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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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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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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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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전조

DUMMY

< 14-15 Scottish Premiership 9 Round >

파틱 시슬 : 로스 카운티

2014년 9월 27일 (토) 15 : 00

퍼힐 파크 (관중 수 : 3,132명)



[로스 카운티 / 4-4-2]

FW : 에이든 딩월 / 잭 마틴

MF : 제임스 블랜차드 / 알렉산더 캐리 / 리차드 브리튼 / 소피앙 부팔

DF : 리 월리스 / 폰투스 얀손 / 스콧 보이드 / 아메드 델샤드

GK : 마크 브라운



“젠장.”


경기를 지켜보던 파틱 시슬의 감독, 아론 아치볼드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분명 준비는 완벽했다. 그의 생각으론 말이다.


장소가 홈구장인 퍼힐 파크였음에도 로스 카운티가 구사하는 4-4-2 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하여 소극적으로 가라앉은 형태의 4-5-1 진형을 내세웠다.


최대한 중앙을 두텁게 만들어서 상대 미드필더들에게 넓은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것. 특히 최근 위협적인 패서로 주목받고 있는 알렉산더 캐리가 마음껏 활개 칠 수 없도록 하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그리고 그 작전은 잘 맞아 들어가는 듯했다. 시작하자마자 주도권을 잡으면서 그들을 몰아붙이고 첫 유효 슈팅까지 가져왔으니 말이다. 거기에 전반 8분,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의 시야를 교묘히 피해 돌아 들어간 크리스티 엘리엇(Christie Elliott)이 선제골까지 넣는 데 성공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이 또한 며칠간 수도 없이 연습해왔던 세트플레이였고, 아치볼드는 그 결실이 실전에서 제대로 발휘되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여 상대 벤치를 향해 만세 포즈로 가벼운 도발을 날리기도 했다.


이미 작년에 파틱은 리그 컵에서 로스 카운티를 한 번 잡아본 전력이 있었고(정규 리그에서 세 번을 만나 전패한 기록은 그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지만), 그로 인한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기에 나올 수 있던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버릴 줄 알았다면 그냥 잠자코 있었을 것이다.


승리감에 도취될 수 있었던 시간은 골이 들어가고 선수들이 셀레브레이션 하는 걸 지켜보기까지 채 1분도 되지 못했다. 이후 로스 카운티가 일방적으로 퍼부어대는 공격에 견디기 바빴고, 급기야는 5분도 버티지 못하여 골문을 내주고 만 것이다.


실점은 허무하게도 파틱 측의 실책으로 비롯되었다. 후방에서 패스를 돌리다가 매섭게 압박해오던 딩월에게 가로채였고, 위험지역에서 볼을 빼앗긴 탓에 다급한 나머지 그의 뒷모습만 쫓다가 절대 노마크로 두어선 안 될 9번을 놓쳐버리는 최악의 플레이까지 해버렸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선제골을 넣으며 치솟았던 사기는 그 한 방에 꺾여버렸고, 이어서 정확히 8분 후 파틱은 로스 카운티에게 내준 코너킥에서 다시 한번 당하고 말았다.


볼이 코너 플래그를 떠나 최고 높이까지 솟아오른 순간 니어 포스트 쪽으로 빠르게 잘라 들어오는 보이드의 움직임은 파틱이 연습했던 것처럼 철저하게 계획된 플레이였다.


그렇게 역전 골까지 쉽게 허용하고, 지금의 상태에 이른 것이다.


“크리스, 뭐해! 3번 쫓으라니까!”


연달아 실점을 한 이후 내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던 아치볼드는 터치라인을 거의 뛰쳐나갈 기세로 팀에게 귀중한 골을 선사했던 공신에게 호통을 치고 말았다.


사실 그의 판단이 틀린 건 아니었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엘리엇은 로스 카운티의 베테랑 풀백인 월리스를 견제하는 중책을 맡고 있었는데, 잠깐 집중력을 잃은 틈에 그 위협적인 대상이 파틱 진영 깊숙이 들어가는 걸 보고 있으니 복장이 터질 지경이었던 것이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캐리의 로빙 패스가 타이밍 좋게 왼쪽을 향해 날아갔고, 볼은 박스 외곽에서 안으로 한 발자국 정도 들어간 월리스의 머리에 정확히 떨어졌다.


“뭐하냐고!”


그리고 아치볼드는 한 번 더 소리 지를 수밖에 없었다.


월리스가 곧장 헤더로 골문 앞까지 전달해준 볼은 파틱의 수비가 먼저 가슴으로 받아내긴 했지만, 급정거하다가 잔디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걷어내려던 것이 비껴 맞으면서 하필 그 옆에 어슬렁거리고 있던 블랜차드에게 패스해 준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환장의 연속이었다.


“젠장!”


세 번째 실점까지 헌납하는 걸 보며 아치볼드는 오늘 안 그래도 유독 많이 내뱉었던 말을 한 번 더 되뇌고 말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말려버린 것일까? 계획해 온 것들은 나쁘지 않았다. 로스 카운티의 어떤 쪽을 견제해야 그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 세세하게 연구했고, 신중하게 작전을 세웠다. 그리고 그것들이 초반에는 확실히 효과도 보았다.


보이드에게 내준 두 번째 실점은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첫 번째와 지금의 실점은 사실 먹혀서는 안 되는, 한 마디로 멍청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런 수준이었다.


“실수만 없었어도 아직 최소 동점이었는데.”


아치볼드는 이를 악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 이탈리안 놈의 콧대를 뭉개버릴 수 있었는데 이런 한심한 짓거리로 물거품이 되다니!”


분명 그가 며칠을 몰두하면서 준비한 것들은 마냥 헛된 계획이라고만 할 수는 없었다. 전개의 중심이 되는 캐리를 봉쇄하고, 저 팀의 실질적 좌측 날개라 할 수 있는 월리스를 경계하는 것. 이 두 가지는 이제 로스 카운티의 기본 상대법으로 점점 굳혀지는 추세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몇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그 계획을 자신의 선수들이 완벽히 수행해낼 수 있느냐에 대한 가능성이었고, 또 하나는 그들을 어떻게 막을지는 열심히 연구했으나, 이후 어떻게 공략해 들어갈지에 대한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4-5-1 진형을 내세운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가 전방에 배치한 공격수는 내내 혼자 고립되어서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반대편에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 있는 저 이탈리안 감독이 아치볼드가 준비해왔던 그 이상으로 자신을 전부 분석해놓은 상태이며, 로스 카운티 역시 파틱 시슬보다 더 철저하게 조직력이 훈련된 팀이란 사실을 배제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아치볼드가 이 사실을 깨달으려면 아마도 경기가 끝난 후 비디오를 여러 번 돌려보며 복기를 하고 난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

< 파틱 시슬 1 : 4 로스 카운티 >

크리스티 엘리엇(8‘)

+++++++++++++++++++++++++++++

잭 마틴(13‘)

스콧 보이드(21‘)

제임스 블랜차드(37‘, 82’)


=============================



“때로는 계획을 세워도 무의미한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오늘이 그런 경우죠. 초반에 우리는 리드를 잘해나갔었어요. 단지 그걸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을 뿐입니다. 아쉽네요. 여러모로 아쉬워요. 어쨌든 승리한 로스 카운티에게 축하의 말은 건네주겠습니다.”


나름 담담하려고 신경 쓴 멘트였으나 속이 얼마나 부글부글 끓고 있을지는 인터뷰를 하는 그의 어두운 얼굴색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냥 이건 완패한 경기지.’


기자들의 생각은 모두 동일했다. 만회 골을 넣기는커녕 후반전도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다가 치명적인 쐐기 골까지 내주고 끝나버린 경기였으니 말이다.


지쳐서 탈진하고야 만 수비를 마지막에 잔혹하게 짓밟아버린 부팔의 돌파와 이후 그의 백패스를 받은 델샤드의 크로스, 종지부를 찍어버리는 블랜차드의 강력한 헤더까지.


그 골이 들어간 후 파틱을 지켜보던 관중의 숫자는 거의 반이 줄어들었다. 끝까지 남아서 자신의 팀이 두들겨 맞는 걸 지켜볼 바에야 출구가 바글바글해지기 전에 미리 집으로 돌아가는 게 더 현명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참혹한 결과를 직접 받아들인 당사자는 쉽사리 수용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현재의 로스 카운티를 두고 그들이 잘 나가는 것에 대해 인정하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수긍하지 못하고 깎아내리고 싶어 하는 이들 또한 있는데 아치볼드는 후자에 속하는 쪽이었다.


로스 카운티, 원래 파틱과 동일한 취급을 받던 구단이 아니던가? 아니, 당시의 전망은 자신의 팀이 조금 더 우세하기까지 했었다.


근데 어디서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외국인이 난데없이 나타나서는 말도 안 되는 성공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건 도저히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로스 카운티를 반드시 잡아내고 저 이탈리안이 거두고 있는 성과가 그저 요행이 잘 따라주었음을 사람들 앞에서 밝혀내리라 벼르고 있었건만,


‘역시 이제 로스 카운티는 완전히 스코티시의 강호 중 하나로 봐야 하는 건가? 오늘 기사는 쓸 내용이 좀 많겠어.’


오히려 반대로 증명해준 꼴이 된 셈이었다.


*******


“요즘 로스 카운티 경기를 보는 맛에 살고 있습니다. 살아생전 이 팀이 이렇게까지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어요.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현실이죠. 매번 보는 눈이 즐겁고 신선한 충격까지 안겨다 주고 있으니까요. 다음엔 또 어떤 놀라움을 선사해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가끔은 아쉬울 때도 많아요. 내가 좀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요. 지금의 로스 카운티에서 현역 생활을 하면 어떤 기분일지 정말 궁금하거든요.”


그동안 로스 카운티를 향한 호의적인 시선은 거의 없다시피 했었다.


자극적인 기사를 위해서 왜곡해대기 바쁜 언론들이야 논외로 하더라도 평론가들은 감독과 팀을 비판하기 일쑤였으며, 스코티시 리그에서 은퇴했던 몇몇 영향력 있는 선수 출신들 역시 부정적인 견해를 비춰왔었다. 심지어 로스 카운티를 서포트하는 대변인들마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으니 거의 공공의 적이라 해도 잘못된 표현은 아니었다.


자국 감독이 아니라 외국인이라서? 그가 부임하자마자 대거 방출에 스쿼드를 갈아엎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서? 아니면 그가 때때로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기행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어쨌거나 로스 카운티에게 필요 이상의 가혹한 잣대가 주어진 건 분명한 사실이었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옹호하는 사람들이 나서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작년을 이어 그보다 더 심상찮은 행보가 지속되니 비판의 목소리가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었다.


비록 작은 지역지인 딩월 풋볼 프레스에서 나온 인터뷰이긴 하나 로스 카운티를 향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 이 인물이 2002년에 입단하여 무려 7년간 팀에 헌신했던 마크 맥컬로치(Mark McCulloch)였기에 파장은 더욱 컸다.


주전 센터백으로 뛰면서 강등과 승격을 모두 겪어왔던 2000년대 로스 카운티의 산증인. 통산 230번, 리그 최대 출전 기록까지 보유한 인물이 현재의 팀을 강력히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구단 레전드의 인터뷰로 인해 그 스타트가 제대로 끊어진 셈이었다.


*******


< 14-15 UEFA Europa League 'Group I' Match >

AS 생테티엔 : 로스 카운티

2014년 10월 2일 (목) 19:45

스타드 조프루아 기샤르 (관중 수 : 22,287명)



[AS 생테티엔 / 4-3-3]

ST : 리키 판 볼프스빙컬

WF : 요한 몰로 / 로맹 하무마

MF : 르노 코아드 / 파비앙 르무안

DM : 제레미 클레망

DF : 프랑크 타바누 / 무스타파 바얄 살 / 로익 페랭 / 케빈 테오필 캐서린

GK : 스테판 뤼피에


[로스 카운티 / 4-4-2]

FW : 에이든 딩월 / 잭 마틴

MF : 제임스 블랜차드 / 알렉산더 캐리 / 리차드 브리튼 / 에드빈 데 루어

DF : 리 월리스 / 폰투스 얀손 / 스콧 보이드 / 아메드 델샤드

GK : 마크 브라운



“역시 유럽 대항전은 리그처럼 호락호락하지만은 않군.”


경기를 지켜보던 구단주 로이 베넷의 말이었다.


후반 70분이 다 되어 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스코어는 0 : 0, 파틱 시슬의 선수들을 상대로 마음껏 필드를 누비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던 캐리 역시 오늘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대런 케틀웰과 교체되어야만 했다.


아직 끝나려면 20분가량 더 남아있긴 하지만 일단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 경기였다.


하나는 생각보다 치열하게 주고받기보다는 둘 다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하면서 수비를 우선시하는 양상이었기에 전체적으로 살짝 루즈한 흐름이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오늘 가장 눈에 띈 선수들이 양 팀의 골키퍼였다는 점이었다.


조심스럽게 경기를 진행했다곤 하지만 아직도 서로 점수가 나지 않은 건 두 골리의 눈부신 선방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브라운은 정면에 가까우나 위협적으로 들어오는 르노 코아드(Renaud Cohade)의 프리킥을 골대 위로 펀칭해냈고, 또 월리스가 비워둔 공간을 절묘하게 침투한 로맹 하무마(Romain Hamouma)의 구석을 노리는 슈팅까지 몸을 날리면서 선방해내었다.


유럽 대항전이란 큰 무대에서 여전히 흔들림 없는 폼을 보여주면서도 위험한 상황까지 막아내며 골문을 지키는 모습은 감독이 왜 주전이던 아담 해틀리를 내치면서까지 그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없었는데, 상대 팀 골키퍼인 스테판 뤼피에(Stephane Ruffier)는 그보다 더한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브라운이 멋진 활약이었다면 뤼피에는 미쳤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수비를 따돌리며 들어간 잭 마틴의 헤더 슛을 엄청난 반사 신경으로 막아내는가 하면, 브리튼이 날린 중거리 슛이 제법 강력했음에도 그걸 덥석 잡아냈으며, 페널티 아크 서클 부근에서 시도한 블랜차드의 슛마저 쳐내는 등 신들린 선방을 연속하고 있으니 말이다.


“뭐, 저런 키퍼가 다 있단 말인가?”


스코티시 리그였다면 보통 이 정도 기회만 주어져도 점수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들어갈 것도 막아내는 저 키퍼 앞에서 베넷은 신문물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처럼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그······ EPL이나 스페인······ 같은 리그에서 저런 키퍼들을 본 적은 많은데······.”


대런 코너 단장 역시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로스 카운티가 프랑스 리그 앙에 있는 팀을 상대로 이렇게 공격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뿌듯한 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저 반짝이는 스킨헤드만큼이나 빛나는 선방을 거듭하는 골리에 시선을 빼앗겨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는 두 사람이었다.


오늘의 로스 카운티는 저 날다람쥐처럼 날아다니는 저 키퍼를 뚫을 방법이 없어 보였다.


“어엇?”


그때 관중석이 술렁였고, 베넷 역시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얀손으로부터 길게 날아간 롱 볼이 생테티엔의 소유권으로 넘어가는 순간 로스 카운티의 전방 요원들이 일시에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볼을 잡은 수비수 로익 페랭(Loic Perrin)은 갑작스러운 습격에 당황한 나머지 정면으로 달려오는 블랜차드를 등으로 막으면서 뒤로 볼을 빼는 선택을 하였는데, 거기서 의도보다 너무 짧게 패스하면서 딩월에게 건네주는 대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좋아!”


볼을 낚아챈 딩월이 바라보는 생테티엔의 정면은 고작 수비 한 명만 서 있을 뿐이었다. 이보다 더 결정적일 수 없는 절호의 기회를 두고 베넷은 거의 엉덩이를 좌석에서 뗄 듯 말 듯 한 자세로 딩월의 플레이를 지켜보았다.


“골이다!”


그리고 볼을 몰며 박스 안에 들어간 딩월이 무사히 수비를 피해 반대쪽에 있던 잭 마틴의 오른발까지 전달해 주는 순간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만세를 부르며 높이 들어 올린 양손은 자연스레 그의 뒤통수를 잡고 말았다. 베넷이 예상한 것과 달리 볼은 골라인 바깥으로 굴러나가고 있었다.


“세상에······. 저것도 막는다고?”


슈팅이 부정확한 것도 아니었다. 분명 오른쪽 골대 구석을 확실하게 노려서 찼다. 원래대로라면 그물이 흔들렸어야 했지만, 보이는 장면은 이마를 감싸 쥐며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는 잭 마틴의 표정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모두가 그런 표정일 것이다.


“정말 미쳤군.”


다시 털썩 주저앉은 베넷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로스 카운티에서 가장 믿음직한 공격수의 결정적 슈팅마저 막아내는 괴물 키퍼를 보면서 오늘은 점수를 내기 글렀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

< AS 생테티엔 0 : 0 로스 카운티 >


=============================



양 팀은 결국 각각 승부를 내지 못하고 1점을 나눠 가지게 되었지만, 손해의 경중을 따진다면 로스 카운티가 좀 더 타격이 크다고 할 수 있었다. 폰투스 얀손과 리차드 브리튼이 각각 경고 누적으로 한 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최상의 전력으로 맞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유럽 대항전에서 핵심 선수 두 명을 쓸 수 없는 건 분명 좋은 현상이라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음 경기가 잘츠부르크와 생테티엔에 비해 좀 더 상대하기 편한 올림피아코스전이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큰 타격은 정작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 14-15 Scottish Premiership 10 Round >

로스 카운티 : 애버딘

2014년 10월 6일 (월) 19 : 45

빅토리아 파크 (관중 수 : 6,066명)



[로스 카운티 / 4-4-2]

FW : 에이든 딩월 / 잭 마틴

MF : 제임스 블랜차드 / 알렉산더 캐리 / 리차드 브리튼 / 소피앙 부팔

DF : 리 월리스 / 폰투스 얀손 / 대니 패터슨 / 아메드 델샤드

GK : 마크 브라운



“이런.”


태연함을 유지하는 데 능숙한 이탈리안 감독조차도 걱정스러움을 감출 수 없는 문제였다.


볼을 잡기 위해 상대 수비와 뒤엉키며 달리던 블랜차드가 절뚝거리더니 이내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 것이었다. 아까 경합하다가 크게 넘어진 게 원인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의료팀이 나가기도 전에 벤치를 향해 두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교체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많이 심각한가 본데요?”


스튜어트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심각성은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지간해선 교체되는 것조차 싫어하는 티를 낼 정도로 풀타임 출전 욕심이 가득한 저 선수가 스스로 나가길 원할 정도라면.


“의료팀 내보내고, 제임스는 에드빈과 교체 준비하지.”


감독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블랜차드는 다친 곳으로 보이는 오른발 쪽 축구화를 벗더니 성난 표정으로 잔디 바닥에 내팽개치고 있었다.


계속 뛰고 싶지만, 지금은 더 뛸 수 없다는 몸의 경고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작가의말

매번 기다려주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제 글을 기다려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함과 죄송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글쓸때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반드시 완결로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대로면 안 된다는 걸 저도 의식하고 있습니다.

점차 연재 속도를 내서 더 많이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 _)


소중한 후원금을 보내주신

이풍 님

설악산귀신 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_ _)

점차 속도를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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