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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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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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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2
글자수 :
816,019

작성
10.08.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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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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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평범 (45)

DUMMY

닷새가 지나도록 협상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체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었다. 대체 무슨 배짱인지 요 사흘들어 워낙 완강히 나오는 탓에 용병대장은 약간의 양보도 해봤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입장이 바뀐 듯한 테이블의 분위기에 혹시 무언가 다른 속내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기 시작할 무렵, 나는 사경을 해메고 있었다.


" 아직 멀었어. 500번 더! "


" 억! "


비명소리가 마치 기합처럼 들렸는지 상관께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어제부터 내려치기, 사선배기, 찌르기, 가로베기 같은 기본적인 동작들을 500번 단위로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 팔이 빠질 것 같으면 이번엔 수천명이 주둔할 수 있는 성 주변을 뺑뺑 돌란다. 시키는 놈이야 말만 하면 그만이지만 당하는 내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돌 노릇이다. 힘들어 죽겠다고 징징대면 앉아서 호흡법 한번 하고 도로 뛰란다. 꼭 이렇게 무한 뺑뺑이 돌릴려고 일부러 가르쳐 준 것 같았다.


이야기 속에는 기본이 안되있으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이유로 고급 기술을 나중에 가르쳐주지만 루페른은 아주 심플한 이유로 내게 기본기를 익히게 했다.


" 넌 몸이 너무 약해! 검술도 결국 기본적인 체력이 있어야 배우는거다. 먼저 몸부터 만들어야돼. "


그냥 헬스클럽 등록하면 안될까요?


하루에 수천번 칼을 휘두르고 수십바퀴 성을 돌고도 살아있는 것은 오직 건강호흡법이라는 것 순전히 그거 덕분이었다. 이런 오버 트레이닝은 근육을 상하게 할 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근육통에 떨면서도 몸은 움직여지니 좋아해야할지 미쳐야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한가지 위안이 있다면 식사가 굉장히 잘나온다는 점이다. 무작정 운동만 한다고 몸이 만들어지는건 아니라며 식사만큼은 푸짐하게 챙겨줬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소화되기 위한 시간 40분은 칼같이 쉬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 중 식사시간이 제일 기다려졌다.


그런 사람 잡으려는 스케줄로도 몸의 발전은 느렸다. 하기야 고작 닷새만에 근육질 몸이 되려고 하는건 도둑놈 심보지만 지금 하는대로 열흘만 더하면 어디가도 꿀리지 않을 몸이 될 것 같았다. 물론 그 뒤에는 성을 두르는 해자를 가득 메울만큼 피땀을 흘리겠지만...


숨이 턱에까지 차고 목에서 피맛이 느껴질 무렵 마침내 해가 떨어지고 저녁시간이 선포되었다.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이 순간! 나는 허물어지듯 쓰러져 대짜로 드러누었다.


"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식사하고 쉬어라. "


" 옛!!! "


어디서 이런 기운이 남았는지 모를 우렁찬 목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 새끼 목소리 되게크네. 어느새끼야? '


쩌렁쩌렁 메이리치는 대답소리에 취사병의 눈이 찌뿌려졌다. 그는 짜증이 가득한 손길로 스프를 젓다가 이상한 주머니를 꺼내 스프 안에 섞어넣었다. 그렇게 섞어넣는 본인도 석연찮은 듯 빈 주머니를 잠시 바라보다 내던졌다.


" 윗대가리놈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


그는 요 근래 1번대 부대장이 시키는 대로 식사에 이상한 가루를 섞어넣고 있었다. 먹은 놈들이 별 탈이 없는 것으로 보아 독은 아닌데 좋은 느낌이 안들어서 그 자신은 극구 피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쫄다구 주제에 감히 용병대장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1번대 부대장의 명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 취사병은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충실히 가루를 뿌려넣었다.


자기 몫은 물론 따로 떠둔 뒤에 말이다. 이윽고 음식이 완성되고 그는 미심쩍어하면서도 냄비를 두들겨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나는 허겁지겁 받아온 음식을 뱃속에 우겨넣었다. 어디나 계급이 깡패인 듯, 용병대에 넷 밖에 없는 부대장의 식사는 일반병 나부랭이와 비교할 수 없이 화려했다. 엄밀히 따져 난 루페른의 직속 부하일 뿐, 일반 용병으로 분류되었지만 권력 좋은게 뭔가? 우리의 4번대 대장님께선 나와 자기것을 똑같이 화려한 - 고기! 고기! - 메뉴를 자랑하는 식판을 배달시켜 주셨다.


어느정도 배가 차자 루페른이 묘한 눈으로 음식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배가 안고픈가?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한 탓에 마음 같아선 소 한마리도 통째로 뜯어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앞사람이 음식을 남길 것 같다면 물어보는 것이 당연지사.


" 안드세요? "


" 아니, 아무것도 아냐. "


젠장, 아쉽게도 루페른은 의심을 접고 음식을 먹었다. 그러나 나는 미처 그의 손끝에서 이상한 액체가 떨어지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 액체는 아까 취사병이 집어넣었던 가루와 같은 색이었다.





" 이것 참,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


밀서를 받고 협상 끝에 병력을 끌고나온 솔레리안 자작은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옛 사람의 말을 곱씹으며 미소지었다. 사흘 전, 난데없이 찾아온 숙적 람푸트 자작의 사신이 전달한 그의 친서를 읽었을땐 혹시 미친게 아닌가 의심했었다.


그러나 밤을 틈타 그의 성까지 제지없이 진군한 그는 람푸트 자작의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그가 고용했다던 외국의 용병대는 성을 빙 둘러싸고 여차하면 포위 공격을 감행할 기세였다.


' 2천 틸러라. 좋군, 좋고말고! '


그가 국내 굴지의 용병대, 다이탈론 용병대를 고용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불과 750 틸러였다. 피차간에 용병을 고용해놓고 쓰지를 못해 손해가 막심했는데다 판티움과의 전쟁에 참전하면 사전에 영주가 고용한 용병은 그대로 그 영주가 끌고 참전하게 되어 있었다. 그들의 공이 고용한 영주의 공이 되는 대신 용병을 유지하는 비용도 순전히 영주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했다. 안그래도 오랜 대치로 주머니가 얄팍한 솔레리안 자작에게 4천명의 용병들을 유지하는 것은 크나큰 부담이었다.


고난속에 날아온 원수의 제안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반폼멜 용병대는 어디까지나 외국 군대로 고용주인 람푸트 자작이 이들을 해고한 이상, 그들은 불법으로 람푸트 영지에 주둔하고 있는 적군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는 외국의 침략에 대항하는 일이니 영지전 금지 조항에 걸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6천이란 숫자는 역시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영지병들을 잔뜩 끌어모아 지난 닷새간 7천명의 숫자를 맞춰냈다.


그는 모르겠지만 이건 상당히 유효한 한수였다. 반폼멜 용병대원 중 4천명은 사실상 새하얀 초짜. 농사짓다 끌려온 영지병들과 다를게 하나도 없었다. 반면 이쪽은 역전의 용사 다이탈론 용병대 1천과 그들의 명성에 기대 참전한 노련한 용병대가 무려 3천명으로 정예병의 숫자에서 이천명이나 앞서나가고 있었다. 거기에 일반명이 더해져 머릿수까지 우세하니 승리는 약속된 것과 다름없다.


그는 어둠속에 숨어 용병들이 잠이 드는 시간을 기다렸다. 자정이 넘었지만 불침번을 서는 용병들의 태도는 또렷또렷했다.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졌지만 자작의 가슴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마침내 새벽 2시. 갓 일어난 졸린 눈의 용병들이 교대되자 후방에 위치한 자작에게 선두 척후병의 보고가 들어왔다. 자작은 보고를 받기 무섭게 위엄넘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 전군! 공격하라!!!! "


와아아아아아!!!!


7천명의 함성과 함께 곤히 잠든 용병대에 재앙이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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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대가 지금 있는 - 그러니까 라미른의 적국 - 의 이름을 이전에 설정해놓은걸 까먹고 새 이름 달아버리는 병크를 터뜨렸습니다. 수정하긴 했습니다만 (애그 쪽팔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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