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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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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수 :
409,945

작성
21.04.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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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52화

DUMMY

#


진철의 이끌림에 따라 도착한 곳은 연옥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높은 하늘이었다.


“이 섬,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아무리 온갖 신비가 가득한 세상이라지만 도시 하나와 맞먹는 규모의 섬이 하늘을 부유하고 있다는 게? 세상의 진리를 깨우친 대마도사(大魔道師) 조차 이 정도 규모의 섬을 하늘로 띄울 수는 없어.”


“그러고 보니 설악산 일대에서는 이곳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네.”

듣고 보니 느껴지는 이상함에 수민은 어서 비밀을 알려달라는 듯 답답한 눈길을 주었다.


“현무(玄武). 이곳은 현무의 등 위에 만들어진 천공도시(天空都市)야.”

생각지도 못한 비밀에 수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현무? 내가 아는 그 거북이가 맞아?”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수민이 되묻자 진철은 그 사연을 천천히 풀어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분과 계약한 신수라는 거지.”


“그분이 누군데?”


“모든 신수의 주인.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어. 굳이 묘사하자면 신령? 거대한 의지? 나도 직접 본건 단 한 번뿐이었어.”

“정령왕과 계약하는 순간, 무리해서 시도한 탓에 반동으로 목숨이 위태로웠지. 그 때 기적처럼 나타나 나를 구해주셨어.”


“이른바 초월적인 의지 비슷한 그런 건가?

진철의 애매모호 한 묘사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아니 어쩌면 인간의 인지를 벗어났기에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지금으로써는 그게 가장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네. 네게도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한 번은 그분이 찾아올 거야. 언제 어느 순간에 어떻게 찾아오실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우리를 아끼신다는 것 하나만은 알 수 있거든.“

진철의 말이 들렸던 걸까 잠에서 깨어난 현무가 울음을 터뜨렸다. 신수의 영험한 울음에 천지가 공명하며 신묘한 기운이 뻗어 나간다.

#


지난밤 섬 전체를 돌아다녀서인지 눈을 뜬 이후로 거대한 피로감이 수민의 전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애써 피곤함을 뒤로하며 침상에서 일어나자 보이는 것은 지난밤의 행태였다.


너저분한 테이블. 쏟아진 술잔과 굴러다니는 빈 술병들.


어찌 된 것인가 돌이켜보면 현무의 울음소리를 마지막으로 진정한 수민의 환영식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만취한 블랙스미스와 검성의 고주망태를 시작으로 티격태격하던 여우 귀 소녀와, 아수스가 다투는 것을 그만두고 의기투합하여 수민을 취하게 만든다고 각자 아껴준 술을 푼 것이다.


수민의 옆에 있던 진철 또한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강제로 술을 마셔야 했다.


”휴-먼. 이걸 마셔야 진정한 사나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A.I가 어떻게 취한 건지 모르겠지만 만취한 아수스는 병나발을 불어대며 술을 권했다.


이를 두고 볼 수 없는 지은. 경쟁하듯 자신의 꼬리를 20년 동안 숙성키며 만든 술을 수민의 목구멍에 쑤셔 넣었다. 구미호의 꼬리가 탈부착이라는 놀라운 사실이 잊혀질 만큼 그녀의 술은 굉장했다고 생각한다.


”적셔! 적시라고~!! 자~꾸 거절하면 지은이는 삐질거얌! 흥.“

구미호는 구미호인 듯 말투에 흘러넘치는 교태는 뭇 남성들 설레게 만들었어야 하지만, 요리보고 저리 봐도 귀여운 쪼꼬미에 불과한 그녀의 모습에 모두 웃음을 자아낼 뿐이었다.


아수라장도 이런 아수라장이 없을 것이다.


슬픔에 젖어있던 대마도사(大魔道師)도 어느새 합류하여 흥겨운 분위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소리가 탑까지 들린 것 일까, 탑에서 영영 나올 것 같지 않은 아리스 또한 잠시 모든 것을 잊고 웃고 떠들기 바빴다.


정신없이 웃고 떠드는 와중에서도 수민은 이 자리에 보이지 않는 정후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 있었다. 분위기에 취했던 걸까, 그 누구보다 이 자리를 함께하고 싶었던 그녀의 부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을 스스로 자책하였다.


이 모습을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앉아서 바라보는 정후. 저 자리가 수민을 위한 자리이듯 그녀는 그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켰다.


이 자리는 환영식을 빌어 누군가에게는 시름을 잊기 위한, 누군가에게는 친우를 떠나보내는 그런 자리였다.


과음을 넘어선 폭음은 초인의 유무를 떠나 모두에게 크나큰 후유증을 남겼다.


으으음


사방에서 진동하는 술 냄새는 다시 한번 비위를 상하게 만든다.


우웨에에엑


수민은 세 걸음을 채 걷지 못하고 화장실로 뛰어가 구토를 시작했다. 메슥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집 밖으로 향하는 길에는 차마 보기 민망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테이블에 엎어져 침을 질질 흘리는 아리스. 아름다운 금발은 그 빛을 잃고 떡져 있었다.


그나마 그녀의 경우는 양반이다. 아수스에게 꼬리를 뽑힌 채 땅바닥에 머리가 파묻혀져 있는 지은.

지은의 아홉 꼬리 중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두들겨 맞은 듯 찌그러진 머리가 굴러다니는 아수스.


드르렁


대마도사(大魔道師)를 베게 삼아 누워서 코를 고는 검성부터 항아리 속에서 잠을 자는 마스터스미스까지. 대학교 MT도 이러진 않겠다 싶은 진귀한 장면임이 분명했다.


이들을 밟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는 수민은 기어코 그 난장판을 벗어났다.


‘이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건 조심할 필요가 있겠어···.’

수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 편히 잠든 그들은 ‘가족’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꼭끼오오오오


천공섬에도 동이 트기 시작하고 수민은 밤새도록 보이지 않는 정후를 찾아 나섰다. 푸른 하늘에 몸을 맡기며 하늘로 날아오른 수민이 눈을 부릅뜨고 찾기 시작하자, 태양이 떠오르는 섬의 끝. 돌출된 낭떠러지 앞에 그녀가 있었다.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정갈하게 앉아있는 그녀의 앞에는 대리석으로 된 비석 한 개와 무덤이 조성되어 있었다.


사박 사박


그녀를 향해 다가가자 눈에 들어오는 비석의 글귀.



천하제일궁(天下第一弓)

궁귀(弓鬼) 백강

이곳에 잠들다.



밤새도록 그녀는 이곳에서 그의 묘를 만든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그녀의 두 손은 피투성이가 되어 흙과 뒤섞여 있었고,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흐느낀 자국이 남아있었다.


훌쩍


수민의 발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는 그녀는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정말···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나 몰라.“

투정 부리듯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모습에 수민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품으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진작에 찾아왔어야 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생판 초면인 자신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궁귀를 기리는 것이 가장 우선일 것인데, 그저 이리저리 정신없이 돌아다니기 바빴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런 수민에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는 그녀.


”아니, 그 자리는 너를 축하하는 자리를 겸한 우리 방식으로 그분을 기리는 자리였어, 이건 그냥 딸이 아버지를 잊지 않기 위해 독단적으로 한 행동일 뿐이니까. 그것 뿐인 거야.“

무덤 앞에 조촐하게 차려진 술상. 수민은 빈 잔을 채우고 뿌리기를 반복하며 큰 절을 올렸다.


‘은인께서 구해주신 목숨값은 세상의 악을 멸하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저를 위해 애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따님 역시 제 모든 것을 다 바쳐 지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도 지켜봐 주시기를···’


수민의 가슴에 또다시 한 사람이 자리 잡은 날이었다.


작가의말

중간고사가... 분량 적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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