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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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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9,945

작성
21.04.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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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0화

DUMMY

#


수민 일행은 위령제를 지내며 사자들의 넋을 위로하였다.

마을 사람들의 죽음. 그리고 궁귀의 죽음. 이 모든 것은 전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화르르

시신들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화장하는 모습에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언제까지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지. 칠악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할 것이야.”

대마도사(大魔道師)의 말마따나 여기서 슬퍼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한 것이다. 떠난 사람은 그만 보내주고 남겨진 자들의 투쟁을 시작할 때이다.


“총단으로 가죠.”

정후는 마음을 다잡은 듯 수민의 손을 잡고 총단으로의 귀환을 논했다.


“그래. 그러자꾸나.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오랜 기간을 웅크려있었던 것 같구나. 우리의 칼은 녹이 슬어 예기를 잃은 것이었어.”

자조적인 어투로 후회하는 소년의 얼굴에 회한이 깃들며 어느새 인가 주름이 가득해졌다. 금발의 머리는 생기를 잃고 푸석해졌고, 말라 비틀어진 고목나무 마냥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총단으로의 귀환을 확정 지을 때 쯤, 수민은 주인을 잃은 채 홀로 방치되어 있는 강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정말 강합니다. 데리고 가서 우리가 사용해보죠. 아깝잖아요 재활용 하면 쓸만할 것 같은데.”

모두가 충격에 휩싸인 탓에 신경 쓰지 않고 방치되어 있던 강시를 지적하는 수민.

그런 강시의 머리 끄댕이를 잡고 정후의 포켓에 넣어버리는 그의 행동은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와 같았다.


#


그렇게 각자가 채를 마치고 대마도사(大魔道師)의 주변으로 모였다. 그의 손에는 푸른 빛이 맴도는 돌맹이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연옥은 외부인이 출입한다는 가정을 하지 않고 만들어졌어. 귀환석은 일종의 편법이니 자네는 따라 하지 마시게.”

몰래 도둑질하다 걸린 것처럼 당황하는 대마도사(大魔道師)의 표정은 무척이나 귀여웠다고 수민은 생각했다.


힘겨운 여정의 끝에 도착한 곳은 연옥의 모두가 모여 있는 꽤나 웅장한 회의실이었다.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벙커를 닮은 공간. 사방에는 밝게 빛나는 화면들이 곳곳에 부착되어 있었다. 작게는 우리의 움직임부터, 넓게는 세상 전체를 조망하는 이곳은 신화 속 아르고스의 눈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자리에 앉아서 세상을 관측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곳은 회의실이라기 보다는 적의 습격에 대응하기 위한 사령부와 같은 구조였다고 생각한다.


회의실 한 가운데 위치한 원탁. 원탁의 주위로는 범상치 않은 기운의 소유자들이 화면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 중이었다.


구성원 한명 한명이 초월경 이상인 그들은 이미 궁귀의 죽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슬픔도 잠시, 정후가 데려온 손님에게 보다 집중하기 시작했다.


딸이 선택한 남자. 떠오르는 신성. 창절. 협객. 이 모든 것들이 한 남자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민에게 쏟아지는 짙은 살기.

은은하게 파고드는 기운.

분석하는 시선.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수민을 시험하고 있었다.




딱!


검집으로 원탁을 내리치는 소리. 백발을 가지런히 묶은 노신사가 모두에게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런 노인의 행동에 모두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을 그만두고 뒤로 물러났다.


정후의 손을 놓지 않고 당당히 시대의 거장을 대면하는 수민.


‘과연··· 이 정도의 기도라니. 사람을 얼마나 죽였을지 상상할 수 없다. 역시 아주 훌륭한 연쇄살인마로구나. 들고 있는 것도 요사스러운 것이 틀림없는 마검!’


‘음 아주 훌륭한 몸이군.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근육이라니 앞날이 창창하겠어. 멋진 근육이다!’

창절(槍絶)과 검성(劍星)이라는 시대의 거물들이 비로소 한 자리에 마주한 것이다. 잔뜩 긴장한 듯 쳐다보는 정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폼 잡지 말아요 할아버지!”

앙칼진 그녀의 외침에 긴장감이 팽배하던 분위기가 단숨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푸하하하

크크크크크끄윽


상황이 재미있어 미치겠다는 듯 웃는 그들의 모습에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다들 나이를 드시더니 점점 괴팍해지셨어.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외모만 젊어 보이지 아주 그냥···”

처음 소개하는 자리가 엉망이 된 것 같은 마음에 울상을 지으며 쩔쩔매는 그녀.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미치겠다는 듯 수민은 투박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살며시 웃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곳은 복마전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언제든지 창을 뽑을 준비를 마쳤다.


“소개가 늦었네. 정식으로 인사하지. 정후 애비 되는 사람이라네. 지크프리트라 하네.”

처음의 근엄한 표정은 어디 갔는지 싱글벙글 웃는 그의 모습에 수민 또한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지크프리트? 미친, 내가 아는 그 양반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도화곡의 정수민이라고 합니다. 따님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라 말하면 될까요?”

검성과 악수를 주고받으며 기죽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수민.


“도화곡? 자네 지금 도화곡이라고 했나?

무선(武仙)과는 무슨 관계지?“

생각지도 못한 출신 탓에 화들짝 놀란 검성은 수민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복숭아 향. 수민의 몸에서 풍기는 그 향이 그리운 사람을 떠올렸기 때문일까, 그는 대답을 보챘다.


“무선(武仙)께서 제 스승님이 되십니다.”

수민의 대답에 검성은 잠시 추억에 잠겼다. 자신의 오랜 친우. 칠선의 모두가 죽거나 잠적한 이후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애타게 찾았던 걸까.

‘다행이다, 아버지를 아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죽지는 않겠어’


서로 등을 맞대고 함께 싸워온 친우는 종언의 용을 물리친 이후 홀연히 종적을 감추었다. 칠선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한 때쯤 다시금 이렇게 제자를 양성해 자신과 연이 닿은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형준이는 잘 지내고 있나? 내 얘기는 하지 않던가? 형준이 있었다면 칠악 따위가 감히 날뛰지 못했을 것인데···”

형준과 함께한 날들을 추억하며 수민을 바라보니, 언뜻 수민의 모습 뒤로 그의 환영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형준이와 마인들을 썰고 다니던 기억들이 떠오르는구나.


“스승님을 아십니까?”

생각해보면 지금껏 스승님 정도의 무인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이상했다. 종언의 용을 물리친 것을 그날 모두가 보았기 때문이다.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친우였다면 대답이 되겠나? 우리 중 가장 강하기도 했고. 자네가 그의 전인이라니,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는군.”

그의 눈동자에 추억이 깃들며 오랜 친우의 제자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형준이의 제자는 우리의 친구라네. 여기 있는 모두,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큰 빚을 지었으니 말이야.“


”이곳까지 왔다는 건 단순한 호기심 때문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는데,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겠나?“

인자한 미소를 짓는 검성.


”분명 처음은 동경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상대한 대요괴를 상대로 목숨이 경각에 다달았을 때, 정후가 나타났죠. 서울의 모두가 포기하고 그저 도망가고, 외면하기 바빴을 때 그녀는 오히려 머나먼 이곳에서 날아와 사람들을 구했어요.“


”차가운 세상이지만 그래도 아직 이런 정의로운 사람들이 남아있구나 싶었습니다.“


”정후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이 여행을 함께하면서 연옥에 대한 궁금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올곧으며 자신의 뜻을 세상에 관철할 줄 아는 강철의 여인이 소속된 연옥이라는 곳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이후 생사를 넘나드는 여정의 끝에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같은 길을 걸어가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사랑과 이상(理想) 둘 모두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속내를 떠본 검성에게 수민은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게 내비쳤다.


짝짝짝


검성은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 박수를 보냈다.


”사실 무선의 제자라는 시점에서 자네는 합격이었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수민군, 자네가 이룬 업적은 눈부실 지경이지. 서른도 채 되지 않아 창절이란 명호를 얻었음에도 오만하지 않고, 협의 가득한 사람.

솔직히 과장되었거나 허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네. 멸망한 세상에서 이렇게 이타적인 인물이 나온다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자네의 눈빛, 그리고 딸아이가 선택한 남자라면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아.“


”창절(槍絶) 정수민. 불의(不義)에 맞서 싸울 각오는 충분한가?“

모든 검증은 끝이 나고 단 한 가지의 절차만이 남았다.


”물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수민.


”그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을 불굴의 의지가 있는가?“

”그것만이 내 전부입니다.“


”악을 베는 것에 주저함은 없는가?“

”인간을 죽이는 악은 그저 꿰뚫을 뿐.“


”딸아이를 향한 마음이 변치 않을 자신이 있나?“

”언제까지나.“


”이 빌어먹을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하네. 술은 좀 마시나?“

한 명의 동료를 잃은 빈 자리를, 새로이 채운 연옥의 분위기는 슬픔과 기쁨 그 어딘가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몇 없는 조촐한 클랜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가족 같은 유대감을 자랑하는 연옥은 한창 축제의 분위기이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온 신입을 맞이하는 동시에 궁귀의 죽음을 위로하는 자리. 구름 위를 노니는 천공섬의 밤이 시끌벅적 해졌다.


오랜 친우, 궁귀를 떠올리며 울음을 터뜨리는 대마도사(大魔道師)는 무척이나 서글프고 외로워 보였다.

반면,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이 굉장히 익숙해 보이는 남자. 댄디한 옷차림의 남성은 그저 연초를 뻐끔뻐끔 피울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흡연을 하며 은근히 환경을 신경 쓰는 듯 정령으로 담배 연기를 지구 밖으로 내보내는 묘기를 보였다.


”빨리빨리 안 치우냐? 요즘 개빠졌다 너네, 계속 그따위로 하면 또 배때기에 구멍난다?“


히익!


정령기사 최진철

궁귀의 죽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 손에 담배, 다른 한 손에는 한잔의 마티니를 즐기는 남자.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조차 기품있어 보이는 그가 고개를 살짝 기울여 이쪽을 바라보았다.


각양각색의 정령들로 둘러싸인 그는 수민을 향해 술잔을 건냈다.


”백강을 위하여“

수민과 잔을 부딪친 그의 눈동자에 잠시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궁귀의 빈자리, 원래대로라면 그의 제자가 앉아야 하겠지만 아직은 미흡한 아이야.“


”하지만 언제까지나 온실 속의 화초처럼 대할 수는 없어. 궁귀의 소식을 듣고 조만간 이곳을 방문할 텐데 너만 괜찮다면 함께하는 건 어떨까 싶은데···?“


”제가 혼자 결정할 사안은 아니지만, 한 번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그의 제안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수민은 우선 한번 만나 보기로 결정했다.


”그래. 그리고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으면서 그런 존칭은 필요 없어. 그냥 편하게 진철이라 불러.“ 기품 있는 모습에 함부로 다가가기 어려운 세련됨을 가진 진철은 보기보다 굉장히 개방적인 사고방식의 사내였다.


”그렇네, 말투는 고쳐보도록 할게. 그런데 연옥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인 거야?“ 넓은 섬의 면적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인원만이 보였기에 수민은 궁금증을 내보였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 자세한 것은 내가 한명 한명 직접 설명해줄게. 구경도 하고 인사도 할 겸 한 바퀴 돌아볼까?“

수민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 듯 진철은 연옥의 가이드를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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