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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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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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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DUMMY

#


마족, 대요괴, 마수, 신수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벌어진 괴수 대잔치. 그 시작은 흑호(黑虎)가 성난 아가리를 벌리며 물어뜯으려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크와아앙


족히 10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영물은 수민을 씹어먹을 듯 한 기세로 뛰어들었다.


콰직


수민은 창조차 들이 않고 맨손으로 흑호의 아가리를 반으로 갈라놓았다.




그 덩치가 무색하게 싸늘한 시신이 된 흑호의 뒤를 이어 모든 생물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수민을 노렸다. 어차피 패배를 안고 귀환해봐야 기다리는 것은 죽음 뿐이기에 서로가 이곳에서 결판을 내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창공에서는 롤랑의 신체 재료이기도 했던 피닉스가 검게 이글거리는 태양을 소환했다. 파에톤의 태양 마차처럼 맹렬하게 들이닥치는 초고열의 불길. 피한다면 정후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에 다가오는 태양에 오히려 앞으로 나아간다.


“조잡한 태양 따위, 사라져라.”


태극을 이룬 수민은 그 자체로 반선(半仙). 태극의 이치를 담아 다가오는 태양에 손을 내밀었다.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만 같은 열기를 수민은 아무렇지 않게 자연으로 되돌렸다. 더 이상 단순한 에너지의 집약체는 수민의 앞에서 태극의 이치에 따라 자연으로 환원될 뿐이다.


후웅


자연스레 몸에 바람을 감아 피닉스가 날고 있는 창공에 도달한 수민은 이번에도 역시 피닉스의 양 날개를 산 채로 뽑아내었다.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새끼!”

그 잔혹함에 치를 떨며, 이를 빠득빠득 갈아보지만 스스로의 죗값을 치루듯 결국 고통에 몸부림치며 죄 많은 삶을 마감하였다.


#

멀리서 관망하던 흑기사의 도움으로 몸을 일으킨 롤랑은 축 늘어진 사흉의 목을 붙잡고 바닥에 질질 끌며 수민을 뒤쫓았다.


“하여튼 요즘 어린놈들이 더해.”


끄응


툴툴대며 저 멀리 전투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바라보는 그에게 흑기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인천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신을 부려먹는 수민과 달리 공손한 예를 갖추는 그의 태도에 롤랑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외의 마물들이 판을 치는데 인간들이 뭉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 정 고맙다면 나중에 술이나 한 잔 사시게.”

영웅의 풍모를 아낌없이 선보이는 그의 모습에 흑기사는 내심 감동하였다.


“아직 도시의 시민들이 대피하지 못했습니다. 염치없다는 것은 알지만 한 번만 더 도움을 부탁드려도 되는지요. 저희만으로는 혈귀들을 막아낼 자신이 없습니다.”


털썩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자신이 책임지는 사람들을 위해 무릎을 꿇는 그는 이 시대의 참된 지도자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의 행동에도 롤랑은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저 어르신?”

고개를 들어 마주한 그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는 다시 한번 되물었다.


“걱정할 것 없네.”

“애초부터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시민들을 구출하기 위함이네. 우리의 동료들이 이미 그들을 구출하고 있다네.”

안심하라며 그의 등을 탁탁 두드리는 롤랑의 손길에 흑기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력한 자신으로 인해 지키지 못한 시민들이 가슴의 한(恨)으로 응어리졌던 것이 롤랑의 한마디로 풀어졌다.


“하지만 아무래도 수민이 그놈이 걱정된단 말이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간헐적으로 튀어나오는 마기로 인해 불완전한 수민의 정신상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았고, 이는 특히 소중한 사람과 관련된 경우 더욱 감정적이었다.


“조금만 더 빠르게 가자고.”

폭주하는 수민의 상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롤랑은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

자연력(自然力).


즉, 외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무기가 되어 수민은 때아닌 학살극을 펼치고 있었다. 아무리 환상종이라 한들 결국 그 공격은 응축된 자연력에서 비롯되었기에 싸움이라는 개념이 성립될 수가 없었다.


차가운 분노를 표출하는 수민.

손을 가볍게 오므리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으스러 뜨린다.

하지만 정후는 수민의 행위를 제제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가끔은 수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스트레스를 풀어주어야 하는 것을 직감으로 알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어찌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 때문에 분개한 모습은 꽤나 매력적으로 비추어질 상황일 수도 있지 않은가.


“후후 역시 내 남자야, 정말 터프하다니까.”


지금부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초월경을 넘어선 수민의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 여기에는 상대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 따위가 개입되지 않는다.


전장의 사신.

무자비한 폭력.


콰콰쾅!


만상을 휘저으며 뜻대로 지배하는 지금의 경지를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까. 정신을 차리면 지금만큼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아무튼 정신적 리미트가 풀린 지금의 수민은 검성과 잠시나마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개 같은 연놈들. 또다시 우리는 너희에게 굴복해야 하는 운명이라니. 불합리하다. 불합리해! 단 한 번도 우리가 세상의 주역이 될 일은 없단 말이냐!”

기구한 자신의 운명에 몸서리치며 수민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흑룡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수민의 두 손에 무참히 죽음을 맞이했다.


수민이 걷는 길은 수라의 길.

비인(非人)의 길을 인간성을 보존하면서 가려 했기 때문일까, 텅 빈 수민의 눈가에서 안대를 뚫고 나온 피가 방울져 흘러내렸다.


“이 세상의 모든 악을 물리치는, 그날까지 나는 멈추지 않겠다.”


모든 악귀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수민은 공허한 얼굴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기나긴 전투의 끝에서 피칠갑을 한 수민을 씻겨주겠다는 듯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정후는 그런 수민을 품에 안으며 자리에 무릎을 꿇고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부디 신이 존재한다면, 이 가여운 영혼에게 남들과 같은 평온한 일상을 선물해주기를···.


어느덧 바다로부터 동이 트기 시작했다.

멀리서 둘의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롤랑의 눈에는 그들이 짊어져야 하는 세상의 업이 한없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

-피슈우우웅


다리에서 분홍색 신호탄이 그 신호를 알렸다. 조금씩 밝아오는 아침 해와 함께 치열한 전투의 끝이 다가온 것이다.


동이 트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서로가 필사적으로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뿌우우우웅


지평선의 끝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와 함께 나타난 거대한 수송선. 멸마대의 눈에는 이채가 서리고, 반대로 혈귀들은 떠오르는 태양 아래 괴성을 지르며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와아아아아!!


시민들의 환호성, 마침내 해냈다는 사실에 모두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다리의 끝에서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서로에게 의지하여 성한 곳, 하나 없이 걸어오는 그들의 모습은 세상 그 무엇보다 멋있었다고 자부한다.


-짝짝짝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로 그들을 맞이하는 시민들. 그렇게 인천에서의 임무가 성공적으로 완수되었음을 알렸다.


#

-쏴아아아아


인천 앞바다를 가르는 거대한 수송선. 외관상의 모습은 틀림없는 크루즈 선.


“분명 수송선을 요청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때아닌 호화로움에 김혁의 넋이 나가고, 일행들 역시 예상을 벗어난 함선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들 때아닌 크루즈에 정신이 팔린 사이 크루즈를 몰고 온 장본인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왕 새 식구들을 맞이하는 참에 좋은 이미지를 주고 싶었달까요?”


끼익 끼익


선상 위를 터벅터벅 걷는 제복 차림의 작은 체구의 소년. 앳된 외모와는 다르게 기품있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소년이 말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클랜 씨호크의 클랜마스터이자 남해 군도의 해상제독을 맡고 있는 이시형이라고 합니다.”

허리를 숙이며 예의를 갖추는 모습은 신사의 품격을 보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연옥의 대표, 정수민입니다. 환대에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감사를 표하되 연옥을 대표하는 자리임을 인지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수민.


“인천의 대표, 정엽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인천을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한 시형에게 진심을 다한 감사를 표하는 정엽.


시형이 손을 건내며 악수를 권하자 각 세력을 대표하는 셋이 손을 잡았다.


“다들 보아하니 무척이나 치열한 전투를 벌이셨던 모양인데 우선 편하게 쉬고 우리의 이야기는 차후에 진행하도록 하죠. 아직 도착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테니 말이죠.”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서는 시형은 시민들을 진정시키며 보급품을 나누어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

누더기가 된 옷차림. 여기저기 흙먼지가 가득한 모습의 사람들. 하지만 그들의 얼굴만큼은 미소로 가득했다.


안도감, 환희. 살아남은 것에 대한 기쁨과 자신들을 구해준 영웅들에 대한 고마움이 복합적으로 표정으로 드러난 것이다.


“엄마, 저분들이 우리를 구해주신 분들이야?”

한 아이의 목소리.

“그래, 저분들이 우리를 괴물들로부터 구해주신 아주아주 고마운 분들이란다.”


“평생 잊지 못할 분들이지. 엄마랑 같이 인사드리러 갈까?”

모녀가 함께 찾아간 사람은 정후.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적들을 향해 뛰어든 것이 인상깊었던 모양인지 그들은 그녀의 앞에서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다.


“저희 모두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와~~! 이렇게 예쁜 누나가 우리를 살려 준 거야??”

그녀의 손을 붙잡고 연신 고개를 숙이는 그들의 뒤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많은 인파, 수민 일행이 구한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업적은 기리기리 전해질 터였다.


#

모두가 긴장을 풀고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자 침상에 누웠을 때, 한 남자가 몰래 선실을 빠져나와 아무도 오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예, 그렇습니다. 생존자들을 이끌고 부산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천공섬의 좌표는 항상 변동되다 보니, 확정되는 순간 연락드리겠습니다.”


#

“세상에, 수영장이라니 역시 크루즈! 엄청난데?!”

난생처음 타 보는 크루즈에, 생전 보도 못한 것들이 즐비하자 사람들은 경탄하여 이것저것 만져보기 바빴다.


정말로 오랜만에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과 사람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지 않는 모습이 가득한 것이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촉촉한 바다내음이 나는 바람은 마치 바캉스에 온 것만 같은 들뜬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일행도 각자 흩어져 오랜만에 짐을 내려놓고 간만의 휴식을 즐겼다.


“어느덧 친해져 서로 술자리를 가진 수민과 정염.


”이 상처는 어디서···?“

”서울에 나타난 두억시니를 물리칠 때 생긴 겁니다, 화상 자국은 잘 지워지지가 않더군요.“


”역시··· 항상 그렇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계신 겁니까?“

수영장에 위치한 ‘바’에서 수영복을 입고 몸에 상처가 즐비한 거구의 근육질 남성 둘이 상처 얘기를 하는 것도 나름 진귀한 광경이지만, 아무래도 정염은 이전부터 수민의 무위와 가치관에 감탄했던 듯 호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군요, 역시 연옥이라는 거군요. 그 강인한 의지도, 뜻을 실현할 수 있는 강함도···.“

그렇게 두 남자가 서로를 칭찬하느라 정신이 없을 무렵, 모두의 시선을 강탈하는 한 여인이 몰려드는 인파를 물리치며 등장하였다.


오오오오

맙소사


남자들은 그저 하염없이 입을 벌리고 쳐다보느라 얼이 나간 상황.

검은색의 아슬아슬한 비키니, 뒤로 질끈 묶은 머리와 짙은 선글라스. 어깨 위에 가벼운 흰색 카디건을 걸친 정후가 두 남자가 앉아있는 ‘바’를 향해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며 고양이 같은 발걸음으로 사뿐사뿐 다가갔다.


진정으로 바캉스를 즐기는 그녀가 재미없는 두 남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대낮부터 남자 둘이서 재미없게 뭐 하고 있어? 모처럼의 휴가잖아, 같이 놀자~ 우리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즐겨 보겠어?“

궁상맞게 구석에서 홀짝홀짝 술이나 마시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그들에게 즐거움을 알려주겠다며 그녀는 그들의 손을 잡고 물속으로 휙 내팽겨쳤다.


-첨벙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그들을 보며 웃어재끼는 그녀.


꺄하하하!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자 머리까지 차오른 취기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후우

눈을 마주친 두 남자는 그녀를 잡기 위해 갑판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타다다닥


-미끄덩!


그녀를 잡기 위해 전력으로 뛰다니던 정염은 물에 젖은 수건을 밟고 뒤로 홀라당 자빠졌다.


-꽝!


수민은 이때다 싶어 그녀의 팔을 붙잡기 위해 몸을 던졌지만, 한 발자국 옆으로 빠진 그녀를 스치고 펜스에 몸을 부딪치고 말았다.

한바탕 일어난 소동은 모두에게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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