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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구 님의 서재입니다.

잡화상인 내가 용사대신 귀환했더니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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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06.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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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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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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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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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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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50년의 지구 (1).

DUMMY

하르틴 제국의 중앙광장.


검을 치켜든 용사의 황금동상의 오른쪽 엉덩이가 가르키는 방향.


거기서 보이는 조그만 길목을 따라 50보.


빌터 할아범의 무기점 기준, 오른쪽 대각선 골목길로 들어가 30보.


레온느 여사가 키우는 흰색 고양이 집 맞은편으로 단 다섯걸음.


자그마한 건물이 보인다.


그곳은 바로 에이든 잡화점.


다른 큼지막한 건물들 사이에 있는 에이든 잡화점의 모습은 마치 오크들 사이에 고블린이 끼여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런 골목상권에서 햇볕은 정확히 에이든 잡화점만을 비추고 있어 나름 명당처럼 보인다.


‘쓰레기 중 최강!’ 이런 느낌이랄까.


저벅-

저벅-


“하-”


한숨을 내쉰 사내는 후드를 벗고 문을 두드린다.


끼익- 하는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여 에이든 잡화점으로 들어간다.


흑발흑안에 건장한 체격.


이마에서 콧등, 왼쪽 뺨, 귓등, 목까지 전장의 상처가 없는 곳이 없고.


등 뒤에는 큼지막한 대검을 짊어진 사내.


그는 황금동상 속 용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어서옵!!...뭐야 현석 아재였자나~ 바쁘신 양반이 이런 누추한 곳에 왠일이야.”


퍽-


“호들갑 떨지말고 일이나 해. 어차피 오늘도 할 일 없이 빈둥거렸을거 아니야”


현석 아재라고 불린 용사는 금발머리의 소년을 한 대 쥐어박고 품안의 주머니를 소년에게 건냈다.


소년은 아픈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카운터로 향했다.


소년은 제국인 절반에 해당하는 금발청안의 소유자로, 동네를 돌아다니면 한번 씩은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굳이 특별한 점을 꼽자면 싸가지가 좀 없다는 정도.


소년의 이름은 에이든.


이 에이든 잡화상점의 주인이다.


“흐음.....”


그리고 현재 에이든은 왼쪽 눈을 감고 「감정」을 하고 있다.


「기프트(Gift)」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양의 여신 프레아의 이름하에 일종의 재능을 가지게 된다.


빠르게는 10살 늦게는 20살에 재능을 개화하게 되는데,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청소를 잘하는 재능부터 바다도 가를 수 있는 검술의 재능까지.


밤하늘의 별의 수 만큼 다양한 재능이 있다.


그 중 에이든에게 내려온 건 단 한 개의 재능, 「감정」 이라는 재능이었다. .


왼쪽 눈을 감으면 감정할 수 있는 이 재능은.


띠링-

[레드 하츨링 눈물: 어미를 여읜 하츨링이 남긴 첫 눈물이다.]


이렇게 단편적인 정보를 볼 수 있고 좀 더 집중하면...


‘금색 빛이....10개!....10골드짜리!’


물건의 가격도 알 수 있다.


즉, ‘천생 상인의 재능!’이라는 말씀.


“이건...레드 하츨링의 눈물이고 5골드!”


퍽-


“그럼 8골드!”


퍽-


“아! 아 알았다구 9골드. 그 이상은 안돼”


그렇게 에이든은 용사와 몇 번의 실랑이를 더 거치며 나머지 물품을 감정했다.


어느새 해가 기울어 에이든 잡화점을 비추고 있는 시간.


잡화점 내부는 햇볕에 자그마한 먼지가 둥실- 떠다니고 있다.


“...현석아재 오늘이지?”


“엉? 뭐가”


“지군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거 말이야”


“크크크. 뭐냐 그 징그러운 표정은. 그래 오늘이지.”


“고..마워”


에이든은 고개를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엉? 왠 개미가 기어가나. 잘 안들리는데에??”


“고!!!맙!!!다!!!구!!!”


“푸하하하 그래 이게 에이든이지.”


에이든의 머리를 박박 쓰다듬은 용사는 테이블 위에 주머니를 챙기고 옆에 두었던 대검을 등에 들쳐맸다.


“잘 있어라 에이든.”


그리고 에이든 잡화점 문을 열었다.


에이든 잡화점에 드는 햇볕을 받으며 나아가는 용사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한편.


홀로 남은 에이든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에이든은 10년 전 자신이 10살이었던 무렵, 마족의 침공으로 부모를 여의었다.


어린 철부지 꼬맹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용사의 덕이었다.


용사 밑에서 5년

빌터 할아범 밑에서 4년

그리고 지금 잡화점에서 1년


모두 용사 이현석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에이든 입장에서 용사는 은인이자 선생님, 때론 부모역할도 해주는 존재였다.


피식-


“푸하하하! 크킄 웃겨서 눈물이 나오네 크크킄”


슬플때는 청소를 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법.


에이든은 잡화상 카운터 옆에 놓인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빗자루로 바닥을 쓸었을 때.


얼마 쓸지도 못하고 빗자루에 뭔가 부딯쳤다.


스윽- 탁!


용사가 들어올 때 대검과 함께 풀어 놓았던 물건.


큼지막한 짐덩이가 덩그라니 놓여있었다.


****


하르틴 제국 대성당. 그곳 단상에는 황제, 대주교, 용사가 나란히 서있다. 그리고 그들 밑으로수 많은 인파가 모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


엘프, 수인, 드래곤 등 종족을 불문하고.


귀족부터 부랑아까지 계급을 뛰어넘는.


건국 이래 전무후무한 상황이 대성당 아래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는 자그마치 10년간, 마왕을 무찌르고 제국의 평화를 위해 힘쓴 용사의 귀환식이 있기 때문.


평소 대성당에는 귀족과 성도들만이 출입이 가능하지만 용사의 요청으로 신분, 종족, 성별을 불문하고 다양한 이들이 성당에 붐볐다.


그리고 태양이 땅과 입맞춤을 하는 시간.


붉은색 멋진 노을을 배경으로 드디어 귀환의식이 시작했다.


“태양의 여신 프레아님의 독실한 신자가 여기에 있나니!! 이 에브레헴은 길을 안내하는 양치기로써 용사의 길을 안내하고자 한다!!!”


용사의 피와 마왕의 피를 가지고 대주교가 팔망성을 소환석 위에 그리기 시작했다.


“텔레포테이션!!”


사아아-


소환석 위에 떠오르는 새하얀 빛은 점점 커져 하늘로 올라갔다.


제국 대성당의 천장을 통과하여, 구름을 뚫고 끊임없이 나아갔다.


‘드디어 지구로 돌아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쾅-


“허억허억...잠..잠깐만! 현식아재 짐! 물건 놓고갔다구!!!”


대강당 문 앞에 앳된 소년 에이든이 등장했다.


“푸흐흐 아 맞다! 그거 중요한 물건인데 깜빡했다.”


오른손을 번쩍 든 용사 현식은 에이든에게 외쳤다.


“에이든 던져!!!!”


****


‘던지라고?’


용사는 자신의 몸무게 만한 이 짐덩이를 자연스레 던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물론 용사나 용사의 동료, 하물며 힘 좀 꽤나 썼다하는 용병이라면 충분히 던질 수 있다.


코를 후비며 한 손으로 냅다 던지는 것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운동이라곤 기지개 밖에 모르고 얼마 전에는 고블린 모르씨에게 팔씨름도 졌단 말이다. 절대로 무리다. 문 앞에서 홀까지의 거리는 어림 잡아도 100m.


‘1m 정도가 최선이야’


에이든은 비장한 표정과 함께 숨을 힘차게 들이쉬고 손아귀와 발가락에 힘을 꽉 쥐었다.


“흐으앗차”


젖먹던 힘을 끌어올려 에이든은 인생의 최대출력을 발휘해 달리기 시작했다.


다다다다


그와 동시에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용사에게 빛이 떨어졌다.


“에이든!!! 임마 던지라니까! 던져!”


“힘이 딸린다고 이 양반야!”


다급해진 용사와 에이든,


남은 거리는 10m.


8m

..

7m


용사의 발목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5m

..

3m


“에이든 시□sha■ejs□fk■!!”


용사의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게 된 지금!


대망의


1m.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스윙하는 느낌으로 용사의 짐을 던졌다.


던졌다!


던졌다? ...


분명 던졌을 터!


하지만 에이든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오늘은 용사의 귀환식 날.


축제와도 같은 오늘날엔 평소와 다른 것들이 있다. 상인들은 평소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던가. 용병들은 오늘 하루는 놀고 먹고 잔다던가. 그런 것들 말이다.


에이든은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바닥이 어찌나 투명한지 에이덴 오른뺨에 난 잡티까지 보일 정도였다.


왠지 모르게 일면식도 없는 제임스 사제가 새벽부터 나와 바닥을 닦으며 바닥의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후후훗’하고 콧등을 문지르며 뿌듯해하는 게 떠올랐다.


오늘 같은 특별한 날엔 사제들이 바닥을 더 깨끗이 닦는다는 것.


‘아아아 제임스 사제 그대는 어찌 바닥을 이리도 잘 닦는가 말이오!’


퍽-


넘어진 에이든은 그대로 용사에게 돌진.


용사를 밀어내고 대신 빛 무리에 휩싸였다.


솨아아아

솨아아....


****


“으으...”


에이든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밤하늘이었다.


수 많은 별들과 달.


“설..설마”


과거 용사 현석아재와 밤하늘을 보며 나누던 오래된 이야기.


‘에이든 지구에는 하얀달이 있다.’


‘으잉 뭐라는거야. 달은 푸른색! 태양은 붉은색! 그게 정상아니야??’


10년이나 지난게 지금와서 떠오르는 이유,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수많은 별들 사이에 큼지막하게 존재감을 뽐내는 저 달은 분명 하얀색이었으니까.


“지....구?”


새하얀 달을 보고 지구인 것을 깨닫는 에이든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았다.


온통 검은색이다. 빛나는 것이라곤 밤하늘 속 별과 달 뿐이다.


​에이든은 혹시나 싶어 왼쪽 눈을 감고 「감정」을 해보지만.


​띠링-

[???: 알 수 없음]


​아무것도 안보여서 그런지 아까부터 먹통이다.


​에이든은 싸구려 재능을 줬다고 투덜거리고는 바닥을 집고 땅을 만졌다.


​아무것도 안보이는 지금. 손으로라도 위치를 찾기 위함이다.


​그리고 에이든은 땅바닥에 귀도 대보고 주위 냄새도 맡아 보았다.


​땅은 딱딱하고 냄새는 탄내도 나는 것 같고, 기름냄새도 나는 것 같은 곳.


​소리는 일절 안들리는 이 곳.


과연 어디일까.


결국 몇 번 고민을 한 에이든은 그냥 생각을 멈췄다.


​이런건 빠르게 포기하는 게 상책이다.


​다시 땅바닥에 벌러덩 누워 새하얀 달을 보았다.


​"집에...가고싶다."


​집에 반겨줄 부모도 뭣도 없지만


오늘 왠지 집이 그리운 에이든이었다.


​눈물이 흐르기도 전에 재빨리 눈을 닦고 휘파람을 불었다.


​"휘..휘이..."


​에이든은 잽싸게 주위를 둘러보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휘파람을 멈췄다.


​남자에게 눈물은 멋없다고 생각하는 에이든이었다.


​그리고 에이든은 용사가 알려준 지구에 대한 기억을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

.

.

'이거...꽤 나쁘지 않을지도??'


몇가지 정도의 생각을 더하고.


에이든은 벌떡- 일어났다.


어둠속에 가려져 있지만 에이든은 실실 웃고 있었다.

.

.

.

"치얼업 베이베♪~♬ 치얼업 베이베 ♬~♪"


용사가 말하기를


지구는 법과 정의로 움직이는 세상.


지구는 지상낙원과도 같으며 컵라면, 피자, 치킨이라는 산해진미가 넘치는 곳!


​지구는 요정 토와이스(Towice), 레드벨붕(Red Velvung), 에수파(Aesupa)가 사는 곳!!


​에이든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구에 대한 지식을 갈무리하자, 머리속에 파라다이스와 천국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에이든은 기쁨의 댄스를 추고 있었다.


​"암! 온! 더! 넥! 스! 트! 레! 벨!"


​용사 현석아재가 알려준 지구의 춤. 안녕인사로도 쓰인다지.


​"다음은...레드벨붕인가? 이건 발음이 좀 빡센데...."


​에이든에게 지구의 언어는 발음이 너무 어려웠는데, 그 중 레드벨붕 인사법은 에이덴에게 최고난이도였다.


용사가 아이돌 군무를 아침인사, 점심인사, 저녁인사로 알려준 탓에,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춤을 추고 있는 에이든이었다.


춤에 몰두하고 있는 에이든을 멈춘건.


자그마한 소리였다.


​바스락-


​난데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에이든은 동작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어두운 밤이라 앞이 잘 안보였다.


​소리나는 쪽을 쳐다보아도 보이는 건 어둠 뿐.


​바스락-


​한번 더 들려오는 소리. 에이든은 고개를 확- 제쳤다.


​이번에는 확실히 들었다.


​오른쪽 대각선 방향. 누군가 왔다.


이럴 때일수록 기선제압이 중요한법.


​에이든은 흐읍- 숨을 들이쉬고 소리쳤다.


​"누...누구냐!"


[삐빅-%ㄱ&*◆ㄹ▶ㅍㅂ※ㅇ※★●]


​난생처음 들어보는 소리를 들은 에이든.


지구인이 착하다고는 한들.


​밤중에 혼자있는 사람을 노리는 건, 분명 좋은 의미가 아니겠지.


에이든은 주먹을 들어올려 전투준비태세를 갖췄다.




항상 열심히 하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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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숨바꼭질 (1). 22.06.01 30 2 15쪽
18 전조 (6). 22.05.30 38 0 14쪽
17 전조 (5). 22.05.28 41 4 12쪽
16 전조 (4). +1 22.05.26 44 7 15쪽
15 전조 (4). 22.05.24 53 7 12쪽
14 전조 (3). 22.05.23 45 5 12쪽
13 전조 (2). 22.05.22 47 5 11쪽
12 전조 (1). 22.05.22 49 5 9쪽
11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그리고 휴먼 (2). 22.05.20 49 4 11쪽
10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그리고 휴먼 (1). 22.05.19 51 4 13쪽
9 변화 (4). 22.05.18 56 6 13쪽
8 변화 (3). 22.05.17 66 6 13쪽
7 변화 (2). 22.05.16 65 6 11쪽
6 변화 (1). +2 22.05.15 79 7 18쪽
5 내 이름은 에이든. 22.05.14 107 8 16쪽
4 2150년의 지구 (3). 22.05.12 152 17 12쪽
3 2150년의 지구 (2). 22.05.12 194 28 13쪽
» 2150년의 지구 (1). +1 22.05.11 252 31 12쪽
1 프롤로그. prologue 22.05.11 293 3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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