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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워러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유비와 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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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워러
작품등록일 :
2022.06.13 02:26
최근연재일 :
2023.11.12 15:08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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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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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글자수 :
349,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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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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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산악 7

DUMMY

“말의 다리를 노려 못 달리게 만들어라.”


등애는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진형으로 벽을 만들어 기병의 발을 묶었다. 보병을 뚫고 진형으로 들어온 기병 몇 명의 창을 피하며 말에 상처를 입혀 낙마시켰다.


“위험합니다!”


유비가 등애를 향해 뻗는 날카로운 창을 검으로 막아냈다. 유비는 그대로 힘에 밀려 몸이 붕 떠서 날아갔다. 조조는 놓치지 않고 말의 목을 베어 기병은 낙마했다.


“유비!”


조조는 날아간 유비를 봤다.


“난 괜찮아.”


유비와 낙마한 기병은 동시에 일어나 유비, 조조, 기병이 대치했다.


유비와 조조는 긴장감에 마른 침을 삼켰다. 용맹한 강자에게만 느껴지는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목을 죄어오는 살기를 눈앞의 기병에게 느꼈다. 눈도 깜빡여서는 안 된다. 조금의 빈틈을 보이면 그 자리에서 비명횡사다.


단 몇 초였지만 두 사람이 느낀 시간은 훨씬 길었다. 기병은 검을 뽑아 들고 유비와 조조를 힐끔 보더니 두 사람을 놔두고 그대로 등애에게 달려들었다. 유비와 조조는 갑자기 뒤돌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하려고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기병은 기합을 지르며 등애를 향해 똑바로 달려들었다. 등애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에서 기병과 검을 맞부딪쳤다. 두 사람의 검이 부딪치자 벼락 치는 소리가 났다.


그사이 다른 병사들은 기병을 차분히 정리했다. 피해는 봤지만, 애초에 흑의 정예병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뒤가 안전해지고 성벽에도 서서히 적외성의 병사를 몰아내고 점령 범위를 넓혀갔다.


차근차근 적외성 공략이 진행되는 와중에 기병과 등애의 싸움은 불꽃이 튀겼다. 결투도 아니고 당연히 두 사람만 싸울 필요 없는데 부장들도 없고 다친 병사들이라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마치 용과 범이 싸우는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봤다.


두 사람의 칼이 여러 차례 부딪쳤다.


찌르고 베고 피하고 막아내고 많은 합을 주고받아도 두 사람은 지친 기색 하나 없고 오히려 더 힘이 솟는 모습을 보였다.


유비와 조조는 두 사람이 싸우는 와중에 밧줄을 모아 올가미를 만들었다. 굳이 두 사람의 우열을 가릴 필요 없고 정식적인 결투도 아니다. 급이 맞아야 결투도 하는 건데 잘못해서 대장 등애가 일반 병사에게 죽으면 흑 군은 자멸하고 본인들의 목숨도 위험해진다.


유비와 조조는 기병의 뒤에서 눈치를 살피며 빈틈을 살피다가 냅다 올가미를 던졌다. 하나는 왼쪽 팔에 다른 하나는 목에 걸려서 순식간에 기병은 뒤로 넘어졌다.

기병이 가지고 있는 칼로 목에 매인 밧줄을 끊었지만 이미 병사들이 몸을 던져 팔과 다리를 붙잡으니 그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병사들은 밧줄로 꽁꽁 묶어 기병을 완벽히 제압했다.


등애가 살기 어린 눈으로 밧줄에 묶인 기병에 다가왔다. 병사들은 기병의 무릎을 강제로 꿇리고 반항하지 못하게 좌우에서 팔을 잡았다.


“일반 기병 주제에 훌륭하구나.”


등애는 차디찬 목소리로 씹어 뱉듯이 말했다. 조금의 동정심도 없이 당장이라도 기병의 목을 벨 기세였다.


“나는 일반 병사가 아닌 적외성의 장수다.”


기병은 등애를 노려보며 지지 않고 답했다. 그렇더라도 등애와 계급 차이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은?”


등애가 검을 높이 들었다. 기병은 여전히 등애를 노려봤다.


“없다.”


“잠깐!”


조조가 두 팔을 벌려 등애와 적외성의 장수 사이에 끼어들었다.


“전투는 이미 끝났습니다.”


조조가 성을 가리켰다. 모든 이들이 조조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이미 적외성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성벽에는 흑의 깃발이 휘날렸다.


“우리의 목적은 역적 여포의 포획과 적의 구원입니다. 굳이 피를 더 흘릴 필요 없습니다.”


냉철한 조조가 평소와 달리 등애에게 간곡히 말했다. 하지만 등애는 아까까지의 전투에 분이 식지 않았는지 여전히 기병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명 정도는 더 피를 흘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장군께서 너그럽게 이 자를 용서해주신다면 저 조조가 부족하오나 무슨 일이 있어도 베푸신 은혜를 열 배로 갚도록 하겠습니다.”


조조는 허리를 굽혀가며 공손히 등애에게 부탁했다.


등애는 적외성 장수를 더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날카로운 눈으로 조조를 쳐다봤다.


냉정하고 거만한 신동이라고 조조를 평가했던 등애는 순수히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을 위해 고개를 숙이며 자신을 낮추는 모습에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어린 사내에게 공포를 느꼈다.


인재에 대한 욕심과 과감한 행동에 빠른 판단력.

그릇이 크다.


제국을 품을 정도로 그릇이 너무나 크다. 여기서 차라리 미친 척하고 조조를 죽여버리면 흑과 제국을 위해서 옳은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내렸던 검을 자신도 모르게 다시 높이 들었다.


“저도 부탁드립니다.”


유비도 조조를 따라 등애에게 부탁했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 이곳에 왔지. 살육을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유비는 조조를 보는 등애의 눈빛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슬며시 조조와 등애의 사이에 섰다. 두 부대장이 나서자 병사들도 딱히 죽일 필요 없지 않냐며 웅성거렸다. 등애는 검을 검집에 다시 넣었다.


“마음대로 하라. 하지만 위험한 자니 포획은 풀지 않겠다.”


등애는 적외성 입성을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조조를 따르는 병사 여럿을 제외하고 전부 등애를 따라 적외성을 향했다. 상황을 모면한 유비와 조조는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여전히 무릎 꿇린 기병을 봤다. 유비도 등애와 비등하게 싸우며 죽음 앞에서도 당당히 행동한 기병에게 흥미가 갔다.


인연이 닿는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나게 된다고 생각하는 유비는 몸을 날려 기병을 구한 조조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나는 청의 군주 조강의 차남이자 현 황제의 군대 청의 대장 대리를 맡은 조조라고 하네.”


조조가 최대한 인자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기병은 잠시 고개를 들어 조조를 살펴보더니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조조는 호쾌하게 웃었다.


“이 장수의 밧줄을 풀어주게.”


조조는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병사들은 위험한 인물을 풀어줘도 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괜찮네. 풀어주게.”


재차 조조가 명하자 병사들은 명에 따라 기병을 풀어줬다. 어찌나 밧줄이 꽉 묶였었는지 몸에 벌겋게 밧줄 자국이 남았다.


“강요할 생각도 강제로 나를 따르게 할 마음도 없다.”


그제야 기병은 진지한 얼굴로 조조를 바라봤다. 조조는 밝은 미소를 띠며 기병과 눈을 마주쳤다.


“자네의 앞에 갈림길이 나왔어. 나를 따라 적외성으로 들어가 백성들을 안심시키거나 아니면 근처의 다른 여포를 따르는 성으로 돌아가 다시 황제의 군대에 대적해 싸워라. 하지만 다음번에 만날 때는 오늘같이 내가 구해줄 수 없다.”


기병은 적외성을 봤다. 적외성에서는 아까보다 더 많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시선을 돌려 적외성과 멀찍이 떨어져 있는 다른 성의 방향을 봤다. 다시 조조를 보자 기병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 하세. 대장부로 태어나 장검을 지고 천자의 계단을 올라야 하지 않겠나?”


검을 지닌 채 천자의 계단에 오른다.


전생의 조조가 한나라의 황제에게 받은 대우다. 나라의 최고 공신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으로 황제 앞에서 검을 지닌다는 것은 신하에게 주어진 최고의 대우다. 기병을 설득하며 조조는 슬그머니 마음속에 있는 야망을 드러냈다.


기병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고민에 빠져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여전히 내밀었던 손은 거둬지지 않고 그를 기다렸다.


결심이 선 기병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조조가 내민 손을 잡았다.


“적외성 교관 태사자. 조조 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사드리며 조조 님께서 살려주신 이 목숨 오직 조조 님께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태사자를 일으켜 세워 직접 태사자의 무릎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주었다. 태사자라는 이름은 처음 듣지만, 이미 실력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등애의 뱃속만 불리게 하는 쓸데없는 원정에 큰 인재를 얻게 되어 너무나 기뻤다.


“훌륭한 교관이 있으니 성의 병력이 강했군. 내 이런 용장을 만나니 이제 무엇도 두렵지 않다!”


흡족한 미소로 태사자를 크게 칭찬하는 조조의 뒤에 태사자를 알아본 유비는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이제 우리도 성에 들어가자. 적외성의 백성들을 서둘러 안정시켜야지.”


유비가 재촉하자 그제야 조조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적외성을 향해 움직였다.


“태사자가 누군지 아나 본데?”


조조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잘은 몰라. 옛날에 짧게 만난 적이 있어.”


“아는 것만이라도 얘기 해줘.”


유비는 자신 없는 얼굴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자세한 기억은 가물가물했다.


조조는 신난 얼굴을 지었다. 전생의 이야기를 나눌 때면 조조는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작가의말

산악은 7로 마무리 되고 이번 주에 한편 더 올라갑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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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무기한 휴재 23.11.12 32 0 2쪽
77 민생안정 2 23.11.06 12 0 9쪽
76 민생안정 1 23.10.30 11 0 10쪽
75 하후연 5 23.10.23 19 0 10쪽
74 하후연 4 23.10.16 16 0 9쪽
73 하후연 3 23.10.09 19 0 10쪽
72 하후연 2 23.10.02 17 0 9쪽
71 하후연 1 23.09.25 26 0 11쪽
70 희소식 3 23.09.18 23 0 11쪽
69 희소식 2 23.09.11 23 0 10쪽
68 희소식 1 23.09.04 25 0 10쪽
67 종전 2 23.08.28 23 0 11쪽
66 종전 1 23.08.25 27 0 9쪽
65 미축 4 23.08.14 24 0 10쪽
64 미축 3 23.08.07 26 0 11쪽
63 미축 2 23.07.31 28 1 10쪽
62 미축 1 23.07.24 28 0 10쪽
61 반란 4 23.07.17 26 0 11쪽
60 반란 3 23.07.10 28 0 10쪽
59 반란 2 23.07.03 30 0 12쪽
58 반란 1 23.06.26 33 0 10쪽
57 태사자 3 23.06.19 34 0 11쪽
56 태사자 2 23.06.12 35 0 10쪽
55 태사자 1 23.06.08 39 1 10쪽
» 산악 7 23.06.05 39 0 9쪽
53 산악 6 23.05.29 35 0 10쪽
52 산악 5 23.05.22 33 0 10쪽
51 산악 4 23.05.15 34 0 11쪽
50 산악 3 23.05.08 40 0 11쪽
49 산악 2 23.05.01 4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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