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6,668
추천수 :
4
글자수 :
409,945

작성
21.04.27 12:00
조회
79
추천
0
글자
13쪽

58화

DUMMY

#


“해안가에 도착해 신호를 보내면 남해 군도로부터 약속된 수송선 한 대가 약속되어 있습니다.”


“수송선을 타기 위해선 이 절벽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피난민들을 데리고 깎아내린 절벽을 어떻게 내려간다는 거지?”

터무니없는 작전에 반발하는 롤랑의 의견도 일리가 있었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절벽을 타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함께 온 거야.”

담배 연기를 머금은 그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절벽으로의 루트가 열리면 내가 해안가로 이어지는 다리를 만들고, 시민들이 대피하는 동안 우리는 다리를 사수한다.”


“좋아. 그러면 진철 넌 다리에 집중해. 나와 롤랑이 이곳에 남아 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안 멸마단과 정후는 시민들을 대피시킨다. 그리고 무백, 너는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서 적의 지휘관들을 요격한다.”

수민의 지시에 다들 한시도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살아남기 위한 투쟁. 도시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쿠르르릉


계속되는 적들의 공격에 철문이 금방이라도 열릴 듯 흔들리고 있었다.


“마법사는 앞으로.”

흑색의 갑주로 무장한 중년의 남성이 팔에 견장을 달고 우왕좌왕하던 수비대를 이끌었다. 한결 정렬된 모습은 갖춘 수비대는 그의 지시에 따라 제법 각을 맞추어 행동했다.


“전원 격발.”

각자 준비한 마법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하늘에 수놓는 마법의 향연은 한 폭의 그림 같았지만, 맞이하는 적들에게는 흉악한 폭력의 현장이었다. 폭격기가 지나간 것처럼 곳곳에서 마법에 직격당한 흡혈귀들의 피와 살점이 튀겼다. 이후 거대한 흙먼지가 일며 다들 조금의 기대감을 가진 순간.


“정신차려! 이 정도로 끝날 거였다면 여기까지 밀리지도 않았다!”

그의 말이 무색하게 주위에서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끄어억

크아아악


흙먼지로 시야가 가려진 틈을 타 장벽 위로 난입한 흡혈귀들이 사람들의 목을 물어뜯는다. 요새의 이점이 무색하게 장벽은 이미 피로 물들었다. 전쟁이 아닌 학살. 본래도 강한 초인들이 흡혈귀가 되었기에, 흡혈귀 하나 하나가 랭커와 대등한 기량을 보이는 것이다.


살육의 현장. 그 속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말뚝을 쥔 흡혈귀. 그 누구보다 빠르고 잔혹하게 사람들의 심장에 말뚝을 박아넣는다. 잔혹한 손속을 두고 볼 수 없던 완장의 기사가 지휘권을 양도하고 그것을 향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머리 위로 날카롭게 떨어져 내린 칼날. 그 가공할 속도의 찌르기를 괴물은 여유롭게 받아내었다. 누런 이를 드러내며 날아드는 검격을 물어 챈 그것은 비릿한 비웃음을 날린다. 입에 힘을 주자 콰드득 칼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손잡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낭패한 표정이 역력한 그는 오른발로 그것을 걷어차고 그 반동을 이용해 뒤로 물러났다.




입에 고인 핏물을 뱉으며 손으로 입가의 피를 매만지는 그것.


“랭커가 뭐가 부족해서 흡혈귀 나부랭이가 된 것이냐 체페슈. 네놈은 인간 실격이다.”

사내가 바닥에 널브러진 수많은 검들 중 하나를 뽑아들었다.


“덕분에 일개 랭커였던 내가 인천을 대표하는 흑기사와 이렇게 당당하게 겨루게 되었으니 충분하지.”

자신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전선이 무너진다는 것을 아는 칠흑의 기사는 긴말할 것 없이 눈앞의 적을 베어갔다.


흑익(黑翼).

깊은 어둠을 담은 강기가 실처럼 나풀거리며 거대한 날개의 형을 이루었다. 거대한 역장이 그의 몸을 감싸며 로켓과 같은 추진력을 안겨주었다.


쿵!


몸으로 감싼 역장을 발로 밀며 순식간에 수백 미터를 주파하는 흑기사.

압도적인 기동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휘이이익


지면과 수평을 이루어 공간을 가르며 들이닥치는 검은 날개를 그것은 그저 몸으로 받아낸다.


푸슛


체페슈의 가슴에 대각선의 깊고 긴 상처가 새겨진다. 하지만 상처는 피가 흐르기도 전에 아물고 말았다.


“명성이 자자한 흑기사도 고작 이 정도라니, 역시 주인님의 혜안을 따를 자가 없구나.”


휘리릭!


검게 물든 칼에 살의를 담아 소용돌이처럼 몸에 회전을 가한다. 빙글빙글 돌면서 점차 늘어나는 원심력은 검의 위력을 배로 끌어올린다. 단순하지만 그만큼 치명적인 움직임.


서걱


촤아악!


진심으로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파도처럼 몰아치는 흑기사의 검격을 무시하며 조금씩 그에게 다가간다.


채앵


사내의 매서운 검격이 체페슈의 손아귀에 간단히 가로막혔다.


바사삭


놀랄 틈도 없이 빼앗겨버린 칼은 손쉽게 작살이 나버렸다.


“걱정말거라 너 또한 주인님의 은총을 받아 나와 같은 불사의 몸이 될 것이니. 네 죽음을 시작으로 인천은 붕괴한다.”

마침내 흑기사의 앞에 선 체페슈는 한 손으로 그의 몸을 움켜쥐며 인천의 희망을 꺾으려 했다.


푸욱


모두가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장벽 안쪽으로부터 순백의 창 한 자루가 하얀 궤적을 그리며 날아와 흑기사를 움켜쥔 체페슈의 팔을 관통했다.


크윽


신음을 흘리며 세 걸음 뒤로 물러난 체페슈는 주위를 극도로 경계하였다. 흑기사의 검격이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던 것과 달리 순백의 창에 꿰뚫린 팔은 재생되지 못하고 바닥에 꽂혀 하얗게 타들어 갔다.


구름 속의 용처럼 나타난 수민은 모두의 시선을 가로채며 전장에 난입하였다.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은색의 용린갑을 걸친 수민의 모습은 그야말로 용인(龍人), 용의 화신과 같은 모습으로 흑기사와 체페슈 사이를 가로막았다.


“당신은···?”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구해준 이 남자에 대한 고마움과 궁금증이 교차하는 흑기사와 달리 이를 드러내는 체페슈.


“연옥의 정수민.”

“네놈은 광견을 죽인 창절!”

체페슈의 놀람도 잠시 분노로 점칠 된 그의 얼굴이 덜덜 떨리며 창백하게 달아오른다.


타앗


자리를 박차고 날아오른 그의 주위로 수백 개의 말뚝이 나타났다.


“두 놈 다 줄줄이 꿰뚫어주마.”


#


도시 내부는 혈향이 난무하는 무법지대가 되어있었다. 성벽을 넘어 내부로 침입한 흡혈귀들이 사방을 날뛰며 시민들을 상대로 살행을 감행하였다.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고분분투 하는 일행은 그들로부터 생존자를 보호하며 절벽으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


“지금” 하고 외치는 김혁의 목소리에 진철은 멸마대가 터 놓은 길을 일직선으로 돌파했다. 그들은 멸마대의 보호 아래 모인 수백의 생존자들을 지키며 진철이 지나간 길을 황급히 뒤쫓았다.


“우리가 후미를 맡는다, 저들을 도와 생존자들을 지키는 거다!”

멸마대가 시민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을 눈치챈 수비대의 일부가 지원을 온 것이다. 지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누가 더 우위에 있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는 희망을 져버리지 않았다.


으악


후미를 지키던 초인이 다리에 상처를 입자마자 수십마리의 흡혈귀들이 몰려들어 사지를 절단낸다.


우웨엑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헛구역질을 한다. 하급 흡혈귀들만 해도 감당하기 벅찬데 상위 랭커들이 나타나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저기!”

아버지의 품에 안긴 소녀가 손가락으로 지평선을 가리켰다. 소녀의 손을 따라간 그곳에는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것들을 압도하는 이적(異跡)이 행해지고 있었다.


오른손에 담배를 쥔 사내는 허공에 기하학적인 도형들을 그리며 입으로는 생전 처음듣는 언어를 중얼거렸다. 허공을 도화지 삼아 그릴 때마다 칠판의 분필처럼 점점 닳아 없어지는 담배는 옅은 불빛을 잃어갔다. 대마법의 촉매 역할을 하는 사내의 아티팩트.


진철의 이마에는 어느새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손에 쥔 담배는 파랗게 불타오른다. 기나긴 주문이 끝을 맺고 담배가 와사삭 재가 되어 바람에 흩날리자 타오르듯 붉은 하늘과 바다를 잇는 거대한 이적(異跡)이 펼쳐졌다.


“현현하라 정령왕 에델바이스.”

진철의 부름에 자연의 정수와도 같은 기운이 차원을 찢고 이곳에 현현한다. 격이 다른 존재의 개입에 세상의 이목이 모두 이곳에 쏠렸다. 연옥, 환마, 칠악, 초월자, 엄청난 인과율을 소모하면서까지 강림한 타차원의 신격에 세계가 비명을 질렀다.


“계약대로 약속을 이행하라 에델바이스!”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의지의 집약체는 조용히 진철의 마법에 손을 더했다. 기후를 뒤바꿀 만큼의 패도 적인 마력의 흐름이 더해짐으로써 이적은 완성되었다. 그것 또한 자신의 할 일을 마쳤다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다들 신적 존재에 정신이 팔렸을 때, 진철만은 마법의 완성에 힘을 쏟았고 그 결과 바다와 도시를 잇는 대교(大橋)가 완성되었다. 그 엄청난 광경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철은 정령왕을 소환한 대가로 매끄럽던 흑발은 푸석한 백발이 되었고, 피부는 생기를 잃어 메마른 대지와 같이 쩍쩍 갈라졌다.

그 경이로운 광경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존경을 표하며 목례를 올렸다.


#


파파팟


거센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말뚝과 지면을 뚫고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꼬챙이들이 흑기사와 수민을 향했다. 지금까지 꼬챙이에 찔려 죽어간 무수히 많은 사람들, 그 원흉이 여기서 밝혀진 것이다.


“하찮군.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

입가에 어린 비웃음을 감추지 않고 조롱을 일삼는 수민은 잔뜩 긴장한 흑기사를 잡아 전장 밖으로 던지며 맨몸으로 그의 공격을 받아내었다.


채앵



피로 만들어진 체페슈의 말뚝은 용린갑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고, 꼬챙이들은 수민의 손아귀에서 가볍게 분쇄되었다.


그 이름 높은 흑기사를 압도한 체페슈의 공격이 수민에겐 닿지 않는 것이였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는 전장의 초인들과 흑기사는 격이 다른 수민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번의 모습으로 그는 전장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익.”

내심 자신의 힘이라면 혼자서도 인천을 점령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그에게 수민의 존재는 충격을 넘어선 경악이었다.


후웅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수민은 체페슈의 모든 공격을 소멸시킨 것이다.


“왜! 왜! 왜! 왜! 왜! 왜!!! 내 모든 걸 바쳐 강해졌는데도 이길 수가 없는거야 왜!!!”

분노에 가득 찬 체페슈의 눈에서는 혈광이 가득했고,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이어갔다. 끈적한 검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그의 양손에는 붉은 빛이 모였다.


“이것조차 받아낸다면 그래, 널 인정하마.”

자신의 모든 힘을 개방한 그의 모습은 인간보다는 요괴에 가까웠다. 등에서는 박쥐의 날개가 삐죽 튀어나와 그 괴이함을 더했고 송곳니는 더욱 길어져 턱 아래로 길게 늘어뜨렸다. 타액과 같은 희멀건 피막이 날개에서 뚝뚝 떨어진다.


손 아래 모인 붉은 빛은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어 매우 길고 거대한 말뚝이 되었다. 사이한 기운이 가득한 그것은 수많은 영혼들을 먹어치운 마물. 수민의 의안을 통해 보여진 그것은 메피스토의 피아노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 안에 갇힌 영혼들의 절규는 그야말로 비탄의 아리아.

그것을 본 수민의 눈이 축 가라앉았다.


“지금부터 네놈을 구축하겠다, 괴물.”

일방적인 수민의 통보와 함께 시작된 괴물 사냥.


퍼엉


잔상만을 남기며 엄청난 속도로 부딪치는 두 인영. 둘은 새하얀 빛과 붉은 빛이 되어 서로 얽히고 설키기를 반복했다. 둘의 격돌로 인해 사방에서 충격파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치열한 접전이 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수민이 압도하는 상황.


크흑


결국 터져나오는 신음을 삼키지 못하고 드러내고 마는 체페슈는 비참한 몰골이었다. 여기저기 찢어진 옷자락, 주요 관절은 모두 꿰뚫려 움직이는 것 조차 버거워 보인다.


“그 창! 도대체 무엇이길래 재생이 불가능한 거지?”


불사의 축복을 받은 육체의 상처가 쌓여간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그는 불합리성에 대해 논했다.


“왜 재생이 안되는지 궁금해? 당연한 것 아닌가. 거대한 폭력 앞에 너의 세포 하나하나가 겁에 질려 전의를 상실했기 때문이지. 스스로의 나약함을 이제야 깨닫다니 너도 꽤나 멍청하구나.”

애초부터 불합리성이란 약자가 강자에게 느끼는 감정. 따라서 포식자를 자처하던 그가 진정한 포식자인 수민과 조우한 순간부터 불합리함은 뒤바뀐 것이다.



“같은 인간이었는데, 도대체 왜 네놈은 그렇게 까지···.”


커헉···


차마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수민의 손에는 갓 꺼낸 싱싱한 흡혈귀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쿵쿵쿵쿵


“시끄럽잖아.”

무심하게 손에 든 심장을 터뜨리는 그의 모습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체페슈의 피를 뒤집어쓴 수민, 그런 수민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고마움과 두려움의 마음이 공존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월~금(5일) 12시에 찾아뵙겠습니다 21.02.23 69 0 -
76 76화 21.05.21 62 0 12쪽
75 75화 21.05.20 59 0 11쪽
74 74화 21.05.19 51 0 11쪽
73 73화 21.05.18 63 0 12쪽
72 72화 21.05.17 52 0 11쪽
71 71화 21.05.14 56 0 11쪽
70 70화 21.05.13 57 0 11쪽
69 69화 21.05.12 59 0 11쪽
68 68화 21.05.11 63 0 11쪽
67 67화 21.05.10 57 0 12쪽
66 66화 21.05.07 74 0 12쪽
65 65화 21.05.06 65 0 12쪽
64 64화 21.05.05 63 0 12쪽
63 63화 21.05.04 62 0 11쪽
62 62화 21.05.03 66 0 13쪽
61 61화 21.04.30 75 0 13쪽
60 60화 21.04.29 65 0 12쪽
59 59화 21.04.28 62 0 12쪽
» 58화 21.04.27 80 0 13쪽
57 57화 21.04.26 67 0 10쪽
56 56화 21.04.23 66 0 12쪽
55 55화 21.04.22 67 0 13쪽
54 54화 21.04.21 62 0 11쪽
53 53화 21.04.20 62 0 13쪽
52 52화 21.04.19 64 0 8쪽
51 51화 21.04.16 70 0 12쪽
50 50화 21.04.15 75 0 12쪽
49 49화 21.04.14 114 0 13쪽
48 48화 21.04.13 98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