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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구 님의 서재입니다.

잡화상인 내가 용사대신 귀환했더니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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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06.01 00:01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722
추천수 :
184
글자수 :
10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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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9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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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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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그리고 휴먼 (1).

DUMMY

돌연변이, 돌연변이, 그리고 또 돌연변이.


돌연변이 양 옆에는 돌연변이가 있고, 앞과 뒤에도 마찬가지로 돌연변이가 줄지어 있다.


지하철 모든 칸을 가득 메운 존재.


그것은 몸을 질질 이끌고 있는 검은색 인간형 돌연변이였다.


보통 인간형 돌연변이는 속도가 느려 그다지 위험적인 개체는 아니지만.


그 수가 궤를 달리한다면 그건 분명 이야기가 달라진다.


잔잔한 재즈음악에서 중후한 오케스트라로 장르가 바뀌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멸망한 세계에서 나름 베테랑 축에 속하는 파트라슈나 운철도 긴장감을 낮출 수 없었다.


"여.... 꽤나 무섭게 오는데? 어떡할까 파트라슈."


에이든이 욱씬거리는 왼쪽 눈을 움켜쥐고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난다.


그리고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긴장을 풀기 위함이다.


철컥-


파트라슈의 소형 모니터가 들어가고 스턴건이 고개를 내민다.


"우선 지상으로 나갑니다. 전방 50m 앞. 4번 출구로 나가야 합니다..."


하아-하는 소리와 함께 담배연기가 지하철에 흩날린다.


"나도 그 방법에 동의한다."


철컥-


운철이 자신의 왼쪽 의수를 M2 화염방사기로 교체하고 오른손에는 다목적 기관총(General Purpose Machine Gun) K-16을 들어 올린다.


"오늘은 눈깔을 지겹도록 보겠군. 어이- 안드로이드 양반과 노란머리."


운철은 담배를 바닥에 밟아 끄면서 옆으로 고개를 돌린다. 옆에는 에이든과 파트라슈가 서있다.


"지상까지 동행하는 거 어때? 딱 지상까지만, 그 이후부터는 깔끔하게 남이다. 어때?"


운철의 달콤한 제안. 고민은 별로 필요없었다.


"삐빅- 알겠습니다."


"이거 꽤나 든든한걸...."


에이든 일행은 잠정적으로 새로운 동료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제의 적은 꼭 오늘까지 적이라는 법은 없었다.


이 세계는 언제나 적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더 크고 악랄한 적을 만난다면 다소 약한 적들끼리는 서로의 힘을 합쳐야 하는 법이다.


그것이 멸망한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법 중 하나이다.


"온다."


"알고 있습니다."


"오케이!"


운철은 은색 화염방사기와 기관총을 양손으로 꽉 움켜졌고.


파트라슈는 스턴건을 들어올리며 파지지직- 전류를 모은다.


그리고 에이든은 자그마한 군용 단검을 챙-하는 소리와 함께 힘차게 뽑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돌연변이 무리가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한다.


에이든 일행을 서서히 둘러싸기 시작하는 돌연변이 무리.


그러한 긴장감 속에


"제가..."


제가 선공을 하겠습니다라는 파트라슈의 말이 시작되기도 전에.


탓- 타일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에이든이 자신의 노란머리를 흩날리며 뛰쳐나갔다.


그리고 하얀색 지하철 바닥을 힘껏 박차올랐다.


부웅- 날아오른 에이든.


선제공격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고


화려하게.


과거 용사가 해주었던 말.


에이든은 그 말을 잊지 않았다.


서걱-


가장 앞에 진격하던 돌연변이의 목이 깔끔하게 잘린다.


깔끔하게 잘린 돌연변이의 목은 피분수를 뿜으며 지하철에 구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포효.


"다 덤벼!!!!!!!!!!!!!!!!!!!!!"


전투시작이다.



****



제 7구역. 타이탄(Titan)


구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세계정부의 비호(庇護)에 있는 구역.


누군가는 이 구역을 철벽의 요새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이 구역을 꿈의 도시라고 일컬으며


누군가는 이 구역을 지상낙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 7구역이 멸망한 세계에서 왜 지상낙원이라고 불리는지는 성벽을 넘어가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탁 트인 도로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나무들.


그 옆에는 영화관, 백화점, 병원 등 꽤나 최신식 건물들이 빽빽하게 서있다.


멸망한 세계에서는 꽤나 이질적인 것들의 향연(饗宴).


하지만 이질적인 것 중에 으뜸은 바로 사람.


멸망한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어떤 사람은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고는 서류 가방을 들고 바삐 몸을 움직인다.


어떤 사람은 벤치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그야말로 '평화'라는 말이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평화로운 대로를 터벅 터벅- 걷고 있는 하얀 머리의 중년.


"역시 여기는 나랑은 안 맞는군. 아주 역겨운 냄새가 난단 말이지."


세계정부 「셀베이션(Salvation)」 지휘부 소속 연대장, 에드워드(Edward) 중령이었다.


에드워드 중령은 눈앞에 보이는 가장 높은 건물로 향한다.


한라산(漢拏山)을 깎아 그 위에 만든 저 건물은 7구역의 성벽만큼 큰 크기와 웅장함을 자랑한다.


각종 군사작전 기지와 지휘부, 감찰부, 그리고 사령부가 한 번에 집합해있는 곳.


그 건물은 타이탄 타워(Titan Tower)라고 불린다.


에드워드 중령의 발걸음은 타이탄 타워로 향한다.

.

.

.

에드워드는 「세계정부 연합군 사령부 사령관실」이라고 적힌 문 앞에 섰다.


고급스러운 갈색 나무 재질로 이루어진 문. 기름이라도 바른 것처럼 반짝이기까지 한다.


문 옆에는 어린 장교가 안절부절하면서 서있다.


"저... 에드워드 중령님 지금 안에 이미 손님이..."


어린 장교가 에드워드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지만.


에드워드는 어린 장교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쾅-하고 문을 열어젖힌다.


"지하철을 운영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유신!!!!"


문을 부술 듯이 열어젖힌 에드워드 눈 앞에는 한 남성이 있었다.


햇볕을 등에 지고 앉아있는 안경쓴 중년 남성.


에드워드와 마찬가지로 지금으로부터 딱 50살이 된 이 남성은 「세계정부 연합군 사령부 사령관」 대장, 김유신이었다.


한때는 전우이자 친구였던 두 사람은 현재는 위치도 다르고 짊어져야 할 것들도 꽤나 다르다.


유신은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여유롭게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자네라면 충분히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지."


"지하철을 가동시키면 전 구역이 어떻게 될지 자네는 알지 않는가!!!! 유신!!!!"


"알지, 그럼 알고말고."


"사람들이, 그것도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겠지. 꼬마아이, 청년, 노인, 남 녀 싸그리 전부 짓밟혀 죽는단 말이네!!!! 자네는 진정으로 알고도 지하철을 가동시켰단 말인가. 바로 이 에드워드가 살아있는데!!!!"


에드워드는 흥분한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치 짐승과도 같이 으르렁거리며 유신에게 다가갔다.


이마와 목에는 푸른색 핏줄이 솟아올라 에드워드의 감정을 대변한다.


지하철. 과거 무인 지하철이라고 불린 「U.T」는 전국구를 돌아다니는 열차였다.


시속 350km의 빠른 속도를 자랑하던 덕에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던 교통수단이었다.


시골에서부터 수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퇴근에 이용하던 것이 「U.T」.


하지만 세상이 멸망한 후, 「U.T」는 더이상 평범한 지하철이 아니였다. 지옥행 열차였으니깐 말이다.


출퇴근을 하던 수많은 사람들은 돌연변이로 바뀌어 서로를 물어 죽였고.


무인으로 운영되던 지하철은 전국을 누비는 살상병기로 탈바꿈했다.


그래서 구역이 존재하지 않았던 멸망 초창기에는 수많은 사람이 처참하게 죽어나갔다.


도망을 치려고 지하철에 향하던 사람, 지하철이 안전할거다라고 혹한 사람, 위험에 처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지하철로 향한 사람.


그 모든 이들이 감염되었고 죽어나갔다.


그렇게 자그마치 5년.


5년을 운행하던 지옥행 열차는 지금의 세계정부가 자리를 잡은 다음에서야 비로소 운행을 종료할 수 있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세계정부는 지하철 근처에 배회하는 돌연변이를 싸그리 지하철에 몰아넣었고.


그대로 문을 닫아버린 후, 지하철 운행을 중단시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고 죽어나갔다. 하지만 꽤나 의미있는 일이었다.


한반도 자체가 완전히 멸망하지는 않았기 때문. 그렇기에 꽤나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숭고한 희생의 역사가 지금 다시 학살의 과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바로 세계정부의 손에서 말이다.


찬란한 햇살이 창문을 비춘다. 안경을 쓴 중년의 남자, 김유신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하하하하 자네 말대로 많은 이들이 죽겠지. 하지만 항체를 가지고 있는 그 소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일세. 왜냐면 이미 다른 구역에서도 5구역으로 향하고 있단 말일세. 우리만 늦을 순 없지 않은가 하하하!"


에드워드는 살기를 내뿜으며 조용히 유신을 응시한다.


유신은 여전히 웃으며 에드워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창문에 비친 햇살이 그의 갈색머리를 환하게 비춘다.


그 뒤이어지는 유신의 말.


"아 맞네! 자네는 다른 임무 때문에 못 들었겠군!! 이거 참 내 정신 좀 봐!"


유신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뒤, 에드워드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리고 방긋 웃으며 에드워드와 마주 선다.


안경을 쓴 유신의 눈. 그의 눈 또한 살기를 품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유신 또한 에드워드와 같은 숱한 전장에서 살아남은 사냥꾼이었으니까.


"지금 5구역에서 7구역 성벽으로 열차가 오고 있네. 에드워드 중령은 에이든이라는 노란머리 소년을 확보해서 7구역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일세."


'명령이라...'


에드워드는 전우이자 친구인 김유신은 이제 사라졌음을 느꼈다.


그러한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뒤를 돌아섰다.


"아! 참고로 산다면 더 좋겠지만 죽어도 딱히 상관없다네. 싱싱한 피만 있으면 될 거야 하하하!"


에드워드는 대답을 하지 않고 쾅-하고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열차가 온다는 성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풍경이 보인다.


매번 보이는 풍경.


밖에는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가해 보이고 전장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


지하철을 가동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모든 구역이 지옥으로 변하는 것은 사실.


단, 7구역은 예외였다.


이들은 다른 구역의 피로 금칠을 할 것이다.


"역시.... 역겨운 구역이야"


에드워드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있을 곳은 이 역겨운 구역이 아니었다.


숭고한 전장이었다.



****



한편, 에이든 일행은 전장의 향기를 진하게 맡고 있었다.


"이거나 먹으라고!!!"


서걱- 돌연변의 머리가 잘려 지하철 바닥을 구른다.


"고개 숙여라. 노란머리!!!"


"어...어?!!!?"


철컥-


타다다다다- 7.62mm NATO탄이 돌연변이의 머리, 가슴, 배를 난자하고 터뜨려버린다.


"미...미쳤어?!?!"


에이든은 화들짝 놀라 소리친다. 이미 운철의 총알은 에이든의 머리 위를 쓸고 지나간 상황이다.


"삐빅- 에이든 집중하십쇼!!! 놀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파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파트라슈가 수십구의 돌연변이를 불살라 버린다.


지하철이 탄내로 진동한다.


피, 화약, 탄내로 점칠이 된 전장의 냄새가 지하철에 퍼져나가고 있다.


파트라슈, 운철, 에이든은 서로 등을 맞대고 다가오는 돌연변이를 상대하고 있다.


"다음은 네 녀석이냐!!!!"


에이든은 돌연변이에게 소리친 뒤, 단검을 세게 움켜쥐고는 내달렸다.


아까부터 달리고 베고를 수십번 반복하는 에이든이었다.


서걱- 돌연변이의 머리가 지하철에 날아다니고 눈알이 허공을 구른다.


돌연변이의 목이 잘리지 않을 때는, 목 대신 관자놀이에 칼을 박아 넣었고.


손을 붙잡혀 검을 쓸 수 없었을 때는, 검 대신 머리 박치기를 했다.


그야말로 형식이 존재하지 않는 전투 방식이었다.


"허, 완전 들개가 따로 없구만."


운철은 그런 에이든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기계팔을 들어올리고는 소리쳤다.


"개새끼들아 다 덤벼라!!!!!"


철컥-


타다다다-!


총알에 맞은 돌연변이의 하반신이 터져나가고 대장, 위, 쓸개, 척추가 바닥을 장식한다.


"삐빅...... 저 사이보그도 미친게 분명하군요."


파트라슈는 에이든에게 물든 운철을 보며 조그맣게 말했다.


그리고 파지지직-! 전기를 내뿜었다.


전기에 맞은 돌연변이는 온몸이 마비가 되어 도미노처럼 쓰러진다.


그렇게 에이든 일행은 돌연변이를 죽이고 또 죽여나갔다.


하지만 지하철에는 아직도 썩은 시체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수 많은 돌연변이가 만드는 냄새였다.


이는 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실제로 에이든 일행은 돌연변이를 제거하면서도 또 다른 돌연변이가 만드는 벽에 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답답한 상황에 에이든이 소리친다.


"파트라슈!!! 이거 뭔가 해야 되는 거 아니야!?!"


"............."


"파트라슈!!!"


하지만 파트라슈는 에이든에게 답을 하지 않았다.


못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눈 앞의 상황이 사고를 막고 있었기 때문.


"..........에이든...."


과거 중국의 고사 중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복무쌍지 화불단행.


행복은 언제나 한꺼번에 찾아오지 아니하고, 불행은 언제나 겹쳐서 찾아온다.


불행은 언제나 겹쳐서 오는 법. 그 말은 딱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말이었다.


운철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품안에 담배를 꼬나물고 나지막이 말했다.


"전방에 인간형 2종 돌연변이 5개체다."


으어어어어-!


2종 돌연변이의 울음소리가 지하철에 울려퍼졌다.




항상 열심히 하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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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숨바꼭질 (1). 22.06.01 31 2 15쪽
18 전조 (6). 22.05.30 38 0 14쪽
17 전조 (5). 22.05.28 41 4 12쪽
16 전조 (4). +1 22.05.26 45 7 15쪽
15 전조 (4). 22.05.24 54 7 12쪽
14 전조 (3). 22.05.23 45 5 12쪽
13 전조 (2). 22.05.22 47 5 11쪽
12 전조 (1). 22.05.22 49 5 9쪽
11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그리고 휴먼 (2). 22.05.20 50 4 11쪽
»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그리고 휴먼 (1). 22.05.19 52 4 13쪽
9 변화 (4). 22.05.18 56 6 13쪽
8 변화 (3). 22.05.17 67 6 13쪽
7 변화 (2). 22.05.16 66 6 11쪽
6 변화 (1). +2 22.05.15 79 7 18쪽
5 내 이름은 에이든. 22.05.14 108 8 16쪽
4 2150년의 지구 (3). 22.05.12 153 17 12쪽
3 2150년의 지구 (2). 22.05.12 195 28 13쪽
2 2150년의 지구 (1). +1 22.05.11 252 31 12쪽
1 프롤로그. prologue 22.05.11 294 3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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