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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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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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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1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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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47)

DUMMY

사슬갑옷을 입은 용병의 철퇴가 잠에서 미처 깨지 못한 적의 머리에 직격했다. 어찌나 쌔게 때렸던지 사람 머리가 잘 익은 수박처럼 깨져 허연 뇌수가 들어나보였다. 시체 하나를 만들어낸 용병의 뒤에서 다른 적이 나타나 검을 내리쳤다. 날카로운 검이 등에 직격했지만 베기를 시도한 것이 그의 불행이다. 사슬갑옷은 훌륭하게 적의 칼날을 막아냈다.


" 이 개새끼가!!! "


등에 전해지는 묵직한 충격이 그를 자극했는지 용병의 철퇴가 다시 춤췄다. 적은 검을 들어 한번은 막았지만 손목에 전해지는 엄청난 충격에 그만 검을 놓아버렸고 무방비 상태로 용병의 철퇴에 운명을 달리했다.


두 명의 희생자를 뒤로하고 용병은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달려나갔다. 그때 많은 무리를 이끌고 다가오는 적이 있었다. 노련한 용병은 비록 언어가 통하지 않았지만 그가 적군의 지휘관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 흥, 애송이로군! '


갓 지휘봉을 잡은 놈들은 가끔 선두에 서는 만용을 부리기도 한다. 그의 생각을 증명하듯 적은 꽤 젊었다. 문득 용병은 뒤를 돌아보았다. 적은 얼추 오백은 되어보였지만 그의 뒤에 서 있는 동료들도 그에 못지않다. 그는 저 애송이의 머리통을 부숴주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동료들이 있다지만 위험하긴 매한가지. 그러나, 지휘관의 목은 언제나 비싸게 나가는 품목 아닌가. 잘하면 이번 전투로 한몫잡고 지긋지긋한 용병 생활을 청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담긴 철퇴가 다가오는 애송이의 머리통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런데 애송이의 반응이 심상찮다. 그 짧은 시간에 검을 뽑고 분명히 늦게 휘둘렀는데도 먼저 검이 날아온다. 그러나 노련한 용병은 철퇴를 멈추지 않았다. 피할 필요 없다. 목을 노렸다면 모르되 애송이는 멍청하게도 그의 몸통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쇠사슬갑옷은 찌르기에는 약해도 베기에는 강한 갑옷이니 어설픈 참격따윈 몸으로 맞아주면 그만이다.


" 어, 어어어? "


애송이의 머리통을 날려버려야할 철퇴가 허공을 갈랐다. 그것만 해도 당황스러운데 철퇴를 휘두르는 힘에 휘둘려 몸이 앞으로 쏠렸다. 철퇴를 휘두른지 8년이 넘어가는 베테랑 용병이 무기에 휘둘렸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털썩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용병의 시체가 깔끔하게 절단된 내장을 흩뿌리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30대 초반의 애송이, 루페른은 단칼에 갑옷째로 인간을 두 동강낸 것이다. 놀라운 무위에 철퇴를 쓰던 용병과 비슷한 생각을 하던 용병들의 발걸음이 주춤했다. 그 순간, 루페른이 앞장서서 돌진하며 외쳤다.


" 치워라! 쓰래기 하나라도 남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


와아아아아아아!!!


사나운 사내들이 파도처럼 밀어닥치고 그들의 등 뒤로 반폼멜 궁병대의 화살이 솔레리안 자작군의 머리위로 쏟아졌다. 후미가 뒤엉키고 루페른의 참격이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용병의 머리를 날려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반폼멜 4번대의 창날이 날아들었다.


창날의 숲에 노출된 자들이 어찌 멀쩡할 수 있겠는가? 용병생활 청산의 꿈을 안고 달려든 자들은 죽음으로서 꿈을 이뤘다. 반폼멜의 청소부들은 쓰래기들을 거칠게 치워가며 앞으로, 앞으로 돌진했다. 막강한 힘과 조직력을 갖춘 그들 앞에서 각지에서 몰려든 소규모 용병대들은 너무도 무력했다.


그 모습을 보던 솔레리안 자작의 눈이 뒤집혔다. 잠에 취한 적들을 습격하며 난전으로 끌고가서 거의 승기를 잡았더니 어디서 저런 정예병들이 튀어나왔단 말인가? 게다가 아군이건 적군이건 상관없다는 듯 앞을 가로막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철저하게 제거했다. 어둠 저편에서 화살을 쏘아대는 궁병대도 아군이 맞건말건 무조건 멀리 적군이 있다 싶은 곳에 화살을 퍼부어 벌집으로 만들고 있었다. 무식하기 그지없는 짓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화살의 대부분은 자작이 고용한 용병들 머리위로 퍼부어졌고 그 뒤를 창을 든 자들이 파죽지세로 돌파해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뿔뿔이 흩어져 싸우던 솔레리안 자작군은 측면에서부터 무너져 이대로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 미친놈들 같으니라고! "


자작은 피아 상관없이 날뛰는 적군을 보고 욕을 퍼부었지만 그의 욕이 비명이 난무하는 전장의 소음을 뚫고 적들에게 닿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는 발작하듯 그를 호위하던 다이탈론 용병대에게 지시했다.


" 저놈들을 막아! 못막으면 끝장이야! "


다이탈론 용병대의 대장, 락시온은 고까운 듯 눈을 한번 흘겼지만 반박하진 않았다. 그도 전장에서 살아온 세월이 하루이틀이 아니며 저놈들을 막지 못하면 숫자 따위와 상관없이 끝이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으니까.


그는 다이탈론 용병대 일천과 함께 반폼멜 4번대와 맞섰다.


돌격하는 그들의 머리위로 화살비가 귀신같이 쏟아진다. 칠흑같이 캄캄한 밤중에 어떻게 적군을 알아맞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화살에 당하기엔 너무 귀중한 인재들이 어둠을 틈타 날아드는 화살을 미처 막지 못하고 쓰러진다. 그러나 그 손실률은 미미하다. 나라 안에서 손꼽히는 용병대란 칭호는 거저 얻는 것이 아닌 법. 그들은 용병답게 장비가 제각각 달라 통일성이 없었지만 최소한 쇠사슬 갑옷은 장비했을 만큼 준수했다. 각종 픽션에는 저게 갑옷인지 종이조각인지 모를만큼 칼로 베여도 베이고 화살도 있는대로 다 꽃히는 무겁기만 한 쓰래기지만 실제로는 꽤나 유용해서 그것을 입고 자유롭게 행동할만한 힘과 체력만 뒷받침된다면 멀리서 쏘는 화살 따위에 당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 동안 어중이떠중이들을 원거리에서 요격 후 들이닥쳐 밀어내는 전술에 구멍이 뚫렸고 비교적 쌩썡한 일천의 다이탈론 용병대와 전투로 지친 반폼멜 4번대가 격돌했다.


" 으아아아악!!! "


비명소리가 들린 것은 다이탈론 용병대가 먼저였다. 루페른이 검을 찔러넣어 투구의 눈구멍을 정확하게 찔렀다. 검이 들어갈 듯 말듯한 작은 틈을 관통한 검은 투구 반대편을 뚫고 튀어나왔다. 놀라운 솜씨였지만 그 역시 지쳤는지 처음과 같이 적을 갑옷째 두 동강 내는 무위는 보여주지 못하고 적의 틈을 노려 급소를 찌르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는 사이 뒷쪽에선 북동부와 북서부의 정예들이 자웅을 겨뤘다. 반폼멜 용병대의 거창 공격에 다이탈론 용병대는 개인의 기량을 바탕으로 공격을 흘리고, 피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사람이 수백의 창날을 어찌 다 피하겠는가? 누군가는 부상을 입고 누군가는 치명상을 입었으며 누군가는 훌륭한 갑옷 덕분에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탈론 용병대는 성공적으로 공격을 막아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조직적인 거창 돌파로 거침없이 길을 뚫었던 공격이 처음으로 막혔다. 그러자 4번대의 전열은 미련없이 창을 놓았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장검을 뽑아 근접전을 벌였다. 검과 검이 마주치고 뒷열에서 빈틈을 노린 창날이 전방의 적군을 위협했다.


그 기세는 거의 호각.


장비는 다이탈론 용병대가 대체적으로 우세했지만 반폼멜 용병대는 조직력으로 커버했다. 개개인의 실력도 4번대가 우세했지만 체력적으로 지쳐있어 전투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호각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후미에서 지원사격을 받고 있지만 당장 칼을 마주대고 있는 상대의 숫자는 무려 두배다. 게다가 체력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4번대는 루페른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밀려가고 있었다.


2번대가 더해진다면 승리를 자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번대는 이미 그들이 뚫은 길을 넘어 최전방에서 몰려오는 병력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다이탈론 용병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가끔 특출난 개인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2번대의 상대가 못되었다. 그러나 전투에서 발을 빼 다이탈론 용병대의 뒷통수를 칠 여유도 없다.


루페른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검이 적군을 정신없이 꿰뚫었지만 그러는 동안 부하들이 하나 둘 쓰러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진다. 3번대가 점점 다가오면서 사격을 가해 화살에 당하는 적의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다수가 이미 난전으로 접어들어 적과 뒤엉켜 있었다. 화살로 손을 쓰기 까다로운 상황인 것이다.


손실이 거듭될수록 적의 숫자가 더욱 많아보였다. 급기야 양 옆으로 서서히 날개를 뻗치며 포위하는 형상까지 보였다. 루페른은 적의 목을 베어날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오늘 여기서 뼈를 묻을지도 모른다.


솔레리안 자작의 미소가 다시 짙어졌다. 그는 과연 다이탈론 용병대라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전방으로 밀고오는 사백 가량의 적군이 거슬리긴 하지만 이 기세라면 다이탈론 용병대가 적의 주력을 분쇄하고 앞으로 밀고오는 적군의 뒷통수를 박살내는게 눈에 선했다.


누구 눈에 보아도 반폼멜 용병대의 패색이 짙어졌을때. 반전이 일어났다.



띠리띠리 띠링띠링 띠리띠리 띠링띠링 띠리띠리 띠리띠딩...



낮선 악기의 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다.



반폼멜 용병대의 4번대 대원, 갈라테는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기묘한 음을 듣고 전율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악기의 소리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감각이 사라졌던 팔에 활력이 돌아왔다. 이윽고 눈에 핏발이 돋고 머릿속을 살의가 지배한다. 적의 피! 피! 피!!!!


"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몸이 뜨거워 견딜 수가 없다. 갈라테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불타오르는 살의를 담아 검을 내질렀다. 방금전까지 지겹게 치고 받았던 적이 당황한 눈초리로 칼을 들어 그의 일격을 막았다.


" 어억!? "


멍청한 소리와 함께 적군의 머리통이 검과 함께 토막났다. 양질의 철로 만든 투구도 깔끔하게 두쪽났다. 평소 갈라테의 실력으로는 꿈도 꾸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갈라테는 그런 것보다 피에 집착했다. 인간의 피가 그의 몸을 흠뻑 적시자 그제야 불길이 조금 스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이다. 아직 그의 몸은 피를 갈구한다. 갈라테는 다음 먹잇감을 찾아 검을 휘둘렀다.


오백의 4번대는 이미 이백까지 줄어있었다. 잔뜩 지친 그들의 최후는 불 보듯 뻔했었는데, 기묘한 음악이 퍼지는 순간 분위기가 반전했다. 갑자기 엄청난 괴력을 쏟아내더니 다이탈론 용병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반면 다이탈론 용병대는 기분이 나빠지는걸 느꼈다. 이상한 음악이 울려퍼지자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팔에 힘이 빠지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기분탓일 뿐이다. 그러나 아직 전주일 뿐이다. 짧은 전주가 끝나고 노랫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다.


매일같이 같은 꿈을 꾸었어


피가 튀고 살이 갈라지는 전장의 풍경


숨막힐 듯이 아름다운 생명이 지는 순간


황홀한 살육의 낙원에 나는 사로잡혔어


마치 꿈꾸는 듯,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다. 압도적인 성량이 전장의 소음을 집어삼킨다. 광란에 젖은 용병들이 울부짖는 소리도, 망자의 마지막 단발마도 모두 목소리에 집어삼켜졌다.


꿈은 깨고 차가운 현실이 다가와


언제나 같은 지루한 풍경, 변하지 않는 세계를 보고 절망했어


꿈을 꾸고 싶어


지겨운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나 지옥의 문을 두드려 악마의 손을 잡네


노래가 이어질수록 반폼멜 용병대는 더욱 미쳐 날뛰었다. 그러나 솔레리안 자작군은 저주라도 되는 양, 귀를 틀어막고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학살이었다. 황홀경에 접어든 목소리가 전장을 뒤덮고 연주가 정점으로 치달을수록 대지는 피에 물들었다.


마침내 노래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꿈속의 풍경이 현실이 되었어


영원히 반복될 피의 축제를 즐기자


고루하고 변함없는 너의 얼굴도 꿈의 색에 물들었어


악마 같은 차가운 미소에 내 가슴이 얼어붙어


제법 멋진 얼굴이 되었잖아? 매력적인 붉은 화장이 어울려


가슴이 터져버려 이젠 내가 사라져가


영원히 깨지않을 꿈속에서


나는 한 마리의 악마가 되었네


강력한 파동이 일어나 대지를 휩쓸었다. 노래 마지막의 한구절은, 사람이 낼 수 있는 목소리의 한계를 까마득히 뛰어넘은 그것은 이미 한계에 달한 적군을 절벽 아래로 밀어버렸다.


다시는 올라올 수 없는 지옥이란 이름의 절벽으로.


노래가 끝났을 때, 대지에 살아 움직이는 적은 오직 솔레리안 자작 그 하나뿐이었다.



루페른은 공포에 빠졌다. 동시에 식사에 섞여나왔던 이상한 가루의 정체도 짐작했다. 그 가루는 노래를 부른 자의 파편이었을 것이다. 퍼져나온 기운과 그의 부하들 몸속에 있는 기운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두 기운은 마주치면 서로 공명해 상승효과를 이르키고 정신에도 다소 영향을 미치는 듯 했다.


그러나 마주치는 기운이 없다면 파괴자로 돌변해 정신과 육체에 침투, 기능을 마비시켰다. 루페른은 노래가 계속되는 동안 필사적으로 침투하는 기운을 막느라고 내상까지 입었다.


그만큼 노래에 섞인 기운은 막강했다. 그러나 그 노래가 흘러나온 곳에서 느껴지는 기운 덩어리에 비하면 새발의 피, 아니. 태양 아래 반딧불 이하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인간일 수가 없다. 그의 상식으로 저런 기운을 육체에 넣고 견딜 수 있는 인간은 없었다. 인간의 육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의 한계치는 기껏해야 10갑자 정도.


그러나 저것은...


이미 갑자라는 단위로 측정할 수 없는 레벨에 도달해 있었다.



아직 광기에서 해어나오지 못한 전장의 저편, 루페른 만큼이나 경악한 시선으로 전장을 바라보는 자가 있었다. 그는 악마의 종이라는 표식, 검은 머리칼을 지니고 있었다.


세계의 끝을 지키는 마법사 무리의 일원인 조작계 마법사, 베르논은 경악으로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특이대상 1호, 즉 커티스 버질이라 불리는 인간을 감시, 타락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유일하게 육체까지 이계로 이동해온 인간은 독특한 영혼의 파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많은 악마들을 자극할 수 있을거라 판단했고 악마의 손을 잡을법한 궁지에 몰아넣을 준비를 착착 진행했다.


그런데 1호는 가만히 있어도 불행을 끌어모았다. 그가 아무런 손을 쓰지 않았음에도 두번이나 감옥에 갇혔고 용병대에 팔려오기까지 했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 사소한 고통을 겪고 큰 고난을 벗어났다. 베르논은 그것을 막기 위해 용병대장의 입을 조작했고 때문에 1호는 전장에까지 끌려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엉뚱하게 옆 나라의 17호가 벌인 난리 때문에 전투 자체가 물건너갔다. 우연이 겹치자 베르논은 귀찮음을 감수하고 다시 한번 용병대장의 머릿속을 건드렸다. 그가 과욕을 부리도록 유도한 것이다.


노련한 용병대장이 과도한 이익에 집착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람푸트 자작을 자극했고 원수와 손을 잡아서라도 이 무법자들을 제거하게끔 만들었다.


그 전투에서 1호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전력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투 직전에 예상치 못한 단체 도주가 일어났고 거기에 편승해 1호도 달아나고 말았다. 정말 불행해 보이면서도 억세게 운좋은 기묘한 놈이다.


그러나 지금 그가 놀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 말도안돼. 대체 저게 뭐야? "


그의 의문에 답한 것은 머릿속에 울리는 악마의 목소리였다.


『도망쳐. 저 정도면 2품 대악마다. 걸리면 끝장이야!』


" 2품? 저게? 이봐, 알게리브. 네가 3품이라고 했잖아? 고작 한단계 차인데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게 말이 돼? 아니면 설마 악마가 직접 나오기라도 했단 말이야? "


『원래 한단계 한단계 차이는 커. 그리고 2품 이상은 특히 격이 다른 괴물들이라고. 놈들은 하위 악마는 악마로도 안봐. 괜히 여기서 얼쩡거리다가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니까 빨리 도망쳐!』


그는 계약 이후 알게리브가 그렇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그는 보고를 위해 즉시달아났다.



그 모든 파란을 가져온 악마의 계약자는 만족스러운 듯 전장을 보는 악마를 보며 기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들릴 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이런게 아니야... "


어딘지 슬픔이 묻어나는 그의 목소리에 악마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인간을 보았다. 그는 영원히 평행선을 그을 것이다. 악마와 함께하는 한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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