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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72,113
추천수 :
2,755
글자수 :
1,456,688

작성
21.09.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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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
추천
15
글자
21쪽

또 다른 운명을 향하여 (3)

DUMMY

요계궁 수비대의 여우족들이 투카르스에게 들은 것보다 훨씬 빨리 자신을 따라 잡자 용기는 점점 다급해져 갔다. 아까는 형체 없는 점으로만 보이던 그들이었는데, 지금은 뒤쪽에서 작지만 목소리들이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다.


“이쪽이야. 빨리 빨리! 지원병을 더불러!”


사실 용기가 착각하고 있었던 건 여우족들이 들은바와 달리 더 빠른게 아니라, 그의 속도가 느린 것 뿐이었다.


즈메이를 업고 경공을 펼치고 있는 중이어서 속도가 줄었고, 게다가 좁은 감옥 안에서 벽을 튕기듯이 경공을 펼치는 수련만 하다보니, 넓은 공간에서 직선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경공을 펼치는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어찌되었든 드디어 그들은 취사장의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고 살짝 열려 있었는데, 용기는 발로 뻥차며 문을 열어 제꼈다.


“헉!”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15평 남짓한 취사장에는 요괴들이 몇 명 서있었다.


소족 요괴 두 명이 어깨에서 식자재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있는 중이었고, 그들을 지휘하는 듯한 늑대족 한 명이 그들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저쪽 반대편의 취사장 바깥으로 통하는 문은 열려 있었는데, 그 뒤로 커다란 수레와 그 수레에서 물건들을 내리고 있는 소족 요괴 두 명이 더 서있었다.


그들을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용기 그리고 즈메이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즈메이와 그를 업고 있는 알몸을 하고 있는 처음 보는 자의 모습을 보고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다는 당혹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용기는 투카르스에게 말로만 설명을 들었던 늑대족 요괴를 처음 보고는 투카르스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보았던 커다란 거미처럼 대략 2미터 남짓한 키. 얼굴은 흉학한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팔과 다리는 털이 무성하긴 해도 나름 인간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투카르스에 따르면 종족에 상관없이 전사들은 모두 녹색 전투복을 입는데, 남자들은 소매가 없는 조끼 형태의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몸에 달라붙는 외투를 입는다고 했다.


외투 앞쪽 중앙에 목부터 허리까지 내려오는 도복의 겉섶 같은게 있는데 그 겉섶의 색깔에 따라 계급이 다르고, 허리끈도 그 겉섶의 색깔과 같다고 했다.


지금 용기의 눈앞에 서 있는 늑대족 요괴는 외투의 형태로 보건데 남자가 분명했고, 겉섶의 색깔이 하늘색인 것으로 보아 그냥 평범한 하급 전사가 분명했다.


전투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즉 가슴 갑옷이나, 팔목 보호대, 어깨 보호대 등등은 개인 취향이라고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늑대족 요괴는 취사장의 식자재를 운반 관리하는 전사라 그런지 전투복 이외에는 별다른 갑옷은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냥 뚫어!”


즈메이의 외침이 들리자, 용기는 늑대족 요괴에서 최대한 떨어진 방향으로 황룡지풍비를 쓰며 몸을 최대한 낮춰 뛰쳐 나갔다.


하지만 그 늑대족을 지나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강력한 충격에 용기는 앞으로 쓰러지며 굴러갔다.


그 늑대족 요괴가 즈메이와 저 알몸인 자를 일단 멈춰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즉시 함과 동시에 제비처럼 낮게 지나가는 용기의 머리 위쪽에 주먹을 날렸고 장소가 너무 협소해서 그 주먹이 즈메이의 안면을 강타한 것이었다.


즈메이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오던 방향으로 다시 피를 공중에 뿌리며 날아갔다. 갑자기 좁은 취사장 안에서 일어나는 전투 상황에 두 명의 소족 요괴들은 뒷 걸음질을 치며 수레가 있는 바깥쪽으로 뛰쳐 나갔다.


“넌 뭐냐!?”


늑대족 요괴가 쓰러져 있는 용기에게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용기는 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꿈틀거렸지만, 늑대족 요괴의 발길이 먼저 그의 몸을 강타했다.


“크윽!”


그가 다시 취사장 벽쪽에 쳐박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두팔을 들어올려 방어했기 때문에 충격은 덜했다.


용기는 지금 그가 벽에 쳐박힌 꼴이 그가 요계의 지하 감옥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와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 엉뚱하게도 신기했다.


벽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곧게 V 자로 바닥에 펼친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황. 자신의 두 팔만 벽에 쇠사슬로 묶여 있다면 영낙없이 그때와 똑같으리라.


하지만 그때와 다른 것은 바로 그 두 팔의 자유에 있었고, 지금은 그 두 팔을 이용할 줄도 알았다.


“황룡뇌공파(黃龍雷空破)!”


용기는 다리 가랑이 사이로 오른손을 바닥에 내려 찍으며 투카르스에게 배운 공격 기술을 펼쳤다.


하지만 이게 어찌된 일인가? 늑대족 요괴의 몸 전체를 덮어 버릴만큼 커다란 빛의 원형이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면서 기의 기둥을 세운 다음, 기의 폭발과 뇌전을 일으키며 상대를 쓰러트려야 했거만, 어찌된 일인지 늑대족 요괴의 왼쪽 다리를 겨우 감쌀만한 기의 기둥이 그의 왼발 무릎 정도까지만 생기더니 단지 까맣게 그을릴 정도의 폭발만 일으키고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늑대족 요괴는 순식간에 그의 왼발 아래에서 뭐가 올라와서 반짝 거리며 자신의 무릎 아래를 덮치자 처음에는 당황 했지만, 단지 따금할 정도의 아픔만 남겨두고 그 빛이 사라지자 다시 용기 쪽으로 다가갔다.


“네 이놈! 뭔짓을 한거냐?”

“아...저기...제가 실전이 처음이라 그래요. 거기 가만히 계셔 보실래요? 제가 얼른 다시 해볼께요. 하하.”


용기는 침을 꼴깍 삼키며 무섭게 다가오는 늑대족 요괴를 쳐다봤다.


그때 갑자기 취사장의 출입문 쪽으로 튕겨져 나갔던 즈메이가 어디선가 커다랗고 날카로운 식칼을 들고 늑대족 요괴쪽으로 쇄도해 날아왔다.


늑대족 요괴는 반사적으로 그가 등에 메고 있던 커다란 도(刀)를 즈메이의 방향으로 뽑아 내렸지만 즈메이가 한 수 더 빨랐다. 즈메이의 식칼은 늑대족 요괴의 오른쪽 팔 겨드랑이 부분에 깊숙히 박혀 버렸다.


고통으로 도를 놓쳐버렸지만 늑대족 요괴는 쓰러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괴성을 지르더니 바닥에 착지한 즈메이의 가슴을 왼손 주먹으로 강타하며 즈메이를 다시 한 번 취사장 출입문 쪽으로 날려 버렸다.


그 순간 늑대족 요괴의 왼쪽 허리가 드러나면서 허리끈에 차고 있던 손도끼가 용기 눈에 들어왔고, 그는 황룡지풍비를 사용해 앉은 자세에서 번개처럼 튕겨져 나오며 그 손도끼를 빼어 들었다.


늑대족 요괴가 다시 몸을 틀어 용기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순간 그의 가슴은 허점 투성으로 무방비 상태가 되었고, 용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있는 힘껏 그 요괴에 심장에 손도끼를 찍어 내렸다.


순식간에 생명력을 잃은 늑대족 요괴는 쓰러지면서 많은 양의 검붉은 피를 공중에 흩뿌렸고 바로 코 앞에 서있던 용기는 그 피를 대부분 뒤집어 쓰게 되었다.


‘피!’


용기는 투카르스가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 투카르스: 그거 알아? 요괴족이나 용족도 인간과 같은 붉은색 피를 가지고 있다는거?

- 용기: 진짜? 아니 왜 그렇지? 그 자식들 녹색으로 치장을 하고 다닌다며? 녹색피를 가진거 아니었어?

- 투카르스: 그거야 나도 모르지. 암튼 전투에서 그놈들 피를 뒤집어 써도 절대로 먹지마.

- 용기: 왜? 무슨 병에 걸리고 그러는거야?

- 투카르스: 아니. 맛이 없거든. 하하하. 농담이고. 만약 네 손에 처음 피를 묻히게 되어도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해. 안그러면 너처럼 내공을 익힌 사람은 정신적으로 무너지면서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어.


용기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움켜 잡았다. 하지만 떨림이 감염이라도 되었는지 왼손도 순식간에 같이 떨기 시작했다.


‘내가...내가 죽였어.’


그의 시선은 쓰러져서 아직도 피를 내뿜고 있는 늑대족 요괴에게서 떠날 줄을 몰랐다. 그리고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 지면서 울렁 거리더니 토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숨은 왜 그리 가쁜지 마치 주위에 공기가 부족한 아주 높은 산에 올라와 있는 듯 싶었다. 그렇게 그의 정신이 아득해지는 찰나, 즈메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뭐해! 정신차려!”


고개를 들어 즈메이 쪽을 쳐다보니 그는 취사장 중앙에 있던 커다란 직사각형 테이블을 밀어 출입구를 막고 옆쪽에 선반을 쓰러뜨려 추가로 입구를 봉쇄하고 있는 중이었다. 출입문 쪽에서는 여러 요괴들이 출입문을 뚫고 들어오기 위해 발길질을 해대고 있었다.


“거기 중앙에 있는 커다란 파란색 선반문을 열어. 빨리!”


용기는 즈메이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나름 최대한 정신을 차리고 그가 시키는 대로 파란색 선반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안쪽으로 가죽을 댄 커다란 나무 상자가 있었고, 그 안에는 누가 주먹으로 또는 망치로 아무렇게나 으깨놓은 듯한 여러 형태의 작은 얼음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거기 얼음 안에 보따리 하나가 있을거야 빨리 꺼내!”


차가운 얼음속으로 두 손을 넣어 휘젓다 보니 즈메이가 말한대로 보따리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용기는 그것을 꺼내 들어 즈메이에게 보여줬다.


“자. 이제 가! 빨리 도망가! 시간은 얼마 못 벌어 줄 것 같아.”


용기는 즈메이가 자기를 놓고 혼자 가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못가! 혼자는 절대 안가! 내가 업고 갈테니까 같이 가.”

“시끄러워! 이 무식한 놈아!”


요괴들 몇이 힘을 모아 몸통 들이박기를 하는지 즈메이는 갑자기 문쪽에서 살짝 튕겨져 나왔지만 그는 다시 재빠르게 출입문쪽으로 온몸을 밀착시키며 소리를 질렀다.


“네가 나를 업고 얼마를 갈 수 있을 것 같애?! 그리고 난 갈 수 있어도 안가.”

“왜!?”


출입문 쪽의 쿵쿵 거리는 충돌음은 점점 세차게 들리고 있었고, 이제 요괴들은 바깥 쪽에서 검으로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난!... 황룡족의 명예에 먹칠을 했어.”


온 몸으로 애처롭게 문을 지탱하고 있는 즈메이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난 그때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항복을 한거야. 말로는 투카르스님을 돌보기 위해서라고 내 자신에게 변명을 했지만, 난 너무 무서웠어.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즈메이가 황룡족이었다는 짧은 사실만 들었을 뿐, 숨겨진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 용기는 즈메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그를 잘 달래서 어떻게든 그와 같이 가고 싶었다.


“무슨 영문인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살아야 네가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길 것 아냐?”

“지금이! 바로 그 기회야!”


즈메이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려왔다.


“가! 꼭 살아서 붉은 산에 가. 그리고 전해줘. 나 즈메이는 적어도 최후의 순간에는 황룡족답게 영광스럽게 전사했다고.”

“즈메이...”

“빨리 가! 너는 붉은 산까지 살아서 가지 못하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용기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그의 눈도 뜨거운 눈물을 흘려내기 시작했다.


“미안해. 내가 꼭 전해 줄께. 너가 얼마나 용감한 전사였는지.”


그리고 그는 등을 돌려 바깥으로 향해 달려갔다. 달려가는 그의 등에 즈메이의 마지막 말이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바깥으로 나온 용기는 도대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슬슬 뒷걸음 치고 있는 소족 요괴 네 명을 마주하게 되었으나 그들이 자신을 잡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자 아직은 얼음의 한기로 차가운 보따리를 가슴에 품고 숲쪽으로 황룡지풍비를 쓰며 쏘아져 나아갔다.


때는 용기가 요계의 세상으로 넘어오게 된지 대략 하루. 시간의 지하 감옥에서 갇혀 있은지 대략 11개월이 조금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



연화가 점점 커져가는 파란색의 반원 아치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가는 중 알게 된 사실은 그 안쪽의 공간은 검은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뾰족한 것이 그 검은 공간에서 튀어 나오자 그녀는 기겁을 하며 멈춰 섰다.


홀로그램을 이용해서 사물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기술을 이벤트로 쓰는 경우를 텔레비젼에서 보기는 했지만, 자신은 아직까지 중국 국가 대표팀에서 그 정도까지의 특수 효과를 이용해서 피켜 스케이팅 쇼를 한다는 말은 들어보지를 못했다.


그럼 이건 도대체 무슨 현상이란 말인가?

연화의 머리속에는 온통 물음표가 가득했다.


중간에 멈춰 서서 멍하니 그 파란색 아치를 계속 바라보다 그녀는 계속되는 놀라움으로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며 손으로 입을 가릴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그 파란색 아치에서 여우가 튀어 나왔다!


아니 여우의 탈을 쓴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털이 잔뜩 덮여 있긴 하지만 사람과 비슷한 팔을 가지고 있었으니.


하지만 여우의 탈을 하고 있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도 가지 않았다. 그래도 연화는 그자의 우람한 팔 근육으로 짐작하건데 남자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키는 대략 2미터에 육박하는 큰 키로 녹색 색깔의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몸에 달라 붙는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팔의 소매가 없었다. 외투 중앙에 버튼이 있어야 하는 곳에는 버튼 대신 보라색의 겉섶이 붙어 있었고, 외투 바깥으로 같은 보라색의 허리끈을 매고 있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에 들고 있는 반짝이는 검. 중국 사람인 연화에게 검이란 그다지 놀랄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중국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검술 훈련을 하고, 검을 파는 상점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형태가 중국 검과는 약간 달랐다. 검의 날이 있긴 있지만 그 면적이 거의 없어서 잘못 보면 그냥 커다란 송곳을 들고 있는 줄 착각할 정도였으며, 검날과 검 손잡이의 중간의 손을 보호 해주는 부분인 금속 부분인 고동(古銅)이 일반적인 중국 검과는 다르게 좀 더 길었으며 오히려 중세의 서양검에 더욱 가까웠다.


연화는 여우탈과 반짝이는 송곳같은 엷은 검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갖춘 이 이상한 사람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아이스 링크에는 도대체 왜 왔는지, 아니 더욱 궁금한건 도대체 어떻게 아이스 링크 중앙에서 갑자기 튀어 나올 수 있는 건지. 연화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는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저기...누구세요?”


연화는 아까부터 자신의 발 아래의 아이스 링크를 쳐다보고 있는 그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자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연화가 기대하던 대답이나 말은 그의 입에서 나오지 않고, 대신 갑자기 그가 검을 연화를 향해 겨누더니 연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외치며 연화를 향해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잠...잠깐만요!”


연화는 여우탈을 쓴 자가 갑자기 위험하게 검을 들고 돌진해 오자 어찌해야 될지를 몰랐다.


“미친...!”


그녀는 일단 스케이트를 뒤로 재빠르게 타면서 그자와 거리를 벌리고자 했다.


하지만 그자가 갑자기 몸을 잠시 웅크리더니 아이스 링크 위를 날듯이 연화쪽으로 쇄도해왔다.


‘피해야 한다!’


연화가 본능적으로 내린 결론이었고, 그녀는 속도를 올려 뒤로 조금 더 스케이트를 타다가 갑자기 90도로 왼쪽 방향으로 틀었다.


검을 정면으로 찔러오던 여우탈을 쓴 자는 멈추기 위해 발을 지면에 대었지만 미끄러운 아이스 링크에 발을 헛딛고 미끄러져 뒤에 있던 펜스에 부딪히고 말았다.


샤아아악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스케이트를 멈춰 세운 연화는 ‘괜찮으세요?’라는 말을 할려다가 그냥 삼켜버렸다.


갑자기 검을 들고 위험한 짓을 하는 미친놈에게 그런 친절한 말을 하는게 더 이상하리라. 오히려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따져려는 찰나, 그녀는 다시 본능적으로 뒤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다. 그 여우탈을 쓴 자가 다시 돌진해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화의 이마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연화는 여태 스케이팅 속도에서 누구에게 한번도 져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스케이트를 뒤로 타는 것은 연화의 장기 중에 하나로 예전에 연화가 고등학교 시절 같이 합동 훈련하던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선수와 아이스크림 내기 시합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연화는 스케이트를 뒤로 타서 이겨 버렸다. 물론 그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가 아이스크림을 몇 개 더 사주며 소문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며 부탁해서 아는 사람이 몇 안되는 일화였다.


게다가 연화는 어머니의 유품인 연습용 피겨 스케이트화를 신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속도나 움직임에 자신이 있는 상황이었다.


어머니의 피겨 스케이트화는 외할아버지가 직접 수제작한 것으로 일반 스케이트화와는 약간 달랐다.


신발 부분에 하얀색 가죽을 사용하고 양쪽 스케이트 토 블레이드와 신발이 닿는 부분에, 탭댄스 신발 처럼 금속이 붙어져 있었다. 할아버지 말로는 그곳에 행운을 가져다 주는 부적을 집어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연습용 스케이트화를 신으면 이상하리만치 움직임, 속도, 점프 등 모든 면에서 원래의 실력보다 훨씬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탭댄스 신발처럼 금속을 댄 부분이 대회 규정에 어긋나서, 연화는 대회에서는 이 스케이트화를 신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여우탈을 쓴 자는 아이스 링크에서 스케이트를 신지도 않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엄청난 속도로 달려 오고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 아이스 링크를 낮게 점프하면서 쫓아오고 있었는데, 발을 착지할 때마다 발이 미끄러져 약간 몸이 기우뚱해지는 순간의 지연이 생기지 않았으면 그자는 이미 연화를 잡고도 남았다.


연화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스케이팅 속도로도 거리를 벌리기 힘들고 아이스 링크를 빙빙 돌면서 계속 술래잡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 여기를 나가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아이스 링크를 나가면 오히려 스케이트를 신고 있는 연화가 더 불리해지게 되는데, 쫓아오는 자의 날랜 몸짓으로 보아 스케이트 끈을 풀고 벗어제낀 후 도망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아. 리웨이 할아버지.’


시간상 이제 그가 아이스 링크에 도착해서 슬슬 빙포차를 움직일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연화는 스케이트를 뒤로 타다가 고개를 문쪽으로 향했다.


“앗!”


연화 눈에는 또 다른 여우탈을 쓴 자가 검을 일직선으로 찌르며 연화의 왼쪽 옆으로 날라오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연화는 순간 오른발 스케이트를 바닥에 강하게 찍으며 공중으로 뛰어올라 몸을 반시계 방향으로 틀면서 왼쪽 옆구리로 찔러 들어오는 검을 가슴 앞으로 흘러 보낸 뒤 몸을 한 번 더 비틀어 착지하는 순간에 스케이팅 방향이 90도로 꺾이게 했다.


피겨 스케이팅의 ‘루프 점프’ 라는 기술이었는데 연화가 순식간에 응용해서 방향을 직각으로 바꿔 버린 것이었다.


연화의 왼쪽 옆구리를 찔러 들어오던 여우탈을 쓴자는 끼이이익 하는 얼음을 긁는 소리를 내며 검을 바닥에 찍어 착지를 해 바닥에 나뒹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두 명이 연화를 쫓는 판국이 되었다. 그것도 여우탈을 쓴 미친놈들이.


“너희들 뭐야!?”


연화가 드디어 입을 열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대답은 듣지 못한 채 첫번째로 쫓아오던 자의 검에서 뭔가 반짝이더니 펑 하는 폭발을 연화가 타고 있는 아이스 링크 옆으로 일으켰고, 그 충격에 연화는 중심을 잃고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 나갔다.


충격에 나가 떨어진 연화의 오른쪽 뺨이 바닥에 닿자 차가운 얼음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아까 보았던 파란색 아치가 눈앞에 보였다.


‘아...이게 도대체...뭔...’


하지만 그녀는 머리속으로 말하는 문장도 못끝내고 ‘컥!’ 이라는 비명을 질렀다.


어느샌가 여우탈을 쓴 또 한 명이 나타났고 그자가 연화의 목을 한 손으로 잡고 공중으로 들어올렸기 때문이었다.


“커...컥! 이...이거...놔”


연화는 그자의 두꺼운 손목을 자신의 두 손으로 잡아 끌어 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자가 입을 열어 뭐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연화는 그 말을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숨이 점점 막혀왔다. 최후의 발악을 하는 심정으로 연화는 잡혀있는 자신의 목을 일부로 약간 옆으로 비틀며 자신의 몸도 살짝 비틀었다. 자신의 목의 죄고 있는 자와의 공간을 좀 더 확보하여 발차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참고 간신히 목을 약간 비틀어 자세를 잡은 연화가 오른발을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자의 옆구리를 향해 발을 내지르는 순간 연화의 발이 파란색 아치의 테두리에 닿았다.


그리고 커다란 빛이 온 세상을 덮으며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난 죽는건가?’ 연화는 자신의 몸이 새하얀 빛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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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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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6) 21.09.26 429 16 18쪽
23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5) 21.09.26 430 16 13쪽
22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4) 21.09.25 437 16 15쪽
21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3) 21.09.25 442 15 17쪽
20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2) 21.09.24 468 14 19쪽
19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1) +1 21.09.23 481 15 16쪽
» 또 다른 운명을 향하여 (3) 21.09.22 499 15 21쪽
17 또 다른 운명을 향하여 (2) +2 21.09.21 483 15 12쪽
16 또 다른 운명을 향하여 (1) 21.09.21 495 16 14쪽
15 황룡의 무공 (6) +2 21.09.20 493 15 14쪽
14 황룡의 무공 (5) 21.09.20 516 15 15쪽
13 황룡의 무공 (4) +2 21.09.19 552 16 17쪽
12 황룡의 무공 (3) 21.09.19 539 15 18쪽
11 황룡의 무공 (2) 21.09.18 562 16 17쪽
10 황룡의 무공 (1) +2 21.09.17 610 17 15쪽
9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3) 21.09.16 588 17 10쪽
8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2) 21.09.16 639 17 20쪽
7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1) +2 21.09.15 673 16 12쪽
6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5) 21.09.14 680 18 17쪽
5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4) 21.09.14 796 19 23쪽
4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3) 21.09.13 928 22 19쪽
3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2) 21.09.12 1,070 22 14쪽
2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1) +2 21.09.11 1,676 23 20쪽
1 프롤로그 +1 21.09.11 1,992 2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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