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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소설 속 몰락한 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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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러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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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9 18:2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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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64
추천수 :
990
글자수 :
299,675

작성
24.05.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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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
추천
16
글자
11쪽

슬럼가(6)

DUMMY

“하아...하아...머...머리가...”


“두통에 미치겠지? 나를 죽이고 싶지만...그럴 수도 없을 테고.”


아스탄은 의자를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유를 알려줄게.”


마도구에 주입하던 마력이 끊어졌다.

아스탄의 눈동자가 점점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검은 기운이 아스탄을 휘감았는데.

바르반 일행은 그 기운을 느끼고 뒷걸음질을 쳤다.


“마...마족...?!”


“그래, 정확히는 뱀파이어족이지.”


바르반은 ‘설마...’하는 생각에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래, 너희도 이젠 뱀파이어족이야. 뭐, 필리스나 다른 애들한테도 한 이야기지만...범죄자인 너희들에겐 그리 나쁜 건 아니잖아?”


“...?”


“마족이 된 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바르반이 미간을 찌푸리자, 아스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하는 건가.

인족보다 긴 수명, 유지되는 젊음, 한층 더 강해진 무력....기타 등등.

각종 매력적인 이야기에 바르반 일행의 눈동자가 살짝 반짝였다.


“이래보여도 나는 스컬의 우두머리인 카르마나 데스펠의 우두머리인 질리언보다 더 강하다고 자부하고 있어. 그 둘 모두 최하급 소드마스터라면서. 나는 그 이상의 경지에 있거든.”


“...!”


권속들의 놀라는 얼굴은 역시 질리지가 않는구나.

아스탄은 씨익 웃으면서 팔짱을 꼈다.


“나는 이 제국의 어둠을 지배할 계획이야.”


“그건 마왕군의...”


“아, 마왕군이랑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나는 마왕의 얼굴도 모르거든. 단순히 내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움직일 뿐이지.”


그 목적이 무엇일까?

묻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의미 없는 질문이 될 것 같았다.

권속이 된 자신들은 그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으니까.


“제국의 어둠을 지배하게 될 때...너희에게도 충분한 보상을 약속해줄게. 가령, 작위를 받아 영지를 다스린다든가. 아니면 복수하고 싶은 대상에게 복수할 기회를 준다든가.”


아스탄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감미롭게 느껴졌다.

이게 악마의 속삼이라는 건가?

바르반은 작게 헛웃음을 흘리며 바닥에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저희에게...선택지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충성을 맹세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르반이 우측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자, 스무 명의 권속들 역시 똑같은 행동을 취했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해. 자세한 이야기는 필리스한테 듣도록 하고.”


역시, 필리스는 카오스 측의 존재가 된 건가.

바르반은 ‘데스펠을 배신할 리 없다’는 믿음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올라가서 쉴 테니까, 너희는 카오스 지부로 가봐. 아참, 청소할 녀석들 좀 불러주고.”


아스탄은 여유로운 얼굴로 중앙계단을 올라갔다.

지친 기색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 많은 이들을 상대하고도 말이다.


“...후우, 세상에는 정말 괴물 같은 자들이 많구나.”


“나 불렀어?”


바르반의 혼잣말에 2층에서 고개를 내민 아스탄.

바르반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아...아닙니다!”


“그래? 그럼, 수고해라.”


바르반 일행은 조용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들은 슬그머니 건물을 빠져나가 서둘러 필리스를 찾아갔다.

무어라 따지고 싶지만...그녀도 어쩔 수 없었겠지.

권속이 된 이상 그를 배신할 순 없을 테니까.


‘그래도...조금이라도 화풀이를 할 수 있다면...’


‘얼굴에 주먹이라도 한 번 갈겨서...!’


필리스에게 분노를 토하려던 바르반 일행은 그녀의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야했다.


쿠웅!


“어머, 미안해요. 권속으로선 당신들보다 제 쪽이 더 우위에 있어서요.”


“크윽...!”


“이해해주세요. 저도 그 분의 권속이라서...당신들도 느끼고 있잖아요? 그 분에게 해가 될 행동을 취할 때마다 느끼는 두통을 말이에요.”


“끄읍...아...알겠으니...다...당장 명령을 해제해라.”


필리스는 쿡쿡 웃으면서 명령을 풀었다.

당장에라도 그녀를 향해 달려들고 싶었지만...

바르반 일행은 후환이 두려웠다.

겨우 얻은 목숨이다.

허무하게 죽을 바에는 아스탄의 뒤를 따라 한 자리를 잡고 말지.


“그럼,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점령한 도시, 보유한 전력, 앞으로의 계획까지.

필리스의 이야기에 바르반 일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께선 데스펠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비스가 아닌 당신을 권속으로 만드셨어요.”


“추가지원부대를 보내달라는 건...”


“스컬이라면 약해진 데스펠을 향해 침을 흘리지 않을까요? 아니, 비단 스컬뿐만이 아니에요. 아키드, 바바라스, 펜버를 비롯한 다른 중소규모 조직들까지. 그동안 잠잠했던 균형이...순식간에 일그러지며 남부지방의 슬럼가에서 큰 전쟁이 시작되겠죠.”


“피해가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에겐 이득이 되겠군.”


필리스는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추가지원을 요청하도록 하지.”


“부탁할게요.”


바르반은 부하에게 지시를 내려 조금 전 전투가 벌어진 전(前) 데스펠 지부의 건물에서 자신의 겉옷을 가져오게 했다.

겉옷 주머니에 든 작은 통신구.

바르반은 통신구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파손되진 않았군. 그럼...”


통신구에 마력을 주입한 바르반.

그는 라바디안 제국 수도에 위치한 데스펠의 본부에 추가지원을 요청했다.



◆◆◆◆◆



알바리드로 향하게 된 데스펠의 간부들은 작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바르반 님께서 추가지원을 요청해 오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군.”


“블러드가 알바리드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필리스 님과 비스 님께서 그와의 전투로 부상을 당하셨으니...”


“더욱이 알바리드에는 바바라스, 아키드, 펜버를 비롯해 중소규모 조직들의 전력이 집결한 상태입니다.”


“바르반 님이라도 그 정도의 적들을 상대하는 건 부담이실 겁니다.”


중도시 지부장들의 의견에 지원부대의 대장직을 맡게 된 상급 익스퍼터의 검사, 스카론이 미간을 찡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호출된 간부들은 전부 모였겠지?”


“예.”


“그럼, 슬슬 출발하자고.”


“알겠습니다. 전원, 알바리드로 출발한다!”


스카론 일행은 준비된 말을 타고 집결지였던 소도시, 미림을 떠나 알바리드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필리스 님과 비스 님께서 블러드에게 죽기라도 한다면...데스펠은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스컬은 여전히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알바리드에 도착한 아키드, 바바라스, 펜버의 전력은 여전히 잠잠하고.


‘다른 조직들과 블러드가 싸우게끔 상황을 유도하고, 블러드가 지쳤을 때를 노려 움직여야 한다.’


이어, 피해를 받은 타 조직들을 공격해 세력을 확장시킨다.

스카론은 눈동자를 빛내며 각오를 다지듯 고삐를 강하게 쥐었다.


“스카론 님, 바르반 님의 연락입니다.”


“그래.”


스카론은 주기적으로 바르반에게 자신들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아마 내일 저녁쯤이면 알바리드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쪽의 상황은...”


[일전의 전투 이후로 블러드와의 충돌은 없었다. 대신, 아키드, 바바라스 놈들이 블러드 녀석에게 죽어가고 있는 중이지.]


“...”


[내일은 펜버 놈들을 공격할 거라고 하더군. 펜버 녀석들이 전멸하는 대로 블러드를 공격할 예정이다. 너희는 알바리드 서쪽에 위치한 OO마을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내일 저녁 찾아오도록.]


“알겠습니다.”


스카론은 바르반의 지시에 따라 알바리드 인근의 마을에서 여관을 잡았다.

3개의 여관에서 50여 개의 침실을 빌린 스카론 일행.

사흘간의 이동으로 지쳐버린 그들은 곧바로 침대 위에 몸을 누였다.


풀썩


“하아...”


드디어 내일이면 블러드와 충돌하게 된다.


‘도대체 뭐하는 괴물이기에 필리스 님과 비스 님이 당하신 거지? 거기다 아키드와 바바라스 녀석들까지...’


스카론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면서 조용히 수마에 빠져들었다.

그 시각, 스카론 일행을 감시하던 카오스 조직원들은 곧바로 필리스에게 연락을 보냈다.


“스카론 일행이 OO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그래, 계속 주시하고 있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면 바로바로 보고하고.]


“알겠습니다.”


보고를 마친 조직원들은 스카론 일행이 들어간 여관을 바라보며 작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일이면 데스펠도 끝나겠구나.”


“바르반 님께서 카오스와 함께하게 되셨으니...”


카오스 조직은 이제 곧 날개를 펼치게 될 것이다.

다른 중소규모 조직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해지겠지.

아니, 어쩌면 스컬과 데스펠조차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2인 1조로 3시간씩 교대로 감시하자고. 너희는 먼저 쉬고 있어.”


“그래, 수고해.”


“나는 조금 자야겠다.”


어두컴컴해진 밤하늘.

여관 역시 잠잠해졌다.

굳이 계속 감시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어차피 하루만 하면 되는 일이다.

보수도 두둑이 받을 수 있고.

그렇게 카오스 조직원들은 여관에서 100m쯤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밤을 지새우며 감시를 진행했다.



◆◆◆◆◆



투콰앙ㅡ!


“끄아악!”


콰콰콰쾅!


연이은 폭발음과 함께 펜버 조직원들이 머무르던 여관들이 순식간에 전소해버렸다.

여관점주 일가족들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자신들의 주거지이자 직장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이...이게 무슨...!”


그 때, 옆에 서있던 바르반이 점주들에게 따로따로 돈주머니를 던져주었다.


“각각 1천 5백만 위드씩 담겨있을 거다. 확인하도록.”


“에...?”


“슬럼가 인근의 땅값과 건물의 노후화를 고려하면...많이 쳐줘봐야 5~6백만 위드 정도겠지.”


“그...그건...”


“이참에 건물 하나 새로 짓도록 해.”


점주들은 벙찐 얼굴로 바르반을 바라보다가 서둘러 돈주머니를 확인했다.


“저...정말로...”


여관을 짓고도 남는 금액이다.

인테리어 비용을 계산해 봐도...수백만 위드가 남는다.

분노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가...감사합니다!”


주거지와 직장이 뭉개졌음에도 점주들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바르반은 그들의 인사를 무시한 채 망토를 뒤집어쓴 소년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괴물이다.

소드마스터의 검기에 이어 4서클의 마법까지.


‘애초에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군.’


바르반은 그의 수행비서 역할을 맡으면서 다음 목적지로 안내를 해주었다.


촤아악ㅡ!


“크아악!”


“브...블러드다. 블러드가...!”


서걱!


수십 명의 범죄자들이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목 없는 시체가 되어버렸다.

소년은 시체의 산을 만들고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흘렸다.

역시, 마족은 살육을 즐기는 미친놈들이 분명하다.


“이걸로...끝인가?”


“예, 나머지 잔당은 저희 쪽에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소년은 바르반의 어깨를 토닥이며 전(前) 데스펠 지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오스 조직은 아키드, 바바라스, 펜버에서 여덟 명의 상급 익스퍼터를 확보했다.

간부들만 따지면 다른 대규모 조직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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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질리언(1) 24.05.26 644 17 11쪽
27 로드반 자작가문(3) 24.05.25 681 18 12쪽
26 로드반 자작가문(2) 24.05.24 658 18 11쪽
25 로드반 자작가문(1) 24.05.23 728 14 12쪽
24 발전하는 라빈 마을(3) 24.05.22 732 15 11쪽
23 발전하는 라빈 마을(2) 24.05.21 743 13 11쪽
22 발전하는 라빈 마을(1) 24.05.20 783 13 11쪽
21 슬럼가(10) 24.05.20 723 16 11쪽
20 슬럼가(9) 24.05.19 737 14 11쪽
19 슬럼가(8) 24.05.19 775 12 11쪽
18 슬럼가(7) 24.05.18 839 14 11쪽
» 슬럼가(6) 24.05.17 889 16 11쪽
16 슬럼가(5) 24.05.16 922 18 12쪽
15 슬럼가(4) 24.05.15 965 18 11쪽
14 슬럼가(3) 24.05.14 1,018 20 11쪽
13 슬럼가(2) 24.05.13 1,093 22 11쪽
12 슬럼가(1) 24.05.12 1,180 23 11쪽
11 라빈 마을(2) +3 24.05.11 1,222 26 12쪽
10 라빈 마을(1) 24.05.11 1,259 27 11쪽
9 B랭크 용병(4) 24.05.10 1,261 26 11쪽
8 B랭크 용병(3) 24.05.10 1,290 27 11쪽
7 B랭크 용병(2) 24.05.09 1,407 27 11쪽
6 B랭크 용병(1) +3 24.05.09 1,549 31 11쪽
5 용병(2) +3 24.05.08 1,692 30 11쪽
4 용병(1) +4 24.05.08 1,888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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