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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구 님의 서재입니다.

잡화상인 내가 용사대신 귀환했더니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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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06.01 00:01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719
추천수 :
184
글자수 :
105,356

작성
22.05.17 02:30
조회
66
추천
6
글자
13쪽

변화 (3).

DUMMY

****

"오늘 떼돈을 벌 수 있겠군."


철컥-


"저야말로 말씀드리고 싶군요. 그 손 안치우면 뇌수까지 지져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건방진 사이보그."


완전히 초토화 된 편의점 내부.


편의점 가판대는 도미노처럼 줄지어 쓰러져 있다. 완전히 찌그러진 모습이다.


그리고 천장에 박혀있는 검은색 오토바이. 부서진 천장에는 전선이 툭 튀어나와 티디딕- 스파크를 튀긴다.


붉은 빛의 스파크는 편의점 내부를 밝힌다.


스파크가 밝히는 편의점 내부.


한 개의 안드로이드(Android).


하나의 사이보그(Cyborg).


그리고 한 명의 휴먼(Human)이 있다.


서로를 마주보며 대치하고 있는 현재.


편의점에서 들리는 건 숨소리만이 전부다.


이 긴박한 상황속에서 처음 입을 연 것은 운철이었다.


운철이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말한다.


"주인 등록이 안되어있는건가? 분명 안드로이드는 '로봇 3원칙'이라는게 있다고 했는데. 이상하군"


그리고 운철은 옆 벽면에 담배를 비벼 끈다. 새하얀 벽면이 담뱃재로 거멓게 된다.


운철은 떨어지는 담배를 발로 콱- 눌러 밟고는 생각한다.


보통의 안드로이드는 주인 목숨을 먼저 생각하는 게 정상.


하지만 저 안드로이드는 주인 걱정은 커녕 오히려 운철을 위협하고 있다. 변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운철의 오른쪽 귀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


"파트라슈!!!! 총 절대로 놓지마!!!"


이마에 서늘한 총구가 얹혀있는 소년, 에이든이었다.


에이든은 푸른 눈을 부릅뜨며 운철을 노려보고 있다.


운철이 '마치... 사냥개같은 녀석이군'이라는 생각을 할 때.


"이 망할 산적같은 놈아!!!! 인류의 정. 뭐 그런 건 없는거냐!!"


운철은 참으로 시끄러운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하아-"


그래서 기절이라도 시키려 총을 살짝 움직인 찰나.


파지지직- !!


"사이보그는 귀가 장식인가 보군요. 앞으로 1cm 아니, 1mm라도 움직이면 통구이가 되는 겁니다."


"안드로이드 치곤 화끈하군."


파트라슈의 위협으로 편의점 공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



한편, 에이든은 사고를 최대한 가속하고 있었다.


'빠져나가야해.'


차가운 총구가 이마를 짓누르고 있지만, 에이든은 고개를 숙이진 않았다.


오히려 운철을 마주보며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에이든은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놀랍게도 집중은 꽤나 잘하는 편이었기에.


푸른 눈을 부릅뜨고는 온 신경을 사고에 집중했다.


그야말로 초집중.


'생각해내라. 우선 저 총이란 것이 발사되기 전에 내가 피할 가능성은?'


에이든은 운철과 총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운철의 신경은 파트라슈로 향해있다.


가죽자켓의 검은머리 남성. 왼팔은 녹슨 기계로 되어있고 오른손에는 커다란 검은색 총을 들고있다.


그리고 그 커다란 총. 그 총은 자신의 머리를 향해있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이마의 식은땀은 무시하고 숨을 천천히 들이마신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생각해라. 생각하는거야....'


우선 총. 총은 피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파트라슈의 스턴건을 미루어 짐작해 본다면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피한다면 옆의 쓰러져있는 가판대로 가야하는데 그 전에 총알에 맞아 죽을 것이다.


가판대와의 거리는 2m. 제자리에서 한번에 도약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아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에이든은 아랫 입술을 거칠게 깨물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에이든의 고운 이마는 이미 찌푸려져 있었다.


하지만 사고는 멈추지 않았다. 푸른 눈동자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생각하는거야....생각...'


그러다가 불현듯 가능성 하나가 피어올랐다. 단 하나의 가능성.


그렇다면 피하는 게 아니라 저 녀석이 못 맞춘다는 가능성은?


어찌보면 어처구니 없는 가능성. 지구인들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바로 코 앞, 1m도 안되는 초 근거리에서 표적을 놓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소릴까.


하지만 에이든이 지구인이 아니여서일까.


마치 굶주린 사자가 먹이를 사냥하듯, 그 가능성을 놓지않고 끊임없이 사고에 불을 지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사고를 극대화시켰다.


그러자.


놀랍게도 자그마한 돌파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생각한 돌파구가 생존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위험한 도박에 가까웠다.


하지만 에이든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자아 검은머리 양반. 어디 게임을 해보자고.'


어느정도 도박에는 일가견이 있는 에이든.


에이든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보이는 흰색 편의점 바닥.


에이든은 그 바닥을 보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ΗΣΞфЭ (클린)."


****


마법 스크롤(Magic Scroll).


마법이 저장되어 있는 두루마리나 종이를 일컫는 말.


이 물건은 마나 친화력이 낮거나 마나가 없는 사람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마법 스크롤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품이었다.


보잘 것 없는 기사, D급 용병, 신출내기 모험가들이 사용했고.


생활력 있는 주부나, 여행을 떠나는 음유시인들이 애용했으며.


잡상인들이 스크롤을 사고팔았다.


에이든은 잡상인이었다.


이처럼 에이든의 세상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


지구가 아니라 하르틴 제국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중 「클린(Clean)」은 기초 스크롤 중에 기초 스크롤.


발동 조건은 단순하다.


단 한가지, 시동어.


스크롤 제작자가 저장해 놓은 시동어를 읊으면 된다.


에이든은 운철이 밟고있는 마법 스크롤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ΗΣΞфЭ (클린)."


시동어는 지구에서 오직 에이든만 알 수 있는 언어. 하르틴 제국어였다.


운철은 조그마한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무슨 소리가 들렸지만 알 수 없었다. 처음 들어보는 언어의 소리였으니까.


노란머리 소년에게 주의를 주려던 그 순간.


바닥에 둥실 둥실 하얀 빛의 무언가 피어올랐고.


미끌-


"무..뭐.."


운철이 뒤늦게 균형을 잡아보려 했지만, 이미 몸은 기울어 넘어지고 있었다.


부웅-


'뭐지? 내가 모르는 뭔 장치가 있었나?'


공중에 뜬 운철과 옆 가판대로 슬라이딩하는 에이든.


"어딜!!!!"


운철은 공중에 떠있는 와중에도 오른팔을 들어올려 에이든을 향해 총을 겨눈다.


철컥-


투다다다다다-!


하지만 이미 에이든의 모습은 사라져있었다.


그와 동시에 들이는 소리.


"파트라슈!!! 지져버려!!!"


"물론입니다!!! 에이든!!!"


파지지직-!


파트라슈의 푸른 전류가 바닥 타일을 모조리 깨부수며 운철에게 쏟아졌다.


바닥에 넘어진 운철은 푸른 전류를 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이거 꽤 곤란하게 됐군. 여기서 쓸 물건이 아니였는데 말이지.'


철컥-


콰아아앙-!


커다란 폭발음이 편의점 내부에 울려퍼졌다.


활활 불로 타오르고 있는 편의점.


그 중앙에 운철이 상처 하나없이 온전하게 서 있었다.


파트라슈는 그 운철을 보고 나지막이 말했다.


"건방진 사이보그.... 「에너지볼」이군요."


"역시 안드로이드군. 우리 구역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말이지"


「에너지볼」. 세계정부가 만들어 낸, 대 돌연변이용 무기.


강한 충격을 흡수하는 방어용 무기이다. 보통은 2종 돌연변이를 상대할 때 주로 쓰인다.


철컥-


"뭐 상관없습니다. 그 비싼 물건이 여러개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파트라슈는 다시 치지지직- 전류를 충전하며 운철의 머리를 겨냥한다.


그리고 철컥-


"물론 방금게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를 박살내는 방법이 그것만 있는건 아니지."


운철은 자신의 왼쪽 의수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소형 로켓이 부착된 의수는 파트라슈의 몸체를 겨냥하고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불타오르는 편의점 속에 서있는 안드로이드와 사이보그. 한 편의 영화처럼 서로를 마주보고 서있었다.


그리고 에이든은 이런 광경에서 가만히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웅-


에이든은 불타고 있는 가판대 위로 힘껏 뛰어올랐다.


그리고 자그마한 군용 단검을 쳉-하고 뽑아들었다.


"파트라슈한테 총 한방이라도 쏴바!!!!! 넌 그 자리에서 죽는거다!!!!!"


".........."


".........."


운철은 에이든의 예측불가한 행동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물론 파트라슈 또한 에이든의 행동을 예측하지 못했다.


'삐빅- 역시 에이든이군요.'


'미친놈인가......'


미친놈이라고 판단했던 운철은 곰곰히 다시한번 생각을 해보았다.


'저 노란머리를 노리면, 분명 난 안드로이드한테 죽는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를 노린다면 저 노란머리한테 죽을까?'


운철은 전투에 대한 가능성을 곱씹어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운철은 에이든의 전투력을 가늠하지를 못했다.


더군다나 아까 운철은 에이든의 알 수 없는 기술. 「클린(Clean)」 에 넘어지기도 한 상황.


운철은 가판대 위에 서있는 에이든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허, 이거 완전히 낭패군.'


그리고 운철은 입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 제안 하나하지"


"뭡니까 사이보그."


"약간의 보상을 할테니 서로 깔끔하게 못본걸로 하지. 어때?"


운철의 뜬금없는 발언에 파트라슈와 에이든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


"........"


에이든은 파트라슈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트라슈에게 판단을 맡긴다는 의미였다.


파트라슈는 에이든의 뜻을 받아드리고는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제안을 받아드리죠."


"진...진짜로?!?!"


에이든은 고개를 좌우로 휙휙 돌리며 파트라슈와 운철을 번갈아 보았다.


에이든은 파트라슈가 이렇게 쉽게 결정을 내릴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진짭니다. 에이든."


철컥-


파트라슈의 스턴건이 몸 안으로 들어가고 소형 모니터가 나온다.


"고맙군. 여기 보상금이다."


운철은 품 안에 주머니를 꺼내서 파트라슈에게 툭- 던졌다.


파트라슈는 주머니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정도면 괜찮군요."


그렇게 전투는 끝났다. 허무하게.


참으로 맥이 빠지는 상황.


그리고 방금 서로 죽일듯이 전투태세를 취한 것은 싹 잊었는지.


서로 각자 할일을 하고있다.


운철은 편의점 천장에 박혀있는 자신의 검은색 오토바이를 뽑아들었고.


파트라슈는 에이든에게 다가간다.


그러한 진귀한 상황


에이든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멸망한 세계를 살아가는 운철과 파트라슈에게는 익숙한 상황이었다.


멸망한 세계에서 강자끼리의 싸움은 왠만하면 피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서로 피보면 득보는 것은 강자가 아니라 약자니까.


'눈알 수집가'인 하운철과 2090년 최신형이자 개조형인 안드로이드 파트라슈는


이 세계에서 나름 강자인 축에 속했다.


"뭐 하나만 묻지."


"뭐죠?"


우우웅-하고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편의점에 울린다.


검은색 할리 오토바이에 탑승한 운철이 물었다.


"최근에 7구역에 무슨일이 생겼다는데 혹시 알고 있나?"


"음....아뇨 잘 모릅니다"


파트라슈는 에이든을 살피며 말했다.


정말 모르는 눈치인 것을 확인한 운철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알고있는 눈치였다면 다시 총을 들어야 했으니깐 말이다.


부아아앙- 오토바이를 몰고 나아가는 운철의 귀에 불쾌한 소음이 들린다.


운철이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 건.


"잘가라 망할 산적같은 놈아!! 다시는 오지마라 퉤퉤!"


오른손 중지를 치켜든 노란머리 소년.


자신이 뒤를 돌아보자 움찔-하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준다.


에이든이라고 했던가.


자신이 오토바이로 편의점을 들이박았을 때 들었던 소리가 분명.


'모터 소립니다!!! 에이든!!! 피하십쇼!!' 였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지하철 공기를 가르며 나아가는 운철은 생각했다.


왠지 나중에 또 만날 것 같다고.


그때는 적일지 아군일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소년은 그때도 시끄러울 것이다.

.

.

.

다음날.


에이든 일행은 퀘퀘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치하철 철로를 따라 걷고있었다.


"야!! 파트라슈!! 이거 완전 내 취향인데??"


"삐빅-!! 민트초코를 좋아하다니!!!! 역시 미친게 분명합니다!!!"


완전히 박살난 편의점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녀석.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었다.


그것을 먹으면서 가는 에이든과 투덜거리면서 굴러가는 파트라슈


"휘 휘~♬~~♪"


신나게 휘파람을 부르던 에이든.


눈 앞에 수상한 물체를 발견한다.


"에이든!!!!!!!"


"생각보다 일찍 만났군"


"너..너너넌!! 산적놈!!!"


지하철 철로 한 가운데에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휴먼이


생각보다


훨씬


일찍 만났다.




항상 열심히 하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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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숨바꼭질 (1). 22.06.01 30 2 15쪽
18 전조 (6). 22.05.30 38 0 14쪽
17 전조 (5). 22.05.28 41 4 12쪽
16 전조 (4). +1 22.05.26 45 7 15쪽
15 전조 (4). 22.05.24 54 7 12쪽
14 전조 (3). 22.05.23 45 5 12쪽
13 전조 (2). 22.05.22 47 5 11쪽
12 전조 (1). 22.05.22 49 5 9쪽
11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그리고 휴먼 (2). 22.05.20 50 4 11쪽
10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그리고 휴먼 (1). 22.05.19 51 4 13쪽
9 변화 (4). 22.05.18 56 6 13쪽
» 변화 (3). 22.05.17 67 6 13쪽
7 변화 (2). 22.05.16 66 6 11쪽
6 변화 (1). +2 22.05.15 79 7 18쪽
5 내 이름은 에이든. 22.05.14 108 8 16쪽
4 2150년의 지구 (3). 22.05.12 152 17 12쪽
3 2150년의 지구 (2). 22.05.12 195 28 13쪽
2 2150년의 지구 (1). +1 22.05.11 252 31 12쪽
1 프롤로그. prologue 22.05.11 294 3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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