이 형제들과 함께 막아선 일! 그때 도망치는 여포는 무기도 제대로 들지 못했소.”


유비는 겸허히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제가 한 일은 그저 일개 병졸이 하는 일입니다. 동탁이 도읍을 불태우고 황제를 납치해 달아날 때 열여덟 명의 제후 중 유일하게 동탁을 쫓은 영웅은 제 앞의 승상뿐이십니다!”


조조는 유비의 손을 잡았다.


조조가 탁현의 가난뱅이로 태어났으면 유비가 되었고 유비가 권세가 환관 조등의 손자로 태어났다면 조조가 되었을 것이다.


“천하에 영웅은 오직 유비와 이 조조뿐이오!”


거대한 천둥소리가 울렸다.


***


유비는 잠에서 깨 벌떡 일어났다. 온몸이 땀에 젖었고 자신도 모르게 가쁜 숨을 내쉬었다.


꿈이다. 아니, 과거 기억이다. 유비는 작게 읊조렸다.


“천하의 영웅은 유비와 조조뿐이다.”


유비는 허탈하게 웃었다.


세상이 바뀌며 상황도 바뀌었다. 인제 보니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유비와 조조는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유비는 조조를 조조는 유비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되지도 않는 꿈 말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번주도 파이팅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 유비와 조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8 무기한 휴재 23.11.12 33 0 2쪽
77 민생안정 2 23.11.06 12 0 9쪽
76 민생안정 1 23.10.30 11 0 10쪽
75 하후연 5 23.10.23 20 0 10쪽
74 하후연 4 23.10.16 17 0 9쪽
73 하후연 3 23.10.09 19 0 10쪽
72 하후연 2 23.10.02 18 0 9쪽
71 하후연 1 23.09.25 26 0 11쪽
» 희소식 3 23.09.18 24 0 11쪽
69 희소식 2 23.09.11 23 0 10쪽
68 희소식 1 23.09.04 25 0 10쪽
67 종전 2 23.08.28 23 0 11쪽
66 종전 1 23.08.25 27 0 9쪽
65 미축 4 23.08.14 24 0 10쪽
64 미축 3 23.08.07 26 0 11쪽
63 미축 2 23.07.31 28 1 10쪽
62 미축 1 23.07.24 29 0 10쪽
61 반란 4 23.07.17 26 0 11쪽
60 반란 3 23.07.10 28 0 10쪽
59 반란 2 23.07.03 30 0 12쪽
58 반란 1 23.06.26 34 0 10쪽
57 태사자 3 23.06.19 34 0 11쪽
56 태사자 2 23.06.12 35 0 10쪽
55 태사자 1 23.06.08 39 1 10쪽
54 산악 7 23.06.05 39 0 9쪽
53 산악 6 23.05.29 35 0 10쪽
52 산악 5 23.05.22 33 0 10쪽
51 산악 4 23.05.15 34 0 11쪽
50 산악 3 23.05.08 40 0 11쪽
49 산악 2 23.05.01 43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