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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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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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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1화

DUMMY

#


진철이 수민을 데리고 움직이려 하자,

-히익!

그의 주위를 돌던 정령들이 이를 파악하고 황급히 길을 만들었다.

바람의 정령은 그들의 몸을 띄웠고, 물의 정령은 부드러움을 더했다. 대지의 정령은 길을 다듬었으며 불의 정령은 자그마한 몸짓으로 불빛을 대신하였다.

무언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정령들의 모습은 수민의 기대와는 다르게 꼬질꼬질한 모습이었다.


그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신비로움에 수민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


난생 느껴보는 정령의 촉감은 부드러운 솜사탕과 같았다. 그 부드러움에 낯선 곳에서 느끼는 긴장감이 탁하고 풀리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선은 검성 할아범“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항아리를 두고 술을 퍼마시는 검성을 다시 한번 소개했다.


”네 스승님과 마찬가지로 칠선에 속해있어. 검성이라는 명호를 들으면 알겠지만 적어도 이 세상에서 검으로 영감을 따라올 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해.“


”스승님이 칠선이라는 것도 여기 와서 알게 된 거지만, 칠선은 아직까지 다 살아있는거야?“


”칠선 중 영감과 네 스승님을 제외하고 살아 있는 자는 없다고 알고 있어. 칠악을 상대하던 중 죽거나 실종되어 버렸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도 그것이야. 칠선과 다르게 칠악은 집단이니까.

아무리 특출난 개인이라도 집단을 홀로 상대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지.“


”사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는 영감님의 자식들이라 보아도 무방해. 다들 영감님께 큰 은혜를 입었거든.“


”어떤 은혜를 입었길래 이렇게 많은 강자들이 한곳에 모인 거지?“

수민의 타당한 의문에 진철은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이어갔다.


”우선 지금 영감님과 대작하고 있는 털보 아저씨는···.“

진철이 말을 잇기도 전에 검성과 함께 술을 퍼먹던 그가 직접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크으으으으


꺼-억


”나는 이 시대에 몇 없는! 마스터 블랙 스미스! 남자 중에 남자! 왕춘삼이라고 하네. 젊은 친구 반갑네 반가워!“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이미 잔뜩 취한 듯 침을 튀기며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별 사연은 없네! 그냥 이 영감탱이가 칼을 자꾸 분질러 먹어서, 수리해주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렸어. 검성이란 양반이 검을 어찌나 험하게 굴리는지 내가 만든 것도 며칠을 못 가는데 심지어 까다롭기까지 하다니까!“

분통이 터진다는 듯 가슴을 탕탕 치며 검성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오래된 친구만이 보일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네, 아저씨가.“

자신이 할 말을 가로채자 머쓱해진 진철은 머리를 긁적이며 설명을 덧붙였다.


”더불어서 우리의 무기뿐만이 아니라, 이곳의 전반적인 시설도 함께 관리해주시는 다재다능한 분이셔.“


퍼퍼퍼펑


축제를 증명이라도 하듯 밤하늘에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스치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 같다는 것.


꺄아아아아악!

사람살려요오오옷!!


불꽃놀이의 정체는 한 명의 여자아이와 전신이 금속으로 이루어진 강철의 거인이 벌이는 추격전인 것이다.


”죽어 마땅한 것이다 휴-먼. 더 이상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너- 먼지가 되어라!“

감정이 없는 기계음에서 감정이 느껴질 만큼 시끄러운 음성이 천공섬을 쩌렁쩌렁 울린다.


키이이잉


펑 펑 펑


거인의 몸에 부착된 무기들이 화려한 빛을 터뜨렸다.

레일건, 입자 포, 호밍 미사일···. 인류의 기술력을 아득하게 앞선 무기들이 마법과 조화를 이루어 마도공학을 선보인 것이다.


”얌전히 투항한다면 한방으로 보내주겠-다 휴-먼.“

강철 거인의 협박에 하늘을 날아다니며 요리조리 공격을 피하는 여우 귀 소녀가 소리 질렀다.


”옷에 커피 좀 흘렸다고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그리고 기계가 무슨 속옷 타령이야?!“

아홉 개의 통통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말하는 소녀에게 거인은 차가운 분노를 안겨주었다.


”더 이상 자비는 없는 것이다 휴-먼!“

그 유치 찬란한 광경을 바라보는 수민.


”저 둘은···, 우선 여우 귀 소녀의 이름은 지은. 구미호이긴 한데 사람을 해치기는커녕 사람에게 속아서 여우 구슬을 뺏길뻔한 바보야. 마늘과 쑥을 100일 동안 먹고 사람이 된 케이스지.


그리고 저기 보이는 거인은 보이는 그대로 기계야. 이름은 아수스. 본체는 연옥 사령부에 위치한 A.I 이지. 저 몸은 일종의 하드웨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둘이 저러는 건 일상이니까 그냥 무시하면 편해, 격해지면 영감에게 혼나는 걸 알고 있거든.


이 모든 것은 매번 있는 일이라는 듯 진철은 뒷짐을 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진철의 인도하에 돌아다닌 연옥의 모습은 처음의 근엄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정후는 이런 곳에서 이렇게 유쾌한 사람들과 지냈구나.’

그녀의 밝은 성격이 이 사람들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자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세상과 동떨어진 별천지. 사방엔 신비로운 것들이 가득하고, 밤하늘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연옥을 수민은 동화 속 세상 같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한 발자국씩 걸어갈수록 주위의 풍경이 변했다. 천태만상이라 했던가 속세에서 떨어진 이곳은 모든 것이 새롭다.

수풀을 아름답게 비추는 반딧불이들.

손끝에 내려앉은 나비.

맴맴 울어대는 매미들.

철썩이는 파도와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모래사장.

분수를 뿜어내는 흰고래까지.


계절과 장소가 뒤범벅 이지만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곳은 바로 천공 섬 연옥이다.


그렇게 섬을 한 바퀴 돌던 와중 흐릿한 무언가가 수민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 탑은 뭐야?”

회색빛의 음울한 모습의 탑. 밝고 활기찬 이곳과는 맞지 않게 어두침침한 그것은 보는 것 만으로도 우울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저건···,”

잠시 말을 더듬는 진철은 수민을 힐끔 바라보고는 결국 탑으로 데리고 가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것보다는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게 좋겠다.”

진철이 수민과 함께 날아간 그곳에는 여러 팻말들이 지면에 한가득 박혀있었다.


<경고>


⓵ 연락 없이 찾아오면 죽인다

⓶ 가까이 다가오면 죽인다

⓷ 짐승 놈들 출입금지 특히 라이칸스로프, 여우 년도 출입금지

⓸ 부득이하게 찾아올 경우 무릎 꿇고 천박하게 빌 것


“아무도 오지 말라는 것 같은데?”

어처구니 없이 살벌한 팻말들에 수민은 질린 표정으로 진철을 바라보며 무엇이든 말을 해보라고 보챘다.


“기다려봐.”

안절 부절 못하는 수민을 바라보며 재미있는 일이라도 생긴 듯 그는 씨익 미소지었다.


흐읍


크게 호흡을 들이마시는 진철. 그의 입 앞으로 바람의 정령이 꼼지락거리며 무엇인가 준비를 마쳤다,


“아-줌-마!”

진철의 외침은 바람의 정령을 타고 탑의 주위를 계속해서 메아리쳤다.


“······”

진철의 외침이 누군가를 자극한 듯, 수민과 진철이 위치한 지면에 기하학적인 도형이 나타났다.


[표적 확인]


공간을 왜곡하며 나타나는 기이한 존재들.

환마의 그림자들과 비슷하지만 다른 그것들은 점차 실체화하여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모습을 한 그들은.


“호문클루스”

“아리스 아줌마의 실험체들이야.”


현자의 돌과 함께 연금술의 극에 도달해야만 만들 수 있다는 전설의 호문클루스 수십 기가 이곳에 등장했다.

하나같이 흉악한 무기들로 수민을 위협하는 호문클루스.


“비켜주세요 여러분. 한두 번 오는 것도 아닌데 좀 불편하네? 학습능력이 없는 건가?”

선임이 후임을 갈구듯 장난 반 진담 반인 진철의 태도가 그들을 난처하게 만들자 탑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철아, 엄한 데서 깽판 치지 말고 옆에 친구와 얌전히 들어오렴.”


끼이이익

탑의 입구로 추정되는 철문이 열리고 호문클루스들이 그제야 길을 텃다.


#


탑의 내부로 진입하자 약 냄새가 물씬 풍기며 코를 자극했다. 수 많은 대형 포트들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 악마, 요괴 등의 신체들이 포르말린으로 보존되어 있었다.


쟂빛 도시의 지하 동공과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지자 몸에 소름이 돋은 채 그들은 2층으로 향했다. 다행히 2층은 1층과는 달리 비교적 정상적인 범주에 속했다.


다양한 약재들이 곳곳에 말려져 있었고, 진귀한 영약들이 구석에 쌓여있었다. 벽에는 영약을 배합하는 듯한 레시피가 잔뜩 그려져 있었다. 이 중 하나만 세상에 풀려도 밖은 피바다를 이룰 것이 틀림없었다.


수민이 감탄하는 사이 탑의 정상에서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밍기적 거리지 말고 냉큼 올라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의 발밑에서 밝은 빛이 일어나 몸을 감쌌다.


위이이잉


빛이 사그라들자 수민의 시야에 비친 것은 섬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스카이라운지. 우여곡절 끝에 탑의 정상에 도달한 것이었다.


자신들을 정상으로 이끈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주위를 살피던 중, 넓은 테이블에 다리를 뻗고 있는 이국적인 여성이 시선에 들어왔다.


금발의 오피스룩 차림의 여성. 연갈색 버번을 마시며 주위의 호문클루스들에게 이것저것 바쁘게 지시하며 일에 찌든 표정을 짓는 그녀.


연금성주(鍊金城主) 아리스 폰 노르만


신비로운 푸른 눈동자의 그녀가 그들을 불렀다.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꼴초.


“우리 꼬맹이들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왔을까?”

얼른 볼일을 보고 꺼지라는 말투에 진철은 능글맞게 대응했다.


“무슨 바람이라뇨. 섭섭하네, 우리 사이에.”

옆에 놓인 소파에 자연스럽게 몸을 기대는 그의 모습에 담배 연기를 내뱉는 그녀.

후우···.

“내가 귀찮은 걸 제일 싫어하는 거 알잖아. 너희들 뒷바라지 하느라 정신없다고 정말. 그래서 우리 친구는 뭐가 궁금해서 이 외진 곳까지 찾아왔지?”


탑에서 호문클루스를 본 이후 수민은 한가지 가능성을 엿보았다. 정후의 포켓 안에 잠들어 있는 실혼강시를 깨울 수 있다는 가능성.


수민은 눈에 이채를 띠고 얼굴에 화색이 돈 채로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실혼강시’라고 아시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수민의 태도에 그녀는 눈을 잠시 감았다 뜨며 되물었다.


“시체 성애자 놈이 애지중지하던 장난감을 말하는 것이 맞다 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예. 의념에 닿아도 생채기로 그치는 그놈이 맞습니다. 메피스토가 급하게 도주하느라 놓고 간 것을 수거해왔는데 혹시 재활용할 수 있을까 해서요.”


흐음···.


턱에 손을 궤고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이내 결정한 듯 책상을 쾅 하고 치며 말했다.


“좋아, 우선 가져와 보도록 해. 시국이 시국인 만큼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을수록 좋겠지.


용건은 그게 끝?”

용건이 끝났다면 그만 나가보라는 축객령에 진철과 수민은 쫒겨나듯 탑에서 나와야 했다.


“어때? 연옥, 꽤 나 재미있는 곳 같지 않아?”

진철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연초를 꺼내 입에 물며 동의를 구했다.


“생각보다 정신없긴 했지만, 응 재미있었어. 앞으로도 기대가 된 달까?”


“아직 파견 때문에 자리를 비운 사람들도 몇 명 있는데, 그 사람들은 차차 만나게 될 거야.”


쿠아아아앙!


갑자기 섬이 흔들리며 지진이라도 난 듯 바닥이 쩌억 하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뭐야, 적의 침입인가?! 여기서까지 싸워야 한다니.” 수민이 화들짝 놀라 창을 빼들고 전투 태세를 취하자 진절은 손으로 창을 내리고는 수민을 진정시켰다.


“아니야. 긴장 풀어. 자주 있는 일이니까 너도 익숙해져야 할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하늘에 떠 있는 섬이 어떻게 지진이 일어나는데? 말이 안되잖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수민이 바짝 긴장하며 주위를 경계하자 진철은 이유를 설명해주기 위해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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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21.04.15 7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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