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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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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최근연재일 :
2024.06.2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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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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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글자
21쪽

95. 돈 값하네

DUMMY

로스 카운티 믹스트 존, 안토니오 델 레오네의 컨퍼런스.


“더 스코츠맨의 제임스 맥렐랜드입니다. 우선 유로파 본선에 진출하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리고요. 오늘 주제에 안 맞는 얘기인 건 알지만 워낙 큰 화젯거리라서 말이죠. 하나 질문드려도 괜찮을까요?”


“말씀하시죠, 맥렐랜드 씨.”


“어젯밤 추첨식에서 로스 카운티는 올림피아코스, 잘츠부르크, 생테티엔. 이 세 팀과 같은 그룹이 되었습니다. 벌써부터 꽤 까다로운 조에 속하게 되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감독님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글쎄요. 어떤 조에 들어가든 쉬운 길은 없었을 겁니다. 모두 예선에서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올라온 팀들이니까요. 유럽 대항전이란 그런 무대죠. 그저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싸워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제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죠. 현재 3~4일 간격으로 연달아 경기를 치르는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선수들의 체력에는 문제가 없나요? 특히 딩월과 블랜차드는 시즌 개막 이후 휴식도 없이 계속 엄청난 양을 뛰고 있는데요. 던디 유나이티드전에서 그들을 빼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겠습니다만, 과연 괜찮을는지······.”


“선발의 기준은 당연히 몸 상태가 우선입니다. 그래서 매번 철저하게 체크 중에 있죠. 라인업을 미리 말해두는 걸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두 선수의 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정도는 알려드릴 수 있겠군요.”


“워낙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들이라 아직 끄떡없는 모양이군요. 알겠습니다. 최근의 멋진 활약으로 몇몇은 국가대표 발탁까지 되었는데 감독님도 기쁘시겠어요.”


“마땅히 뽑힐 자격이 있는 친구들이 인정받은 셈이니 물론 기쁩니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요. A매치 기간 동안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텐데 국가대표 경기를 소화하는 선수들은 그렇지 못하죠. 그게 로스 카운티에게 안 좋은 영향으로 이어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건 제가 구단의 감독이기에 어쩔 수 없는 마음이겠지요.”


“하하, 네. 아무래도 국가대표에 갔다 오면 적응 문제도 무시할 수 없고 부상 염려도 있으니까요. 그 심정을 이해할 것 같네요. 답변 감사드립니다.”


“더 선의 크리스 워드입니다. 이번 상대가 던디 유나이티드이긴 해도 로스 카운티는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를 상대한 지 얼마 안 돼서 비교적 수월하게 느껴지시겠어요. 그렇지 않나요? 심지어 작년에는 그들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기도 했고 말이죠.”


“어떤 팀이든 각자의 특징이 있습니다. 묀헨글라트바흐를 상대해봤다고 다른 팀을 가벼이 여길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던디 유나이티드의 경우에는 감독이 바뀌어서 완전히 새로운 팀이 되었지요.”


“바뀐 감독이 세인트 미렌을 지휘했던 알란 윌슨입니다. 그는 작년에 로스 카운티를 한번 잡아냈던 경력을 내세우며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의견 한 말씀 해주시죠.”


“······뭐, 딱히 생각나는 말은 없군요. 두 팀이 좋은 승부를 펼쳤으면 합니다.”


*******


던디 유나이티드 믹스트 존, 알란 윌슨의 컨퍼런스.


“델 레오네 감독은 던디 유나이티드가 묀헨글라트바흐에 비하면 그리 대단치 않은 팀이지만 방심할 생각은 없다고 하던데요. 이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나요?”


“듣던 중 황당한 소리로군요. 언제부터 로스 카운티가 던디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대단치 않다느니 뭐니 하는 구단이 된 거죠?”


주목도가 높은 경기는 보통 각 팀의 컨퍼런스에서부터 긴장감이 조성된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감독들이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춰줄 필요가 있다.


약간의 왜곡된 사실을 곁들인 도발성 질문을 던질 때 그 미끼를 덥석 물어주는 감독이야말로 기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곧장 발끈해서 흥분한 모습으로 받아치고 있는 지금의 알란 윌슨처럼.


“던디 유나이티드는 80년대에 올드 펌과 대적했던 팀입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예요. 셀틱을 위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구단이죠. 스코티시 내에서 아무도 우리를 가벼이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로스 카운티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게 참 유감이군요. 독일 팀 하나 이겨봤다고 자신들까지 그 레벨에 도달한 거라 착각 중인 모양인 거 같은데요.”


나름대로 진지한 발언이었겠지만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광경이라 할 수 있었다.


여태껏 맡아온 팀 중 세인트 미렌이 최고 수준이라 할 만큼 내세울 커리어도 변변찮은 감독이 수년간 던디 유나이티드에 몸담아온 양 행세하며 노발대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풀만 뜯고 살았던 초식 동물이 맹수의 탈을 썼다고 무서워 보이겠는가?


부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검증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 있고, 경기력 적인 부분에서 팬들에게 답답하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는 터라 더더욱 설득력이 없는 모습일 뿐이었다.


거기에 윌슨은 작년부터 유독 로스 카운티 감독에게 라이벌 의식을 품고 있었는데, 그건 이미 어지간한 기자들 사이에서 퍼질 대로 퍼진 사실이다. 지금도 ‘델 레오네’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표정이 구겨지며 과민 반응을 보일 정도이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할 테지만.


어쩌면 라이벌 의식이라 쓰고 열등감이라 읽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저는 세인트 미렌에 있었을 때도 로스 카운티를 한 번 이긴 적이 있습니다. 전력이 열세였던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들을 잡아냈었죠.”


‘하지만 컵 경기를 포함한 당신의 통산 성적은 1승 4패인데요.’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는 이는 없었다. 잠자코 듣고만 있으면 한창 심취해 있는 던디 감독이 알아서 기삿거리를 만드는데 충분한 분량을 토해낼 테니까.


“그리고 전 이제 날개를 달았습니다. 던디 유나이티드는 매우 뛰어난 팀이에요.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탄탄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개막 이후 아직 패배가 없다는 사실이 그걸 증명해주고 있죠. 저는 제 팀에 대한 확신이 있습니다. 두 번 다시 우리가 로스 카운티에게 망신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말은 곧 던디 유나이티드의 승리를 확신한다는 얘기로 봐도 되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원정길이지만 우리는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승리를 쟁취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자연스러운 멘트를 깔아준 기자의 한 마디에 윌슨은 자신만만한 포부를 내비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하였다.


과연 던디 유나이티드의 전력을 등에 업은 그가 복수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델 레오네에게 좌절하게 될 것인지.


어느 쪽이 이기든 언론으로서는 그저 즐거울 뿐이었다.


*******


< 14-15 Scottish Premiership 6 Round >

로스 카운티 : 던디 유나이티드

2014년 8월 31일 (일) 14:00

빅토리아 파크 (관중 수 : 6,091명)



[로스 카운티 / 4-1-4-1]

FW : 에이든 딩월

MF : 제임스 블랜차드 / 알렉산더 캐리 / 대런 케틀웰 / 에드빈 데 루어

DM : 리차드 브리튼

DF : 리 월리스 / 폰투스 얀손 / 스콧 보이드 / 아메드 델샤드

GK : 마크 브라운


[던디 유나이티드 / 4-2-3-1]

FW : 안토니 스톡스

AM : 나디르 시프시 / 라이언 골드 / 라이언 도우

MF : 폴 페이튼 / 블레어 앨스톤

DF : 케빈 맥해티 / 개빈 거닝 / 데미안 파트리지 / 마크 윌슨

GK : 라도슬라브 시에르치니악



“후······. 젠장, 알렉산더 캐리······.”


알란 윌슨은 작년의 자신에게 끔찍한 악몽을 새겨주었던 옛 제자의 이름을 읊으며 로스 카운티의 선발 라인업을 훑어보았다.


“또 이탈리안 놈이 이상한 수작을 부리는군.”


4-4-2로 나올 거란 예상과 다른 진형. 로스 카운티의 원 스트라이커 시스템이 올 시즌 그렇게 썩 좋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쯤은 그 또한 알고 있는 정보다.


게다가 가장 요주의 인물로 주목하고 있던 잭 마틴은 선발에서 제외라니.


전술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아마 자신이 내세운 4-2-3-1 시스템에 대항하여 미드필더 숫자를 강화하기 위함이 확률이 높다. 브리튼이 후방으로 내려간 거로 보아 중앙 2선을 자유롭게 두지 않으려는 속셈일 테니까.


확실히 상대가 던디 유나이티드의 전력을 경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윌슨은 묘한 쾌감에 휩싸였다. 그 이탈리안보다 우위에 서서 시작한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


5라운드까지 4승 1무. 첫 개막전에서 하이버니언에게 살짝 삐끗한 뒤로 쭉 연승을 해오며 무패행진을 써나가고 있다.


비록 좌측 날개로 기용 중인 나디르 시프시(Nadir Ciftci)의 4골 2어시스트의 맹활약으로 꾸역꾸역 얻어낸 성적이지만, 어쨌든 그의 자신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을 확고하게 굳히기 위해서는 오늘의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눈엣가시인 로스 카운티 감독의 잘난 콧대를 눌러주면서 말이다.


*******


전반 6분.


“좋아! 아주 좋아!”


윌슨은 터치라인 끝에 서서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블랜차드가 케틀웰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페이튼이 빠르게 튀어나오며 가로챘고, 시프시가 그 볼을 이어받아 델샤드의 뒤를 뚫어내고, 측면을 급하게 커버하러 나온 보이드까지 드리블로 제쳐낸 것 때문이었다.


비록 이후에 올라간 크로스가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좋은 경기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나이스 플레이! 계속 그런 식으로 공격해!”


이번엔 풀백인 맥해티가 시프시와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올린 크로스가 스톡스의 발에 닿았지만, 브라운 골키퍼의 선방으로 로스 카운티가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던디 유나이티드는 초반부터 로스 카운티를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선수들 역시 윌슨만큼이나 이번 승리에 목말라 있었고, 정신력이 단단히 무장된 것처럼 보였다.


작년의 충격적인 대패를 설욕하려는 의지가 충만한 것이다.


“하, 이건 넣어줬어야지!”


윌슨은 살짝 위태로운 그의 모발까지 움켜쥐며 격하게 버둥거렸다.


방금은 로스 카운티의 좌측을 뚫어내고 올라간 볼을 연달아 두 번이나 슈팅을 가져갔지만, 수비의 몸에 막혀서 점수를 내지 못하는 가장 아쉬운 상황이었다.


던디의 맹공은 연달아 이어지고 있었지만 조금씩 부족한 결과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건 상대의 좌우 측면을 한 번씩 유린해냈다는 것이다. 이대로 페이스만 유지하면 골이 터져 나올 거라고 윌슨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정도라면 오늘의 경기는 결코 조용하게 끝날 리가 없을 것이다.


반면 로스 카운티는 무뎌진 시스템을 더 이상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는 세간의 비판대로 예리한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딩월이 시도한 총 두 번의 슈팅은 전부 높이 관중석으로 날아갔고, 그나마 데 루어가 스루패스를 받아 박스 안에서 날린 슈팅이 골대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게 위협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었다.


수비진의 집중력도 좋은 편이고, 좀 더 투쟁심을 발휘하는 것도 던디 쪽이다. 이대로 간다면 정말로 최상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윌슨은 벌써 눈앞에 아른거리는 달콤한 승리를 생각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필드를 지켜보았다.


철썩 -


그리고 그렇게 생각했던 희망은 허무하게도 세트피스 한 방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이게 뭐야······.”


윌슨은 그의 환상을 박살 내버린 월리스의 세리머니를 보며 쓴 침을 삼켜야 했다.


보이드의 강력한 헤더 슛이 정면으로 날아와서 골키퍼가 방어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어 튕겨 나온 세컨드 볼이 하필 월리스의 발에 떨어지며 던디가 먼저 골을 내준 것이다.


실컷 두들기다가 치명타를 한 방 제대로 맞아버린 셈이었다.


그리고 경기 양상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는 건 다양한 요소들이 있으며 그중에서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하나가 바로 선수들의 심리 상태다.


잘 풀린다고 생각이 들 땐 아무리 뛰어도 힘든 게 느껴지지 않고, 자신감 또한 증폭한다. 그러나 뭔가 꼬였다고 생각하는 순간 몸이 지치기 시작한다.


그것은 곧 경기력으로 직결된다.


전반 종료 후 라커룸에서 그걸 잡아줄 필요가 있었지만, 윌슨은 그런 부분에서 탁월한 재능이 없는 감독이었다.


“좀 더 집중해, 이 녀석들아! 잘 싸우고 있었는데 그런 한심한 실점을 내주면 어떡하라는 거야! 또 로스 카운티 놈들에게 패배하고 싶어? 그리고 진작 골만 넣었으면 이렇게 끌려갈 일이 없었잖아!”


감정을 앞세운 질책은 자신감을 더욱 하락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최악의 결과물을 낳는 꼴이 되고 말았다.


와아아 -


웬만해선 함성으로 진동할 일이 없는 빅토리아 파크가 들썩였다.


박스 바깥, 좌측 외곽 부분에서 날아간 벼락같은 중거리 슛이 던디의 오른쪽 상단 구석 그물을 시원하게 흔들어 낸 것이다.


이 주의 골로 선정될 만한 멋진 득점을 터뜨린 그 주인공은 리 월리스. 전반에 선제골을 넣으며 경기의 분위기를 뒤집은 그가 이번에는 경기장의 분위기를 흔들어내고 있었다.


“이익······. 이런, 제길!”


윌슨은 뿌드득 이를 갈며 그 상황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블랜차드의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에 속아 월리스를 자유롭게 놔둔 것이 화근이었다.


레인저스 시절부터 날카로운 슈팅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했던 그가 로스 카운티에 와서 처음으로 기록한 중거리 골. 그걸 당해준 대상이 하필 던디 유나이티드라니.


“젠장,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지?”


수비는 실점을 내준 이후로 계속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오늘 최고조의 컨디션을 뽐내는 월리스를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초반에 몇 번 뚫어냈었던 델샤드가 상황 적응을 했는지 그 이후로 시프시를 철통같이 봉쇄하고 있어 공격 또한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이보다 좋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경기가 어느새 총체적 난국으로 변모해있었다.


“시프시를 반대편으로 옮겨야 하나?”


지난 다섯 경기 동안 던디는 그 에이스 하나에 의존하여 승점을 챙겨왔다. 따라서 그가 힘을 못 쓰면 팀 전체가 힘을 못 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윌슨은 초조함에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야 했다.


그리고 후반 70분.


에이든 딩월과 교체되어 나오는, 가장 경계하고 있던 잭 마틴을 보자마자 그의 불안함은 극에 달하고 말았다.


‘두 번 다시 우리가 로스 카운티에게 망신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컨퍼런스에서 자신이 호언장담했던 한 마디. 그게 어쩌면 하루 만에 무너져버릴 수도 있는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데이비드 코치! 시프시를 반대편으로 옮겨야겠어. 그리고 스튜어트와 루이스를 준비시켜.”



후반 75분.


딩월과 데 루어를 불러들이고, 잭 마틴과 앤드류 톰슨을 투입한 로스 카운티에 맞서,


윌슨은 부진했던 도우를 불러들이고 스튜어트 암스트롱을 좌측 날개에 투입한 뒤, 시프시를 우측으로 옮겼으며, 2선 중앙의 골드를 불러들이고 루이스 맥클레드를 후방 미드필더에 집어넣었다.


4-2-3-1에서 4-3-3으로 변형한 것이다.


틀을 바꾸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걸 선호하는 윌슨이었지만, 어떻게든 후방을 강화하여 추가 실점을 막아야 한다는 그의 다급함이 느껴지는 선택이었다.


역전을 모색한 방안은 아니었으므로 던디의 경기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시간만 허비할 뿐이었다.


“어쩌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고······.”


윌슨은 아직도 지금의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최고의 경기력을 펼치고 있었는데 이제는 또다시 3실점 대패의 악몽을 막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처지에 있다.


와아아 -


그리고 또다시 듣고 싶지 않은 함성과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 동시에 윌슨의 눈과 귀를 자극했다.


캐리의 한 번에 넘어가는 로빙 패스가 던디의 우측면을 붕괴시켰고, 그 패스를 아무런 방해 없이 받아 들어간 리 월리스의 크로스가 예리하게 휘어져 들어갔으며,


그게 쇄도해 들어가는 잭 마틴의 발에 들어가는 걸 확인하자마자 윌슨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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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 카운티 3 : 0 던디 유나이티드 >

리 월리스(37‘, 58‘)

잭 마틴(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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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윌슨의 경기 후 인터뷰.


“우리는 초반에 아주 잘 싸웠습니다. 로스 카운티를 몰아붙이던 그때 점수를 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운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월리스 선수의 맹활약에 던디가 무너졌는데요. 이 경기는 선수 한 명이 만들어낸 거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리 월리스, 그 선수의 말도 안 되는 활약에 이런 결과가 나와 버린 겁니다. 그는 정말 환상적이었죠. 저는 오늘 경기에서 전술적으로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선수들의 정신력도 딱히 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돈의 차이죠. 로스 카운티가 거금을 주고 데려온 리 월리스의 차이로 만들어진 시합이에요.”



안토니오 델 레오네의 경기 후 인터뷰.


“던디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또 대승을 거두셨네요. 이번 승리 소감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오늘 우리 선수들은 최고의 모습이었습니다. 감독으로서 그저 자랑스럽군요.”


“다들 잘하긴 했지만, 오늘 경기는 월리스 선수 한 명이 판을 주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요. 그는 오늘 9.5 평점을 받으며 MOM이 되었습니다.”


“그는 아주 환상적이었습니다. 월리스 덕에 쾌적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것에 선수들도 모두 동의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큰 이적료를 지출하면서까지 그를 데려온 건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은데요. 오늘처럼 경기를 지배하는 영향력 말이죠.”


“그 이상이네요. 기대한 것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알란 윌슨 감독은 이번 시합이 월리스에 의해 결정 났으며 로스 카운티가 큰돈을 지급함으로써 승리를 얻은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는 지.”


“······저도 그의 말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돈 값하네요.”


*******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 붙었을 때만큼 대규모 이슈는 아니었지만, 로스 카운티와 던디 유나이티드의 격돌은 충분히 스코티시 축구팬들에게 떠들썩한 흥밋거리가 될 수 있었다.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재현된 3 : 0 결과와 월리스의 맹활약, 그리고 두 감독에게서 흘러나오는 묘한 기류 등. 경기 하나 속에 다양한 얘깃거리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알란 윌슨의 도발적인 인터뷰에 이탈리안 감독이 짧게 웃으면서 받아친 마지막 발언은 마치 하나의 쇼 프로를 보는 것처럼 재미까지 선사해주었다.



그리고 경기 이후, 9월 1일로 넘어가는 자정이 다가오기 전 로스 카운티의 마지막 계약이 성사되었다.



[ Scottish Sports ] 로스 카운티, 앙제 SCO에서 소피앙 부팔 임대 영입



< 이적 시장 종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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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입 >

리 월리스(DL) / 글래스고 레인저스

70만 파운드(약 12억 원)


폰투스 얀손(DC) / 말뫼FF

18만 파운드(약 3억 원)


아메드 델샤드(DR) / 보르스클라 폴타바

53만 파운드(약 9억 원)


데이비드 밀스(GK) / 하츠

자유계약


소피앙 부팔(AMR) / 앙제 SCO

임대 영입



<방출>

아담 해틀리(GK) / 세인트 존스톤

3만 5천 파운드(약 6천만 원)


바틀리 맥캔(DC) / 체스터 필드

6만 파운드(약 1억)


리암 마크센(AMR) / 고 어헤드 이글스

9만 파운드(약 1억 5천만)


니코스 바실라스(DL) / 아스테라스 트리폴리스

29만 파운드(약 5억 원)


로버트 퀸(MC) / 번리

60만 파운드(약 10억 원)


요앙 아르킨(ST) / 스타드 렌

90만 파운드(약 15억 원)


얀 송고(DC) / 블랙번

임대 종료


에릭 시코스(DR) / 슬로반 브라티슬라바

임대 종료



<임대>

케빈 루카센(ST) / 킬마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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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또 늦어서 드릴 말씀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또한 묵묵히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_ _)


못난 글쟁이에게 후원금을 보내주신

Nusrut 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_ _)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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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8

  • 작성자
    Lv.99 루크더엘린
    작성일
    18.09.04 22:12
    No. 1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재기간이 길더라도 보는건 이게 탑매 이후로는 처음이네요 진짜 글에 대한 몰입감이 요즘 소설 중에서 가장 좋은거 같아요

    찬성: 5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Diov
    작성일
    18.09.04 22:47
    No. 2

    과분한 칭찬과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_ _)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리며 연재를 많이많이 올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4 배GoFar
    작성일
    18.09.04 22:47
    No. 3

    솔직히 진짜 재밌어요.
    연재기간 길어도 글의 퀄리티가 유지되어서 괜찮다고 봅니다.

    찬성: 3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Diov
    작성일
    18.09.04 22:49
    No. 4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_ _) 저도 마음같아선 독자분들께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하루 빨리 드리고 싶은데 아직 부족한 탓인 거 같네요. 계속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6 호르트
    작성일
    18.09.04 22:59
    No. 5

    계속 연재만 해주신다면야... 일주일에 한편만 주십쇼(굽신굽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흰넋
    작성일
    18.09.04 23:06
    No. 6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thunders
    작성일
    18.09.04 23:08
    No. 7

    으앙, 너무 짧아! 아니, 짧지는 않지만 짧게 느껴져요... 다음편은 언제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도바민
    작성일
    18.09.05 00:06
    No. 8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3 Diov
    작성일
    18.09.06 20:53
    No. 9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35 아히야
    작성일
    18.09.05 00:08
    No. 10

    부팔이 언제 나오나 싶었는데 이제야 나오네요ㅋㅋ
    어린 에고이스트가 팀에 어떤 신선한 기류를 불러올지도 기대됩니다. 잘보고 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GYDY
    작성일
    18.09.05 00:35
    No. 11

    일주일에 한편... 저도 굽신굽신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은색의왕
    작성일
    18.09.05 01:08
    No. 12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포로시
    작성일
    18.09.05 04:40
    No. 13

    웬지 보너스 받은 기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옹당
    작성일
    18.09.05 08:16
    No. 14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8.09.05 21:55
    No. 15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49 foir
    작성일
    18.09.06 10:49
    No. 16

    여기서도 이 작품이 있었군요. 조금 전에 발견한 겸에 새삼스럽게 댓글 남겨봅니다. 문피아에선 첫 댓글이에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Judi
    작성일
    18.09.06 20:26
    No. 17

    전개 깔끔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코파는노마
    작성일
    23.12.07 03:33
    No. 18

    갑자기 FM 감독 답변 선택지가 나와서 뿜었네요 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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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 사냥개와 들개들 (3) +13 19.09.14 2,757 114 26쪽
121 121. 사냥개와 들개들 (2) +6 19.09.05 2,830 102 23쪽
120 120. 사냥개와 들개들 +8 19.08.25 2,952 100 26쪽
119 119. 임시방편 (3) +8 19.08.16 2,968 108 27쪽
118 118. 임시방편 (2) +9 19.08.05 3,054 97 24쪽
117 117. 임시방편 +10 19.07.24 3,064 118 25쪽
116 116. 셀틱은 셀틱 (2) +9 19.07.08 3,137 115 23쪽
115 115. 셀틱은 셀틱 +5 19.06.25 3,198 111 18쪽
114 114. 인식 변화 (2) +9 19.06.10 3,360 116 20쪽
113 113. 인식 변화 +12 19.05.24 3,542 134 20쪽
112 112. 던디 쇼크 (2) +11 19.05.07 3,463 126 22쪽
111 111. 던디 쇼크 +7 19.04.21 3,699 134 21쪽
110 110. 역이용 +12 19.04.02 3,580 137 22쪽
109 109. 키포인트 +10 19.03.17 3,681 146 25쪽
108 108. 상관없어요 +16 19.03.01 3,854 144 21쪽
107 107. 고난의 6연전 (6) +11 19.02.17 3,802 143 24쪽
106 106. 고난의 6연전 (5) +10 19.02.02 3,860 122 22쪽
105 105. 고난의 6연전 (4) +16 19.01.20 4,035 149 21쪽
104 104. 고난의 6연전 (3) +23 19.01.09 4,295 145 26쪽
103 103. 고난의 6연전 (2) +16 18.12.26 4,297 141 18쪽
102 102. 고난의 6연전 +10 18.12.08 4,619 147 22쪽
101 101. 전조 +17 18.11.25 4,580 173 19쪽
100 100. 단체 면담 +26 18.11.12 4,682 182 21쪽
99 99. 밀집과 전환 +18 18.10.16 5,035 173 18쪽
98 98. 천재의 가치 +10 18.10.05 5,124 181 20쪽
97 97. 사용 설명서 +17 18.09.26 5,204 203 26쪽
96 96. 프리먼의 인터뷰 (2) +15 18.09.16 5,444 184 19쪽
» 95. 돈 값하네 +18 18.09.04 5,427 183 21쪽
94 94. 알려지는 이름 +21 18.08.25 5,475 195 19쪽
93 93. 이끌리는 사람들 (2) +18 18.08.19 5,424 208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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