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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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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9,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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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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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DUMMY

#


짧은 평화도 잠시, 한반도의 정세는 점점 급박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대도시들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서울의 공격적인 행보를 필두로 울산, 대전, 광주, 인천, 대구, 부산이 전란에 휩싸인 것이다.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오만한 그 남자. 서울의 왕이자 피바라기라 불리우는 김형 그자가 인천을 향해 날카로운 칼을 드리민 것이다.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한 서울의 공세에 인천은 내부로부터 전복되어 풍전등화와 같이 이리저리 흔들리게 된 것이다.


#


”그렇게 된 까닭이다.“

수민의 환영식 이후 처음으로 회의실에 모인 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위치한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서울의 공격 루트, 특수전 병력, 주요 인물, 인천의 상황과 같은 것들이 실시간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결국, 김형 그자가 저질러버렸군.“

언제고 이렇게 될 줄 예상했다는 듯한 대마도사(大魔道師)의 말에는 깊은 회한이 담겨있었다.


”칠악 만으로도 어수선한 상황에 전쟁까지 시작되다니, 결국 우리도 전력으로 개입해야겠지?“

연옥의 개입이 확실시 여겨지는 상황에 여기저기서 우려 섞인 목소리와 문제점들이 언급되었다.


”조용.“

원탁의 상석에서 일갈하는 검성의 태도에 모두들 입을 다물고 그를 쳐다보았다.


”다들 본래 우리가 이곳에 모인 이유를 생각해보시게. 세상 어디를 가도 그 능력이 하늘에 닿는 우리들이 왜 이곳에 은거하였는지를 떠올리시게. 혼자서는 불합리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기 때문이지 않은가. 변하는 것은 없는 거야. 우리는 우리의 뜻을 세상에 관철하면 되는 것이지. 독단적일 수도 있지만 다른 의견은 받지 않겠네. 더이상 과거의 우리 같은 피해자들이 나와서는 안 되는 거잖나.“


거악(巨惡)에 맞서다 죽어간 준석과 백강, 칠악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정후. 항상 웃고 있지만, 인체 실험으로 연인을 잃은 진철. 용맥의 균열로 홀로 이 세계로 떨어진 춘삼. 연옥은 저마다 소중한 사람, 소중한 것들을 지키지 못해 상처받은 자들의 모임이다.


”현 시간부로 칠악의 제거 및 분쟁에 대한 개입을 시작한다. 인천의 생존자들을 구출하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인원은 수민, 정후, 진철, 무백을 보낸다.“


”지금까지 대도시의 균형이 유지된 이유는 도시 간 최상위 랭커들의 수준이 엇비슷했기 때문인데 전장을 서울이 압도하는 데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개입 수준은 어느정도까지 허용되는지?“

진철의 날카로운 지적을 수긍하며 검성은 단호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칠악의 개입이 확실시된다면 민간인을 제외한 모두에게 영원한 죽음을.“


#


수민 일행이 인천으로의 출발을 준비하고 있을 때, 춘삼은 허겁지겁 작업실에서부터 숨이 가쁘게 뛰어오기 시작했다. 품속에서 팔찌로 보이는 물건을 꺼낸 그가 수민 일행에게 하나씩 물건을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다.


”나라고 이렇게 급작스럽게 떠날 줄 알았겠는가. 이건 자네들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끔 제작된 아티팩트라네, 일종의 GPS인 셈이지. 아무리 자네들이 초월경의 고수들이라지만 전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 아니겠나. 필요한 장비들이 있다면 아수스를 통해 현장으로 직접 보내줄 테니 팔찌에 대고 말하게.“

자식 같은 아이들을 피 튀기는 전장으로 보내는 것이 못내 걱정되었던 듯 춘삼은 눈시울을 붉히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였다.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아버지. 오히려 그들이 우리를 두려워하게 될 테니까요.“


”도착하면 마중 나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그들과 합류하여 임무를 수행하면 될 것이네,“

연옥은 지난 세월을 그저 허송세월 보낸 것이 아니었다. 언제고 부활하는 칠악의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여섯 대도시에 은밀하게 소규모 클랜으로 위장한 연옥의 지부를 심어놓은 것이다. 그것이 연옥이 세상과 동떨어져 있으면서도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이다.


수민 일행이 떠나자 검성은 남은 인원들에게 각자의 능력에 맞는 과업을 부여하였다. 그것은 전쟁으로 세상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며 동시에 연옥의 출범식을 천하에 공표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연락이 되지 않는 둘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은 각자 분쟁지역에서 전쟁 근절을 위해 무력개입을 시작하였다.


#


붉게 그늘진 하늘. 차갑게 그을린 동토. 매캐한 공기에서 죽음의 냄새가 떠돌았다. 이미 전쟁은 폭주하는 기관차와 같이 최악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벼랑 끝에 위치한 인천의 주위로 시체의 강이 흐른다. 시산혈해(屍山血海)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풍경.


저녁노을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아름다운 인천 앞바다는 자취를 감추었고, 해안가에는 시체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수십 마리의 까마귀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떼를 지어 주변을 맴돈다.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로 두 도시는 각자 자신의 진영으로 복귀한 상태.


-철컥 철컥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이스터.“

수민 일행이 워프한 장소로부터 그닥 멀지 않은 곳에서 견갑에 사자무늬가 그려진 무리들이 찾아와 정중한 예를 갖추었다.


”연옥 산하 기동타격대. 임시 멸마대주(滅魔隊主)를 맡은 김혁이라고 합니다.


“김혁? 당신이 그 유명한 철사자(鐵獅子)?”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는 진철조차 그 이름을 듣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랑기사로 소속없이 홀로 떠돌며 약자를 돕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한 철사자가 연옥 소속이라니.


“오랜만입니다 정후, 옆은 창절 인가요? 하긴 당신의 곁을 지키는 남자라면 창절 밖에 없을 것인데.”

정후와는 발푸르기스의 밤을 함께한 전적이 있는 그는 자연스럽게 정후의 안부를 물었다. 일평생을 전장에서 보낸 그답게 적당히 날이 선 기도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의 그것이었다.


“응, 오랜만이네요. 설마 당신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아니 정정. 함께한 사람들도 설마 모두 랭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은은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그녀의 태도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다들 한 번 쯤은 들어보았을 유명인들이었기 때문이다.


“놀라는 것이 당연합니다. 타격대는 모두 점조직으로 이루어진 까닭에 오직 검성께서만 저희 모두를 알고 계시니까요. 이렇게 모두가 모인 것은 우리도 처음입니다.”

이쯤 되면 검성의 안배에 세상은 감사해야 할 것이다. 칠선이라는 존재들이 잊혀진 시점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음지에서 홀로 모든 것을 준비한 그의 노력이 하나 둘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대도시의 랭커라 한다면 그 존재만으로 전술 병기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메이저 클랜을 대표하는 무력의 상징, 도시의 전광판에서 볼법한 초인들. 그런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타격대는 도시의 최정예와도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것이다.


수민 일행은 숨은 강자들을 언제 이렇게 포섭한 것인지 궁금할 정도의 놀라운 검성의 행동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해가 질 무렵 도착한 탓에 어둠이 내려앉자 김혁은 일행을 데리고 미리 준비한 비상문을 통해 인천으로 진입했다.


“전선이 잠시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해가 저물어가는 중이라 다시 저들의 공격이 거세질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전투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것이 아니었나?”


“모든 전투는 태양이 사라진 밤에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명심하셔야 합니다, 우리의 상대는 인간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김혁이 말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몇 번이고 되묻는 진철에게 그는 한 단어로 일축했다.


“뱀파이어(Vampire). 서울의 모든 병력은 흡혈귀입니다.


그렇기에 김형을 비롯한 하이랭커들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이 수세에 몰린 것이지요.”

요새라는 압도적인 지리적 이점에도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린 이유에는 그런 사유가 있었다.

“흡혈귀? 흡혈귀!! 크아아아 또, 또! 또다시 사악한 종자들의 짓이란 말이냐! 싸그리 죽여버리겠어. 정의는.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수민의 눈이 뒤집히며 개거품을 문 사이 김혁은 당황하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이미 내부에서는 쁘락치가 장벽을 감싼 보호 마법을 부셔놓아서 이곳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둥. 둥. 둥


달이 태양을 삼키자 들려오는 북소리. 범이 아가리를 벌리고 조여오는 듯한 압박감에 사람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사람이 아닌 것들이 자아내는 공포에 한 소녀가 어머니의 품에 안겨 비명을 질렀다. 비명소리를 기점으로 장벽 너머로 형형한 붉은 눈을 빛내는 어둠의 사생아들이 침묵을 지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인천의 하늘은 어느새 시커먼 박쥐 떼로 뒤덮혔고, 시민들은 불안에 휩싸여 패닉에 빠졌다.


잡아먹히고 말거야······

잘난 초인들은 무얼 하고 있는거야!

엄마······미안해요···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제작기 다른 모습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죽음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 사람들의 모습. 무질서, 혼돈이 자리잡은 도시에 희망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를 지켜만 보지는 않겠다며 각양각색의 클랜 소속 초인들이 인천의 깃발 아래 결집하여 수성전을 개시했다.


“우리가 항복한다고 살 수 있을 것 같나. 우리가 물러서는 순간 우리의 아내, 자식들은 저 빌어먹을 흡혈귀 새끼들에게 물어뜯기고 노예가 될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절대로 놓아주지 마라. 조금이라도 붙잡고 늘어지는 거다. 아버지라면 가족을 지켜야 하지 않겠나?”


스스슥


몰려오는 흡혈귀들에게서는 옷자락을 스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절벽을 타고 오르는 무리와 정면에서 진격하는 무리. 앞뒤로 포위망을 좁혀오는 그들로 인해 인천은 퇴로조차 찾을 수 없이 고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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