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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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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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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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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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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2)

DUMMY

창조의 신 야쿱은 차원 이동을 할 수 있는 관문을 ‘라오스 수정’ 이라는 것을 통해 열고 닫았는데, 약 2000년 전 이 수정이 파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기가 왜 파괴 되었냐고 물어봤으나, 그건 또 한참 긴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투카르스는 일단 넘어가자고 했다).


이 수정이 파괴 되면서 총 7개의 조각으로 분리되었는데, 파괴 당시 한 개는 하데스가 가져갔고, 한 개는 야쿱이, 그리고 한 개는 신들이 사는 신계에서 나중에 발견되었다 (용기는 또다시 대뜸 말을 끊고 신계는 어떤 곳이냐고 물었지만, 역시 또 하나의 긴 이야기라며 투카르스는 용기의 질문을 무시하고 넘어갔다).


나중에 신계에서 발견된 수정으로 짐작하여 나머지 4개의 수정들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있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 후 약 1000년이 흐른 후, 요계가 차원문을 열고 신계를 침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으로 신들이 라오스 수정 중의 하나가 요계의 손아귀에 있었음을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점은, 신계는 그들의 세계가 생겨났을 때부터 평화로웠고 또한 자신들이 다른 세계의 어떤 생물체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아무도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으리라는 자만심과 오만에 군대를 양성하는 데에 힘을 쓰지 않았다 라는 점에 있었다.


그래서 당시 신계의 군은 전부 오룡족이 맡고 있었고, 그 숫자는 적었다.


오룡족이란 토(土)를 상징하는 황룡족을 중심으로 화(火)를 상징하는 적룡족, 수(水)를 상징하는 흑룡족, 목(木)을 상징하는 청룡족, 금(金)을 상징하는 백룡족을 말하며, 황룡족이 나머지 4개의 용족을 이끄는 수장이었다.


요계 침공 당시 용족들은 다 합해서 대략 일천 정도 숫자 밖에 되지 않았는데, 개인당 전투 능력은 요괴족들과 비교해서 일당천으로 요괴들을 압도하고도 남지만, 요계의 대략 20만이 넘어가는 압도적인 숫자 우위에 밀렸고, 게다가 용족을 이끄는 신계 군대의 수장이자 신계의 최고의원회의 대장로 중의 한 명인 아틀라스 신이 마침 다른 세계에 가 있어서, 처음에는 신계에게 어려운 전쟁이 되었다.


하지만 용족들, 특히 최전방에서 싸운 황룡족들이 워낙 용맹했고, 전투 가능한 다른 신들도 전쟁에 참여 하면서 마침내는 요계들을 물리치는 데에 성공했다.


돌아온 아틀라스 신은 요계의 침공 사실에 분노했고, 최고의원회를 반강제로 설득하여 요계 정벌을 바로 감행했다. 초전에는 용족의 강력한 무용에 힘입어 요계는 별 힘을 쓰지못하고 후퇴를 거듭하는 듯 했으나, 이 모든 것이 요계의 잘 짜여진 함정이었음을 나중에서야 알게된다.


일단 신계는 요계의 총 병력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 신계로 침공한 요계의 군 병력은 대략 20만이었고, 살아남아 후퇴한 병력이 대략 3만 정도 였는데, 신계는 그 병력이 요계의 전부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요계에는 대략 50만 정도의 대군 병력이 남아 있었다. 아니 기다리고 있었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신계가 바로 보복을 하러 자신들의 영역으로 오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신계의 군대를 함정으로 유인한 것이었다.


또한 아틀라스 신과 정벌군의 저지른 실수는 후퇴를 해야할 시점을 놓치고 오히려 적의 우두머리, 즉 요계왕을 습격해서 제거하고 전쟁의 승패를 뒤집으려고 했다는 점이었다.


불리한 전쟁속에 가장 용맹한 황룡족을 특공대로 내세워 비밀리에 우회 시킨 후 요계왕이 있는 본진을 치려고 했으나 발각되어, 황룡족은 포위 당한 채 전선을 이탈하면서 연락이 안되는 신계군 본진과 거리가 멀어져 가며 고립되어 버렸다.


[그때 왜 전음으로 연락을 하지 않았지?]


용기는 또다시 투카르스의 이야기를 끊으며 질문을 하였다.


[이 멍청한 놈아! 거리가 멀고 상대가 보이지 않으면 전음이 안돼! 그리고 너 앞으로 내 말 끊지마. 힘들어 죽겠구만. 자꾸 말 끊으면 이야기 안해줄거야!]


하지만 용기는 또다시 투카르스에게 혼만 났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틀라스 신의 정벌군을 완전히 무너뜨렸던 요인은 신계가 전혀 모르고 있던 요계의 흑표범족의 존재였다.


흑표범족 요괴들은 놀랍게도 기와 형체를 완전히 감출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아틀라스 군의 용족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물론 기와 모습을 완전히 감춘다고 해도, 그들이 공격 해올 때 만큼은 기척이 날 수 밖에 없고, 검술이 뛰어나지 않은지 그냥 쾌검으로 단순한 찌르기 공격만을 일삼아서 그들의 공격을 한 두 번 간신히 피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제대로 공격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냥 감으로 그들이 공격해온 방향으로 기공파나 검을 날려 보내는 수 밖에 없었는데, 그들이 너무 빨라서 그냥 소가 뒷걸음 치다 쥐잡는 격이었다.


더욱이 흑표범족들이 밤에 습격해와서 전황은 신계의 용족들에게 더욱 암담해져 버렸다.


그 결과 아틀라스 군 본진의 외곽 경비를 맡고 있던 청룡족이 전멸하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간신히 살아남은 적룡족, 흑룡족, 백룡족은 사력을 다해 방어를 하며 퇴로를 열어 보려고 했지만 무위로 돌아가고 아틀라스 신은 사로 잡히고 말았다.


요계왕은 사로잡은 아틀라스 신에게서 라오스 수정을 빼았고, 그 수정 없이는 더이상 신계로 돌아갈 수 있는 후퇴의 길도 없는 아틀라스 신에게 두가지 선택권을 줬다.


첫번째는, 전원 몰살. 두번째는, 황룡족을 버리고 가면, 나머지들은 무사히 신계로 보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사실 요계왕은 그동안 용족들의 강력한 무력과 용맹함에 흠뻑 반해 있었다.


수많은 요괴들을 상대할 수 있는 만부부당의 용족들. 그중에서도 특히 그들을 대표하는 황룡족들의 강맹함은 요계왕이 가지고 싶은 최고의 보석이었다. 마침 황룡족들이 따로 고립 되었고, 아틀라스 군이 황룡족을 버리고 가면, 자신이 잘 달래서 요계의 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었다.


그 두가지 선택을 놓고 아틀라스 신이 정확히 얼마만큼 고민했는지는 투카르스나 황룡족은 그 자리에 있지 않았으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몹시 괴로운 일이었을 것이라고 투카르스는 설명했다.


왜냐면 그 당시 황룡족의 족장은 투카르스의 할아버지인 니드호그 였는데, 그는 최초의 용으로 아틀라스 신을 항상 수족처럼 따라다니며 모신 충신이었다. 아틀라스 신과 니드호그 간의 신뢰는 가족간의 사랑 이상 만큼이나 두터웠기에, 아틀라스 신은 도저히 니드호그와 나머지 황룡족을 버리기 힘들었을 것이라는게 투카르스의 짐작이었다.


하지만 아틀라스 신은 나머지 용족들을 살리기로 결정한다. 물론 명예스럽게 끝까지 싸우다 죽자는 나머지 적룡족, 흑룡족, 백룡족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지만, 아틀라스 신은 다수를 살리기 위한 소수, 즉 황룡족의 희생을 선택하고, 신계로 후퇴한다.


한편 고립된 황룡족은 역시 흑표범족의 야밤 습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후퇴하다가, 근처의 산 계곡에서 최후의 항전을 준비 하던 중 엄청난 기연을 만나게 된다.


그건 바로 카넬리안 이라는 붉은 수정이었다.


이 수정은 근처의 기 흐름 또는 발산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 수정이 박혀 있는 곳 근처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흑표범족의 은신 기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어서 황룡족은 흑표범족의 추격을 물리치고 살아남게 되었다.


날이 밝아 주변이 시야로 확별 가능해지자 황룡족은 자신들이 카넬리안으로 뒤덥힌 붉은색의 산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다량의 자연의 기를 섭취해야만 생활이 가능한 요괴족들은 자연의 기가 잘 흡수 되지 않는 이 붉은 산을 매우 싫어 했다. 그리하여 의도치 않게 카넬리안 수정들이 가득한 붉은 산을 경계로 요괴들의 군대와 황룡족은 대치 구도를 유지하게 되고 말았다.


요계왕은 아틀라스 신과 나머지 용족들한테 버림받은 황룡족에게 포기와 항복을 권유했지만, 황룡족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압도적인 요괴 군대의 물량 앞에 황룡족도 하나둘씩 쓰러져 갔고, 심지어는 투카르스의 형인 베드르폴도 전사하게 되었다.


손자의 죽음 때문이었을까? 투카르스의 할아버지인 니드호그는 요계왕에게 일대일 대결을 신청했다.


자신이 이기면 황룡족이 요괴들에게 버려진 이 카넬리안의 붉은 산에서 살게 해주고, 물론 그리 해주면 황룡족도 붉은 산 경계 밖으로 나가지는 않겠다는 조건과 함께.


요계왕은 자신의 무력에 대단한 자부심이 있는 자였기도 했거니와, 자신이 만약 져도 황룡족이 어디 안가고 계속 요계에 남아 있으니 앞으로도 그들의 자진적인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는 기회가 계속 있다는 점에서 자신이 잃은게 많지 않다는 계산에 그 대결을 받아 드렸다.


요계왕과 니드호그의 수장들의 대결은 용호상박(龍虎相搏)으로 실로 엄청나서 이틀 밤낮이나 걸렸다. 둘 다 엄청난 상처를 입었지만, 최종 승리자는 니드호그 였다.


요계왕은 졌다는 사실에 분노 하면서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단 군대를 이끌고 돌아 갔고, 황룡족의 적지 내에서의 ‘적과의 동침’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물론 그 삶이 쉽지는 않았다. 투카르스의 할아버지 니드호그는 요계왕과의 대결에서 입은 상처로 인해 얼마가지 않아 사망하게 되었다. 족장의 자리는 투카르스의 아버지인 라타토스에게 넘어갔지만, 붉은 산 경계 근처에서의 요괴족과 황룡족의 분쟁은 끊이지 않았다.


붉은 산은 카넬리안 수정 말고도 거의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산이다 보니 모든 물자들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혈기 왕성한 젊은 황룡들이 붉은 산 경계를 넘어 물자를 확보하려다 요괴족들을 만나 전투를 벌였고, 그런 전투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황룡족들의 숫자는 계속 줄어 나갔다.


그렇게 800년 정도가 흘렀다. 처음에 황룡족은 계속 살아 있기만 하면, 신계나 아틀라스 신의 군대가 다시 요계로 돌아와 그들을 구원 해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수명이 대략 2만년인 용들에게 몇백 년 정도야 우습게 여겨지는 시간이므로 처음에는 버틸 수 있었지만, 용족들이 다른 어떤 종족보다 아이가 생기는 속도가 느리다는 점과 그리고 죽어 나가는 전사의 수가 새로 생기는 황룡족의 아이보다 더 빠르다는 문제점으로 인해 남은 황룡족의 숫자는 고작 30 정도였다.


그러던 중, 투카르스와 붉은 산에서 인연을 맺은 황룡족의 여성 전사인 에이르마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


투카르스는 미래가 없는 이 붉은 산에서 태어나서 죽어갈 자신의 아이가 너무 불쌍했다. 그 아이에게 더 나은 미래만 가져다 줄 수 있다면, 황룡족이 신계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자신은 어찌 되어도 상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약 40년 전에 (용의 새끼는 알에서 부화하기 까지 대략 100년이 걸린다고 투카르스는 덧붙여 말했다), 자신의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이전에 자신이 이끄는 수하 7명을 데리고 요계왕을 습격하여 암살한 후 그가 항상 목에 걸고 다니는 라오스 수정을 탈취하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계획은 요계왕이 미르덴 열매 농장을 사찰할 때 기습을 하기로 한 것인데, 그 농장이 붉은 산과 요계왕의 궁전 중간 지점에 있어서 야밤을 통해 미르덴 열매 농장 근처에 잠입하는데 까지는 성공 했으나 기습의 정보를 어디서 들었는지 요계왕은 완벽하게 대비하고 있었고, 투카르스 일행은 포위당하게 되었다.


어차피 미래가 없는 붉은 산에서 여생을 마치느니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각오한 투카르스 일행은 8명이서 수천의 요괴족들을 베어가며 용감히 싸워 요계왕을 향해 나아갔지만, 역부족이었고, 황룡족의 무용이 탐이나는 요괴왕도 자신을 암살하려고 한 무리를 그대로 살려두면 자산의 왕권에 위신이 서지 않으므로, 그들을 사로 잡으라는 포획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투카르스는 사로잡혀 버렸고, 요계왕은 투카르스를 감옥에 가두고 그의 아버지인 라타토스에게 항복을 몇 번 권유했지만, 라타토스는 아들이 인질로 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황룡족의 명예를 위해서 항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투카르스는 감옥에서 40년째 죄수로 갇혀 있는 것이다.


용기가 처음에 감옥으로 끌려 왔을 때, 투카르스는 거북이들의 말을 엳듣기 이전에는 용기가 황룡족의 새끼 용인줄 알고 착각했었다.


왜냐면 용기 몸 안에서 황룡족의 특징인 토(土) 의 기운이 제법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아직 인간을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어서 왜 인간이 황룡족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지 흥미가 가기는 했지만, 보아하니 언어 장벽으로 대화도 불가능한 놈이고, 그 인간이란 놈이 하도 소리를 질러 대길레 ‘시끄러!’ 라는 전음을 몇 번 보내고 관심을 끊었다.


[뭐야? 그럼 그 휘리릭 하고 들리던 소리가 시끄러 라고 말하는 닥치라는 소리였어?]

[크···큼···]


투카르스는 못 들은척 하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용기가 미르마 열매를 얻어 먹어 언어 장벽을 해결하고, 환골탈태를 하면서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환골탈태란 몸속에 소우주를 가지고 있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인데, 육체가 담을 수 있는 기가 최고점에 이르렀을때 그 기가 더 이상 갈곳을 찾지 못하고 기의 활로를 막고 있는 인간의 기경팔맥을 모두 뚫어 버리면서 자연의 기와 육체 내부의 기가 일체가 되는 초기 현상, 즉 인간계의 표현으로 ‘화경’ 이라는 무공 수위의 초급 단계로 진입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고 투카르스는 설명했다.


이 경지는 인류의 역사에서는 아주 극소수의 인간들만 이루어 내었던 엄청난 무공의 경지이지만, 요계에서는 왠만한 부대장급 들은 적어도 화경 초급 단계 이상의 내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환골탈태를 하는 과정에서 얻는 추가적인 효과는 인간의 몸이 전부 새로 태어난다는 점인데, 그래서 용기의 잘려나간 오른팔 부위가 순식간에 재생된 것이고, 몸속의 모든 노폐물을 흡수한 예전 피부가 벗겨지고 새로운 피부가 자라나 현재 아기같은 백옥의 하얀 피부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투카르스는 용기가 가지고 있던 라오스 수정은 아마도 토(土), 즉 대지의 기운을 유난히 많이 가진 수정으로써 용기한테도 적지 않은 양의 기운이 흘러 들러갔고, 그 기운으로 통해 그가 처음 거미족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임에 틀림없다고 짐작했다.


[아...그래. 특별히 운동도 안하는 내가 1-2년 전부터 몸이 왠지 가볍고 힘이 남아 도는 것 같더니만. 나는 내가 담배를 끊어서 그런줄 알았지.]


용기는 무릎을 탁치며 맞장구를 쳤다.


[거기에 거북이들이 복용자의 기를 순식간에 올려주는 그리고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치료와 생체 재생까지 시켜주는 요계의 귀한 미르덴을 고맙게도 몇 개 먹여주는 바람에 너가 환골탈태의 경지를 좀 더 손쉽게 이루게 된 것이라고 짐작한다.]


용기의 환골탈태가 투카르스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준건 그들이 있는 감옥의 특수성이 크게 작용하였다.


놀랍게도 그들이 있는곳은 ‘시간 감옥’이란 곳으로 바깥 세상의 하루가 이곳에선 일년의 시간으로 365배 만큼이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곳이었다. 즉, 용기가 감옥에 갇혀 보낸 지난 2개월 정도의 시간은 바깥 세상에선 채 몇 시간이 흘러가지 않은 셈이었다.


투카르스는 용기를 여기서 탈출 시킬 작전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깥 시간으로 하루 이전에 이루어내 용기를 붉은 산까지 탈출 시켜, 요계왕이 이제 두 개의 라오스 수정을 가지고 있음을 그의 아버지인 라타토스에게 알리고, 남은 황룡족들과 함께 요계가 인간계를 침공하는 혼잡한 틈을 타서 열려있는 차원문을 통해 인간계로 도망가거나 두 개 중의 한 개의 라오스 수정을 탈취해 신계로 도망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어때? 구미가 당겨?]


장시간에 걸쳐 설명을 마친 투카르스가 물었다.


용기가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잠시 정적이 흘렀다. 투카르스의 이야기들은 그에게는 터무니없이 말도 안되는 것들이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가 사실 어려웠다.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에 잠시 할 말을 잃은 그였지만, 사실 아예 믿기 힘든 이야기가 아닌 상황에 처해 있기는 했다. 거대한 거미의 공격, 말하고 걸어다니며 사람 팔을 자르는 거북이들, 머리에 뿔이 달린 절름발이 등등. 여태까지 이미 일어난 믿기지 못할 사건들에 적응이 되어가던 그였기에 적어도 그의 입에서 ‘미친놈’ 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믿기 쉬운 이야기들은 아니네.]


정적을 깬 용기의 대답이었다.


[아...물론 너한테는 믿기 힘든 이야기겠지. 그래도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아?]

[...나가고는 싶어...그렇지만...]


용기는 말을 머뭇머뭇 거렸다.


[그런데?]

[...내 생각엔 잘 안될 것 같애.]

[뭐가? 탈출이?]

[으...응. 요괴들에게 일당천 이라는 용족도 못 이기는 수많은 요괴들을 내가 어떻게 이겨? 그리고 그런 탈출 계획이 있었으면 너는 왜 아직 못나가고 40년이나 여기 있었는데?]


용기는 투카르스의 탈출 제안에 비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무식한 놈아! 누가 너보고 요괴족과 싸우래? 넌 그냥 붉은 산까지 도망만 가면 되는거야! 싸우지말고 죽어라 도망만 가는게 작전이라고! 그리고 나는 감옥에 들어올 때 심하게 다쳐서 도주할 몸 상태가 안돼.]

[아..! 그렇군. 싸우지 않고 도망만.]


용기는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는 듯이 무릎을 탁치며 말했다.


[그래. 도망만. 생각해봐. 우리 용족들도 감당하기 힘든게 요괴놈들 대가리 숫자라고. 도망치기만 해도 빠듯한 작전이야. 감옥 탈출에 성공한 후에도 붉은 산까지 도착하는데 하루가 걸려. ]

[하루? 그거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아니면 합쳐서 24시간?]

[...너 굉장히 까칠하구나?...암튼 내가 말한 하루의 뜻은 대략 동이트는 시점부터 해가 지는 시점까지다.]


투카르스가 비아냥 거리며 답했다.


[아!...미안...]


용기는 다른 세계까지 와서 변호사처럼 질문하는 말투를 고쳐야겠다고 자신을 질책했다.


[암튼 할거야 안할거야?]


투카르스가 다시 탈출 작전 협조에 대한 용기의 답변을 재촉했다.


다시 정적이 흐르고 용기는 생각에 잠겼다.


사실 그는 투카르스가 말하는 탈출 작전에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아무리 환골탈태라는 것을 성취했다고 해서 하루 종일 도망 다닐 수 있을지 무척 의심스러웠다. 투카르스가 환골탈태가 뭔가 엄청난 것이라고 설명은 해줬지만, 용기는 묶여 있는 처지에 자신이 어떤 힘을 가지게 된 것인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가족을 생각해봐. 부인과 딸이 보고 싶다며? 혹시 알아? 운좋게 인간계로 탈출하게 될지?]


갑자기 용기의 눈에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가족.부인.딸. 그의 심정에서는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단어들이였다.


보고싶었다. 탈출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인간계로 돌아가기만 할 수 있다면 가족을 지켜주고 싶었다. 아니, 못 지켜 주더라도 마지막 순간에 그들의 손을 꼭 잡고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다.


드디어 용기가 울먹이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할께. 내가 어떻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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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6) 21.09.26 429 16 18쪽
23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5) 21.09.26 430 16 13쪽
22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4) 21.09.25 437 1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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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1) +1 21.09.23 481 15 16쪽
18 또 다른 운명을 향하여 (3) 21.09.22 499 15 21쪽
17 또 다른 운명을 향하여 (2) +2 21.09.21 483 15 12쪽
16 또 다른 운명을 향하여 (1) 21.09.21 495 16 14쪽
15 황룡의 무공 (6) +2 21.09.20 493 15 14쪽
14 황룡의 무공 (5) 21.09.20 516 15 15쪽
13 황룡의 무공 (4) +2 21.09.19 552 16 17쪽
12 황룡의 무공 (3) 21.09.19 540 15 18쪽
11 황룡의 무공 (2) 21.09.18 562 16 17쪽
10 황룡의 무공 (1) +2 21.09.17 610 17 15쪽
9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3) 21.09.16 588 17 10쪽
»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2) 21.09.16 640 17 20쪽
7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1) +2 21.09.15 673 16 12쪽
6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5) 21.09.14 680 18 17쪽
5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4) 21.09.14 796 19 23쪽
4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3) 21.09.13 928 22 19쪽
3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2) 21.09.12 1,070 22 14쪽
2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1) +2 21.09.11 1,676 23 20쪽
1 프롤로그 +1 21.09.11 1,992 2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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