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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43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6.24 21:25
조회
1,559
추천
29
글자
18쪽

초등학교의 정점에 오르다.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46화



“X발 내가 다시 이곳에 나오나 봐라. 에라이 칵 퉤!”


강운 초등학교 운동장이 수분을 머금어 조금 더 촉촉해졌다.


변태 같은 선생에게서 벗어난 건 저녁 8시가 넘어서였다. 하루 만에 몇 달치 공부를 다 끝낸 것만 같은 느낌이다.


‘진짜 광기 그 자체였지. 어떻게 사람이 밥을 먹으면서 심심풀이라며 공부를 할 수가 있지?’


덕분에 정점에 이른 두뇌는 영양분을 잘 흡수한 꽃처럼 만개할 수 있었다.


이전보다 사고가 빨라진 느낌? 현재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한계까지 활성화 된 느낌이다.


즉, 앞으로 보다 험하게 굴리고 짬처리를 시켜도 괜찮다는 뜻이다.


왠지 위쪽에서 아니라고 항의하는 것 같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 몸의 주인은 나니까.


한편 지훈이는 주차장으로 가는 길 내내 히죽이며 미소를 짓고 있다.


결국 1학년 서열정리를 성공하고 1학년 1등상을 타냈기 때문이다.


4학년 교실에서 수치를 당했던 것이 오히려 투지를 불태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야! 그렇게 좋냐?”

“응! 1등했으니까. 엄마가 칭찬해주시겠지? 헤헤.”


그럴 테지. 그 아줌마 성격을 생각하면 아마 크게 기뻐할 것 같다.


괜히 놀부 심보가 돋아 지훈이의 옆구리를 찔렀다.


“야!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이잇. 뿔 안 났거든!”


우리는 한참을 킬킬거렸고, 지훈이는 이내 부러움과 동경이 섞인 표정으로 내 옆구리를 보았다.


“좋겠다.”

“엉덩이에 뿔 안 난거?”

“아니! 뿔 안 났다니까?”

“그럼? 아~ 이거?”


옆구리에 끼고 있던 상패를 들어 올리자 지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패에는 ‘1등상’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지훈이의 것과는 조금 다르다.


무려 금테가 둘러져 있으며, 1등이라는 단어 앞에 거추장스러운 수식어가 안 달려 있다.


그냥 1등. 이번 교류회를 통틀어 최고의 학생으로 꼽힌 것이다.


“이게 뭐 별거라고.”


어른 여러 명이서 한 아이를 붙잡고 몇 시간이고 괴롭혔는데, 당연히 챙겨줘야하는 거 아닌가?


오히려 더 뜯어내지 못한 게 불만이었다. 꼴랑 상패 하나가 뭐냐 좀스럽게.


“그래도. 끝나고 교류회 회장님이랑 대화도 길게 했잖아!”

“아아 그거? 강운 초등학교로 전학 오라던데?”

“뭐? 진짜야? 그게 말이 돼?”


별로 숨길 일도 아니었기에 말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격하다.


“안 될 건 없다고 하더라고. 개인적 사정으로 전학을 오는데 누가 막냐고. 자기들이 지원 빠방하게 해주겠다는데?”


지훈이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갈 거야?”

“갔으면 좋겠냐?”

“아니! 아니야.”


의외로 대답이 빨랐다. 나만 사라지면 1학년 수석은 자기 몫인데 잠깐의 고민 정도는 할 만하지 않나?


“왜? 내가 남아야 하는 이유라도 있냐?”

“... 친구니까.”


뭐. 그럴 것 같았다. 지훈이의 근처에도 애들은 많지만 친구라 부를만한 녀석은 별로 없다.


아무리 부모들끼리 작당해서 애들을 모아놓고 친구하라고 그게 쉽게 되나, 지 마음에 맞는 놈이 있어야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저 녀석에게 좋은 친구감이다. 자기보다 잘났고, 잘생겼고, 인망도 두터우니까 어울릴만하다고 판단한 거겠지.


그래도 아직 20년은 이르다.


“에헤이. 내가 왜 니 친구야. 내가 형이지.”

“아까는 친구라며! 그리고 같은 나이끼리 형 동생이 어디 있어!”

“여기 있다. 사실 내가 30년을 꿇어가지고 지금 38살이야.”

“거짓말! 그만 놀려!”


또 키득거리며 주차장에 들어갔는데, 저 멀리서 무서운 기세를 뽐내고 있는 인영이 하나 보였다.


“김... 지훈. 너어 이 자식 기사 아저씨를 버려두고 흰봉고를타고갔어??!!!”


완벽한 급발진 플로우다. 조금만 늦게 태어났으면 시대를 호령하는 래퍼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히익! 엄마! 그게 아니고요!”


지훈이가 겁에 질려하기에 다가가 상황을 반전시킬 마법을 알려줬다.


“야. 니 손에 들고 있는 건 어따 써 먹을래. 당장 얼굴 위로 들어 올려.”


지훈이는 그대로 따랐고, 이곳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던 수석 아줌마도 이를 확인했다.


“이건뭐니!이런걸 보여준다고 해서... 어머. 1등상이네? 1학년 1등? 어머! 역시 우리 지훈이가 1등할 줄 알았어!”


이번엔 반대로 급정지 플로우라니. 어쩌면 우리 한국은 힙합계의 커다란 재목을 하나 잃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줌마는 한참을 기뻐하고 나서야 나를 발견했다. 그녀의 인중이 살짝 늘어났다. 조금 뻐기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래. 너도 있었구나. 그래도 너무 아쉬워하지는 마렴. 지훈이한테 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니까.”


얼레. 저 아줌마가 뭔가 착각을 하고 있다.


이 몸은 학년을 초월한 통합 1등인 것을.


나는 의기양양하여 옆구리의 상패를 꺼내 들려고 했다.


그런데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지훈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 승리가 확인되는 순간, 자신이 작살날 거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에휴. 진짜 너는 형 잘 만난 줄 알아.”


반 쯤 나온 상패를 다시 옆구리에 끼웠다.


그래. 어차피 내일이면 내 활약상을 알게 될 텐데. 오늘 정도는 즐기게 내버려두어도 좋으리라.


오히려 시간차 공격이 더 충격이 클지도 모른다.


나름 만족스럽게 정리를 끝마치고, 수석 아줌마한테 축하를 보냈다.


“역시 지훈이가 공부를 잘하더라고요. 1학년 중에선 지훈이가 최고에요.”

“하하. 그래. 그래. 그렇지. 이제라도 알았으면 됐어.”


요동치려는 입술을 가까스로 끌어내렸다.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다. 대놓고 티배깅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멕임이랄까?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 아줌마의 표정이 궁금했다.


여기서 조금 더 지훈이를 올려치기 하려다가 지훈이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려 그래서 그냥 봐주기로 했다.


인사를 마치고 할아버지를 찾으려는데 지훈이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왜. 뭐 두고 갔냐? 떡 한 팩 더 싸줘?”

“어 진짜? 그래도 돼? 아니 이게 아니지.”


녀석은 고개를 세차게 돌리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전학 진짜 갈 거야?”


난 또 뭐라고.


“가겠냐?”

“응? 안 가? 진짜?”

“그래 진짜 안 간다.”


지훈이는 기뻐하다면서도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왜? 여기가 더 좋은 학교잖아.”

“그렇지.”


비교하기가 민망할 수준이다. 낡아빠진 교실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교실이 좋은 건 당연하니까.


그러나 나는 학교를 떠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이유가.


내 마음 한 켠을 부여잡고 있는 학교에 대한! 나의...! 귀찮음 때문이다.


“귀찮아서. 거기 멀잖아.”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겨우 그런 이유라니. 학교까지 거리가 얼마나 중요한데.


쟤도 회귀 이전의 나처럼 하루에 몇 시간씩 꼬박꼬박 걸어봐야 ‘아~ 내가 편하게 학교를 다녔구나’ 하면서 감사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굳이 좋은 학교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지훈아 학교는 왜 다니는 거지?”

“엄마가 다니라고 그래서?”

“아니 우리가 모르는 걸 배우러 다니는 거잖아.”

“아 맞다. 그렇지.”


이런 대답을 들으면 얘도 그냥 평범한 꼬맹이구나 싶다.


“그런데 내가 누구?”

“교류회 1등.”

“그렇지. 그것도 6학년 과정까지 모두 통달한 1등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굳이 좋은 학교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없다. 전혀.


안 그래도 이제부터 학교 가서 뭘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공부는 다 했으니까.


“그렇구나.”

“그래. 그리고 너도 나중에 크면 알겠지만, 원래 이런 건 아쉬운 쪽이 움직이는 거야.”


회귀 이전에 뼈저리게 느낀 교훈이다. 내가 잘났으면 굳이 먼저 움직일 필요가 없다.


올 거면 내가 아니라 강운 초등학교가 삼길동으로 이사 와야 하지 않을까?


예전의 내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 다녔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걱정 말라며 지훈이를 돌려보내고 친근한 흰 봉고에 올라탔다.


“할아버지! 늦어서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식사는 하셨어요?”

“응? 괜찮다. 이 근처에 아는 친구가 있어서 같이 밥 먹었어.”


내 생각에 우리 할아버지는 정말 무인도에 떨어지는 게 아닌 이상 멀쩡히 잘 지내실 것 같다.


“그래서 공부는 잘 했어 우리 손주?”

“당연하죠. 쨘~”

“오오 1등! 1학년 1등이구나!”

“아뇨. 전체 학생들 중 1등이에요.”

“크으. 우리 가문에 인재가 났구나. 인재가 났어! 똑똑한 애들 중에서도 우리 손주가 제일 똑똑하단 말이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어깨가 으쓱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그만큼 진심으로 좋아하셨으니까.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는 공부를 참 잘했는데. 우리 상혁이도 할아버지를 닮았나보구나.”

“음. 그런가 봐요.”


이게 누구 DNA면 어떤가. 다들 웃고 즐거우면 됐지.


할아버지 친구들께 애도를 표한다. 아마 못해도 한 달 동안은 손자 자랑만 듣게 생겼다.


“상혁아. 먹고 싶은 거 있니? 오늘은 할아버지가 뭐든지 다 사주마.”

“글쎄요. 열심히 생각 좀 해볼게요.”


집에 도착하기 전, 할아버지가 갑자기 제안을 건넸다.


할머니와 엄마를 놀라게 할 생각으로 몰래카메라를 하자는 것이다.


내가 교류회에 나가 높은 벽을 마주하고 처참히 깨졌다는 설정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흐흐흐. 두 사람이 놀라는 걸 보고 싶지 않니?”


할아버지의 눈이 음흉하다. 평소에 당하는 역할을 주로 했던 만큼 나를 이용해 기필코 한 방 먹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나도 재미있을 것 같아 한 발을 걸치려 했으나...


그 계획은 시작하기도 전에 망하고 말았다.


우리 집 건물에 도착할 즈음,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딱히 입맛이 없던 나도 침을 꿀꺽 삼킬만한 그런 냄새, 아니 향기였다.


‘어쩐지 내가 좋아하는 음식 향기만 나는 거 같은데...’


그 향기의 정체는 집 문을 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엄마랑 할머니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 잘 갔다 왔어?”

“네. 엄마.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무슨 날이에요?”

“무슨 날이긴. 상혁이가 큰 대회에서 1등하고 온 날 아냐?”

“헉.”


소름이 돋았다. 삐걱거리는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를 보았는데, 할아버지 역시 자기가 연락을 안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열심히 조기 찜을 세팅하고 있던 할머니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어떻게 알긴. 우리 상혁이가 천재인 거 할미가 모를까봐?”


하긴. 5살 때 IMF 외환위기를 예언하는 걸 보셨으니, 동네 대회에서 1등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실 만도 하다.


역시 엄마도, 할머니도 우리 머리 꼭대기 위에 거주하는 것 같다.


“상혁아. 할미 상장이나 보여다오.”

“엄마! 잠깐만! 저 카메라 좀!”


엄마는 요리를 하다 말고 카메라를 찾으러 갔고, 나는 두 사람에게 전체 1등 상패를 보여줬다.


엄마가 나를 품 안에 꼭 안았다.


“상혁아. 엄마는 우리 아들이 이렇게 똑똑해서 정말 행복해.”

“저도 엄마가 행복해서 행복해요.”

“끄윽. 어쩜 말도 이렇게 이쁘게 하지?”


아닌 게 아니라 정말 행복했다. 기대에 부흥하는 아들이 되는 것. 생각 이상으로 가슴이 벅찬 일이었다.


엄마의 생신에 내 비루한 죽음을 알려야 했던 인생 1회차의 마지막과 비교하면 지금 이 순간은 정말 더 없이 행복했다.


“엄마 이제 밥 먹어도 돼요?”

“그럼. 빨리 먹자.”


엄마 앞에 서면 아기처럼 웃음이 나온다. 이래서야 지훈이를 놀리지도 못하겠다.


* * *


월요일에 학교에 가니 선생님들께서 못 보던 현수막을 열심히 달고 있었다.


‘축. 1학년 박상혁, 김지훈 서울 남부 학교 교류회 1등 수상.’


오우. 엄청난 실행력이다. 이 정도 속도면 금요일 저녁에 소식을 듣자마자 현수막 의뢰를 한 거 같다.


어째 오늘 하루는 조금 떠들썩할 것 같은 예감이다.


아니나 다를까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아린 쌤이 나를 찾았다.


“상혁아! 교장선생님이 부르셔! 아. 그리고 1등 축하해!”

“감쟈합니다.”


이제 교실에 들어온 지 5초도 안 되었는데, 아무래도 교장이 많이 달아 오른 모양이다.


교장실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마주치는 선생들마다 아는 척을 시전했기 때문이다.


“1등 축하한다!”

“크으. 네가 하루 빨리 2학년이 되면 좋겠다.”


며칠 전과 다를 게 없는데 대우는 천지차이였다.


어디선가 이상한 바람이 불어와 내 마음을 흔들고 지나갔다.


‘것 참. 싱숭생숭하네.’


회귀한 뒤 처음으로 도달한 정점이다. 입학한 지 채 두 달이 되기도 전에 이룩한 경지였다.


꿈에나 그리던 상황이지만 아직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뭐.’


앞으론 더 많은, 더 높은 정점에 이를 것이다. 이제부터 익숙해져야 할 것들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더 시간을 지체하면 교장의 애간장이 녹아내릴 것 같아 바로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교장 선생님. 부르셨다고...”

“으흣. 그래 우리 상혁이 왔니? 하하하하.”


그대로 문을 닫을 뻔 했다. 설령 황금을 보더라도 저렇게 탐욕스럽게 보지는 않을 같은데.


일단 적당히 자리를 두고 앉았다.


“교류회 전체 1등 정말 축하한다. 우리 학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란다.”

“뭐. 제가 잘나서 그런 거죠.”

“암. 그렇고 말고.”


일부러 긁어봤는데 티끌도 반응이 없다. 왼 뺨을 때리면 오른 뺨을 내밀 것 같다.


“왜 부르신 거에요?”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


교장의 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편의를 봐 줄 테니, 학교에 도움을 조금 주었으면 한다.’


우선 편의에 해당하는 내용부터 들어보기로 했다.


“이미 6학년까지의 과정을 모두 이수했다고 들었단다. 그런데 굳이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지 않겠니? 이미 너를 위해 학교 내에 공부방을 한 곳 마련해두었다.”


오. 생각보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수업시간에 얽매이지 않을 수만 있다면 운신의 폭이 보다 넓어진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메리트가 크다.


“거기에 학교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주마. 참고서나 PMP 같은 것도 우리가 지원해 줄 수 있어.”


다른 곳에 신경 쓰지 말고 할 거 하라는 뜻이다.


노련한 제안이다. 역시 교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랄까.


하지만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제가 학교에 드려야 할 도움이라는 건 뭔가요?”

“그냥 가끔 이번처럼 대회 같은 곳에 나가 상을 타오는 거지.”


이 정도면 과한 요구는 아니다. 그래도 일단 선을 확실히 그었다.


“매번은 못 나가요.”

“그래. 세, 네 달에 한 번 정도만 나가 줘도 좋을 것 같구나.”


교장의 임기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실적을 쌓을 거라는 계산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하죠.”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4달에 한 번 정도면 크게 시간을 뺏기지도 않고.


무엇보다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초등학교 6년이라는 허비하지 않고, 자기 계발에 몰두한다면 다음 스텝을 오르는 게 더 쉬워질 것이다.


“맞다. 교류회 측에서 재능 측정 관련해서 사람들을 보내기로 했다는구나. 며칠 뒤에 도착하기로 했다. 그리고 대대로 교류회 1등은 인터뷰를 해서 지역 신문에...”

“자세한 건 공아린 선생님께 말씀해 주세요.”

“아! 생각해보니 그랬구나. 알았다. 그렇게 하자.”


재능 측정은 내 가치를 더욱 높여줄 수단이었고, 인터뷰도 하고 싶은 말이 있던 참이다.


나중에 공아린 선생님께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로 하고, 일단은 교실에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교무실을 지나치던 중 익숙한 놈들이 벌을 서고 있는 것들이 보였다.


바로 다빈이와 도진이었다. 평소 선생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두 녀석은 오늘은 어째서인지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었다.


그냥 지나갈까 했는데, 그래도 내 부하 비슷한 것들이니 무슨 일인지는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교무실 문을 두드리고 슬며시 고개를 들이밀었다.


“안녕하세요.”

“오오. 상혁이구나 마침 잘 왔다.”


다빈이와 도진이 앞에 서 있던 체육 선생님이 유난히 나를 반겼다.


“이 녀석들이 평소에 너를 괴롭히고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훈계를 내리던 참이다.”

“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두각을 드러내기 전의 나는 여러 세력한테 견제를 받았다.


그 중 어머니회를 속이기 위해 다빈이와 도진이에게 거짓 공작을 부탁했고.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나는 뛰어난 실력을 선보임으로 어머니회가 건드리지 못하는 위치에 올랐다.


그 결과 공작을 펼치던 두 사람이 혼나게 된 것이다.


“상혁아. 흐그흑.”

“우리 괴롭힌 거 아니잖아.”

“시끄러 이 녀석들! 그런 게 바로 괴롭히고 귀찮게 하는 거야! 상혁이는 공부하기도 바쁘다고!”


체육 교사는 내가 들어오자 더 거세게 애들을 혼내는 것 같다. 자기 할 일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어필이다.


“X발. 좀 진작에 그런 모습을 보이던가.”

“응 뭐라고?”

“아니에요.”


마음에 안 들었다. 이제까지는 알면서도 모른 척 하다가, 내가 잘난 녀석이라는 걸 알자마자 저렇게 태도를 바꾸는 게.


‘이게 잘난 놈들이 사는 방식이라는 건가?’


내가 뛰어났기에 저들이 대우를 해주는 것이고, 역으로 내가 뛰어났기에 두 사람이 차별을 당하는 것이다.


새로운 옷이 익숙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맞지 않는 걸까.


다시 한 번 이상한 바람이 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다.


기분이 더러웠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저도 그에 맞춰 열심히 달려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과 추천, 선호작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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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의 정점에 오르다. 22.06.24 1,560 2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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