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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46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6.2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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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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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8쪽

ppl 개시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51화



“와~ 씨. 이게 이렇게 된다고?”


아저씨가 신제품을 개발한 지 하루밖에 안 지났다. 그런데 설마 벌써부터 벽에 가로막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


“설마 너무 머리가 뛰어난 게 발목을 붙잡을 줄이야...”


지금 내 앞엔 다 푼 문제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빵을 만들었으니, 두뇌를 혹사시킨 후 빵을 먹어 효과를 측정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산더미 같은 문제를 풀고, 또 풀어도 이놈의 두뇌가 도저히 지칠 생각을 안 한다!


비장의 수단으로 기하와 벡터, 대학교 문제를 가져왔는데 어렵다 뿐이지 지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야! 너 지금 반항하냐?”


만약 두뇌에게 손이 있었다면 지금쯤 팔짱을 끼고 비웃음을 날리고 있었으리라.


그런 빵 같은 거 안 먹어도 자신의 성능은 떨어질 일이 없다면서 말이다.


누구 두뇌 아니랄까봐 성격이 참 좋았다.


“하~ 이걸 어쩌냐. 이래서 너무 잘난 것도 피곤한 건데.”


교류회 이전에 이 빵을 접했으면 모를까, 지금은 공부에 미친 변태(회장) 때문에 뇌가 한계까지 발달한 상태다.


머리가 너무 좋아서 신제품을 테스트하지 못하다니 웃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었으리라.


기분이라도 전환할 겸 공부방 바깥으로 나갔는데, 익숙한 녀석과 마주쳤다.


“상혁아 안녕! 어디서 맛있는 냄새 나는 것 같지 않아? 헤헤.”


지훈은 결국 내 옆방에 공부방을 하나 차렸다. 때문에 이렇게 종종 마주치곤 한다.


순간 머리위로 전구가 떠올랐다.


‘테스트를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있나?’


없다. 그런 거라면 때마침 적합한 빵돌이가 하나 있었다.


“유레카!”

“응? 그거 학원 이름 아니야?”


실없는 소리를 하는 지훈이를 내 공부방으로 끌고 들어왔다.


“상혁아! 나 오늘은 아무것도 잘못 안 했어!”

“때리려고 끌고 가는 거 아냐.”


생각해보니 지훈이만큼 적절한 모르모ㅌ ... 아니 실험 도우미가 없었다.


나처럼 뇌가 한계까지 개발된 상태도 아니고


평소에 공부도 많이 하니까 빵 효과도 잘 받을 거고


거기에 빵을 좋아하기까지 하니 많이 먹여도 죄책감이 없다.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하는 지훈이에게 신제품 1호를 보여주자 녀석의 입이 헤벌레 벌어졌다.


“빵?! 맛있는 냄새가 여기서 나는 거였구나.”

“자, 일단 한 번 잡숴봐.”

“먹어도 돼? 진짜? 아싸!”


지훈이는 함박 미소를 지으며 빵을 받아들었다.


원래 애들에게 뭘 부탁할 때는 선 입금 후 부탁이 잘 먹히는 법이다.


저 빵을 한 입 먹은 순간, 녀석은 제 발로 내 실험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훈이는 방방 뛰며 행복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와! 이 빵 대단해! 너무 맛있어! 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도 어제 저랬으니까. 신제품 1호는 영양소를 우선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빵에 비해 맛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파운드 케이크에 바나나 크림이라는 혁신적인 조합을 고려하면 다른 빵보다 한 발자국 앞서나가는 부분이 있다.


타겟층인 어린이 입맛에 딱 맞을만한 맛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지훈이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


“어때?”

“너무 맛있어! 그동안 빵집에서 본 적 없는 거 같은데. 새로운 메뉴야? 엄마한테 사달라고 해야 긋!”


어떻게 된 게 빵만 관련되면 애가 말수가 부쩍 많아진다.


이러다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질 것 같아 녀석의 입을 물리적으로 닫았다.


“으흐! 아히하!”

“됐고. 뭔가 달라진 거 같지 않아?”


지훈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남은 빵을 오물오물 씹어 삼켰다.


“잘 모르겠는데?”

“흐으으음. 잘 모르겠다라...”


의외로 짚이는 원인이 여러 가지 있었다.


견과류를 먹는다고 갑자기 삼라만상을 깨달을 정도로 똑똑해 지는 것도 아니고.


바나나나 크림의 효과가 나타나기엔 지훈이는 아직 쌩쌩한 상태다.


즉 멀쩡한 상태에서 눈에 띄는 효과를 바라기는 어렵다는 소리다.


“그럼 변수를 늘려가면서 하나씩 검토해보는 게 좋겠네.”

“응?”


지훈이를 열심히 굴리다 보면 효과도 나타나겠지.


아직 얼떨떨한 지훈이를 의자에 앉히고, 간드러진 목소리로 지훈이를 꼬드겼다.


“지훈아 빵 더 먹을래?”

“응! 더 먹고 싶어!”


이런 쉬운 녀석 같으니라고. 삼길동의 자랑이라는 녀석치고는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다.


이번 실험이 끝나면 사람을 의심하는 법부터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일단은 오늘까지는 속이기로 하자. 나는 지훈에게 달콤한 제안을 건넸다.


“그냥 줄 수는 없어. 공부를 많이 한 사람만 먹을 수 있는 빵이거든.”

“그래? 얼마나 많이 해야 하는 거야?”

“음... 일단은 100문제 정도만 풀까?”

“일단은...?”


지훈이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일단은’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길함을 느낀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빵의 맛을 본 녀석은 응할 수밖에 없다.


“뭐 싫으면 어쩔 수 없고. 아~ 가게에서도 안파는 빵이라 어디서 찾을 수도 없을 텐데~ 나 혼자 먹어야지~”


녀석이 발을 동동 굴렀다.


“치사해.”

“응. 나 원래 치사해.”

“우린 친구잖아.”

“잘 들어. 친구끼리라도 거래는 칼 같이 해야 하는 거야.”


지훈이는 이렇게 또 인생의 진리를 하나 배워갔다.


“할래.”

“좋아. 좋은 생각이야.”

“딱 100문제만 푸는 거야?”

“그래. 내가 거짓말이라도 할 까봐.”


생색을 내며 울타리에 페인트질을 시키던 톰 소여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나는 거들먹거리며 지훈이에게 문제지를 건넸다.


지훈이는 엘리트 꼬맹이답게 어렵지 않게 100문제를 풀었고, 약속대로 두 번째 빵을 지급했다.


“헤헤. 히히히.”


내가 진짜 안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건지, 지훈이는 소중하게 빵을 받아 들었다.


빵이 그리 큰 편이 아니라 지훈이가 빵을 다 먹어 치우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힝... 맛있다.”


입맛을 다시는 걸 보면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뭐 몸에서 변화가 느껴지는 건 없냐?”

“행복해!”

“그거 말고.”


역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괜찮다. 빵은 넉넉했으니까. 느긋하게 측정해도 상관없다.


저 모르모ㅌ. 아니 지훈이도 의욕이 넘치는 것 같고.


“하나 더 먹을래?”

“응!”

“그래. 이번엔 120문제야.”

“아깐 100문제였잖아.”

“그건 아까고, 지금은 지금.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


아직 테스트 중인 상품이라 가격을 안 정했다. 그러니 시가로 팔아도 문제는 없다.


“할래!”


그렇게 지훈이의 반응이 올 때까지 문제를 서서히 늘렸다.


4번째로 빵을 리필할 즈음 물린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짠~ 내가 초코우유랑 딸기우유 사 왔는데.”


나의 섬세한 계략에 지훈이는 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하교 시간이 될 때까지 지훈이는 펜을 놓지 않았고, 덕분에 유의미한 데이터를 잔뜩 쌓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새 빵 1호는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피실험자 지훈이의 말로는 평소보다 집중이 잘 되었으며, 머리가 가벼웠다고 한다.


덕분에 그렇게 문제를 열심히 풀 수 있었다나?


빵의 효능에 대해서 일언반구한 적이 없는데, 이런 대답을 하는 거 보면 빵이 효과가 있는 게 틀림이 없다.


설령 아니라고 하더라도 앞으로 실험 빈도를 늘리며 교차 검증을 하면 밝혀질 일이고.


우선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할 것 같다. 이 사실을 들려주면 봉식 아저씨도 분명 기뻐하리라.


“지훈아 고생했다.”

“응. 나도 고마워! 덕분에 맛있게 먹었어!”


하루 종일 공부를 하고도 웃음이 나오다니 참 대단한 녀석이다.


“앞으로 이거랑 비슷한 일 있으면 할래?”

“문제를 풀면 빵을 주는 거 말이지?”

“응.”

“좋아! 하고 싶어!”


생각해보니 지훈이는 원래 하루 종일 공부만 하던 녀석이다.


조금 더 많이, 쉬지 않고 했을 뿐 평소의 일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맛있는 빵을 준다고 하니 좋아할 수밖에.


‘뭐야. 상부상조였잖아?’


마음 한 구석의 찜찜했던 마음을 털어낼 수 있었다. 앞으로는 더 거리낌 없이 굴릴 수 있을 것 같다.


* * *


지훈이의 협조 덕에 신제품 개발이 탄력을 받았다.


“아~ 아저씨 낙지 빵은 또 뭔데요?”

“더위 먹은 소도 벌떡 세운다는 낙지 모르냐? 그리고 고등어도 됐는데 낙지는 왜 안 돼!”

“맛이 없어요.”

“크흑.”


여전히 혁신을 추구하는 아저씨였기에 이래저래 난항도 많았지만, 결국 3주 동안 추가적으로 2개의 신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녹차 초콜릿 빵과, 생과일 타르트가 바로 그것이다.


녹차 초콜릿 빵은 어른 입맛인 애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카페인이 들어간 녹차와, 피로 회복에 좋은 초콜릿의 조합, 그리고 녹차의 쌉싸름한 맛 이면에 숨은 시금치와 브로콜리까지.


영양으로만 따지면 신제품 1호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빵이었다.


비율을 얼마나 절묘하게 조정했는지, 말해주지 않으면 시금치와 브로콜리 가 들어갔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생과일 타르트는 머리에 좋은 블루베리, 피로 회복에 좋은 매실, 복분자가 주가 된 타르트였는데, 과일의 신선한 맛이 잘 살아 있어 특히 여성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물론 2호, 3호 모두 지훈이를 통해 검증이 끝난 상태다.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된다는 건 틀림이 없다.


이제 인터뷰만 잘 끝마치면 된다.


인터뷰를 앞두고, 우리 빵집 사람들은 최종 결산의 느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나는 고생한 엄마를 꼭 끌어안아주었다.


“엄마 너무 고생하셨어요! 사랑해요!”

“그래 우리 아들~ 엄마도 사랑해!”


엄마와 봉식 아저씨는 고생한 탓에 얼굴이 반쪽이 났는데, 기분은 후련해 보인다.


빡센 일정 속에서 오히려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은 모습이다.


“상혁아 나는!”

“아. 아저씨도 고생하셨죠. 정말 감사합니다.”

“허그는! 안아주는 건!”


아무리 그래도 대머리 근육질 아저씨랑 와락 껴안는 취미는 없었기에 모르쇠를 시전했다.


“하. 됐다. 나도 딸 있어! 유리야!”

“...”


유리 누나는 대답이 없다. 누나도 2일에 한 번은 가게를 혼자 봐야 했기 때문에 심신이 피로한 상태였다.


“그래. 세상은 어차피 혼자 사는 거지.”

“이이가. 뭐라는 거에요.”


투덜거리는 봉식 아저씨를 진숙 아줌마가 찰싹 때렸다.


잠시 소동이 있고, 본 주제로 넘어갔다.


“그래서 후보군이 총 3개가 나왔는데. 뭐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냐.”

“그냥 3개 다 팔아도 좋을 것 같은데요.”


각자의 특색이 뚜렷한 빵들이라 세 종류 모두 잘 팔릴 것 같다.


“아줌마. 가격은 얼마로 하실 예정이세요?”

“이윤을 최소로 잡아도 5천원은 받아야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죠.”


안 그래도 가격대가 있는 빵집에서, 비싼 재료들을 때려 박았으니 가격이 높으리란 건 예상한 바다.


어차피 부잣집 학부모들이 주요 고객이 될 테니까 그렇게 문제될 것도 없고.


“근데 사실 이 가격이면 그냥 영양제를 하나...”

“어허!”

“꺅!”


못된 말을 하려는 유리 누나의 엉덩이를 때렸다.


원래 그런 건 신경 쓰면 지는 거다.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가 중요할 뿐.


“그럼 내일부터 매장에 진열하면 되는 거냐?”


아저씨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돼요.”

“안 된다고?”

“네. 절대. 조금만 기다려 봐요. 적당한 때가 찾아올 테니까.”


인터뷰를 앞두고 갑자기 신 메뉴를 등장시키는 건 너무 속보이는 짓이다.


이런 건 보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어쩔 수 없는 척 상대를 안달 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 네 말이 맞겠지.”


방 안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향한 굳은 신뢰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인터뷰 잘 해라.”

“네. 걱정 마요.”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판을 깔아주었다.


여기서 실패하면 회귀자 타이틀 반납하고 코에 물 박고 죽어야지.


그동안 공아린 선생님과의 연습을 통해 준비는 끝난 상태다.


인터뷰, 아니 사상 최대의 ppl을 시작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떨렸다.


* * *


전수만은 서울 지역신문 미래일보의 3년차 기자다.


대학교에서 교직 과정을 밟을 때 만든 인맥 덕에 지금까지 교육 관련 기사를 전담하고 있다.


오늘은 서울 남부 초등학교 교류회에서 1등한 학생을 인터뷰하는 날인데, 그가 가장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기도 했다.


이제 신문사에 들어온 지 3년 차다. 슬슬 커리어에 한 획을 그을 특종을 쓰고 더 나은 신문사로 옮길 계획이었는데.


때마침 8살 꼬마가 6학년을 제치고 전체 1등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게 아닌가.


수만은 그 기사가 그가 그토록 바라던 특종이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하필 인터뷰가 3주나 밀려서 조금 안달이 나 있는 상황이다.


“제기랄. 3주는 조금 심한 거 아니냐고. 이런 건 막 화제가 되었을 때 터트려야 반응이 좋은데.”


하지만 부탁을 해온 사람이 다름 아닌 교류회 회장이었기 때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잘 쓰면 된다. 잘 쓰면 돼. 인터뷰는 질문하는 사람이 중요한 거니까.”


수만은 이번 기사를 통해 반드시 특종을 터트리리라 마음을 먹으며 약속장소로 향했다.


인터뷰 장소는 1학년 교무실이었는데, 보통 인터뷰가 응접실에서 이루어지는 걸 생각하면 특이한 케이스였다.


그가 들어가자 선생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아닌 척 하지만 이 인터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와. 애를 이렇게까지 보호한다고?’


응접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건 학생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자를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다.


질문하는데 일일이 다른 사람 눈치를 봤다간 제대로 된 인터뷰가 안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곳에 놓겠다는 건.


‘허튼 소리 같은 거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지.’


눈앞의 소년을 보았다. 총명해 보이는 것 말고는 크게 특별한 게 없는 아이다.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뭔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이 아이를 끔찍하게 아끼는 이유가.


그걸 찾는 것이 특종과 평범한 기사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삼길 초등학교 박홍찬입니다.”

“넵. 미래일보 전수만이라고 합니다. 오늘 인터뷰 잘 부탁드립니다.”


수만의 허리가 90도로 꺾였다. 보통 학생 인터뷰에 앞서 교장 인터뷰를 하는 게 관례다.


혹시나 비위를 상하게 했다간 학생 인터뷰도 공치게 되니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하하. 제가 말이죠. 이 상혁이라는 친구와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입학식 때부터였을까요? ...”


교장은 원체 말이 많은 사람인지 앉은 자리에서 15분이 넘는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젠장. 자랑하기 좋아하는 타입은 귀찮은데.’


인터뷰가 길어질수록 편집을 해야 하는 시간이 더욱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게 인터뷰의 메인이 아닌 부외자라면 더욱이 그렇다.


얼마나 저 쓸 데 없는 소리를 들어야 할까? 20분? 30분? 한숨이 나왔다.


‘이러다가 본편 시작하기도 전에 기운이 다 빨리겠네.’


그럼 특종은 날아가는 거고, 수만의 화려한 기자 생활도 바이바이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방법을 모색하려고 했는데, 구원은 의외의 사람에게서 나왔다.


“그래서 그 때 상혁이가 우산을...”

“크흐흐흠!”


상혁이라는 꼬마가 기침을 하며 교장의 말을 끊은 것이다.


수만으로써는 탁 트인 벌판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는 것만큼이나 반가운 상황이다.


우연이겠지만 이를 계기로 교장이 눈치껏 말을 멈추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교장은 눈치를 밥에 말아 먹었는지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 때 우산이 촤악! 상혁이가 마이크를 붙잡더니!”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처럼 불타오르고 있다.


이제 끝이다. 또 아까와 같은 요행을 바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그 때 기적이 일어났다. 상혁이가 다시 한 번 기침을 시작한 것이다.


“아이고 콜록콜록, 그만 콜록 좀 하셨으면 콜록? 좋겠네.”


‘응?’


수만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기적인 줄 알았는데 기적이 아니었다.


‘저건... 대 놓고 그만 두라고 눈치를 주는 거 아닌가?’


모로 들어도 그렇다. 그런데. 그렇긴 한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세상 어떤 초등학생이 교장을 눈치를 준단 말인가. 그게 반대라면 또 모를까.


교장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못 들은 척 자기 할 말을 이어갔다.


여기서 혼을 냈다간 자신의 권위도 떨어진다는 계산인 듯하다.


그러나 상혁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눈을 가늘게 뜨더니 리듬을 타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하하. 어디까지 했죠? 아. 그래서 자기 소개를...”

“아~ 콜.록. 교류회 대회가 언제부터 삼길초등학교 주관이었다고 이렇게 시간을 오래 잡아드시는 거지? 콜록?”

“자기 소개를...”

“때마침 교류회 회장님 번호가 내 핸드폰에 있는데, 손가락 한 번 움직이면 전화가 갈지도? 콜론?”


나중 가서는 기침하는 것도 귀찮았는지 대놓고 혼잣말을 하는 상혁이었다.


‘X됐다.’


수만의 등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비추어봤을 때 이건 ‘교장이 아이를 크게 혼내고 아이가 시무룩해져 대화도 제대로 못하게 되는 패턴’이었다.


아무리 저 아이가 잘나더라도 학생은 학생이다. 감히 교장의 권위에 도전한다면 응징을 당하기 마련이다.


인터뷰어로써 이 상황을 수습해야만 했다.


“교장 선생님 일단 진정하시고옷!”


그러나 수만에 눈에 들어온 건 합죽이처럼 입을 닫은 교장 선생의 모습이었다.


“어라?”


화를 안 낸다. 자기보다 몇 십 년은 어린 꼬맹이가 면박을 줬는데도 조용하다.


그저 불만스러운 눈으로 상혁이를 힐끔힐끔 볼 뿐이다.


이윽고 한숨을 푹 쉬더니 그의 차례를 정리했다.


“아무래도 제가 말을 길게 끌었나 봅니다. 하하.”

“아... 네...”

“이제 상혁이랑 이야기를 나누시는 게 좋겠어요. 하하.”


자연스럽게 바라던 상황으로 넘어갔지만, 수만은 아직도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 학교. 이 사람들. 뭔가 범상치 않았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댓글과 추천 선호작은 언제나 제게 큰 힘이 됩니다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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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공부빵이 궤도에 오르다. 22.07.02 1,349 2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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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pl 개시 22.06.29 1,441 26 18쪽
50 머리가 좋아지는 빵을 개발하다 22.06.28 1,463 31 19쪽
49 인터뷰로 ppl을 준비하다 22.06.27 1,524 3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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