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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6,669
추천수 :
4
글자수 :
409,945

작성
21.05.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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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3화

DUMMY

#


낮의 소란이 끝나고 저녁노을이 질 무렵, 수민 일행은 갑판에서 축배를 들었다.


-건-배!


”우리가 이렇게 모이는 것도 한 번쯤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생각해보면 이 자리는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이자 임무에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수민은 모두의 잔에 어렵게 구한 소주를 채우며 입을 열었다.


”그럼 그럼. 앞으로 지금 같은 전장을 수도 없이 함께할 텐데 오히려 늦은 감이 있지.“

진철은 불의 정령을 그릴에 던져놓고는 고기를 구우며 흥얼거린다.


흐흐흐흥~


묵묵히 술잔을 기울이며 눈을 흘기는 무백은 주위의 눈치를 보며 이 자리를 빌어 말을 꺼냈다.


”너희들과 함께한 첫 임무였지만, 내가 너희와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맡은 역할 하나도 잘 해내지 못했으니 말이야. 아무래도 나는 도착하면 빠지는 게 맞는 것 같아.“

스승에 원수를 찾기 위해 참여한 임무였지만 이상과 현실의 벽을 실감한 그의 표정은 잔뜩 주름져 있었다.


-터억


자신의 무력함에 덜덜 몸을 떠는 무백의 손을 수민이 붙잡았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 네가 쏜 화살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정후는 저렇게 밝게 웃고 있을 수 없었을지도 몰라. 네 화살 덕분에 나는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었어. 그리고 이건 이 자리의 모두에게 하는 말인데, 우리는 팀이야.“


”개인의 능력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모두는 각 분야에 특화된 둘도 없는 스페셜리스트이지. 그러니 스스로의 능력에 자부심을 갖자 우리.“

조금씩 리더다운 모습을 갖추는 수민의 모습에 모두가 은연중에 팀의 리더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짝짝

짝짝짝짝짝


정후의 박수를 시작으로 모두가 힘찬 박수갈채를 보냈다.


-휘이이익


멋드러진 휘파람 소리와 함께 즐거운 술자리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짠!


잔이 부딪치는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다들 먹고 즐기는 축제였다.


엇-차!


다들 시끄럽게 축제를 즐기고 있을 때 은근슬쩍 수민의 옆자리를 차지한 진철이 핑그르르 의자를 돌려 수민을 살살 꼬득였다.


”으-응. 그래서 정후랑은 도대체 어떻게 사귀게 된 거야?“

술에 취한 틈을 타, 툭 던져보는 진철의 질문에 수민은 어깨에 팔을 탁 하니 걸치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진철의 귀에 대고 말하는 모습을 보이자마자 누군가가 진철의 귀를 잡아 끌었다.


-아아아아악!

아파! 아파요! 아픕니다! 예?!


진철을 주의깊게 살피던 정후가 그의 귀를 잡아끌며 구석으로 향한 것이다.



퍼억


으악!


잠시 일동 모두가 묵념을 하는 사이 그릴 위에서 춤추던 정령이 고기가 다 익었음을 알렸다.


-호에에에엥


육즙이 좔좔 흐르는 곱디, 고운 고기를 맛보며 다들 황홀감에 젖었다.


껄껄껄


게걸스레 고기를 물어뜯던 롤랑은 할아버지처럼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수민과 술잔을 부딪쳤다.


-짠!


”크~! 확실히 술맛은 감히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야!“

입가에 흘러내린 술을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그는 수민의 상태를 살폈다.

롤랑은 장난기 많은 평소의 태도가 아닌 현기 가득한 눈빛으로 수민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수민아 점점 마기 제어가 힘들어지고 있는 게지?“


쨍그랑


갑자기 훅 들어온 그의 물음에 수민은 당황하여 쥐고 있던 술잔을 놓쳤다.


케-케엑


”아니 그게 무슨 소리래요? 하하하 마기 따위는 단련된 근육으로 제어하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힘을 주어 근육을 뽐내며 건강함을 과시했지만 그는 다 알고 있다는 투로 말을 계속했다.

혹여나 다른 사람들, 특히 그녀가 들을까 노심초사하며 수민은 토끼처럼 눈치를 살폈다.


”천살성, 그리고 너의 업(業). 이미 한 번 신격에 근접했던 내게는 보기 싫어도 자꾸 보이게 되는구나.“


”어느 고절한 기인이신지 감히 짐작조차 어렵지만, 그분이 너의 마기를 봉인하고 운명을 바꾸어 놓았구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의 앞에서 수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과거, 조금씩 억제하기 힘들어지는 마기. 경지가 높아질수록 마기 또한 강하게 역류하고 있었다.


쓰읍

하···


너무나도 자신의 상태를 훤히 꿰뚫어 보는 그의 앞에서 이 이상의 거짓말은 무용했다. 결국 솔직하게 말하는데.


”제 스승님께서 봉인해 주셨죠. 초월경을 넘어서면 분명 조율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제 감정이 격해질수록 마기도 끓어올라서 점점 제어하기 버거워 지네요···. 솔직히 불안합니다, 무섭습니다. 내가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마기가 흘러나와 다시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될까 봐.“

어느샌가 소중한 것들이 잔뜩 생겨나 버린 수민. 자신이 책임질 사람들이 생겨 더욱더 고민을 풀어놓을 사람이 없던 차에 비밀을 간파당하자 걷잡을 수 없이 두려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난 것도 우연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잠시 손을 건내 보겠느냐.“

수민이 조심스럽게 손을 건내자 롤랑은 진맥을 하듯이 기의 흐름을 살폈다.


”역시···.“

”반신(半神), 혹은 반선(半仙)이라 하던가. 그 경지에 이르렀기에 네 몸속에서는 이미 태극을 이루었구나.“


”하지만 문제는 너의 마기는 선기로 덧씌워졌을 뿐 제거가 된 것은 아니지. 가끔 보이는 너의 충동적인 모습도 마기 때문인 것이야.

되살아난 마기가 선기와 충돌하는 고통을 용캐 티를 내지 않고 견디고 있었구나.“

그는 수민의 정수리에 두 손을 가지런히 올리고 중얼거린다.


”정화(purification).“

자신의 신성 일부를 소모하여 마기의 폭주를 일시적으로 틀어막았다.

”우선 임시방편으로 천살성의 기운을 멈추었다. 당분간은 마기가 폭주할 일은 없을거야.“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하는 그의 태도와 달리 롤랑은 지친 기색을 보였다.


갑자기 찾아온 기연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수민에게 그는 현실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결국은 저 하늘의 성좌를 이겨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야만 넌 살수 있겠지.“


”네가 걷는 길, 분명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처럼 조금씩 웃다 보면 분명 해낼 수 있다. 누가 뭐래도 너는 정의의 사자가 아니겠느냐.”

수민의 두 손을 붙잡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의 모습에서 스승의 모습이 보인 것은 착각일까, 수민 또한 그렇게 믿기로 결심했다.


#

”뭐야 뭐야, 둘이서 무슨 얘기를 뜨겁게 하는 거야. 자기 인기 많다?“

장난스런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녀. 어느새 진철을 구박하는 것을 멈추고 수민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닌 티가 역력하였다.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거야?“

슬프고 무서운 감정은 잠시 접어둔 채, 정후의 장난 서린 구박에 수민은 필사적으로 웃어보려 노력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자기는, 나 안 보고 싶었어?“

그의 얼굴에 비친 감정의 편린을 모른 척 하며 그녀는 수민의 손을 붙잡고 선상으로 달렸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롤랑은 얼마 남지 않은 술로 목을 축이며 중얼거렸다.


”청춘이구만···.“


#

후-하!

새하얀 입김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바다라서 그런가, 밤공기가 차네“

동의를 구하듯 선상 난간에 기대어 고개를 살짝 기댄 그녀가 말하자, 수민 또한 그에 동의한다는 듯 말했다.


”그러네, 뭔가 여름 같은 느낌이 없는 것 같아. 그나저나 자기 상처는 좀 어때, 한번 보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듯 그녀의 몸을 이러저리 살피며 흔들리는 수민의 눈빛.


”치료를 잘 받아서 괜찮네요~ 여기 의료팀 훌륭하더라. 봐봐 흉도 하나 없이 깔끔하게 나았어.“

자신의 배를 보여주며 칼자국이 머물렀던 자리에 수민의 손을 가져다 대며 확인해 보라는 듯 이곳저곳에 손을 대었다. 누군가 쳐다본다면 무척 부끄러울 것 같아서 수민은 얼굴이 빨게 진 채로 주위를 살폈다.


”어때, 멀쩡하지?“

아무렇지도 않다며 헤헤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수민의 입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너란 여자는 정말···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부끄럽게···“

가슴을 쓸어내리는 수민.


”너? 쓰-읍

이게 누나한테?“

”그리고 우리 사이 다 알고 있는데 어때서 그래, 혹시 공개적인게 마음에 걸리는거야?“

”아니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환히 보이는 장소에서 노출은 다른 사람이 당신을 볼까 봐 그렇지.“


”우리 자기, 질투하는구나?“

딱 걸렸다며 손으로 수민을 가리키며 웃어대는 그녀를 보며 이 말괄량이를 어찌해야 하나 수민은 때 아닌 고민에 빠졌다.


”자기가 싫다면 나도 조금은 조신해져 볼게. 자기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수민의 뜻을 존중한다며 갑자기 태도를 바꾼 그녀는 수민을 꼬옥 끌어안았다.


”그래도 이 정도는 허락해 줄 거지?“

이 작고 사랑스러운 여인에게 새삼스럽지만, 수민은 자신이 푹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밤하늘의 별들도 부끄러워 자취를 감추고, 달빛이 수면에 담긴 밤 두 사람의 사랑은 깊어져만 갔다.


#

끼룩-끼룩

갈매기들의 소리가 귀를 간질이자 몸을 뒤척이는 수민.


-휘이이잉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다양한 고민들이 떠오른 지난 밤이었지만 그래도 그 갈피를 잡았기에 무너지는 마음을 붙잡을 수 있었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위로하는 그녀 덕분에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 수민은 시름을 놓고 달콤한 잠에 빠져든 것이다.


-뿌아아앙

일어나지 않는 수민을 깨우는 경적 소리.

밍기적 거리는 수민의 코로 자극적인 향이 솔깃한다.


-치이이익

불판을 달구는 가스레인지의 열기가 방안을 메우고.


-탁탁탁

파 써는 소리와 보글거리는 김치찌개 소리가 끝내 수민의 단잠을 끝냈다.


-벌떡!

이불을 발로 걷어차고 부스스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성큼성큼 부엌으로 발을 옮긴다.


”···?!“

수민의 눈길을 끈 것은 앞치마를 입고 흥얼거리며 아침을 차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수민이 일어난 것을 확인한 그녀는 식탁에 음식을 차리는 중이었다.


”일어났어? 배고프지, 어서 아침 먹자.“

신혼부부가 떠오르는 모습에 수민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아 그녀와 아침을 먹었다.


”우리 부부같다, 그지?“


아~

수민의 입에 노란 계란말이를 넣어주며 눈웃음을 치는 그녀.


-푸흡!


”그, 그러네, 매일 아침이 오늘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사래가 걸린 듯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진심 섞인 말을 말했다.


”아 참! 사실 바로 보고를 했었어야 했는데 늦어서, 어제 자기가 자고 있을 때 그냥 내가 연락했어. 괜찮지?“


”물론, 고마워 나도 긴장이 풀려서 잠시 잊고 있었네.“


-부르르르, 딸깍


커피포트에 불이 꺼지고 수민은 믹스 커피를 한 봉지 까서 섞기 시작했다.


-호로록


식후 모닝커피까지 마친 완벽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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