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6,677
추천수 :
4
글자수 :
409,945

작성
21.05.05 12:00
조회
63
추천
0
글자
12쪽

64화

DUMMY

#


-똑똑똑


평화롭던 하루에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두 분 다 안에 계신가요?“

크루즈의 주인, 남해를 대표하는 (시형)이 찾아온 것이다.


-끼이익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옷을 갖추어 입고 문을 여는 그들의 앞에는 어김없이 한 소년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걸까요?“


”아닙니다, 이제 슬슬 나가보려던 참이었어요.“

그녀의 말마따나 시간은 정오를 향하고 있었고, 이른 시간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시간이었다.


”오늘부터 슬슬 ‘그’ 얘기를 해 봐야지요.“

올 것이 왔다. 모처럼의 휴일이 지나고 이제는 서로의 앞에 놓인 과제를 해결해야 할 차례.


”네, 자리를 옮기도록 할까요?“

시형이 머무는 전망 좋은 라운지로 이동하자 그곳에는 삼엄한 감시 속에 피칠갑을 한 세 명의 사흉이 벽에 팔다리를 구속당한 채 재갈을 물고 있었다.

햇살이 나른한 오후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요 며칠간의 즐거운 기억이 꿈인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이 바닥에 고여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왼쪽부터 검호, 메이지, 아틀라스 인가요?“

수민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모습을 용케 알아보았다.


”맞습니다. 이놈들 입이 보통 무거운 것이 아니라서 꽤 나 고생을 했지요.“

막말로도 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니 시형의 말이 빈말로 느껴질 수 없었다.


-흐음


검호의 머리채를 움켜쥐며 차가운 눈으로 그의 생사를 확인한다.


”다행히 살아는 있군요. 이제 본론으로 가볼까요?“

저들의 생존 가치는 오로지 교섭에만 있다는 듯 냉소적인 수민의 태도는 누가 선이고 악인지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


”저희가 밝혀낸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김형’은 서울 시민들, 랭커를 포함하여 모든 인원을 혈귀화 시켰습니다.“

”두번째, 현재 김형과 그의 측근들은 금지들을 차례로 공략 중입니다.“

”세번째, 혹시 칠악에 대해 아시는지?“


김형의 무자비함에 그들이 치를 떠는 와중 서울에서 수민에게 도움을 준 도철의 생사 역시 불분명하다는 것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칠악··· 연옥과 많은 관련이 있죠.“

쓴웃음을 짓는 수민.


”자세히 말씀을 좀 묻고 싶군요. 아무래도 정보가 많이 부족한 실정인지라···“

칠악의 태동이 세상에 점차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마침내 알려진 것이다.


”연옥은 이미 두 명의 칠악과 전투를 벌였습니다. 뇌제의 협곡에 봉인되어 있었던 멸망의 흉조가 첫 번째, 도시 하나를 통째로 먹어치운 극에 달한 사령술사가 두 번째 이지요.“

수민의 대답과 함께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정후가 정면으로 나서서 물었다.


”칠악에 관해서는 혹시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툭···툭


검호의 머리를 주먹으로 치며 시형은 조금 뜸을 들이다 솔직하게 말했다.


”저희가 녹화한 영상을 확인해 보시면 알게 되실 테지만, 아무래도 ‘김형’ 그자가 칠악이라는 이야기를 이놈이 했는데···, 어라? 벌써 맛이 갔네요.“


-털썩


입에서 게거품을 물고 쓰러진 검호를 경호대가 긴급히 의무대로 이송시켰다.


”여튼 입에서 칠악, 칠악을 반복하는데 글쎄 아무리 추궁을 해봐도 자세한 얘기는 하지 못하더군요. 아는 건지, 금제를 당한 건지. 하지만 김형과 같은 도시의 지배자가 그런 것들과 엮여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사안이 심각해진 거죠. 부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일곱 개의 대도시에 실질적으로 군림하는 칠 인의 지배자. 단일 무력으로도 전설적인 그들의 무위는 이미 살아있는 신화이다. 그중에서도 수도를 대표하는 김형이 불순한 무리에 속해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

‘아···놈에게 당한 상처가 유난히 쓰라린다.’


”칠악과 조우 한 것은 얼마 전의 일인지라, 아는 것만 말씀드리자면 L.C 이전 칠악이라는 일곱 명의 마인들과 칠선이라는 선인들이 세상의 존망을 걸고 사투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칠악은 묵시록의 용을 불러내 L.C를 일으켰고 이후 칠선 대부분은 스스로를 희생하여 이들은 봉인한 것입니다. 이들의 목적은 불명이지만 이 시대에 다시금 봉인을 풀고 세상을 혼돈으로 이끄는 것은 분명합니다,“

수민의 설명을 듣고 시형은 고민에 빠졌다. L.C까지 관련된 것들일지는 몰랐기에 한 번에 너무 스케일이 커진 감이 없잖아 있었던 까닭이었다.


”결국, 지금의 혼란스러운 정세는 배후에 이들이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군요. 천하의 그 피바라기가 칠악이라니···“


-흐으음


잘근 입술을 깨물며 시형은 심란한 듯 머리를 움켜쥐었다.


‘대요괴들의 집단적 움직임도 위협적인데 상대가 인간이라니 남해만으로는 감당하기 버거워.’


”그 두 명의 존재에 대한 정보를 공유 부탁드립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처럼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직감한 것이다.


#

”하나는 흉조. 뇌제의 협곡에 봉인된 존재를 칠악을 추종하는 번천( )의 무리가 봉인을 풀어 나타났죠. 순수한 뇌전의 덩어리가 응집된 자연 현상과 같은 존재였어요.“


-후우

정후가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협곡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그것은 자연재해와 같았답니다. 뇌기의 응집체이지만 물리력을 행사하고, 인간으로 형태를 바꿀 수도 있는 고위 생명체라 정의할 수 있겠네요.

결국, 소멸에 이르긴 했지만 후에 알고 보니 봉인이 절반밖에 풀려있지 않았다는 게 충격적이었죠.“

정후의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외람되지만 그 당시 두 분의 무위가 정확하게 어느 정도였는지 궁금하네요. 물론 사흉을 제압할 정도의 하이랭커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초월경, 하지만 고유능력의 메리트도 있었다면 대답이 될까요?“

어차피 동맹이 기정 사실화 되는 이상 칠악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사실의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았다.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최소 도시 두어 개는 혼자 찜쪄먹을 수 있는 놈들이라···, 다른 하나는 어땠나요?“

이야기가 길어지자 선원들이 의자와 테이블을 셋팅하고 자리에 앉기를 권하였다.


”사령술사. 이것도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화신체에 불과했으니 감안하고 들으시길. 일인 군단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미 도시 하나를 제물로 삼았기에, 그 당시에는 ‘백귀야행’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도가 없네요.“


”그 정체는 대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초월경의 심상세계 정도는 가볍게 침식하는 능력. 발로그, 데스나이트 크라운 등 수많은 지휘관들을 데리고 있는 불사의 군단의 수장입니다. 영혼을 가지고 노는 것에는 도가 튼 놈이기도 하죠.“


-훌쩍


그 당시 수민의 몰골을 생각하니 정후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토닥토닥 거리며 달래는 수민.


-홀짝


놓여진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수민은 쓰린 마음을 달랬다.


”저는 놈에게 처참하게 패배했고 죽음만을 남겨두었을 때, 적절하게 도착한 지원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요. 그것을 상대하기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 까지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의 정보로도 충분합니다. 떠올리기 괴로운 기억을 억지로 부탁드려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연옥에서 화신체를 제압하는데 초월경 한 명이 빈사, 다른 한 명은 죽었다는 건가. 칠악의 목적이 불분명한 상황이라 더욱더 심각하군.’


각자가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한 채로 대화는 끝을 맺었다.

다들 무거웠던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었던 모양인지 수민과 정후, 시형은 대화를 마치고 빠르게 라운지를 벗어났다.


”세 명의 신형은 녹취록과 함께 하선 후 연옥에 인계하도록 하겠습니다.“


-터업


악수를 건내는 시형의 손을 꽉 잡으며 수민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잠시 넣어두었다.


#

심연의 밑바닥


원탁을 둘러싼 다섯의 그림자가 꿈틀댄다.

어둠 속에서 형형한 안광을 빛내는 다섯 존재는 자신들의 계획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는 가장 큰 그림자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회장을 지배했다.


”메피스토가 보이질 않는군.“

눈동자를 좌우로 돌려보지만 두 명의 존재감은 전무했다.

”웬만해서는 화신으로만 움직이는데, 본체도 연락이 닿질 않는군. 알고 있는 자가 있나?“


”그건 모르겠고, 환마에게서도 소식이 없어.“


-쯧쯧


혀를 차며 팔짱을 끼는 보랏빛 그림자.


”인천 점령도 사실상 속 빈 강정이 되었지, 연옥이 활동을 시작했다.“


-흠


불편한 듯 뒤척이는 그림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말이 흘러나왔다. 연옥의 개입이 예상외였던 것이다.


”연옥, 연옥이라. 검성 그 노괴가 아직 살아있던가?“

검성에게 당한 상처가 여전히 쓰라린 듯 그림자는 깊게 남겨진 흉터를 매만졌다.


”대마도사(大魔道師)도 살아있겠군.“


-쾅!


가장 큰 그림자가 더 이상의 잡담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원탁을 내리쳤다.


”검성이 있는 게, 대마도사(大魔道師)가 있는 게, 서울의 침공이 완전하지 못한 게 뭐가 문제지?“


”검성과 대마도사(大魔道師)는 노쇠하였고, 인천은 아쉽기는 하지만 흑기사를 제외한 랭커 모두를 사살했지. 검성을 비롯한 칠선이 건재할 때에도 우리를 위협할 수 없었다. 왜 다들 그렇게 걱정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군!“

진심으로 그들의 걱정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어투로 그가 역정을 냈다. 그 감정을 투영하듯 그림자는 불꽃처럼 타올랐다.


”워워. 진정하자고. 번천의 계는 이미 착실히 진행되고 있으니, 우리의 비원은 그리 멀지 않았어. 하늘을 끌어내리고 우리가 유일한 하늘이 될 날이 다가오고 있네.“

세상의 가장 그늘진 곳으로부터 그들의 검은 손길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

푸른 하늘, 끝없는 망망대해. 이것은 표류?

기나긴 항해란 이런 것일까. 아무 일도 없이 반복되는 선상의 일상이란 꽤나 무료한 것이었다.


”원래 이렇게 항해라는 게 무료한가?“


-흐아아암


바람의 정령 위에 누워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진철이 무료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하품을 내쉬었다.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라고, 우리가 언제 이렇게 아무 고민 없이 있을 수 있겠어?“


”아, 여기 카라멜 마키에또에 휘핑크림 잔뜩 뿌려주시고 초코시럽에 스프링클 추가해서 차갑게 해주세요.“


-쪼옥


그란데 사이즈에 기다란 종이 빨대를 넣어 빨아마시는 수민은 어린아이와 같은 표정으로 행복해하였다.


”하루에 커피를 도대체 몇 잔이나 마시는 거야, 너 그거 중독이다? 그리고 그 종이 빨때 보기 불편해.“

세상에 별놈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절래절래 고개를 내젓는 진철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끄에에에엑!


비명소리를 듣고 나타난 건지, 입선 후 처음으로 멸마대가 선실에서 뛰쳐나왔다.


-으아아아앙!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꼬질꼬질함이 가득한 그들의 모습에 다들 한 걸음 뒷걸음질 치며 코를 막았다.


”다들 이제까지 안 보이시다가 갑자기 이렇게···?“

꾀죄죄한 모습이 적잖이 충격적이다 보니 연유를 뭊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로써! 드디어! 이미지 트레이닝이 끝났습니다! 하···하하하···.“

갑판 위에 퍼질러 누운 그들을 다들 신기한 동물을 보듯 바라본다.


-빰 빠바밤밤 빰빰 바바바


”지금부터 선상 낚시대회를 개최하겠습니다.

1층 로비에서 각자 낚시대와 미끼를 챙기시고, 오늘 하루 가장 큰 물고기를 잡은 사람에게는 특별한 상품이 기다리고 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낚시대회라니···, 그래도 이렇게 무기력할 때 기분전환으로는 좋겠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수민과 진철은 로비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월~금(5일) 12시에 찾아뵙겠습니다 21.02.23 69 0 -
76 76화 21.05.21 62 0 12쪽
75 75화 21.05.20 59 0 11쪽
74 74화 21.05.19 51 0 11쪽
73 73화 21.05.18 63 0 12쪽
72 72화 21.05.17 52 0 11쪽
71 71화 21.05.14 56 0 11쪽
70 70화 21.05.13 57 0 11쪽
69 69화 21.05.12 59 0 11쪽
68 68화 21.05.11 63 0 11쪽
67 67화 21.05.10 57 0 12쪽
66 66화 21.05.07 74 0 12쪽
65 65화 21.05.06 65 0 12쪽
» 64화 21.05.05 64 0 12쪽
63 63화 21.05.04 63 0 11쪽
62 62화 21.05.03 67 0 13쪽
61 61화 21.04.30 76 0 13쪽
60 60화 21.04.29 65 0 12쪽
59 59화 21.04.28 63 0 12쪽
58 58화 21.04.27 80 0 13쪽
57 57화 21.04.26 68 0 10쪽
56 56화 21.04.23 66 0 12쪽
55 55화 21.04.22 67 0 13쪽
54 54화 21.04.21 62 0 11쪽
53 53화 21.04.20 63 0 13쪽
52 52화 21.04.19 64 0 8쪽
51 51화 21.04.16 71 0 12쪽
50 50화 21.04.15 75 0 12쪽
49 49화 21.04.14 114 0 13쪽
48 48화 21.04.13 99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