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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구 님의 서재입니다.

잡화상인 내가 용사대신 귀환했더니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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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06.01 00:01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723
추천수 :
184
글자수 :
105,356

작성
22.05.23 23:25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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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전조 (3).

DUMMY

어둠.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보이는 선명한 어둠.


'여긴.... 어디지....?'


정신이 몽롱하다.


마치 깊은 바다 속에 있는 기분이랄까나.


'나는 분명.....'


생각은 해보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의 실타래는 깊은 바다 속 파도에 으스러진다.


오랜 꿈을 꾼 것 같다.


처음으로 친구도 사귀고 모험도 하고 그런 꿈.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개꿈이었다.


내가 친구랑 모험을 하다니 그것 만큼 개꿈이 어디있단 말인가.


음....꿈을 잠깐 살펴보자면.


내 친구는 다른 세계인이였다. 그것도 생김새가 아주 특이한 녀석.


엘프, 드워프, 수인 보다도 훨씬 생김새가 특이했다.


하얀색 공처럼 둥그런 기계. 그런데 기계....가 뭐지?


뭐....아무튼 처음에는 많이 싸웠는데 나중에는 제법 친해졌다.


그 친구랑 함께 무시무시한 적들과 맞서 싸우고, 맛있는 것도 먹고, 아! 캠프파이어란 것도 했었다.


어떻게 보면 재밌고 행복한 꿈이었다.


항상 악몽만 꾸던 나에게 오늘만큼은 태양의 여신이 축복해주는 것 같다.


참으로 좋은 꿈.


다시 만나면 좋을텐데.


그럼 안녕.

.

.

.

"에이든!!!!! 일어나라!!!!!"


걸걸하고 조금 쉰 목소리가 에이든의 잠을 깨운다.


에이든은 익숙한 음색에 짜증이났다. 아니 저 할아범은 한창 좋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깨우고 난리야.


"닥쳐!!!! 빌터 할아범!!!!"


벌떡- 일어나면서 문 앞에 있는 빌터 할아범에게 소리친다.


"이 이이!!! 이놈이!!!! 얼렁 씻고 나와!!! 오늘은 바쁠테니까!!"


아! 오늘은 빌터 할아범 도와주기로 한 날인가 보군.


늙은이가 늙었으면 곱게 쉬지 일이나 하고 말이야.


난 참고로 나중에 돈을 왕창 벌어서 일하지 않고 띵가띵가 놀거다.


탁 트인 드래곤 평원에 2층짜리 저택을 짓고 어여쁜 아내랑 오순도순.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구만!


크크크 애는 남자 하나 딸 하나가 좋겠지.


누가 첫째는 딸이 좋다고 했던거 같은데....음...누구였더라?


퍽-


"이놈이!! 빨랑 나오라니까!!"


"할아범!!!!!! 머리 나빠지게 머리는 왜 때려!!!!"


"푸하하하 에이든 이놈아 니가 거기서 더 나빠지면 슬라임 수준이다 임마! 잔말말고 빨리 준비나 해!!"


에이든은 빌터 할아범에게 구박을 받고는 몸을 질질끌고 욕실로 향한다.


역시 일은 언제나 하기 싫은 법이다.


그래도 결국 욕실에 선 에이든은 구닥다리 철 거울을 마주보며 양치를 한다.


키 140cm의 자그마한 꼬마아이.


노란색 머리카락에 꽤나 성깔이 있어보이는 눈매.


올해로 13살이 된 에이든이었다.


음....키가 이렇게 작았었나?


에이든은 철 거울 중간에 위치한 자신의 얼굴이 신기했다.


원래 고개를 숙여서 거울을 봤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뭐 아무렴 어때. 이제 양치 끝이다.


에이든은 입안을 아르르-헹구고는 퉤-뱉었다.


그리고 바로 옆 욕실에 어제 받아놓은 대야의 물에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반 쯤 집어 넣었다.


차갑다.


음....머리에는 침만 바르고 오늘은 양치만 해야겠다!


"빌터 할아범!!! 끝났어!!! 가자!!!!!"

.

.

.

.

빌터 할아범 무기상점에는 온갖 잡다한 물건들이 어지러히 놓여있다.


또 이 잡다한 물건은 에이든이 팔아야 하는 할당량이기도 하다.


"아니!! 모르 아저씨 그거 3실버라구!!"


"엥? 이거 저짝에는 2실버구만....흐미~ 에이든 이게 왜 3실버라는 거야"


"아니 봐봐 이렇게! 내가 왼쪽 눈을....."


빌터 할아범 무기상점 가게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는 에이든.


왼쪽 눈을 깜빡이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라? 분명....뭔가 있었던거 같은데??"


"흐미~ 이놈이 벌써부터 사기를 배워버렸구먼!!"


"아 아냐!! 이거 그냥 2실버해!!"


당황한 에이든은 모르라고 불린 고블린에게 2실버를 잽싸게 가져오고는 영업용 미소를 짓는다.


"오늘도 이용해줘서 감사. 모르 아저씨"


"담부터는 사기치면 저 짝으로 확 가버린다잉~"


한바탕 알 수 없는 소동을 끝낸 에이든은 다시 한번 기묘한 느낌에 놀라고 있다.


분명 뭔가 있었던 거 같은데.....


"빌터 할아범!!! 이세계 사람들은 뭐 능력 같은거 없어?? 막 불 내뿜고 물쏘고 이런거 말이야!"


"아까부터 자꾸 뭔 헛소리야! 이놈이 뭔 농약을 쳐먹었나!! 손님 없으면 가서 장이나 봐와!!"


에이든은 고개를 돌려 화로에 열심히 풀무질하고있는 빌터에게 물어보지만, 역시 돌아오는 건 호통 뿐이다.


뭐.....장이나 보고 와야겠다.


에이든은 휘파람을 불며 시장거리로 향한다.

.

.

.

.

시끌벅적한 시장거리.


에이든은 바구니를 흔들며 활기 넘치는 거리를 거닐고 있다.


"♩~♪~♪"


사람냄새 넘치는 이곳은 하르틴 제국의 중앙시장이다.


"단 돈 5실버에 장인이 만든 부츠를 팝니다요!!"

"거기 멋쟁이 손님~ 이발할 생각없어??"

"아니 그 값엔 안 판다니까!!!"

"아니 내가 여기 팔아준게 얼만데 섭섭하게 그러기야?? 나 그럼 옆집 마르코 가게로 확 옮겨버려?"


상인들은 목이 빨개져라 소리를 키워 가게를 홍보하고, 손님은 흥정하느라 입을 쉬지를 않는다.


"먹고 죽자!!!"

"""먹고 죽자!!!"""


누군가는 술집에서 회포를 풀고


"이 자식이??"

"어쭈?? 이 놈봐라 눈 안깔아??"


누군가는 길거리 싸움을 한다.


뭐랄까.... 참 평화롭다.


평화로운 시장거리를 지나던 에이든은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의 저녁을 책임질 리네 이모의 정육점이다.


에이든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와일드 보어 뒷다리살 2인분 주세요"


"어머? 귀여운 에이든 아니니? 잠깐만 기다려 이모가 맛있는거로 갖다줄게"


에이든은 휘파람을 불며 하늘을 바라본다.


붉은 태양이 어느새 노을을 만들어 아름다운 경치를 뽐낸다.


어느때나 다름없는 평범한 날.


왠지 모르게 그런 날이 무척이나 부자연스러웠다.


원래 자신이 알던 세계는.....어둡거나 침침하고...피...화약?


알 수 없는 말들이 에이든의 머릿 속을 간지럽힌다.


간지러운 머리 속에 위화감이 피어나기 시작할 때.


"에이든 여기 다 됐다!"


앞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음성에 위화감이 바스스 흩날린다.


"감사요. 리네이모"


에이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배웅하는 리네.


그런 리네에게 에이든은 꾸벅-인사를 하고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다음 목적지는 과일가게였다.


"에이든!! 편식하지 말고 다 먹어라!!!"


"예이~ 예이~"


여기서 에이든은 과일가게 아저씨와 흥정해서 5쿠퍼 정도를 싸게샀다.


잔돈은 당연히 에이든의 오른쪽 주머니로 골인.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그래서 도착한 곳은 빌터 할아범의 단골 주점.


"에이든!! 이거 너가 먹으면 절대로 안된다!!!!"


민머리 사장님이 '너가 먹으면 안된다'라고 엄포를 놓고 술안주와 술을 싸주었다.


에이든은 조금 먹어볼까 싶었으나 빌터 할아범이 개코여서 그런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저녁 장보기가 끝나고 드디어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끼익- 문을 열자 빌터 할아범이 식사준비를 하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나왔어-라고 대답하는 에이든과 오냐-라고 받아치는 빌터의 모습은 참으로 화목하다.


빌터는 화로에서 와일드 보어 뒷다리 살을 굽고, 에이든은 과일을 씻고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저녁을 먹을 시간치고는 어두워진 밤.


"잘 먹겠습니다!!"

"오냐!"


에이든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제법 늦은 저녁 식사를 한다.


참으로 그리운 광경이랄까.


장작타는 소리와 밤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온다.


그런 평화로운 식사를 하던 중에 에이든은 머뭇거리면서 빌터할아범에게 말을 건넨다.


"있잖아 할아범.... 나 꿈을 꿨다?"


"뭔데?"


"말해도...괜찮아??"


"말해봐봐 어디 길한 꿈인지, 흉한 꿈인지 이 할아범이 봐줄게"


"내가 말이야...."


에이든은 빌터에게 자신의 꿈을 들려준다.


자신이 용사라는 사람을 대신해서 지구라는 곳에 갔었던 일.


처음에는 좌절했지만 꽤나 특이한 친구를 만났던 일.


무시무시한 괴물과 싸웠던 일.


특이한 친구와 제법 친해진 일.


편의점이라는 곳에서 라면이라는 걸 먹었던 일.


몰려오는 괴물들 사이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던 일.


도저히 상대할 수도 없는 커다란 괴물을 보았던 일.


친구와 자기전에 떠들고 투닥투닥 했던 일.


"좋은 꿈이었구나 에이든."


빌터는 어느새 환한 미소로 에이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엉? 괴물이 나왔다니까. 좋은 꿈이 아니잖아"


에이든은 좋은 꿈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괴물이 무시무시했단 말이다. 그리고 죽을 뻔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였는데 그게 왜 좋은 꿈이냐!!!


"아니 좋은 꿈이지! 왜냐면..."


빌터는 에이든의 노란머리에 손을 얹고 말을 이었다.


"....이토록 환하게 웃는 걸 이 할아비가 오랜만에 보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좋은 꿈이다 에이든"


에이든이 꿈에 대해 말할 때 자신도 모르게 환하게 웃고 있다는 사실.


에이든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아니..그게.."


"에이든"


걸걸하고 쉰 목소리는 매번 들었던 소리.


하지만 짜증이 아니라 낮간지러운 따스한 말투를 한, 빌터 할아범의 목소리는 꽤나 듣기 좋았다.


"가라 에이든."


빌터 할아범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리고 에이든의 등을 살포시 밀어주었다.


"친구 이름도 까먹고 이 빌터의 집에 들어올 생각은 하지마라"


살포시 등이 밀린 에이든은



쾅- 문을 박차고 어느새 달리고 있었다.


이름. 이름이 뭐였더라?


아까 장을 봤던 시장거리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허억...허억"


숨이 차오르지만 다리를 멈출 수 없었다.


다리를 멈추면 이대로 영영 까먹을 것 같았기에 에이든은 그냥 달렸다.


이름이....젠장!!!


그대로 황제 동상이 있는 중앙광장을 지나쳐 성문 쪽으로 달린다.


"허억..허억... 제 바알!!!!!!!"


아트리온? 아르타구? 아카이우? 마트라우? 마르타기? 마카이우?파트리온? 파르타키? 파카이온? 파트리우? 파트가스? 파라이슈?파파리온? 파르타슈? 파트아슈? 파트마슈? 파트허슈? 파트다슈?


수 많은 이름을 되뇌이지만 전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어어이 꼬마!!!"


성벽 문지기가 에이든에게 다급히 외친다.


눈 앞에 문지기가 뛰고있는 에이든을 막아 세우지만


에이든은 작은 몸으로 문지기를 따돌리고 성벽 위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푸른 달이 보였다.


'에이든 지구에는 하얀달이 있다'


"지구에는 하얀달이 있다."


허겁지겁 올라온 성벽 문지기는 성벽 난간에서 서있는 에이든을 보고 소리쳤다.


"여....여!! 꼬마야 위험해!!!! 내려....."


"찾았다아!!!!!!!!!!"


붕-


문지기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이든은 날아올랐다.


"파트라슈!!!!!!!!!!"


푸른 달빛에 비친 소년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


잔잔한 호숫가에 자그마한 물방울이 살포시 떨어진다.


호숫가에 떨어진 물방울은 곧 자그마한 파도를 만들고.


파도는 또 다른 파도를 만든다.


그렇게 에이든의 내면에 파문이 일어난다.


으..... 시각이 살아나고 후각이 정신을 차린다.


아..... 촉촉한 바닥의 촉각이 느껴지고 입안의 단내가 미각을 자극시킨다.


감각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멈춰있던 사고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청각을 깨우는 소리.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하얀색 가면을 쓴 남자와 에이든의 첫 만남.


서로 원하던 만남은 아니였지만, 에이든은 웃었다.


"여- 보고 싶었다구 지구"




항상 열심히 하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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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전조 (4). 22.05.24 54 7 12쪽
» 전조 (3). 22.05.23 46 5 12쪽
13 전조 (2). 22.05.22 47 5 11쪽
12 전조 (1). 22.05.22 49 5 9쪽
11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그리고 휴먼 (2). 22.05.20 50 4 11쪽
10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그리고 휴먼 (1). 22.05.19 52 4 13쪽
9 변화 (4). 22.05.18 56 6 13쪽
8 변화 (3). 22.05.17 67 6 13쪽
7 변화 (2). 22.05.16 66 6 11쪽
6 변화 (1). +2 22.05.15 79 7 18쪽
5 내 이름은 에이든. 22.05.14 108 8 16쪽
4 2150년의 지구 (3). 22.05.12 153 17 12쪽
3 2150년의 지구 (2). 22.05.12 195 28 13쪽
2 2150년의 지구 (1). +1 22.05.11 252 31 12쪽
1 프롤로그. prologue 22.05.11 294 3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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