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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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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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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DUMMY

#


도화만리(桃花萬里)

과거 두억시니를 상대하며 펼쳤던 절초가 다시 한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칠흑 같은 세상을 새로이 덮어버릴 듯 흩날리는 꽃잎들은 시체들의 벽에 가로막히고,

꽃잎 하나 하나를 잡다한 시체들이 몸을 던져 막은 까닭에 마지막 꽃잎까지 닿지 못한다. 마지막 꽃잎이 막히는 동시에 언제부터인가 수민은 창을 휘두를 공간조차 남지 않았다.


”...!!“

사면초가의 상황. 과거 칠악의 사냥개들을 일거에 쓸어버린 원시천존의 비기가 다시 한번 세상에 현현했다. 반도 선인들의 수좌답게 죽어서도 절대자의 기도를 잃지 않은 것이다.


일전에 등장한 수룡보다 배는 커진 몸집의 흑룡은 선기(仙氣) 대신 사기(死氣)를 두르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악을 휘감은 듯 추악한 모습으로 수민을 향해 강하하기 시작했다.


-파바박


거대한 몸집의 움직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속도. 피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

절체절명의 순간, 수민이 호신강기를 일으키며 의념을 집중하고 있을 때 쓰러진 시체들이 되살아나 수민의 온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끄으응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에 메피스토펠레스가 환하게 웃음지으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체.크.메.이.트“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수민을 붙잡은 시체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쿠아아앙


운석이 충돌한 듯한 크레이터를 남기며 수민이 있던 자리는 폐허가 되었다.

하늘에서 후드득 떨어지는 수민의 육편들.

수민의 은빛 갑주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온몸이 너덜너덜한 걸레짝이 되어 서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사방에 피를 뿌리며 찢겨져 나간 왼팔, 하얀 뼈가 드러나는 허벅지. 온몸에는 피칠갑을 하여 숨 쉬는 것 조차 불안해 보인다. 그야말로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기적적으로 버티는 상황. 하늘에서 흑룡이 그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지상으로 낙하하였다.


콰앙!!


수직으로 낙하하는 흑룡. 그 움직임에 하늘이 반으로 갈라지며 거대한 흑운이 피어났다. 충돌의 순간, 인류 최후의 날처럼 천지를 진동시키는 굉음과 함께 지상에 거대한 빛이 새어나왔다. 한계를 넘은 충격으로 인해 심상은 붕괴하고 수민은 현실로 튕겨져나왔다.



사지가 절단되어 고기 토막처럼 토막 난 수민의 모습은 이미 사람의 형체가 아니었다. 그나마 입신의 경지에 도달한 무인이기에 죽지 않고 심장만이 느릿하게 뛰는 상황.


그 그로테스크한 현장에,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고, 애먼 바닥을 치며 통곡하였다.


흐어어엉


영웅의 최후를 잊지 않겠다는 듯 사람들은 수민의 임종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영웅은 사방에 본인의 육편을 흩뿌린 채 서서히 죽음을 맞이해 간다.


하지만 그런 쉬운 죽음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남자는 조각난 수민의 신체들을 꿰매기 시작했다.


찢어진 조각들을 모아 엮어놓은 모습은 아이들이 괴롭히는 봉제 인형을 닮았다. 한쪽 눈은 녹아내려 시각을 상실했고, 코는 짓뭉개져 그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상체는 말할 것도 없이 오장육부가 꿰맨 자국 틈 사이로 튀어나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크크크크으으윽


봉제 인형 같은 몸뚱이를 십자가에 못 박아 걸어놓은 상태로 그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수민을 능욕했다. 손톱을 도려내고, 이를 뽑아낸다. 잔혹한 손속. 수민의 비참한 말로를 감상하며 영혼을 거두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수술을 집행하는 의사 흉내를 내며 달라붙는 라텍스 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르며 즐거운 듯 연신 콧소리를 흥얼거리는 남자의 모습은 광기 자체였다.


카악




수민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며 메피스토의 얼굴에 핏물 섞인 침을 뱉었다.


”곧 그-녀가 온다··· 목 씻···고 기다려“

”그 꽃이 되고도 아직도 반항하는 건가요? 아휴 귀여워라 정말“

그가 수민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육신은 그 생을 마감하는 듯 수민의 귀에 걸린 이어링이 깜빡이기 시작하고, 남자가 수민의 심장을 강탈하려는 순간.


쨍그랑

허공에서 균열이 발생하며 마침내 수민이 애타게 찾던 그녀가 도착했다.


”정수민!!“


수민이 약속한 하루가 지나기 전에 그녀는 돌아왔지만, 수민은 비참한 몰골로 영혼을 갈취당하기 일보 직전.


거대한 충격과 함께 밀려드는 감정의 격류에서 잠시 벗어나 그녀는 아직 수민의 숨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수민을 낚아채 전장을 이탈하였다.


”수민아··· 수민아 정신차려. 죽으면 안돼. 제발, 눈을 감지마. 내가 꼭 살릴 테니까 제발!!“

메피스토는 수민이 믿고 있던 지원군이 그녀 혼자임을 확인하고 유쾌한 표정으로 다시 건반을 두드린다.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메피스토는 자신의 컬렉션에 추가될 한 쌍의 남녀를 생각하며 미친 듯이 연주를 시작하였다.


“당신들을 위해 죽어가는 영웅을 보는 심정은 어떠신지?”

남겨진 자들을 향해 서서히 죽음을 선사하는 악마. 수민이 모든 것을 걸고서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생은 들꽃처럼 흩어진다.


#


그녀가 수민의 몸에 포션을 미친 듯이 쏟아붓는 사이, 연옥에서도 드디어 워프게이트가 열렸다.


”정후가 급하게 가던데, 우리가 혹여 늦지는 않았을까 걱정이야.“

다급하게 이어링을 통해 공간 이동한 그녀가 마음에 걸리는 듯 금발의 소년은 발을 동동 굴렀다.


”마을을 지키는 아해도 창절(槍絶) 소리를 듣는 것을 보면 한 가닥 한다는 얘기야. 그 정도의 명호를 지녔다면 아직 죽진 않았겠지. 죽지만 않는다면 정후가 살릴 수 있어. 그러라고 꺼내온 엘릭서니까.“


살고 죽는 것은 하늘에 달렸다는 듯 거구의 남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위이이잉


발밑의 마법진에서 푸른 빛이 흘러나오며 둘의 신형이 바람같이 사라졌다.


한편

홀로 자리에 앉아 천기를 살피며 검성은 낮게 중얼거렸다.


”그 아이는 그런 곳에서 죽을 운명이 아니야.“


#


뒤늦게 마을에 도착한 궁귀와 대마도사(大魔道師)는 참담한 마을의 상황에 신음을 흘렸다. 싸움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산맥 전체가 피비린내와 시체 썩은 내로 가득 차 있었다,


대지의 기억을 불러내 상황을 파악한 대마도사(大魔道師)는 그 처절한 싸움을 엿보았다.


”이봐 궁귀.“

신음을 흘리며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대마도사(大魔道師)는 궁귀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아무래도 이놈 본신이 아니라 화신체를 보낸 것 같아. 이곳에 모인 녀석들 중 자네 얼굴에 상처를 낸 그놈들이 보이지 않아.“

궁귀의 표정이 썩어들어가며 흉신악살과 같은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하지만 화신체도 이 정도 힘이라면 죽이면 본신에도 꽤나 치명적일걸.“

이어지는 대마도사(大魔道師)의 말에 거구의 남성은 바로 발걸음의 흔적을 뒤쫓기 시작했다.


”우선, 딸아이가 그 아해를 치료할 시간을 번다.“

궁귀의 선언에 대마도사(大魔道師)는 동의하는 듯 고개를 숙이며 정후를 찾아 날아가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내려다보자 단숨에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들은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숲을 가로지르는 정후의 옆에 착지하였다.


슈웅


”정후야 놈들은 우리가 정리하마, 네 품속의 그 녀석 네게 소중한 사람이지? 반드시 지켜내거라.“


“The Camelot”


대마도사(大魔道師)는 그 말을 끝으로 바닥에 마법을 시전하여 숲을 가로지르는 긴 장벽을 소환했다. 이후 성채를 구성하여 괴수들의 진격을 막았다.


대마도사(大魔道師)라는 명호가 아깝지 않게 순식간에 만들어진 성채였지만 조약한 시체들 따위가 감히 넘볼 수는 없었다. 초 마도문명의 유산답게 현재의 마법으로는 재현할 수 없는 기적이 펼쳐진다.


-우르릉 쾅쾅!


쉴새 없이 펼쳐지는 대 마법의 향연. 하늘에서는 천벌과 같이 불길이 쏟아져 내리고, 지상에서는 불의 거인이 대지를 휩쓸었다. 화마의 바다에 시체의 군단은 삽시간에 소각되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정의 앞에 무릎을 꿇어라. 오늘이 바로 심판의 날이다!”

그렇게 전장에 난입한 두 초인을 느낀 메피스토는 추격을 그만두고 자신이 내보일 수 있는 전력을 선보였다. 수민과의 일전조차 전력이 아니었던 듯 다시금 펼쳐진 암흑성전(暗黑聖殿)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지휘관급 언데드들이 즐비했다.


냉기를 풀풀 날리는 리치 킹. 사특한 기운을 자아내는 위치 퀸. 그리고 좀비 드래곤까지, 사령술을 대표하는 존재들이 나타난 것이다.


”네임드도 없이 우리를 상대하겠다? 아니면 화신체라 상대를 파악할 깜냥조차 못 된다는 건가.“ 수민이 힘겹게 상대한 적들을 향해 대마도사(大魔道師)는 콧웃음을 날리며 하찮게 바라보았다.

어처구니가 없군. 칠악도 이제는 옛말인가.


대마도사(大魔道師)가 메피스토와 대치하는 사이 궁귀는 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에게 신궁이란 이명을 달아준 단 한발의 화살. 궁귀는 숲과 하나가 되어 은밀하게 메피스토의 틈을 노린다.


”그렇게 찾을 땐 안보이더니 애송이들이 궁지에 몰리자 허겁지겁 나타나는 건 너-무 속 보이는건 아닌지?“

새하얀 이를 보이며 낄낄거리며 조소를 날리는 그의 모습 이면에는 초초함이 가득했다.


‘분명 두 놈이었어. 안 보이는 하나는 활쟁이 인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을 살피는 메피스토의 눈길을 확인한 대마도사(大魔道師)는 준비한 마법을 선보였다.


”내 앞에서 화신 따위로 한눈을 팔다니, 지난번에 혼난 것으로는 부족한 것이렸다?“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기다란 완드를 붙잡고 주문을 영창하는 소년.


아티팩트. 칠성(七星) 개방.


별빛을 담은 일곱 개의 오브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소년의 주위를 맴돌며 각기 다른 주문을 외운다.


다중영창

조합


신기루(蜃氣樓).


진실과 거짓이 뒤섞이고, 오감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꿈과 현실의 경계. 환상이 현실이 되고, 주체가 객체가 되는 대마도사(大魔道師)의 비전.


”버러지는 버러지답게 환상에 취해 익사해라.“

지금부터 맞이하게 될 것은 모순. 다가가려 하면 멀어지고, 하고자 하는 건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다.


일곱 개의 오브는 각각의 방위를 맡으며 이 결계의 근간을 이룬다. 하지만 생전에 마법과 주술에 조예가 깊은 일부 존재들은 쉽사리 당하지 않았다.


리치킹, 위치퀸을 필두로 한 마법병단은 스스로의 정신을 마법으로 공고히 하며 오히려 마법의 근원을 역추적하였다. 그러나 적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궁귀의 존재이다.


저격이라는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많은 능력들 중 하나일 뿐, 적들이 혼란에 빠져 방황하는 순간은 궁귀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피우우우웅


활시위를 주욱 당기며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는 화살. 순수한 기의 응집체, 단 한발의 붉은 화살은 허공에서 분열하여 수백 수천 개의 잔영을 남기며 한 편의 지옥도를 그렸다.


샤샤샤샤샥


그어어억


영혼이 없는 시체가 절규를 내뱉을 만큼 강렬한 화살의 비는 신기루 속에 갇힌 적들을 단숨에 쓸어버렸다.


고작 전장에 단 두명이 참전했을 뿐이지만, 전세는 단숨에 역전되어 승기는 한쪽으로 기울었다.


”......“


수민을 조롱할 때와는 대조적으로 메피스토의 몰골 또한 성치 못했다. 자랑스럽게 펄럭이던 여섯 장의 날개 중 두 장은 꺾이고, 깃털이 나폴 거리고 있었다. 마기로 이루어진 신체는 구멍 난 상처를 재생하지 못해 마기가 줄줄 새기 시작했다. 그의 신물 피아노는 건반이 부서진 상태로 바닥에 너부러져 있었다.


냉철하게 현재 자신에게 남은 것들을 확인해보자면 지휘관급 일부를 비롯한 발록, 좀비 드래곤, 실혼강시 한기가 남아있다. 하지만 전 군이 온전할 때 조차 두 명 중 한 명과 비등한 정도.


‘급조한 화신으로는 여기까지인가.’

화신을 회수하기로 마음먹은 본체의 결정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졌다.


”지휘관을 제외한 전 군은 마법사를 향해 진격하라.“

사실상 고급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를 고기 방패로 삼겠다는 결정, 인간이라면 거절했을 명령을 사자들은 그저 묵묵히 수행할 따름이다.


대마도사(大魔道師) 또한 바뀐 적의 태세를 눈치챘지만, 코앞까지 몰려드는 군단을 상대하기에 정신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메피스토에게 눈을 떼지 않는 궁귀는 조용히 활시위를 당기며 무색, 무취, 무형의 화살로 끝을 내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지난번의 패배를 되갚아주마.“

상처를 쓰다듬으며 흉신악귀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궁귀가 최후의 일격으로 이 전장의 끝을 보려는 순간.


사사삭


전장으로부터 5km 이상 떨어진 산봉우리에 자리 잡은 궁귀의 주위로 다섯의 그림자가 포위망을 좁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한 명의 여성. 수민의 뒤를 밟던 환마(幻魔)가 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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