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연재수 :
231 회
조회수 :
71,949
추천수 :
2,755
글자수 :
1,456,688

작성
21.09.19 19:00
조회
545
추천
16
글자
17쪽

황룡의 무공 (4)

DUMMY

“쎄쎄쎄.” “하하하하하.” “쎄쎄쎄.”


용기는 유나와 쎄쎄쎄를 하고 있었다.


유나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 유나의 웃음소리. 깨물어 주고 싶은 유나의 귀여운 보조개. 용기는 유나의 손을 잡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지독한 냄새가 나는 요계 감옥에서 미친 거북이들한테 학대 받다가 이렇게 딸의 손을 잡고 쎄쎄쎄를 하고 있다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꺄르르르.”


유나의 귀여운 웃음 소리가 이어진 후 다시 그들은 쎄쎄쎄를 이어갔다. 그리고 다시 그들은 같이 웃었다.


그렇게 한참을 유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용기는 깨달았다.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유나와의 쎄쎄쎄는 아무리 해도 그 다음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쎄쎄쎄’ 하고 바로 그 다음 손 동작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자신과 유나는 “쎄쎄쎄” 라고 말을 한 후, 같이 웃은 다음, 다시 “쎄쎄쎄’ 동작을 또 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쎄쎄쎄’의 시작을 알리는 동작과 웃음 이 두 가지만 반복되고 있는 이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이건 꿈이 분명했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그는 이 꿈이 영원히 지속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유나의 목소리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맑고 귀여운 유나의 목소리가 점점 청소년의 남자 목소리처럼 굵어지더니, 급기야는 성인 남자의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손을 잡고 ‘쎄쎄쎄’ 라고 말하고 있었다.


용기는 당황스러웠다. 유나가 이런 목소리를 낼리가 없었다. 도대체 유나에게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유나야! 왜그래? 유나야! 유나야!”


용기는 유나 손을 잡은 채 다급하게 소리 쳤지만, 유나는 그냥 웃으면서 ‘쎄쎄쎄’ 를 반복해서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용기는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자신은 여전히 지독한 악취가 나는 10평짜리 요계 감옥 안에서 나체로 감옥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건,


“씨방새새새~ 일어나라. 씨방새애 새애 새애~~”


씨방새로 리듬을 타고 있는 투카르스의 목소리였다.


“새애 새애 새애~ 씨방새. 새새새 새애 새애 새애~”


용기는 꿈에서 깨어나 딸과 행복한 시간을 더이상 보낼 수 없다는 사실과, 자신이 아직도 감옥에 있다는 변함없는 사실과, 투카르스가 자신과 유나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 했다는 점, 그리고 저 ‘씨방새’ 라는 단어를 투카르스에게 욕이 아닌 친한 친구를 부를 때 쓰는 용어라고 가르켜준 자신 등등에 갑자기 짜증이 확 났다.


“황룡뇌공파(黃龍雷空破)!!”


용기는 누운 채로 오른손에 갑자기 기를 몰아 넣으며 황룡뇌공파를 시전했다. 저쪽 감옥 벽 끝자락 바닥에서 원형의 기둥이 튀어 나와 세워지더니 펑 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오! 너 꽤 발전이 있었구나?”


투카르스는 감동 받았다는 말투로 말했다.


“몸은 이제 좀 괜찮냐?”


용기의 말투는 차가웠다. 아직 화가 덜 풀렸음이라. 하지만 달콤한 꿈을 방해 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스승인 투카르스에게 대놓고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 이제 괜찮아. 어떻게 된거야? 잠은 통 안자던 녀석이?”

“아...황룡뇌공파의 수련을 시작한 이후로는 기가 좀 모자르는 것 같아. 황룡지풍비 수련할 때는 즈메이가 가져다 주는 미르덴으로도 충분 했는데, 이젠 별도로 운기조식을 해서 기운을 보충해야 할 정도야. 아마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봐.”


용기는 사실 운기행공(運氣行功)을 하면 실제로 잠을 자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신체의 피로를 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잠이라는 것을 거의 자지 않았다. 피로하다 싶을 때면 가부좌를 틀고 운기행공을 몇 번 해서 피로를 풀고 다시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다.


“그렇군. 수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기특하다고 말해주지. 하하하.”


투카르스의 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그는 그동안 내심 용기의 수련에 대한 열정에 감탄하고 있었다. 아마도 가족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이 그의 집념을 이끌고 있으리라.


“크흠. 그럼 일단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설명해 보도록.”

“어..그게...”


용기는 처음에 기의 방향을 꺽지 못해 고생하던 때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용기가 기의 회오리를 방출해서 U 모양으로 꺽어 올리기 시작한 후 그는 기가 땅속에서 다시 올라오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연습을 계속해 나갔다.


수련의 성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한 번 요령을 알고나니 그 요령을 통해 발전 시켜 나가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몸속의 기를 황룡지풍비 때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빠르게 회전시켜 기 회오리의 원심력을 극대화 시킨 후 방출 시켰고, 그 회전이 많이 깃든 기는 땅속에서 방향을 쉽사리 바꾸어 주었다.


게다가 기의 양이 많을수록 회전력도 그리고 목표 지점에 도착하는 시간도 적게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황룡지풍비 수련을 할 때처럼 이할의 내력을 쓰지않고 대략 사할 정도의 내력를 써가며 수련을 해 나갔다.


물론 기를 많이 쓰면 많이 쓸수록 기가 폭발할 때에 소리가 커져서 거북이들이 들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수십 번을 시전해도 감옥 밖에서는 아무런 낌새가 없는걸로 봐서는 주위에는 정말 아무도 없는 듯 했다.


그리하여 기가 손을 빠져 나간 후 목표 지점에 다시 올라오게 하는 것까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계속 성공해 나갔으나, 문제는 투카르스가 말해 준 원형 기둥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건 또다른 장벽이었는데, 꾸준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계속 실패하자 용기는 왜 굳이 원형 기둥이어야만 하는지에 불만이 생기기도 했다.


적을 공격해서 피해를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원형이 아니라 사각형 또는 삼각형이어도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연속적인 실패에서 나왔던 이러한 불만섞인 의문들은 한순간의 우연으로 전부 사리지게 되었다.


쉴틈없는 반복적인 수련으로 기의 소모가 상당해진 용기는 갑자기 몰려오는 피로에 어지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힘을 주고 바닥에 대고 있는 손과 팔이 저려왔다.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일까 황룡뇌공파의 기가 목표 지점의 지면에 거의 올라왔을 쯤 무의식 중에 손에 힘을 살짝 풀었더니 기가 갑자기 여덟 개로 갈라지며 둥그렇게 퍼지면서 위로 솟아 올랐다. 그리고는 원형을 이루더니 각각의 기의 꼭지점에서 기를 발산 하면서 기둥을 만든 후 그 안에 폭발을 일으켰다.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성공을 해서 어리둥절 하기는 했지만, 용기는 확실히 보았다. 기가 여덟 군데로 갈라지면서 만드는 꼭지점들. 그리고 그 점들이 서로 연동하며 기를 이어 원형을 만드는 것을.


물론 약간 각이 져서 자세히 보면 팔각형 모양이기도 했지만, 거의 원형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기의 폭발. 그건 분명히 원형 기둥 없이 생겨났던 폭발력과 차이가 있었다.


자신이 원형 기둥을 만들지 못하고 있을 때에 생긴 지면 위의 기의 폭발은 사방으로 퍼져나가 딱 보기에도 그다지 강한 폭발력으로 여겨지지 않았고, 적의 신체 부분 한곳에 집중 피해를 주지도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원형 기둥 안에서의 폭발력은 비슷한 내력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폭발력이 강했다. 이건 마치 수류탄이 좁은 동굴안에서 터져 피해가 극대화 되듯이, 기의 원형 기둥 안에서 기의 폭발이 또다른 폭발을 일으키며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초토화 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즉, 기의 원형 기둥은 황룡뇌공파의 기의 폭발력을 한 공간에 모아 극대화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제서야 기의 원형 기둥의 중요성을 깨달은 용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왜 황룡뇌공파가 원형 기둥을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 폭발력에 뇌전의 피해까지 준다고 하는 황룡뇌공파. 그는 아직 다른 공격형의 무공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비교가 불가능 하기는 했지만, 황룡뇌공파가 투카르스가 말한 대로 최상승의 무공이 틀림없다고 확실히 믿게 되었다.


“흠...좋아! 운도 실력이니까.”


투카르스는 자신의 지도가 없는 상황에서도 훌륭하게 황룡뇌공파의 수련을 진전시킨 용기가 기특했다.


“근데 투카르스. 땅속에서 뇌전을 흡수하는건 도저히 감이 안와. 아니. 그리고 생각을 해보면 뇌전이 원래 하늘에서 떨어지는거 아냐? 그걸 어떻게 땅속에서 흡수해?”


“흠...설명이 좀 어려울지도 모르는데, 암튼 잘들어 봐.”


투카르스는 어떻게 설명을 할지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했다.


“전에 말한 대로 세상의 삼라만상은 모두 오행(五行)으로 이루어져 있어. 하지만 정확히 오행 어떤 곳에 속한다고 바로 말할 수 없는 현상들도 존재하지.

예를들어, 바람, 구름, 소리 등등 이런 현상들을 오행 중의 딱 한 군데에만 속한다고 말할 수 있어?

아니지. 바람은 오행 중 목(木) 속해 있는 걸로 간주하기는 하지만, 사실은 화(火) 수(水) 목(木) 토(土)의 혼합 작용에서 발생하는 현상이야.

물론 그중에 목(木)의 기운이 가장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냥 거기에 속한다고 치부하는 것 뿐이지.”


용기는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뇌전. 즉 전기의 현상도 비슷한 거야. 전기는 목(木) 금(金) 토(土)의 혼합 작용에 의해서 일어나는데 목(木) 금(金)의 기운이 많이 들어가서 어떤자는 목(木) 속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어떤자는 금(金)에 속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


“너가 말한 예들 전부 황룡족의 토(土)가 들어가네?”


용기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오! 이해가 빠르군. 그게 바로 황룡족이 자연스럽게 다른 용족들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지. 토(土)는 방위상에서 중앙을 의미해. 중앙에 있다는 건 다른 어떤 방위와도 겹쳐 있다는 걸 뜻하지. 즉, 쉽게 말해서 토(土)의 기운은 다른 나머지 사행의 모든 기운을 어느 정도 담고 있어. 물론 그 기운의 강도가 약할 뿐이지.”

“아...즉 대지에도 전기의 기운이 어느 정도는 들어 있다는 이야기구나!”

“맞아. 생각해봐. 목(木) 금(金) 전부 어디와 맞닿아 있는지. 바로 대지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운들이라고.”


용기는 충분히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기의 기운을 어떻게 뽑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았으므로 입을 열어 그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할려는 찰나, 투카르스가 먼저 입을 열어 설명을 시작했다.


“전기. 어떤 경우에 발생된다고 생각해? 몇 가지 다른 경우의 수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원시적이고 간단한 방법은 마찰력이지. 마찰전기. 쉽게 말해 정전기 같은거야. 정지되어 있는 대지의 흙에서 마찰력을 일으킬 만한게 뭐가 있겠어? 바로 너의 기(氣)지. 자. 황룡뇌공파를 아주 천천히 시전해봐.”


용기는 시키는 대로 바닥에 손을 대고 기를 아주 천천히 발산 시켰다. 그리고 그 기가 방향을 틀자 투카르스가 재빨리 말했다.


“좋아. 거기서 기를 계속 보내지 말고 다시 자신쪽으로 끌어와. 그리고 너의 손에 가까이 왔을 때 다시 돌려 보내. 그렇게 기를 땅속에서 몇 번 반복 시켜봐.”


용기는 투카르스가 무슨 헛짓거리를 시키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땅속에 들어가 있는 기를 왕복 시키는 일을 몇 번 반복했다.


처음 몇 번은 숙달되지 않아 기의 왕복 속도가 빠르지 않았지만, 몇 번 반복하니 금세 익숙해졌고, 익숙해지니 기를 왕복 시키는 속도도 점점 증가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왕복하던 기가 ‘파지직’ 하고 전기를 일으키면서 전기의 기운을 품었다.


“아! 전기! 방금 된거야?”


용기는 신기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래. 그거야. 뇌전의 기운.”

“근데. 뇌전의 기운을 얻기 위해서 황룡뇌공파를 쓸 때마다 이렇게 기의 왕복 운동을 해야 하는거야? 그러면 시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아?”

“아냐. 이제 잠시 멈추고 눈을 감은 채 아까 느꼈던 뇌전의 기운을 몸의 감각으로 되새겨봐.”


용기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집중을 하자, 잠시 후, 투카르스가 살며시 말했다.


“그 뇌전의 기운에만 집중해. 너의 기가 뇌전의 기운을 갑자기 일으켜서 품게 됐을 때 너의 기를 타고 너의 몸속에 전해진 그 느낌. 됐어?”


용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그가 마침내 눈을 뜨고 말했다.


“응. 된거 같아.”

“좋아. 자. 이제 다시 황룡뇌공파를 원래대로 빠르게 시전해봐. 대신 몸이 느꼈던 그 뇌전의 기운에 집중을 하면서.”


“황룡뇌공파(黃龍雷空破)!”


용기가 눈을 부릅뜨고 집중하면서 황룡뇌공파를 시전하자 저쪽 감옥 바닥에서 원형의 기둥이 생기면서 그 안에서 ‘펑!펑! 파지지직! 파지지직!’ 하는 마치 나무에 폭탄과 번개가 동시에 충돌에 이중 폭발을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장면이 나타났다.


“이게...어떻게 된거야?”


용기는 황룡뇌공파를 완성 시켜 놓고도 자신이 어떻게 해낸건지 어리둥절 했다.


“기(氣)라는건 말야. 처음에 느끼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만 그 감각을 익히면 몸이 기억하게 되어 있어.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지.

다른 종류의 기들, 예를들어 화(火) 수(水) 이런 것도 마찬가지야. 너가 처음에 그 기의 감각만 익히면 그것을 뽑아내서 사용하는 것은 쉬워. 뭐 말은 이렇게 쉬어도 그 처음이 정말 어려운 건데. 넌 나같이 좋은 스승을 만나 쉽게 해낸거야. 헤헤헤.”


투카르스가 장난끼 섞인 목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아...”


용기는 아직도 자신이 황룡뇌공파를 완성 시킨 것에 대해 믿기가 어려운 듯 멍해져 있었다.


“자...그럼. 이제 다음 단계로 갈까?”

“다음 단계?”


용기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바로 잡으며 말했다.


“응. 거기 있는 막대기를 집어.”

“막대기?”


용기는 투카르스가 갑자기 또 뭔 소리를 하는지 몰랐다. 이 조그마한 감옥안에 막대기 같은건 처음부터 없었다. 이제 풀려서 쓸모가 없어진 쇠사슬과 그 끝에 달린 쇠고랑만 있을뿐.


“그런거 없는데...”


용기는 감옥을 쓱 둘러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없긴 왜 없어. 니가 저기 감옥 끝자락으로 밀어 놓은 것 있잖아.”

“감옥 끝? 내가?”


용기는 감옥 끝 네 군데 모서리를 차례차례 둘러보다 ‘헉’ 하고 숨을 멈췄다.


“너...혹시...잘려나간 예전의 내 팔 말하냐?”


그는 설마하며 인상이 찌그러진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응. 그거. 니 팔뼈.”


투카르스는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한 말투였다.


“아니 그건 왜! 안그래도 계속 냄새나서 죽겠구만. 저 썩어있는 부패물 속에서 더럽게 내 팔뼈를 왜 집으라고?”


용기는 자신의 잘려나간 예전의 왼팔 오른팔을 잊고 지내려고 부단히도 애써왔다.


그 잘려나간 팔들이 예전의 끔직한 고통의 기억을 되살리기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그 썩어가는 팔들에서 나오는 악취, 그리고 구더기들이 너무 더럽게 느껴져서 감옥 구석에 발로 밀어 넣고 잊고 지내는 중이었다.


어차피 무공 수련을 할 때는 그 감옥 구석까지 가지도 않고, 천장 중앙에 달린 야명주의 빛도 그 구석까지 아주 밝게 비춰주고 있는건 아니어서 그 부패물들에서 나오는 냄새들이 역겨웠지만 참고 적응해 나갔다. 물론, 즈메이 한테 좀 치워 달라고 부탁도 해보았지만 그는 들은 채도 않했다.


“일단 검 대신야.”

“검?”


용기는 검 대신에 사람 팔뼈로 무공을 펼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봐서 황당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응. 너 선 자세로 황룡뇌공파를 시전해봐. 당연히 손 바닥을 지면에 대기 위해 몸을 굽혀야겠지? 그 굽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게 검이야. 생각해봐. 검이 길어서 너는 몸도 안 굽히고 검만 바닥에 찍으면 되니까 그만큼 시전 시간이 빨라 진다고.”

“오...근데 검으로도 시전이 되는구나?”

“당연하지. 지면에 닿는 모든 것들을 통해 시전이 가능해. 자 시작해. 대신 팔뼈는 검에 비해 약하니까 지면을 찍을 때 좀 살살 다뤄.”


용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왼손으로 코를 막은 채 이게 왼팔이었는지 오른팔이었는지도 알아볼 수도 없게 부패해 버린 더미 중에서 가장 길어 보이는 팔뼈 하나를 오른손 검지와 엄지만으로 집어 들었다.


‘으...더러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6 [탈퇴계정]
    작성일
    21.10.29 16:27
    No. 1

    계속 읽어봐야겠지만, 바닥에 닿을 매개체라면 항상 디디고 있는 발은 어떨까도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3 제마뇌검
    작성일
    21.10.29 20:00
    No. 2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공 용기의 성장을 계속 지켜봐 주세요 ^^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6) 21.09.26 427 16 18쪽
23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5) 21.09.26 430 16 13쪽
22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4) 21.09.25 437 16 15쪽
21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3) 21.09.25 442 15 17쪽
20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2) 21.09.24 467 14 19쪽
19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한다 (1) +1 21.09.23 481 15 16쪽
18 또 다른 운명을 향하여 (3) 21.09.22 497 15 21쪽
17 또 다른 운명을 향하여 (2) +2 21.09.21 483 15 12쪽
16 또 다른 운명을 향하여 (1) 21.09.21 495 16 14쪽
15 황룡의 무공 (6) +2 21.09.20 492 15 14쪽
14 황룡의 무공 (5) 21.09.20 516 15 15쪽
» 황룡의 무공 (4) +2 21.09.19 546 16 17쪽
12 황룡의 무공 (3) 21.09.19 538 15 18쪽
11 황룡의 무공 (2) 21.09.18 559 16 17쪽
10 황룡의 무공 (1) +2 21.09.17 609 17 15쪽
9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3) 21.09.16 587 17 10쪽
8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2) 21.09.16 635 17 20쪽
7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 (1) +2 21.09.15 670 16 12쪽
6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5) 21.09.14 678 18 17쪽
5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4) 21.09.14 794 19 23쪽
4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3) 21.09.13 926 22 19쪽
3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2) 21.09.12 1,066 22 14쪽
2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1) +2 21.09.11 1,670 23 20쪽
1 프롤로그 +1 21.09.11 1,984 26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