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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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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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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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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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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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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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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3)

DUMMY

용기는 거북이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했다.


그는 이번에도 거북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들에게 말 할 내용들을 약간 준비하기는 했지만, 저번처럼 마지막이라는 비장한 각오는 그에게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심통이 나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럴만도 한게, 이번에 거북이들을 기다리고 있는건 투카르스의 탈출 작전 때문이었는데, 그는 그 작전이라는게 영 맘에 들지 않았다.



며칠 전 투카르스가 탈출 작전을 설명 할 때였다.


[뭐?! 아부를 하라고?!!]


용기의 격양된 목소리가 전음을 타고 투카르스의 귀를 때렸다.


[야. 좀좀 살살 말해. 귀 떨어지겠다. 암튼 그래. 아부를 하라고.]

[그게 니가 말하는 탈출 작전이냐? 어이가 없네.]

[탈출 작전의 첫번째 단계라고 말했잖아! 일단 몸이 풀려나야 다음 단계를 진행 할 수 있다니까!]

[아니. 나는 탈출 작전이라고 하길레 영화처럼 누가 와서 짜잔하고 구해주는 줄 알았지. 야! 아부해서 쇠사슬에 풀려날 수 있으면, 아예 아부해서 감옥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하는게 낫지 않아?]


용기는 뭔 그딴게 작전이냐며 비아냥 거리며 말했다.


[짜증내지 말고 잘 들어봐. 이 거북이 놈들은 아부에 아주 약해.]

[왜?]

[이놈들은 요괴들의 두뇌라고 자칭하는 놈들인데, 천성적으로 아주 잔인하지만 전투력이 거의 꽝이야. 몸이 아주 느리고 기를 운용하는게 둔하거든. 그래서 강한 전투력을 우선으로 삼는 요계왕과 요계에서 항상 무시 당하고 낮은 위치에 있지. 그 낮은 위치 때문에 아무도 거북이들에게 존대말을 쓰지 않고, 무시 받는 존재들이라 뭔가 업적을 세워도 칭찬 받지도 않아.

그런 무시를 받고 사는 그들의 기분이 어떻겠어? 자기들 딴에는 자기들이 제공하는 전략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대우를 받고 있다고 불평불만이 많아. 그래서 아부를 하면 아주 잘 통할거야. 감옥에서 빼달라는 것도 아니고 쇠사슬만 풀어 달라고 하는 아부인데 그런것 쯤은 자기들 권한내에서 가능하거든.]



[아부라...미치겠네.]


용기는 아무리 탈출을 위한 포석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영 맘이 들지 않았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이유 중에 하나도 본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아부를 해야지만 성공하는 그 세계가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항상 정직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도 어느 정도 거짓말을 할 줄 알고 남들 같은 평범한 처세술은 지니고 있었지만, 아부라는게 하다 보면 그 상대방의 잘못된 점 까지 눈감아 주고 오히려 치켜 세워줘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겼는데, 그는 그점이 싫었다.


상대방의 잘못을 이 악물고 눈감아 줄 수는 있었지만, 그걸 오히려 치켜 세워줘야 한다는 점이 너무 싫었기 때문에, 아부라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목숨. 아니 가족의 목숨까지 달렸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현재 그가 가진 최선의 방법은 투카르스의 탈출 작전이었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아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그것도 최선과 열정을 다해서 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드디어 감옥문이 열리고 거북이들이 들어왔다.


“아이고···선생님들 오셨습니까?”


용기가 최대한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고개를 든 용기의 얼굴에는 커다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동안 별고 없으셨는지요? 오늘도 미천한 저를 위해 여기까지 와주신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는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제가 두 분의 노고를 덜어 드리기 위해 최대한 협조해 드릴 터이니 말씀만 해주십시오. 헤헤.”


그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최대한 숙이며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씨발...’


거북이들은 미르마를 먹은 인간 죄수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었지만, 도통 이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서로 눈길을 한번 쓱 교환하고는 어깨를 으쓱 거렸다.


“아이고...그러고 보니 그동안 선생님들의 존함 조차 묻지 못했군요. 죄송합니다. 이 미천한 인간을 용서 해주십시오. 두 분의 존귀한 성함을 저에게 말씀 해주시면 제 가문의 영광으로 두 분의 성함을 적은 액자를 벽에 걸어두고 대대로 가문의 보물로 간직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용기의 눈에서 불꽃이 이는듯 했다.


‘아...씨부럴. 나 아부 너무 잘하는것 아니냐? 이 정도 실력인 줄 알았으면 그냥 직장에 붙어 있을걸.’


사실 그는 이 거북이들의 이름들은 투카르스에게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다.


메기 수염 한 개의 거북이의 이름은 루살카, 그리고 메기 수염 두 개의 거북이의 이름은 시시가.


하지만 투카르스와의 대화 사실을 틀키면 안되었고, 최대한 이들의 기분을 맞춰 쇠사슬에서 풀려 나야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아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자신이 이렇게 아부를 잘하고 있다는 사실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최대한 억누르면서.


하지만 거북이들이 용기를 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다 죽여 버리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창자로 줄넘기를 하겠다며?”


용기는 고개를 숙인 채로 식은땀을 흘렸다.


‘아...거지 같은 놈들. 뒤끝있네...’


“하하하하...고귀하신 분들께 제가 그런 말을 했다니요. 당치 않습니다. 그럼요! 그 말들은 두 분께 드린 말씀이 아니라 두 분처럼 고귀한 분들께 이런 감옥일이나 시키는 그 위에 다른 요계족 분들께 한 말로 두 분을 이렇게 불공평하게 취급하고 있는 처사가 옳지 않다 라는 것을 단지 좀 과격하게 표현한 것 뿐입니다. 헤헤.”


“흠...”


거북이들의 표정이 갑자기 좋아졌다.


용기의 직장 경력 10년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신호를 주었다. 공략법은 바로 거북이들이 항상 느끼고 있는 불공평한 대우를 감싸 주는 것이다 라고.


“그럼요! 그럼요! 저는 두 분께서 이런 미천한 인간을 조사하는 일보다는 요계의 높은 직에 계셔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두 분처럼 뛰어난 분들이 이런 감옥에 오시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지요.”

“흠...이 자식이 뭘 좀 아는군.”


루살카가 허리에 손을 짚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응답했다.


“컬컬컬...알고 있으니 다행이군.”


시시가도 미소를 지었다.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으시면서도 맡은 업무를 끝까지 책임지시고 이행하시는 두 분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저같은 미천한 인간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암요! 제가 그런 의미에서 두 분의 노고를 덜어드리고자 하시는 업무에 최대한 협조 하겠습니다요. 헤헤.”

“흠...정성이 갸륵하군. 알았다. 그럼 시작하지.”


시시가가 고개로 신호를 보내자 루살카가 허리춤에 있는 식칼에 손을 댔다.


“그런데 말입니다. 존경하는 두 분께 제가 한가지 권해 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루살카가 동작을 멈추고 ‘응? 뭐냐?’ 라고 말하며 잡았던 식칼에서 다시 손을 떼었다.


“아무래도 제가 쇠사슬에 묶여 있다보니 두 분께서 저의 몸을 자르시고 조사하시는 데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누추한 곳에 오래 계시면 안되는 존귀한 두 분께서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일을 처리 하실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서요.”

“그게 뭔데?”


시시가가 흥미를 보였다.


“제 쇠사슬을 풀어 주십시오. 그러면 두 분께서 감옥 문을 열자 마자 쏜살같이 감옥 문 근처로 달려가서 원하시는 제 몸의 부위를 빠르게 자르실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이런 냄새나는 누추한 곳에서 조금이라도 적게 시간을 보내시고 빨리 돌아가실 수 있으시게 될겁니다.”

“아!...”


루살카와 시시가는 왜 미처 그전에 그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서로를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루살카가 용기쪽으로 와서는 묶여있는 쇠사슬들을 모두 풀어 주었다.


‘헐...이놈들 요계의 왕이 되실 분이라고 아부하면 아예 그 붉은 산이라는 곳에 데려다 줄 기센데?’


용기는 투카르스의 말처럼 이 거북이들이 아부에 매우 약하다는 사실에 좀 어이가 없었다.


쇠사슬을 전부 풀어준 루살카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거북이라는 요괴족은 시력이 그다지 좋은 종족이 아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이 죄수 인간의 몸 전체의 피부가 왠지 예전보다 하얘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다시 보니 이 놈의 머리카락도, 예전에도 짧았지만 지금은 더 짧아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시가님. 이놈 몸이 뭔가 이상한데요?”

“응? 뭐가?”


시시가도 용기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가까이서 용기의 몸을 살펴 보더니, 이어 용기의 배에 손을 얹었다.


“헉!!!”


시시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작 놀랐다. 그리고 루살카에게 소리쳤다.


“이걸 보게! 빨리!”


루살카도 그제서야 용기의 배에 손을 대더니 같이 깜짝 놀랬다.


“아니! 이럴수가! 이놈의 기가 어떻게 된거죠?”


‘아. 환골탈태 라는 것을 한게 이놈들 한테도 대단한 일인가보지? 근데 그것 때문에 다시 쇠사슬에 묶일려나?’


용기는 입을 다문 채 잠자코는 있었지만 속으로는 안절부절 하였다.


그때 시시가가 용기의 배에서 손을 떼며 일어나더니, ‘빨리 보고를 해야 하네. 가세!’ 라고 말하며 감옥문으로 향했다.


루살카도 따라 나섰다. 하지만 감옥문이 열리고 나가기 전에 그는 다시 용기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 이놈. 이상한 짓 말고 꼼짝말고 여기 있거라.”

“네. 당연 하습죠. 걱정 마시고 다녀 오십쇼. 여기는 제가 잘 돌보고 있겠습니다. 방문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헤헤.”


용기는 온몸이 풀린 상태로 바닥에 큰절을 하며 거북이들의 배웅을 하였다. 그리고 감옥문이 완전히 닫히고 거북이들의 발걸음들이 멀어지자, 그도 고개를 그제서야 들고 씩 웃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X까고 있네. 씹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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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6) 21.09.26 427 16 18쪽
23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5) 21.09.26 430 16 13쪽
22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4) 21.09.25 437 16 15쪽
21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3) 21.09.25 442 15 17쪽
20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2) 21.09.24 467 14 19쪽
19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1) +1 21.09.23 481 15 16쪽
18 또 다른 운명을 향하여 (3) 21.09.22 497 15 21쪽
17 또 다른 운명을 향하여 (2) +2 21.09.21 482 15 12쪽
16 또 다른 운명을 향하여 (1) 21.09.21 495 16 14쪽
15 황룡의 무공 (6) +2 21.09.20 492 15 14쪽
14 황룡의 무공 (5) 21.09.20 516 15 15쪽
13 황룡의 무공 (4) +2 21.09.19 545 16 17쪽
12 황룡의 무공 (3) 21.09.19 538 15 18쪽
11 황룡의 무공 (2) 21.09.18 559 16 17쪽
10 황룡의 무공 (1) +2 21.09.17 609 17 15쪽
»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3) 21.09.16 587 17 10쪽
8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2) 21.09.16 635 17 20쪽
7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1) +2 21.09.15 670 16 12쪽
6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5) 21.09.14 677 18 17쪽
5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4) 21.09.14 794 19 23쪽
4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3) 21.09.13 926 22 19쪽
3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2) 21.09.12 1,066 22 14쪽
2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1) +2 21.09.11 1,670 23 20쪽
1 프롤로그 +1 21.09.11 1,984 2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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