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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소설 속 몰락한 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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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러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7
최근연재일 :
2024.06.29 18:2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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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04
추천수 :
997
글자수 :
299,675

작성
24.05.08 13:20
조회
2,458
추천
41
글자
11쪽

몰락한 백작가의 장남(2)

DUMMY

드르르륵 드륵 드르륵


“어이, 무슨 일이냐?”


“에...?”


초원을 걷던 도중 짐마차를 탄 농부와 마주쳤다.

농부는 도시에 곡물을 납품하고 마을로 돌아가려던 모양이다.


“어디로 가려고?”


“라...라빈 마을...”


“라빈...?”


농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턱을 매만졌다.


“아, 그곳인가. 타라! 라빈 마을까지는 무리지만, 오센 마을까지는 데려다주마.”


“오센...?”


“이곳에서 라빈 마을까지는 걸어서 12시간 정도 걸릴 거다.”


“여...열두 시간?!”


“그래, 오센 마을에서는 다섯 시간만 걸으면 돼.”


“아...”


“원래는 5천 위드라도 받고 태워줘야 하지만...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이니 공짜로 태워주마!”


“예...?”


“크하하하! 쓰레기 같았던 영주가 작위를 강등당했다 하더라고! 백작에서 기사로 말이야! 우리 마을은 황실에 귀속된 덕분에 세율이 대폭으로 낮아졌지.”


‘영주’라는 단어에 아스탄이 어깨를 움찔거렸다.


“하여튼 간에 마음 바뀌기 전에 얼른 타!”


오센 마을에서 라빈 마을까지 다섯 시간이 걸린다면, 여기서 오센 마을까지는 일곱 시간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아스탄은 헐레벌떡 마차의 짐칸에 올라탔다.


“가...감사합니다.”


“그래.”


마부는 덤덤한 얼굴로 대답하며 고삐를 잡아당겼다.

오센 마을까지 걸린 시간은 꼬박 네 시간이었다.

걷는 것과 한 시간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체력은 아낄 수 있었다.


“라빈 마을은 저쪽으로 가면 나올 거다.”


아스탄은 마부가 가리킨 손길을 따라 발걸음을 움직였다.

문제는 도중에 마주친 마수들이다.

수풀에서 튀어나온 고블린들의 모습에 아스탄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캬아악!


“히익...!”


난생 처음 듣는 기괴한 울음소리.

아스탄은 창백한 얼굴로 눈앞에 나타난 산을 바라봤다.

저기다.

저기로 도망쳐야한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고블린의 울음소리에 온몸이 후들거렸다.


‘싫어...싫어...싫어...’


캬아악!


이족보행을 하며 두 손에 작은 단도를 쥔 녹색피부의 마수.

얼굴은 악귀 그 자체였다.


캬악!


“흐익...!”


고블린과 눈이 마주친 아스탄은 미친 듯이 방향을 바꿔 산을 올라갔다.


“허억...허억...허억...”


도대체 얼마나 달린 거지?

땀줄기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더 이상 달리는 건 무리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수...숨어야 돼.’


그래, 도망치는 게 무리라면 숨어야 한다.

아스탄은 우거진 수풀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 순간,


캬아악!


고블린의 울음소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아스탄은 숨을 꾹 참고 오들오들 떨면서 몸을 웅크렸다.


저벅 저벅 저벅


발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제...제발...’


고블린의 울음소리 역시 조금씩 희미해져갔다.

아스탄은 조심히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더 안 보이게.

눈앞을 날아다니는 날파리와 온몸을 기어 다니는 벌레들.

끔찍한 상황임에도 아스탄은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어?’


정면을 주시한 채 뒤로 물러나던 아스탄은 손바닥에 느껴진 차가움에 당황했다.

고개를 돌리자 작은 동굴이 보였다.

2m쯤 되는 폭과 1m 높이의 입구.

정말로 작은 동굴이다.


캬아악!


가까워진 고블린의 울음소리에 아스탄은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동굴로 들어갔다.

입구는 수풀로 가려져있다.

쉬이 찾아낼 순 없을 터.

문제는 퇴로다.


‘도...도망칠 곳이...’


이대로 나갔다간 100% 걸리고 말 것이다.


‘더...더 깊숙이 들어가야 돼.’


입구는 작았지만 동굴 내부는 꽤 컸다.

폭은 5m까지 넓어지고, 높이는 3m까지 높아졌다.

다만, 너무 어둡다는 게 문제겠지.

12살에 불과한 어린아이에게 어둠은 공포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아스탄은 어둠보다도 악귀처럼 생긴 고블린이 더욱 두려웠다.


“끄으...”


“히익...?!”


아스탄은 누군가의 신음소리를 듣고 몸을 흠칫 떨었다.


“귀...귀신...”


도망쳐야하나?


“누...구냐.”


힘겨워하는 남성의 목소리에 아스탄이 천천히 발걸음을 움직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단순한 호기심?


스윽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동시에 허공에서 작은 불꽃이 피었다.


화륵!


아스탄은 깜짝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누...누구...”


“...꼬마?”


바닥에 주저앉은 채 다량의 핏물을 흘리고 있는 검은 머리카락의 남성.

그를 본 아스탄은 몸을 덜덜 떨었다.

얼굴이 무섭게 생겨서가 아니다.

붉은 눈동자.

그래, 마족들이 보유한 새빨간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다.


“마...마족?”


남성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족이다. 다 죽어가는 마족...”


그의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보였다.


“다...다쳤어요?”


“...가라.”


남성의 목소리에 아스탄이 어깨를 움찔거렸다.

마족은 무서운 존재다.

어떠한 마족은 사람을 잡아먹는다고까지 알려져 있었다.


“지...지금 나가면 고블린들한테 죽을 거예요.”


“...혼자서 온 거냐?”


아스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더 이상 서있을 힘도 없다.


“엄마랑 아빠는 황태자한테...약혼녀였던 세실리아도...흐윽...”


아스탄은 자신이 겪은 것들을 남성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황태자에게 죽은 부모님.

세실리아에 의해 몰락한 가문.

남성은 조용히 아스탄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끝내 작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죽음은 무섭지만 살아갈 이유가 없어졌다는 건가. 어린 것이 모순만 지껄이는군.”


“...”


“복수를 바라나?”


“...불가능하잖아요.”


“바라냐고 물었다.”


아스탄은 남성의 물음에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럼, 너의 목숨을...내게 맡기도록.”


“...예?”


“네 복수를 내가 이루어주마. 대신, 너의 모든 혈액을 내게 넘겨라.”


“그...그게 무슨...”


“나는 뱀파이어다. 죽음이 두렵다고 했었지? 뱀파이어에게 당하는 흡혈은 고통스럽지 않다. 오히려 쾌락을 느낀다고 하더군. 쾌락과 함께 숨을 거두는 것이다. 너에겐 나쁘지 않은 조건일 텐데?”


번뜩이는 남성의 눈빛에 아스탄은 어깨를 움찔거렸다.

고통스럽지 않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죽으면 분명 너의 부모와도 만날 수도 있을 거다.”


부모와 만날 수 있다.

절망을 겪은 12살의 아이에겐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아스탄은 주먹을 쥔 채 남성을 향해 다가갔다.


“반드시...반드시 그 두 사람을 고통스럽게 죽여주세요.”


“그래, 약속하마.”


남성은 아스탄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았다.

약간의 고통이 있었지만 그 고통은 서서히 쾌락으로 바뀌어갔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세실리아의 얼굴.

그녀의 따스한 미소를 떠올린 아스탄이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털썩


남성은 한숨을 쉬면서 바닥에 널브러진 소년을 바라봤다.

소년은 메마른 미라마냥 홀쭉해져 있었다.

이제 곧 숨도 꺼지겠지.


“...이미 늦은 모양이군.”


남성은 작게 혀를 찼다.

아무래도 상처는 생각보다 더욱 깊었던 모양이다.

어린아이 하나로는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약속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 같구나.”


남성은 소년을 번쩍 들어올렸다.


“새로운 약속을 맺도록 하마. 너의 복수는 네가 직접 이루거라. 그리고...내 복수도 부탁하마.”


남성은 다시 아스탄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이 아이에게 넘겨준다.

이 아이는 라바디안 제국의 황태자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부하들을 유린한 라바디안 제국 제2황실기사단 단장, 벨로티아 T 에드원.

황태자를 죽이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될지도 모르는 존재다.


‘어차피 나는 이제 곧 죽는다.’


자신에게 목숨을 바친 이 소년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수밖에.


“내 이름은 데이브 H 크로드다. 크로드 가문의 가주지. 너에게 마대륙으로 넘어갈 날이 찾아온다면...크로드 가문에 방문하여 내 죽음을 알려주면 고맙겠구나.”


데이브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지면에 메시지를 남겼다.

서서히 늘어져가는 어깨.

점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데이브는 마지막으로 쥐어짜낸 힘으로 문장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죽음에서 되살아난 아스탄은 데이브의 시체와 바닥의 메시지를 보고 한숨을 토해냈다.


“...X발.”


욕만 나오는 상황이다.


“라바디안 제국...‘회귀영웅’에 등장하는 국가 이름이잖아!”


회귀영웅.

크게 주목받은 소설은 아니지만 선호작 숫자가 3천을 넘긴 웹소설이다.

전생을 기억하는 회귀자가 마왕군을 막아내는 판타지 소설.

문제는 해당 소설이 완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려나?

회귀자는 라바디안 제국으로부터 꽤 먼 곳에 위치한 제르비온 제국의 귀족이다.

정확히는 남작가의 삼남이지.

전생의 지식으로 무력을 얻고, 아카데미에서 동료들을 얻으며, 세계 각국에 용사가 소환되고, 회귀자와 용사 일행이 손을 잡고 마왕군에게 대항하는 부분까지.

그래, 연재된 부분은 거기까지였다.


“끄응...X발, 아스탄 이 개똥같은 새X가...”


페이슨 백작가는 나름 부유한 백작가문이다.

아스탄은 그런 가문을 모조리 약혼녀에게 던져주고 몰락의 길을 걸어버렸다.


“X같은 기분이네.”


아스탄의 기억이 흘러들어온 탓일까?

건혁은 아스탄이 겪은 경험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껴야했다.

전대 페이슨 백작부부를 죽이고, 가문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황태자와 세실리아.

그들을 향한 복수심이 강하게 불타올랐다.


스윽


“고맙다.”


건혁은 데이브의 시체를 번쩍 들어 올려 동굴을 빠져나갔다.

12세의 어린아이가 보일 수 있는 육체능력이 아니다.

아마 데이브의 힘이 자신의 몸에 깃든 덕분이겠지.

데이브가 남긴 메시지대로라면 아스탄의 육체는 뱀파이어의 것이 되었을 것이다.


스윽


건혁은 동굴을 나와 수풀 속에 숨어 주변을 살폈다.

고블린은 없는 모양이네.

그는 맨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이대로 데이브를 두고 가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다.

적어도 묘는 만들어주고 가야지.


“그러고 보니...능력을 확인할 방법은 없는 건가?”


건혁은 작은 목소리로 ‘상태창’ 또는 ‘스테이터스’를 중얼거렸다.

정답은 ‘스테이터스’였다.


------------------------


*성명: 아스탄

*종족: 뱀파이어

*등급: 중급

*칭호: -

*출신국가: 라바디안 제국

*LV: 1


*근력: 60

*민첩: 50

*체력: 50

*마력: 350


*AP: 0


*스킬: 마법(+), 기초검술, 크로드식 검술, 검기(+),, 권속화(+)


*도움말 확인가능

------------------------


레벨이 1인데도 등급은 중급이다.


“중급 마족이라는 뜻이겠지?”


도움말을 확인해보니 인족 기준으로 건장한 청년의 평균 능력치는 7~8정도라고 한다.

그럼, 지금 아스탄의 육체능력은 건장한 청년보다 6배 이상으로 강력하다는 걸까?

확인해본 결과, 6배 이상의 근력을 사용하는 건 가능했다.

단지, 상당량의 체력이 소모되어 해당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전투에서 근력을 최대치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체력이 금세 바닥나 움직이지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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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로드반 자작가문(3) 24.05.25 682 18 12쪽
26 로드반 자작가문(2) 24.05.24 660 18 11쪽
25 로드반 자작가문(1) 24.05.23 730 14 12쪽
24 발전하는 라빈 마을(3) 24.05.22 735 15 11쪽
23 발전하는 라빈 마을(2) 24.05.21 746 13 11쪽
22 발전하는 라빈 마을(1) 24.05.20 787 13 11쪽
21 슬럼가(10) 24.05.20 726 16 11쪽
20 슬럼가(9) 24.05.19 739 14 11쪽
19 슬럼가(8) 24.05.19 776 12 11쪽
18 슬럼가(7) 24.05.18 839 14 11쪽
17 슬럼가(6) 24.05.17 890 16 11쪽
16 슬럼가(5) 24.05.16 923 18 12쪽
15 슬럼가(4) 24.05.15 966 18 11쪽
14 슬럼가(3) 24.05.14 1,019 20 11쪽
13 슬럼가(2) 24.05.13 1,097 22 11쪽
12 슬럼가(1) 24.05.12 1,182 23 11쪽
11 라빈 마을(2) +3 24.05.11 1,224 26 12쪽
10 라빈 마을(1) 24.05.11 1,261 27 11쪽
9 B랭크 용병(4) 24.05.10 1,264 26 11쪽
8 B랭크 용병(3) 24.05.10 1,293 27 11쪽
7 B랭크 용병(2) 24.05.09 1,412 27 11쪽
6 B랭크 용병(1) +3 24.05.09 1,555 31 11쪽
5 용병(2) +3 24.05.08 1,698 30 11쪽
4 용병(1) +4 24.05.08 1,893 30 11쪽
3 몰락한 백작가의 장남(3) +5 24.05.08 2,138 38 12쪽
» 몰락한 백작가의 장남(2) +2 24.05.08 2,459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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