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수레손 님의 서재입니다.

무주택자 무신론자 무연고자 김무결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수레손
작품등록일 :
2020.05.11 20:07
최근연재일 :
2020.10.02 23:14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20,755
추천수 :
359
글자수 :
414,107

작성
20.07.24 23:51
조회
207
추천
1
글자
12쪽

46화 - 뜻밖의 재회 (1)

DUMMY

“야, 우리 왔어.”


조현기가 진미경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했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런 그녀의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뭘 놀라냐는 식으로 그녀의 몸을 발로 툭 차며 말했다.


“야, 손님 왔는데 인사 해야지.”

“······”


그녀는 완전히 말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사실 냉동 창고에 갇혀 있을 때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 때와 다를 것이 없는 상황으로 보였다.

하지만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은 어떻게 그녀가 여기에 잡혀 있느냐는 것이었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구속 수감 중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왜 몸이 묶인 채로 여기에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놀랐냐?”


조현기가 내 쪽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얼이 빠져 입을 헤 벌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내 목소리가 진미경 귀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왜 둘 다 말이 없어? 서로 친한 사이 아니었어?”


조현기가 내 쪽으로 씩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진미경 얼굴에 씌워져 있던 안대를 확 벗겼다. 그녀와 나의 눈이 순식간에 마주쳤고,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당신··· 당신이 어떻게···”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동시에 내가 묻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이번에 우리 조직에 새로 들어오게 됐어. 그리고 오늘 너 때문에 친히 여기까지 데리고 오기도 했고.”

“그게··· 무슨···”


진미경의 두 눈이 내 얼굴에서 답을 찾으려는 듯 방황하고 있었지만 나도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그 어떤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대신 조현기의 얼굴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의 입에서 나올 이야기를 기다렸다.


“둘이 여기서 갇혀 있었잖아. 그런데 다시 여기서 만난 거잖아. 인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 안녕하세요.”


조현기의 언성이 살짝 높아지자 진미경이 바로 인사를 했다. 그녀의 얼굴을 살펴봤지만 특별히 멍이나 상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는 할 수는 없었다.


“안녕하세요.”


조금 건조한 말투로 답인사를 했다. 사실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인사를 건네거나 친근하게 대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원천적으로는 저 여자 때문이고, 나를 속이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챙겼던 사람이니까.


“와, 분위기가 좀 썰렁한데? 저 여자한테 감정 있어?”


조현기가 말투가 살짝 오버스러웠지만 그 내용은 틀리지 않았다. 온갖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여자였다.


“야, 됐고, 둘 다 왜 우리가 여기에 있는지 궁금하지? 특히 너, 안 그래?”


그가 또 전미경을 발로 툭 치면서 말했다.


“네.”

“그래. 그냥 깜빵에서 주는 밥 먹고 편하게 지낼까 했더니 우리가 너를 이렇게 밖으로 끌어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테니까. 너, 여기 처음 들어올 때 교육 제대로 안 받은 거냐, 아니면 우리 말을 거짓말이라고 무시한 거냐?”

“둘 다 아닌데요.”

“야, 그러면!”


그가 갑자기 묶인 채로 앉아 있는 그녀의 옆구리를 세게 걷어찼다. 그녀가 외마디 고함을 지르며 옆으로 나가떨어졌다.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져 있는 그녀에게 그가 소리를 질렀다.


“일어나, 엄살 부리지 말고 원위치.”

“으으···”

“원위치!”


평소에 헤헤거리던 모습과는 달리 엄청 큰 목소리가 가건물 안을 꽉 채웠다. 진미경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다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온몸이 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러면, 그렇게 교육을 잘 받고 우리 말을 잘 알아 들었으면, 왜 그 안에서는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고 딴 생각을 했는데?”


조현기가 금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진미경은 와들와들 떨면서도 어렵게 대답했다.


“딴··· 생각··· 한 적··· 없어요.”

“웃기고 있네. 그 안에 눈이 몇 개고 귀가 몇 갠데. 우리가 아무 근거도 없이 너한테 이런 소리를 지껄였을 것 같냐?”

“정··· 정말이에요.”

“야, 우리 처음부터 너무 어렵게 간다. 이러면 너만 힘들어. 너만 다치고. 너만 죽어 나가. 거짓말 좀 그만해. 이 뒤에도 너한테 물어볼게 산더민데, 벌써부터 이렇게 나오면 너만 더 곤란해져.”


그 말에 진미경이 더 이상 정말이라는 호소는 하지 않았다. 가끔씩 딸꾹질을 하며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다른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언제부터 딴 마음을 품으셨어요?”

“······”

“대답하자, 그래야 다음 질문도 하지.”

“일··· 일주일 전부터요.”

“옳지. 그러면 그 다음 질문. 누가 도와준다고 했어요?”

“그··· 그냥 친구가···”

“친구가 변호사를 대준다고 했다고? 니가 친구도 있었어?”

“음··· 네.”

“또 거짓말하네.”

“아,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그래, 그럼 일단 넘어가 줄게. 그래서, 그 다음 계획은 뭐였는데?”

“해외··· 해외로 넘어간다고.”

“해외로 이민이라도 가겠다고?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친구가? 돈도 엄청 많은 친군가 보네, 돈 없는 마약 중독자 친구한테 변호사도 대주고 이민도 보내주고.”

“아니에요.”

“우리가 어떤 조직인지 알고도 그렇게 다른 나라로 넘어가겠다는 자신감을 도대체 누가 심어준 거야? 도대체 어떤 놈이 경찰, 검찰, 교도소까지 꽉 쥐고 있는 우리 조직을 우습게 봤냐고?”

“그냥 친구에요.”

“하, 그렇구나, 친구가 그랬구나.”


조현기는 그 말을 남기고 건물 안을 크게 빙 돌며 천천히 걸었다. 두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 간간히 고개를 젖혀 한숨을 쉬면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구속 상태잖아, 그치?”


그가 다시 진미경에게 가까이 걸어가며 말했다.


“네.”

“그런데 우리가 너를 이렇게 밖으로 빼냈잖아, 그치?”

“네.”

“아직도 감이 안 와?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놈들인지?”


그가 내 쪽으로도 시선을 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정말 엄청난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게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감이 와요.”

“그러면, 자꾸 거짓말해서 좋을 게 없다는 것도 좀 이해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

“입이 너무 아프잖아, 너 때문에. 빨리 하고 다음 일하러 넘어가려고 했는데 시간도 엄청 뺏기고 있잖아.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죄송합니다.”

“말만 죄송하다고 하지 말고, 실천을 해야지, 실천을. 안 그래요, 진미경 씨?”

“네.”

“하여튼 조직에 있을 때도 딴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골치 썩이더니, 교도소 안에 쭈그리고 앉아 있으라니까 그 말도 안 듣고. 너는 정말 도움이 안 돼.”


그 말과 함께 그가 갑자기 품에서 칼을 꺼냈다. 칼 자루가 있는 단검이었는데, 끝이 아주 예리해 보였다.


“좋은 말로 좋게 좋게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하면, 그냥 골로 보내야지 어쩌겠어.”


그가 칼 끝을 그녀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그녀의 숨이 가빠지고 다시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친구, 이름이 뭐야?”

“저도 이름은 몰라요.”

“말이 안 되잖아, 어떻게 친구 이름을 몰라?”

“친구··· 아니에요.”

“그럼 누군데?”

“그냥 갑자기··· 저를 도와주겠다고 나타난··· 사람들이에요.”

“사람들?”

“네, 제일 가까운 친척 분을 통해서 연락을 해 왔는데, 정확한 건 저도 잘 몰라요. 저도 친척 분한테 전해 듣기만 했는데, 무슨 단체라는 것만 알아요. 단체 이름도 모르고요. 정말이에요.”


그녀가 갑자기 술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단체는 나와 변소희가 소속되어 있는 단체일 확률이 아주 높았다. 중간에도 틈틈이 진미경을 돕는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단체에서도 이런 식으로 정체가 공개될 것을 알고 진미경의 친척을 통해 교도소에 있는 그녀와 연락을 취하는 방법을 선택한 모양이었다.


“그럼 그 친척 분은 너랑 무슨 관곈데?”

“네?”

“친척이 누구냐고.”

“아, 그게···”

“괜찮아, 그 사람한테는 해코지 안 할 거야. 근데 니가 그 단체에 대해서 모르면, 알 것 같은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당연한 거잖아, 안 그래?”

“그··· 그렇죠.”

“그러니까 그 친척이 누군지 말해 보라고. 말 안 해도 너 면회한 사람 명단만 뒤져보면 금방 나오는데 귀찮아서 빨리 알고 싶어서 그러니까 죽기 싫으면 얼른 얘기하자, 응?”

“이··· 이모예요. 성함은 김연희예요.”

“옳지, 잘했다. 어디 사시는데?”

“저··· 저도 몰라요. 거의 20년만에 다시 연락된 거라서.”

“그래? 그럼 그 단체는 어떻게 알고 니 이모를 찾아간 거야?”

“그··· 그것도 모르겠어요. 이모도 사실 저 때문에 면회까지 오실 생각은 없었는데, 그 단체에서 끈질기게 설득해서 어쩔 수 없이 오셨다고 했어요.”


그녀와 연고도 없어진 친척까지 찾아낸 건 누구의 정보력이었을까, 문득 그게 궁금했다. 설마 정이인의 작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다 믿어줄게. 진짜 친척 맞지?”

“네.”

“니 엄마의 여자 형제라는 거지?”

“마··· 맞아요.”

“알았어. 그럼 됐네. 도대체 어떤 놈들이 우리를 상대로 그런 조잡한 짓을 꾸몄는지는 모르겠지만, 니 덕분에 곧 알게 되겠네. 그치?”

“···네.”


나는 왜 이 자리에 끌고 왔을지, 그것도 궁금해졌다. 너무 내 앞에서 모든 일이 연극처럼 벌어지니까, 어쩌면 조현기가 나를 위해 공연을 준비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설마 내가 그 단체에도 소속되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나를 시험하는 자리일 수도 있겠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그 때, 조현기가 나를 불렀다.


“어이, 이 쪽으로 좀 오지. 친구를 만났는데 너무 내외하는 거 아냐?”

“아, 네.”


그 쪽으로 걸어가는 내내 조현기가 나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쳐다봤다. 입 꼬리도 살짝 올라가 있는 것이 어딘가 모르게 불안했다. 내가 가까이 붙자 그가 갑자기 내 오른손을 쥐며 말했다.


“야, 너 사람 찔러본 적 있냐?”

“네?”

“자, 일단 이것부터 손에 쥐자.”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까 봤던 단검 자루가 내 손바닥으로 쑥 들어왔다. 그가 두 손으로 칼을 쥐게 된 내 손을 감싸면서 말했다.


“궁금했지? 내가 왜 널 여기 데려왔는지.”

“어··· 네.”

“니가 그 날은 우리가 주는 거 잘 받아먹고 미쳐 날뛰긴 했는데, 사실 그것만 가지고 니 진심을 판단할 수는 없는 거잖아, 안 그래? 약간 마지못해 들어온 것 같은 느낌도 있고, 우리가 너에 대한 의심을 요만큼이라도 안 할 수는 없는 거거든.”

“네, 그렇죠.”

“그래서, 중간 중간에 테스트를 좀 하려고 해.”

“테스···트요?”

“응. 오늘도 테스트하려고 부른 거야. 얼마까지 우리 조직을 위해서 할 수 있는지.”


손에 쥔 칼을 내려다보았다. 멀리서 봤을 때보다 더 예리해 보이는 칼날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조현기가 갑자기 진미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찔러.”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그가 다시 말했다.


“니 손에 쥔 거, 쟤 가슴에 꽂으라고.”


다시 손에 쥔 칼을 내려보았다. 그리고 핏기가 싹 가신 진미경의 얼굴을 봤다. 조현기는 웃는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주택자 무신론자 무연고자 김무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8 48화 - 김연희 (2) 20.07.29 197 0 11쪽
47 47화 - 김연희 (1) 20.07.27 212 1 13쪽
» 46화 - 뜻밖의 재회 (1) 20.07.24 208 1 12쪽
45 45화 - 새로운 시작 (4) 20.07.22 212 2 12쪽
44 44화 - 새로운 시작 (3) 20.07.20 223 2 12쪽
43 43화 - 새로운 시작 (2) +1 20.07.17 230 2 12쪽
42 42화 - 새로운 시작 (1) +1 20.07.15 245 2 12쪽
41 41화 - 일단락 +2 20.07.13 251 2 12쪽
40 40화 - 잘못된 선택 +4 20.07.10 253 3 12쪽
39 39화 - 백태진 (2) +1 20.07.08 251 1 11쪽
38 38화 - 백태진 (1) +2 20.07.06 254 2 11쪽
37 37화 - 정이인 (2) +1 20.07.03 267 2 11쪽
36 36화 - 정이인 (1) +1 20.07.01 269 2 12쪽
35 35화 - 내부 조사 (5) +1 20.06.29 281 2 13쪽
34 34화 - 내부 조사 (4) +1 20.06.26 287 2 12쪽
33 33화 - 내부 조사 (3) +2 20.06.24 291 4 11쪽
32 32화 - 내부 조사 (2) +1 20.06.22 295 3 11쪽
31 31화 - 내부 조사 (1) +1 20.06.19 301 3 12쪽
30 30화 - 새로운 사실 (3) +1 20.06.18 307 3 11쪽
29 29화 - 새로운 사실 (2) +2 20.06.16 311 6 12쪽
28 28화 - 새로운 사실 (1) 20.06.15 308 4 12쪽
27 27화 - 김무결의 임무 (4) +2 20.06.12 317 3 11쪽
26 26화 - 김무결의 임무 (3) +1 20.06.11 313 4 11쪽
25 25화 - 김무결의 임무 (2) +1 20.06.09 316 5 11쪽
24 24화 - 김무결의 임무 (1) +1 20.06.08 323 5 12쪽
23 23화 - 새로운 단체 (3) +2 20.06.05 335 7 13쪽
22 22화 - 새로운 단체 (2) 20.06.04 348 5 15쪽
21 21화 - 새로운 단체 (1) +1 20.06.02 364 3 14쪽
20 20화 - 뜻밖의 손님 (3) 20.06.01 359 5 13쪽
19 19화 - 뜻밖의 손님 (2) +2 20.05.30 359 5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