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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구 님의 서재입니다.

잡화상인 내가 용사대신 귀환했더니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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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06.01 00:01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707
추천수 :
184
글자수 :
105,356

작성
22.05.28 00:58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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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전조 (5).

DUMMY

저벅- 저벅-


황무지에 발걸음 소리가 조용히 번진다.


드넓은 황무지에 울리는 것은 시끄러운 엔진소리도, 돌연변이가 미쳐 날뛰는 소리도, 지긋지긋한 총소리도 아니였다.


한 소년의 발걸음 소리만이 드넓은 대지에 고요하고 차분하게 퍼져나간다.


저벅- 저벅-


소년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감상한다. 청명한 밤하늘의 달, 그리고 하늘을 기울인듯 솨아아-하고 쏟아지는 별비.


새햐얀 달을 기준으로 수 많은 유성우(流星雨)가 척박한 대지를 서서히 적셔나간다.


별과 달이 만들어낸 찬란하고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 결정체가 소년의 푸른 눈동자에 담긴다.


푸른 눈동자의 소년, 에이든은 그저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와아-"


이 곳에 와서 제대로 밤하늘을 본 적이 없었던 에이든은 눈을 빛내며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에이든이 발걸음을 멈추자 들리는 청아한 음성.


"그..그...이제 내려주셔도 괜찮아요.....무...무거우시자나요!"


에이든에게 엎혀있던 꼬마소녀가 에이든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말한다.


소녀의 이름은 니아. 에이든이 좀 전에 구해주었던 꼬마아이다. 12살이지만 똑 부러지기로 이 근방에서 유명하다는 것이 특징.


하지만 니아는 오늘따라 왠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는지 혀를 씹었다.


에이든은 등 뒤에 엎혀있는 니아에게 고개를 반쯤 돌리며 물어본다.


"엉? 뭐라고? 다왔다고??"


"아....아녜요!!! 좀 더 가면 나올 거에요!!"


니아는 얼굴을 붉히며 에이든에게 말했다. 자신이 무거워서 내려달라고 한건데 뻘쭘하게도 에이든은 듣지를 못했다.


에이든은 쏟아지는 유성우를 향해 미소짓고 외쳤다.


"오케이! 간다!"


에이든은 멋진 밤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사뿐사뿐 걸음을 옮겼다.


에이든 등에는 니아가 엎혀있었지만 상당히 가벼웠기에 걷는데엔 지장이 없었다. 니아에겐 미안하지만 나무장작 같은 느낌이랄까.


에이든은 천천히 걸으며 니아한테 물었다.


"근데.... 진짜로 나 가도 괜찮은거 맞지?"


"물론이죠!!!"


에이든은 오늘밤 니아의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니아를 위협하던 민머리 남자를 때려 눕히고 난 뒤, 니아에게 황무지에 잠 잘 곳이 있는지를 물어봤던 에이든.


니아는 흔쾌히 자신의 집에 에이든을 초청했다. 그래서 지금 니아의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니아의 집엔 식구가 꽤나 많다고 했었지만, 에이든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추워죽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이곳 땅바닥에서 잔다면 얼어죽을 것이 분명했다. 그건 에이든의 길바닥 생활에서 나온 본능적인 감각이 알려주었다.


과거 잡인상이었던 시절, 사막 대륙으로 물건을 팔러 갔었을 때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밤에 간이 텐트를 치고 잤었는데, 그때 깨달았다. 사막이나 황무지에서 밤에 자면 얼어 죽을 수도 있다고!


'그때.... 죽을 뻔했지....'


에이든은 마음 속에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그렇게 에이든이 별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니아가 등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


"오...오빠 거의 다왔어요! 저기 바위 쪽으로...가..가면! 바로 보여요!"


니아가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올려 둥그런 바위 쪽을 가르킨다.


에이든은 니아가 가르킨 곳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오오... 드디어!"


에이든은 집에 거의 도착했다는 것만으로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에이든은 속도를 내서 성큼성큼 바위 부근으로 다가갔다.


"♩~♪~♬~♪~♪"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향하는 에이든. 물론 에이든 자신의 집은 아니였지만, 왠지 모르게 신이 났다.


그렇게 엉덩이를 들썩이던 에이든은 당황스러운 존재를 목격한다.


'뭐....뭐지??'


자그마한 존재들. 그건 꼬맹이들이었다.


바위 뒷편에 꼬물꼬물 고개를 숙이고 있는 3명의 꼬마 애들이 보인다.


모두 니아보다 훨씬 어린 녀석들이다.


어린 녀석들은 평생 상대해 본 적이 없는 에이든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에이든은 발걸음을 멈추고는 뺨을 긁적이며 생각했다.


'설마 안 보인다고 생각하나....'


꼬물꼬물 움크리고 있던 꼬마들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에이든을 지그시 쳐다보기 시작한다.


"........저-"


에이든이 뭐라도 말을 해야겠다고 입을 열었을 때.


"니아 누나를 나줘!!!!"


한 놈이 툭 튀어나와 에이든에게 주먹을 들고 돌진한다.


"레오 아니야. 이 분은..!!"


에이든에게 엎혀있는 니아가 달려오는 레오라는 꼬마에게 소리치지만.


"이거나 먹어!!"


레오는 눈을 질끈감고는 에이든에게 자그마한 주먹을 내지른다.


에이든은 뭐 그냥 솜방망이 같은 꼬마애의 주먹을 맞아주기로 했다.


니아를 엎고있는 터라, 애초에 손도 자유롭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퍽-


"음?"


음... 레오라는 녀석은 제법 싹수가 있는 녀석이었군.


정확히 에이든의 가랑이 사이, 고간을 겨냥한 레오의 솜방망이 주먹은 꽤나 아팠다.


에이든도 눈물이 살짝 세어 나왔으니까.


그렇게 한바탕 시끄러운 소란 끝에 황무지의 밤이 저물었다.



****



8구역 구원교 성당. 지하 예배당.


에이든이 온갖 실험과 악행을 받았던 곳.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했던 이 지하 예배당에는 새로운 손님이 자리했다.


그의 이름은 말콤. 그는 신실한 사제이자 가브리엘 주교의 조수였으며, 에이든의 실험을 도왔던 자였다.


말콤은 어두 컴컴한 지하 예배당에서 소리친다.


"살...살려주세요!!"


말콤은 에이든이 구속되었던 의자에 앉아있었다. 에이든은 말콤과 옷을 바꿔입고 한참 전에 나갔다. 말콤을 의자에 구속시킨 것도 에이든.


그래서 지금 이 곳에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말콤이었다.


말콤은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흐느껴 울었다.


"흐어어엉-"


'이 곳 지하 예배당을 아는 사람은 자신과 가브리엘 주교님뿐이란 말이다!!'


쌀쌀한 공기와 철문 안에서 으르렁-거리는 돌연변이들은 말콤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말콤은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상태로 울며 소리쳤다.


"누가...누가 좀!! 살려주세요!!"


주님이 말콤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일까.


누가 지하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벅-

저벅-


말콤은 고개를 들고는 지하실 문을 눈물을 글썽이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고는 힘차게 외쳤다.


"가브리엘님!!!"


'가브리엘님이 오신거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구나!'라는 환희에 가득찬 생각을 할 때.


문이 펑- 터져나간다.


철컥-


"삐빅- 지금부터 통구이로 되기 싫으면 묻는 말에 대답만 합니다."


"어...어??"


말콤이 당황해 말을 더듬을 때, 자신의 관자놀이에는 이미 총구가 얹어져 있었다.


"에이든은 어디있습니까, 휴먼."


말콤이 목격한 것은 둥그런 안드로이드.


"하아- 우리가 꽤 개고생을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아. 적당히 둘러댈 생각이면 죽는단 걸 명심하는게 좋을거야."


그리고 하얀 담배연기를 내뿜는 사이보그였다.



****



8구역 둥그런 바위 밑에는 자그마한 소형 쉘터가 숨어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황무지 모래바닥 아래에 위치해있다. 그야말로 은폐와 엄폐가 동시에 이루어진 공간. 쉘터에 사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이처럼 황무지에 쉘터를 설치해 살아가는 사람들 중 몇몇은 땅 속이나 바위 틈에 자신의 주거공간을 설치하곤 했다. 그러는 편이 훨씬 안전하니까.


물론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고 싶거나 어느정도 힘이 있는 사람들은 예외였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둥그런 바위 밑에 위치한 소형 쉘터는 약자의 거주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니아의 식구와 에이든이 머물고 있었다.


에이든은 고개를 돌려 쉘터 내부를 살핀다.


20평 남짓한 협소한 공간에 하얀색 테이블과 방 한개가 전부다.


썰렁하고 쓸쓸할 것 같은 외관이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허전하진 않구만.....'


에이든은 허탈한 웃음으로 눈 앞에 꼬맹이들을 바라보았다.


"형 형! 형이 진짜루 그 「사우르스 」를 처치했어?????"

"에이든 히히히히 바보 같은 이름이다! 바보래요~ 바보~"

"오빠! 난 애리!"


꼬맹이들의 시끄러운 소리들 때문에 쓸쓸할 겨를 조차 없었다.


에이든은 사우르스진 뭔지는 잘 몰랐지만 그냥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까부터 자신의 다리며 어깨며, 느닷없이 달라붙던 꼬마애들이었다.


에이든은 왜 애딸린 손님들이 그렇게 한숨을 푹푹 쉬어댔는지 이제서야 깨달았다.


'아아... 리온나 아줌마, 스콜 아저씨, 모르 아재 미안해...'


에이든은 그것도 모르고 별거 아닌 걸로 힘들어 한다며 구박을 했었다. 그 때의 자신을 보면 머리를 쥐어 박아줄 것이다.


에이든은 눈을 질끈감고 외면해보지만 어림도 없었다.


"형 형! 이거 봐라 코끼리 풍웅차!!!!!!"


한 꼬마는 바지를 발가벗고 쪼꼬만 무언가를 돌리고 있었고.


"에이든은 바보다! 바보래요~ 바보!!!!"


한 꼬마는 자신의 어깨를 깨물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앙! 인사를 왜 안받아주는건데에엥!!!!!"


한 꼬마는 바닥을 뒹굴며 울고 있었다.


에이든은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


'오늘 하루는 편히 쉬기 글렀구만...'


그래도 이곳에 있는 모두가 시끄러운 건 아니었다.


에이든은 그나마 조용히 있는 두 명을 바라보았다.


한 명은 자신을 초대해준 니아. 다른 꼬맹이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니아는 천사 아니면 요정이 분명했다.


에이든은 자신의 마음속 평가등급을 조정했다.


[니아: 꼬맹이 ▶ 천사 or 요정]


참고로 현재 요정등급은 토와이스 ,에수파, 레드벨붕님 뿐이었다. 에이든은 니아를 그정도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기로 했다.


워낙 다른 꼬맹이들이 사나웠기 때문이었다.


'얌전하고 똑부러지고! 암! 요정이지! 천사지!'


그리고 니아 옆에서 서있는 소년 레오.


니아는 레오에게 고운 이마를 찌푸리며 말한다.


"레오. 어서! 에이든 오빠한테 사과해야지!"


에이든의 소중한 곳을 가격한 레오. 레오는 니아에게 혼나고 있었다.


에이든은 흐뭇한 미소로 니아를 바라보았다. 어쩜 저리도 마음씨가 이쁠까.


에이든은 콧잔등을 쓰다듬으면서 웃었다.


"허허허허허!!"


그리고 니아에게 혼난 레오는 에이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흥!"


삐졌는지 고개를 돌리고 방안으로 돌아갔다.


"오빠...죄송해요. 아직 레오가 철이 없어서."


니아가 풀이 죽은 표정으로 대신 사과했지만 에이든은 상관이 없었다. 니아의 고운 마음씨에 이미 힐링이 끝났기 때문.


에이든은 피식 웃으며 니아에게 말했다.


"난 괜찮아. 근데.... 그보다 그 할아범은 이제 깼으려나?"


"그랑손 할아버지요? 잠시만요!"


에이든의 물음에 니아가 쉘터의 조그만 방으로 들어간다.


이 조그만 쉘터에는 에이든과 어린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조그만 방에 누워있는 한 노인이 더 있었다.


그리고 그 노인이 이 쉘터의 주인이자, 꼬마 아이들의 보호자이기도 했다.


에이든이 왔었을 때는 노인이 자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시끄러운 꼬맹이들 소리에 깼으려나?'


에이든이 자신에게 들러붙은 꼬맹이들을 하나 둘씩 떼어내자, 니아가 방안에서 나와 말했다.


"들어오시래요!"


"오케이~"


에이든은 구석에 있는 방으로 간 뒤, 방문을 가볍게 두드리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온 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노인이 보였다. 환자라고 하기엔 꽤나 거대한 몸을 가진 노인.


그는 그랑손이라는 노인이었다.




항상 열심히 하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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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전조 (3). 22.05.23 45 5 12쪽
13 전조 (2). 22.05.22 46 5 11쪽
12 전조 (1). 22.05.22 48 5 9쪽
11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그리고 휴먼 (2). 22.05.20 49 4 11쪽
10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그리고 휴먼 (1). 22.05.19 51 4 13쪽
9 변화 (4). 22.05.18 56 6 13쪽
8 변화 (3). 22.05.17 66 6 13쪽
7 변화 (2). 22.05.16 65 6 11쪽
6 변화 (1). +2 22.05.15 79 7 18쪽
5 내 이름은 에이든. 22.05.14 107 8 16쪽
4 2150년의 지구 (3). 22.05.12 152 17 12쪽
3 2150년의 지구 (2). 22.05.12 194 28 13쪽
2 2150년의 지구 (1). +1 22.05.11 251 31 12쪽
1 프롤로그. prologue 22.05.11 293 3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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