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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소설 속 몰락한 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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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러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7
최근연재일 :
2024.06.29 18:2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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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82
추천수 :
990
글자수 :
299,675

작성
24.05.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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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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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1쪽

B랭크 용병(1)

DUMMY

“F랭크 용병패는 저에게 돌려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아스탄은 품속에서 용병패를 꺼내 건네주었다.


“네, 승급 정말로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따로 찾으시는 의뢰는...”


“일단, 라빈 마을로 가보려고요. 다음에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돌아가세요.”


아스탄은 고개를 끄덕이곤 길드 건물을 빠져나왔다.

이어, 길드 마구간에 주차해둔 짐마차에 올라탔다.

용병 랭크도 높였으니 슬슬 라빈 마을로 가봐야지.

영주가 영지를 계속 방치해둘 순 없으니 말이다.


“오늘은...여관에서 쉬어야겠네.”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스탄은 말의 고삐를 잡아당겨 마구간을 벗어났다.

이어, 그저께 방문한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아침이 밝자마자 그는 마을의 거리를 거닐며 각종 의류와 생활용품 및 식량들을 구매했다.

미리 준비는 해둬야지.

라빈 마을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옷과 생활용품, 식량이 있는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덕분에 짐마차는 가득 채워졌다.


“가자!”


아스탄은 지도를 펼치며 짐마차를 타고 평야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 속도면 아마 점심을 먹을 때쯤에 도착할 것이다.

점심은 새 집에서 먹도록 하자.


-캬아악!


도중에 마주친 고블린들은 가볍게 쓰러트렸다.

2성급 마수는 더 이상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애초에 중급 마족은 4성급 마수와 비교되는 존재다.

2성급 마수를 상대로 버거워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겠지.


드르륵 드르륵 드륵


아스탄은 천천히 마차의 속도를 줄였다.

드디어 라빈 마을에 도착했다.


“...확실히 시골 마을은 시골 마을이네.”


2~30여 개의 목조 건축물들.

주민들의 차림은 상당히 후줄근했다.

주민이라기보다는 슬럼가의 빈민과 같은 모습이다.

아스탄은 작게 한숨을 쉬며 짐마차를 몰고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


중년의 남성이 아스탄을 올려다봤다.


“제 이름은 아스탄 N 페이슨...이 마을의 영주입니다.”


“예...?”


“마을의 촌장과 만나고 싶은데, 안내를 부탁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당신이...영주님...?”


중년의 눈빛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분노한 듯이 말이다.

아스탄은 그의 분노를 이해했다.

주민들의 몰골을 본 순간.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세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가난에 허덕이게 된 거겠지.’


즉, 이들의 가난은 영주인 자신의 책임이다.


뿌드득!


남성이 주먹을 쥐었다.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남성은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귀족이기 때문이다.

귀족을 폭행했다간 추후 가족들에게까지 문제가 생기게 될 터.

남성은 폭발할 것 같은 거친 분노를 억누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이쪽입니다.”


아스탄은 남성을 따라 고삐를 잡아당겼다.

잠시 뒤, 마을에서 가장 큰 2층 목조 주택이 나타났다.

물론, 라빈 마을에서 가장 크다는 뜻이다.

시엘로 마을에선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주택이니까.


똑똑똑


“촌장님, 영주님께서 오셨습니다.”


아스탄이 마부석에서 내리자마자 주택에서 백발의 노인이 나왔다.

노인은 덤덤한 얼굴로 아스탄을 바라봤다.


“저는 아스탄 N 페이슨...페이슨 가문의 가주입니다.”


명패와 함께 황실의 공문을 보여주며 당당한 얼굴로 자신을 소개한 아스탄.

노인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예, 이야기는 미리 전해 들었습니다. 작위를 강등당하시고 라빈 마을로 오신다는 것을 말입니다. 보시다시피 저희 마을에는 세금 하나 제대로 낼 여력이 없습니다. 인구도 83명 정도로 아주 작은 마을이지요.”


“상관없습니다. 그보다도 마을 주민들을 모두 불러주십시오.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영주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촌장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중년 남성을 향해 무언가를 부탁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주민들이 하나둘씩 촌장의 주택 앞으로 모여들었다.

아스탄은 마부석에 올라 그들을 내려다봤다.


‘숫자만 들었을 때는 적어보였는데...’


의외로 많은 숫자구나.

얼추 마을의 주민들이 모두 모였을 무렵.

아스탄이 작게 숨을 내뱉었다.


“제 이름은 아스탄 N 페이슨, 이 라빈 마을의 ‘무능한’ 영주입니다.”


“...?”


‘무능한’이라는 단어에 촌장과 주민들이 눈살을 좁혔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전대 페이슨 백작부부께서 돌아가신 것으로 저는 충격에 빠져 침실에 긴 시간 동안 틀어박혔었습니다. 또, 충신을 내치고 달콤한 이야기에 속아 ‘간신’에게 모든 업무를 맡겨두었죠.”


아스탄은 주먹을 쥔 채 주민들과 눈을 마주쳤다.


“누구에게도 변명할 수 없는 저의 잘못입니다. 저의 무능함으로 가문은 몰락하게 되었으며, 영지에서 거주하는 여러분들이 피해를 보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저는 이 잘못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도...도대체 어떻게 바로잡겠단 말입니까! 저희 가족은 하루에 한 끼조차 먹기 어려워 죽기 직전이란 말입니다!”


용기를 낸 한 청년의 목소리에 아스탄이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그간 라빈 마을로부터 거두었던 세금은...장래 3년치 세금까지 미리 낸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이후 3년간 여러분들로부터 단 한 푼의 세금도 거두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


세금을 단 한 푼도 걷지 않겠다고?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인 건가?

세금을 거두지 않는다면 영주는 굶어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12살밖에 되지 않는 소년이 무엇을 하고 먹고 살겠는가.


“제가 굶어죽을까 걱정되십니까? 아니, 굶어죽길 바랄지도 모르겠군요. 제가 죽으면 페이슨 가문은 자연히 사라지고, 라빈 마을은 황실에 귀속이 될 테니 말입니다.”


주민들이 어깨를 움찔거렸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 거냐?’


아무래도 밤낮으로 경계를 해야겠어.

아스탄은 작게 헛기침을 하며 품속에서 용병패를 꺼내보였다.


“저는 B랭크의 용병입니다.”


“...예?”


촌장의 목소리에도 아스탄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현재 상급 익스퍼터의 검기를 구사할 수 있으며, 동시에 2서클의 마법을 익히고 있어...여러분들의 걱정과 다르게 나름 잘 먹고 잘 살 수 있습니다.”


“그...그게 무슨 말씀...”


촌장의 물음에 아스탄이 씨익 웃으며 짐마차를 탁탁 밟았다.


“이 짐마차가 보이지 않나요?”


“그건...”


“무일푼으로 쫓겨난 탓에 용병으로 활동하며 시엘로 마을에서 자금을 모을 수밖에 없었죠. 하여간, 세금이 없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촌장과 주민들은 의심어린 눈으로 아스탄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X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지?

12살의 소년이 상급 익스퍼터와 2서클의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고?

하물며 B랭크 용병패는 무엇이란 말인가.


‘위조한 것은...’


아스탄은 주민들의 의심에 작게 한숨을 쉬며 다섯 개의 화염구를 허공에 띄웠다.


화르륵!


“허업...!”


“그렇게 의심되면 저택으로 찾아와서 저를 죽이십시오.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주민들은 충격에 빠진 듯 술렁였다.

영민들을 향해 자신을 죽여보라는 영주가 세상에 어디 존재할까.

아스탄의 당당함에 촌장마저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어차피 3년간 세금을 안 내도 되잖아요? 그럼, 지켜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라빈 마을이 황실에 귀속되면 추가로 세금을 지불해야 될 테니 말입니다.”


맞는 말이다.

3년간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생활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물론, 황실에 귀속된다 하더라도 세율은 이전보다 많이 낮아지겠지.


‘3년 정도는...’


‘영주가 정말로 마검사라면...우리의 힘으론 역부족이다.’


‘힘을 기르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건 아니겠지?’


촌장과 주민들이 생각에 잠긴 그 때.


“촌장.”


아스탄의 부름에 촌장은 몸을 움찔거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제가 머무를 저택으로 안내해주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마부석으로 올라오세요.”


아스탄은 손을 뻗어 촌장을 마부석으로 끌어올렸다.

촌장과 함께 찾아간 페이슨 가문의 저택은...너무나도 초라했다.

과연 이걸 저택이라 부를 수 있을까?

건물의 부지는 100평 정도.

층수는 2층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래, 크기는 나쁘지 않다.

외관이 너무나도 허름할 뿐이지.


“과거 어떤 상인이 라빈 마을로 찾아와 지은 저택입니다. 노후를 위해 지은 저택이었지만...몇 년 살다가 자식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 저택을 페이슨 가문으로 헐값에 매각했다고 들었습니다. 관리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데다가 내부에 비치되었던 가구 역시 전부 가져가서...”


“...”


말 그대로 껍데기만 남은 상태구나.


“그래도 튼튼하게 지어진 저택이라 당장 무너질 염려는 없습니다.”


“당장...이라.”


아스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촌장, 이 마을에도 게시판이 존재합니까?”


“예, 물론입니다.”


마을 내에 각종 소식들을 전하기 위한 게시판.

그 관리는 촌장이 맡아서 하고 있다.


“고용에 대한 공문부터 붙여야겠군요.”


“예? 어떤...”


“이 정도의 저택을 청소하고 관리하려면 적어도 다섯 명...아니, 여덟 명 정도의 시종이 필요하겠죠. 월급은 20만 위드로 해서 공문을 붙여주세요.”


라빈과 같은 시골 마을에서 20만 위드의 봉급이면 나쁘지 않은 수준일 것이다.


“20만 위드에 여덟 명이면...한 달에 180만 위드를 지불하셔야합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 공문을 작성하여 게시해주세요.”


참고로 공문을 게시하는 데에도 5천 위드라는 비용이 들어간다.

촌장이 자원봉사자는 아니니까.

아스탄은 품속에서 1천 위드 다섯 장을 건네주었다.


“시종을 구할 때까진 시엘로 마을에서 머물러야겠네요. 그리고...”


식량에 대한 처분도 문제다.

시엘로 마을에 가져가서 먹어야 하나?

여관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아스탄은 다시 주민들을 불러 모아 짐마차에 실린 식량들을 무료로 공급해주었다.


‘다시 되팔아봐야 손해만 볼 테니...’


주민들에게 나누어주고 조금이라도 악감정을 낮추는 게 나을 것이다.

주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오랜만에 먹게 될 풍족한 식사에 기뻐하는 이들.

영주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갸우뚱하는 이들.

음식에 넘어가지 않겠다면서 눈빛을 굳히는 이들까지.

그래, 어떤 반응을 보이든 상관없다.

지금은 식량을 처분하는 게 우선이니까.


“이주일 뒤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고용에 대한 소식은 그 때 전달받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촌장은 고개를 숙이며 아스탄을 배웅했다.


‘지금 출발하면...저녁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아스탄은 고삐를 당기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감이 담긴 한숨이다.

마을 주민들과 마주할 때, 다리가 후들거려 쓰러지는 줄 알았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뜻을 주장했던 적이 언제였을까.


“그래도, 반응은 나쁘지 않았어.”


당장 암살당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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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로드반 자작가문(2) 24.05.24 659 18 11쪽
25 로드반 자작가문(1) 24.05.23 729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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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발전하는 라빈 마을(2) 24.05.21 744 13 11쪽
22 발전하는 라빈 마을(1) 24.05.20 785 13 11쪽
21 슬럼가(10) 24.05.20 724 16 11쪽
20 슬럼가(9) 24.05.19 738 14 11쪽
19 슬럼가(8) 24.05.19 776 12 11쪽
18 슬럼가(7) 24.05.18 839 14 11쪽
17 슬럼가(6) 24.05.17 889 16 11쪽
16 슬럼가(5) 24.05.16 922 18 12쪽
15 슬럼가(4) 24.05.15 965 18 11쪽
14 슬럼가(3) 24.05.14 1,018 20 11쪽
13 슬럼가(2) 24.05.13 1,093 22 11쪽
12 슬럼가(1) 24.05.12 1,180 23 11쪽
11 라빈 마을(2) +3 24.05.11 1,222 26 12쪽
10 라빈 마을(1) 24.05.11 1,259 27 11쪽
9 B랭크 용병(4) 24.05.10 1,261 26 11쪽
8 B랭크 용병(3) 24.05.10 1,290 27 11쪽
7 B랭크 용병(2) 24.05.09 1,407 27 11쪽
» B랭크 용병(1) +3 24.05.09 1,549 31 11쪽
5 용병(2) +3 24.05.08 1,692 30 11쪽
4 용병(1) +4 24.05.08 1,888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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