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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소설 속 몰락한 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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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러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7
최근연재일 :
2024.06.29 18:2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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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64
추천수 :
994
글자수 :
299,675

작성
24.05.08 20:20
조회
1,695
추천
30
글자
11쪽

용병(2)

DUMMY

“뭐야, 12km밖에 안 되는 거리였어?”


이곳에서 12km 정도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라빈 마을이다.

설마, 이렇게 가까웠을 줄이야.


“하루면 갈 수 있겠네.”


일단, 의뢰부터 완료하고 라빈 마을로 내려가자.

풍족한 생활을 위해선 어느 정도 자금을 벌어둘 필요가 있다.

지금 소지한 자금만으로는 마을을 관리하는 데에도 벅찰 것이다.

건혁은 인근 마구간에서 말 한 필과 작은 짐마차를 구매한 다음 곧바로 마부석에 올라탔다.


“가자!”


고삐를 잡아당기자 말이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존X 편하네!”


역시 이동수단은 필수로구나!

돈이 최고다!

건혁은 밝은 얼굴로 지도에 표시된 지역으로 이동했다.

전투는 이전보다 더욱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첫날에는 스무 마리의 코볼트를 쓰러트렸다.

이튿날에는 고블린만 서른다섯 마리를 토벌하였는데.

길드의 여직원은 건혁이 이틀 만에 의뢰를 완료하자 경악한 얼굴로 결과물을 살펴봤다.


“저...정말로 혼자서 55마리의 마수를 토벌하셨다고요?”


“아, 그러고 보니 말씀드리지 않았었죠? 저는 상급 익스퍼터의 검기와 2서클의 마법을 사용하는 마검사입니다.”


“예?!”


“2성급 마수라도 숫자가 너무 많으면 조금 버겁지만...소규모 무리 정도는 토벌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아...아니, 분명 12살이라고...”


“제가 몰락한 귀족가문 출신인지라...어렸을 때부터 실력 있는 검사와 마법사로부터 검술과 마법을 배웠었습니다.”


“...”


아무리 그래도 12살의 소년이 상급 익스퍼터의 검기와 2서클의 마법을 익히고 있다는 부분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귀족들이 다닌다는 중앙아카데미에서도 12살에 상급 익스퍼터의 경지에 오른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2서클 마법을 익힌 이는 세 손가락에 꼽히겠지.


‘천재...’


여직원은 침을 한 번 삼켰다.


“자...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녀는 접수대를 비우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잠시 뒤, 여직원이 거구의 중년 남성과 함께 나타났다.

회색빛 머리카락, 험악한 얼굴과 눈가에 새겨진 상처.

베테랑 용병보다는...산적과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꼬마가 상급 익스퍼터의 검기를 다룬다고?”


무례함으로 가득한 중년의 발언에 건혁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예, 실제로 이틀 만에 C등급 의뢰 3개를 완료하셨고요.”


“혼자서 한 거 맞아? 랭크를 높이려고 다른 용병을 고용한 건...”


“그래서 검사를 진행해보려고 마스터에게 말씀을 드린 거예요.”


‘마스터’라는 단어에 건혁이 귀를 쫑긋거렸다.

이 아저씨가 이곳의...아니, 시엘로 마을의 용병길드 마스터인가?

건혁은 중년의 매서운 시선을 맞받아치며 눈가를 좁혔다.


“그쪽이 길드마스터인 모양이군요.”


“그래, 내가 이 시엘로 마을의 용병길드 마스터인 군트다.”


“아스탄입니다.”


“몇 가지 질문을 하마. 정말로 상급 익스퍼터의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느냐?”


“예.”


“2서클 마법도 사용한다고 하던데...”


“검술은 아버지에게 배우고, 마법은 가문의 마법사로부터 배웠습니다.”


“부모님은?”


“일찍이 돌아가셨습니다.”


“흐음...”


군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까딱였다.


“따라와라. 뒤뜰에서 실력 좀 봐야겠구나.”


군트가 후문으로 걸어가자, 여직원에 건혁을 바라봤다.


“아스탄 님께서 거짓말을 하고 계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C랭크 용병패를 발급해드리는 건 어려워요. 12살이라는 나이로 상급 익스퍼터의 검기와 2서클 마법을 익히고 있는 점과 F랭크 용병이 단신으로 이틀 만에 C등급 의뢰 3개를 완료했다는 부분은...전례가 없거든요.”


“마스터에게 실력을 보여드리면 C랭크 용병패를 발급받을 수 있는 겁니까?”


“네, 물론이에요.”


건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후문으로 달려갔다.

엊그제 몸을 씻었던 뒤뜰이 나타났다.

우물에서 10m쯤 떨어진 곳에 비치된 목검들.

군트는 어린아이 체구에 맞는 목검 하나를 줍더니 건혁을 향해 던졌다.


타악!


건혁은 검을 잡아내면서 군트를 바라봤다.


“이게 적당하겠군.”


묵직해 보이는 목제 대검을 쥔 군트.

그는 건혁을 보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자아, 어디 마음껏 와 보거라!”


“...전력을 다해도 괜찮습니까?”


“물론이지! 나 역시 과거에는 A랭크 용병으로 활동했던 몸이다. 콧물이나 흘리는 어린놈한테 당했다간 고개도 못 들고 다닐 거다!”


빠직!


군트의 조롱에 건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콧물이나 흘리는 어린놈?

자신이 전력을 드러내면 군트는 일격에 소멸하고 말 것이다.

일개 용병 따위가 소드마스터의 검기와 4서클의 마법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S랭크 용병들 역시 대부분이 최상급 익스퍼터의 검기를 다루고 있다.

영웅급이라 불리는 소드마스터의 실력자들은 왕실이나 귀족가문에게 스카우트되고.


“후우...”


건혁은 싸늘한 얼굴로 군트를 노려봤다.


“가겠습니다.”


“빨리 와! 처리해야할 서류가 잔뜩 쌓여있다고!”


그래, 그러면 빨리 보내드려야지.

건혁은 목검에 검기를 흘리면서 군트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쓔와악!


군트의 가슴을 향해 쇄도한 건혁의 검격은 그대로 허공을 갈랐다.


“뭐...?”


“호오, 확실히 빠르긴 빠르구나.”


가벼운 움직임으로 건혁의 목검을 회피한 군트가 작게 감탄을 흘렸다.

건혁은 작게 식은땀을 흘렸다.

A랭크는 A랭크다 그건가?


‘속도를 좀 더 높여야겠어.’


파밧!


지면을 박찬 건혁이 데이브로부터 물려받은 크로드식 검술을 펼치면서 군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파악! 파파팍!


“흐읍...!”


군트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대검을 휘감는 상급 익스퍼터의 검기.

건혁은 묵묵히 목검을 휘두르며 군트를 찍어 누르고자 했다.

그러나 크로드식 검술과 상급 익스퍼터의 검기를 사용했음에도 군트를 쓰러트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확실히 경험에서 나오는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쯧...”


어쩔 수 없나.


“엘리멘트 매직(Element Magic) - 라이트닝(Lightning)!”


상공에서 작은 번개의 줄기가 내리쳤다.

군트는 살짝 놀란 얼굴로 대검을 휘둘러 번개를 막아냈다.


콰앙!


지금이다!

빈틈을 보인 군트.

건혁은 그 빈틈을 향해 달려들어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크윽...!”


어린아이의 조그마한 주먹이 이토록 묵직하게 느껴질 줄 누가 알았을까.

군트가 허리께를 부여잡으며 뒤로 물러나려던 순간.

건혁의 목검이 그의 목덜미에 닿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계속하시겠습니까?”


군트는 작게 헛웃음을 흘리며 대검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래, 네놈의 승리다.”


건혁은 목검을 거두면서 군트와 눈을 마주쳤다.


“수고하셨습니다.”


“크흐...천재가 아니라 괴물이었군. 이 정도 실력이면 웬만한 B랭크 용병들은 가볍게 쓰러트리겠어. A랭크 용병들 역시 마찬가지고.”


“그럼, C랭크 용병패를 발급해주시는 겁니까?”


“C랭크? 네놈한테 C랭크는 너무 낮아. 당장 B랭크 추천서를 작성해주마.”


추천서라는 증빙자료를 통해 B랭크 용병패를 발급해주겠다는 뜻이다.


“B랭크...말입니까? 하지만 F랭크에서 B랭크로 높이는 것은...”


“그래, 이례적이긴 하지만...사례가 없는 건 아니야. 실제로 전직 기사들의 경우에는 용병길드 마스터들로부터 추천장을 받아 C~A랭크의 추천장까지 받고 있으니까.”


단번에 A랭크 용병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참고로 A랭크 용병의 추천장은 대도시나 수도의 용병길드 마스터들만 작성할 수 있다. 소규모 도시나 마을의 용병길드 마스터들은 D~C랭크 추천장까지가 한계지.”


“예?”


그러면 당신이 써주겠다는 B랭크 추천장은?!


“조금 전에 말했듯 나는 A랭크 용병으로 활동했던 적이 있다. 더욱이 길드에서의 평가도 높았지. 그 덕에 B랭크 추천장을 써줄 수 있는 거고.”


“그...렇군요.”


성격이 더러워도 실력은 있다는 건가.

아니, 조금 전 그 발언들도 어쩌면 자신의 전력을 끌어내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이 시엘로 마을에서 거주할 계획은 있나?”


“거주지는 라빈 마을로 정해둔 상태입니다.”


“라빈...남쪽에 있는 마을이군. 용병길드는 따로 없을 테니 활동은 시엘로 마을에서 해야겠어.”


“예, 저도 그럴 계획입니다.”


“...차라리 시엘로 마을로 이주하는 건 어떤가?”


“그게...”


건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사정을 이야기해주었다.

시엘로 마을은 페이슨 가문이 관리하던 영지가 아니다.

이주자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악감정을 품고 있는 주민들은 거의 없으리라.

군트는 건혁이 귀족이라는 사실에 살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전대 페이슨 백작님께선...”


“예,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충격에 빠져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침실에 틀어박혔었습니다. 작위의 강등은...어찌 보면 자업자득이겠죠. 영주로서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다른 이에게 맡겨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래.”


“하여간 지금의 저는 라빈 마을의 영주입니다. 마을에서 거두는 세금으로는 생활이 어려우며, 마을을 관리하는 데에도 자금이 부족할 것 같아,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용병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군트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이라 밝혔음에도 그의 말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단지, 눈빛이 기특하다는 듯이 바뀌었을 뿐.


“그럼, 라빈 마을과 시엘로 마을을 오갈 수밖에 없겠군.”


“예,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나가서 기다리거라. 추천서는 금방 작성해줄 테니.”


“용병패는 바로 발급받을 수 있는 겁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그럼...”


건혁이 고개를 돌리자, 후문 쪽에 서있던 여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아...아하하...정말로 상급 익스퍼터의 검사인지 보고 싶어서 와봤어요. 그런데...엄청나네요.”


“제 이야기도 들으셨습니까?”


“네, 죄송해요.”


“어차피 언젠가는 말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너무 신경 쓰진 마세요.”


“따라오세요. 마스터께서 추천장을 작성해주시는 대로 B랭크 용병패를 발급해드릴게요.”


건혁은 여직원을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저쪽 의자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길드 게시판 앞에 비치된 기다란 나무 의자.

건혁은 의자에 앉아 멍하니 게시판을 바라봤다.

게시판에는 각종 소식들이 나열되어있었다.

마왕군이 어디까지 공격해왔는지.

어느 지역에서 어떤 마수가 출몰했는지.

용병의 블랙리스트와 상세한 내용까지.


‘신문에서 볼 수 없는 인근지역의 정보들은...길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가?’


건혁이 멍하니 게시판의 내용을 살피던 그 때.

여직원은 A4용지 사이즈의 서류를 가지고 접수대로 돌아왔다.


“아스탄 님?”


“...”


“아스탄 님!”


“아...!”


건혁은 화들짝 놀라며 여직원을 바라봤다.

그래, 이제 자신의 이름은 ‘아스탄 N 페이슨’이다.

‘박건혁’이라는 이름은 묻어둬야지.


“예.”


건혁...아니, 아스탄은 접수대로 가 여직원으로부터 B랭크 용병패를 발급받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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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로드반 자작가문(3) 24.05.25 682 18 12쪽
26 로드반 자작가문(2) 24.05.24 660 18 11쪽
25 로드반 자작가문(1) 24.05.23 73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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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발전하는 라빈 마을(2) 24.05.21 745 13 11쪽
22 발전하는 라빈 마을(1) 24.05.20 786 13 11쪽
21 슬럼가(10) 24.05.20 725 16 11쪽
20 슬럼가(9) 24.05.19 738 14 11쪽
19 슬럼가(8) 24.05.19 776 12 11쪽
18 슬럼가(7) 24.05.18 839 14 11쪽
17 슬럼가(6) 24.05.17 889 16 11쪽
16 슬럼가(5) 24.05.16 923 18 12쪽
15 슬럼가(4) 24.05.15 966 18 11쪽
14 슬럼가(3) 24.05.14 1,019 20 11쪽
13 슬럼가(2) 24.05.13 1,095 22 11쪽
12 슬럼가(1) 24.05.12 1,182 23 11쪽
11 라빈 마을(2) +3 24.05.11 1,223 26 12쪽
10 라빈 마을(1) 24.05.11 1,260 27 11쪽
9 B랭크 용병(4) 24.05.10 1,263 26 11쪽
8 B랭크 용병(3) 24.05.10 1,293 27 11쪽
7 B랭크 용병(2) 24.05.09 1,410 27 11쪽
6 B랭크 용병(1) +3 24.05.09 1,553 31 11쪽
» 용병(2) +3 24.05.08 1,696 30 11쪽
4 용병(1) +4 24.05.08 1,891 30 11쪽
3 몰락한 백작가의 장남(3) +5 24.05.08 2,138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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