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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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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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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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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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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30)

DUMMY

사람들의 취급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가 바로 음식과 숙소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상황은 본 대가 우리들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 농담이지? "


용병대가 주둔하는 성채는 크다. 외성과 내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외성엔 족히 5천명을 수용할만한 규모였으며 내성도 2천명은 무난히 받아들이 수 있었다. 이는 주둔 병사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비상시 주민을 성내로 받아들이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상당히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그래, 뭐 나라고 좋은 방을 기대한건 아니다. 좁아터진 방에 사람 네명 넣어놓고 2 층 침대 2개 던져주고 땡이라는 것 정돈 생각했다. 근데 이건 정도가 심하다. 지금 이 꼴은...


저녁이 되자 어디에 있었는지 인솔 용병을 따라 각 4명씩 줄지어 외성 북문쪽의 공터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각 랜스마다 천막 하나를 지을 재료를 던져주고는 알아서 만들라는 것이다. 만드는 방법은 일언반구도 없었는데! 그리고 저녁이라고 내주는 것이 또 가관이다. 주먹만한 빵 한개랑 콩스프라는데 아무리 봐도 콩 삶은 물 같은 멀건 스프를 컵에 담아주는게 전부였다. 그나마 자칭 건빵이라는 빵은 엄청나게 딱딱해서 이빨도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 어이, 이거 좀 심한거 아냐? 말린 빵이라면서 돌덩어리 같잖아! "


로만이 천막 재료랍시고 던져준 천무더기 위에 앉아 투덜거렸다. 나도 그에게 약간 섭섭한게 있어서 겉으로 받아주진 않았지만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가 말렉이 하는 짓을 보자 그만 건빵을 집어던져버리고 말았다.


콱!


강철 촉이 달린 화살로 힘껏 찍었는데도 오히려 화살이 부러질 듯 휘었다. 저걸 먹으라고 줬다니! 저래가지곤 생쥐라도 이빨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았다.


" 이봐, 먹을걸 소중히해야지. 굶어본 적도 없나? "


그렇게 말하면서 빵(?)을 주워준 카스티앙도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얼굴이었다. 스프랍시고 준 것에 적시긴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물러질 생각을 안하는 것이었다!


" 먹을 거라고? 야, 눈이 있으면 이것 좀 봐. "


나는 그가 주는 빵을 바닥에 놓고 칼로 힘껏 찔렀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칼날이 튕겨져나왔다.


" 이게 어딜 봐서 빵이야? 쇳덩어리지! 나도 배고픈거 무서운 줄 아는 사람이지만 이걸 먹을거라고 인정하긴 싫다. "


그때 로만이 키득거리면서 농담을 던졌다.


" 풉, 나중에 전쟁나갈때 한덩어리 가슴속에 넣어둘까? 갑옷보다 나은 것 같잖아. "


" 그거 좋은 생각인데. " 말렉이 진지한 태도로 받았다. 사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을만큼 딱딱한 빵이었다. 이래가지곤 도끼로 내려찍거나 말타고 달려오면서 창으로 찌르지 않는 한 뚫리지 않을 것 같다. 진짜 이거 좀 챙겨넣을까?


그때, " 우왝! 뭐야 이거! " 라는 카스티앙의 경악성이 귓가를 울렸다. 한참동안 스프 속에 빵을 넣어뒀던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마침내 물러진 부분을 한 입 베어물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음식 귀하게 여겨야 한다던 놈은 얼른 물었던 빵조각을 뱉어내기 바빴다. 이상하게 여겨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빵 속에서 허연 것이 꼬물거리지 않는가!


" 이게 뭐야! 구더기잖아!? "


로만의 경악성에 그제야 저게 구더기인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에서 구더기를 직접 볼 일이 어디 있었겠는가? 아니, 그보다 빵 속에 있었다니? 설마하니 저 딱딱한걸 파먹고 들어갔단 소린가?구더기 굉장해! 아니, 무서워! 사람 피부도 문제없이 파먹을 것 같아! 그보다 한두마리가 아니잖아? 대체 어떻게 관리하면 저렇게 되는거야?


" 달리 쪼차댕기는 빵이라 하긋냐. "


핫핫핫, 이야기 속에나 나올 법한 웃음을 지으며 낮선 사람이 다가왔다. 약간 그슬린 듯, 갈색빛이 도는 피부를 가진 사내는 사람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편안함을 느끼기보단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다.


" 누구냐. " 카스티앙이 경계하듯 묻자 사내는 워워, 하며 손사래를 쳤다.


" 까칠하게 굴지 말그래이. 내사 기냥 재밌어 뵈서 말해본기라. 그리 무습게 말하면 나가 곤란하데이. "


묘한 말투, 대충 사투리처럼 표현했지만 같은 말인데 같은 말이 아닌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었다. 중부 놈인가? 저번에 들었던 표준어인지 뭔지하는거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 아따, 거 못믿네. 요 있는 놈들이 다 팔리온 놈들 아이가? 아이라도 매나 같은 처지끼리 너무한데이. 내 소게하께. 테스톡 제국의 촌구석 마레 아레아 출신 람 브리기아. 우리 동내가 원래 항구라 배는 아새끼때부터 심심찮게 탔다 아이가. 그라서 나가 탈때마다 묵는게 바로 요것이여. "


람은 건빵을 들어보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곤 구더기가 들끓는 빵을 태연하게 입안으로 쑤셔넣었다. 이미 푹 적셔놓은 듯, 이빨은 약간의 저항이 있었지만 쉽게 들어갔고 구더기째로 목구멍 너머로 흘러들어가버렸다.


" 우욱! "


비위가 나쁜 내가 헛구역질을 하자 람은 재밌다는 듯 킬킬댔다.


" 푸히히, 원래 첨보는 아-들은 다 그라제. 그라도 할 수 없는기라. 배에 타뿌리면 묵을게 읎는데 우짜노? 오래 가는기라곤 이거 뿐인디 이기라도 묵으야제. 묵다보면 마 아무렇지도 않은기라. 맛이야 읎지만. "


" 우욱, 됐으니까 구더기나 좀 빼고먹어! "


발작하듯 타박을 줬더니 그는 베시시 웃고는 빵에서 구더기 하날 집어먹으며 이러는 것이었다.


" 야가 뭘 모르네. 원래 쪼차댕기는 빵은 이기 있어야 제맛인기라. "


" 제맛이고 뭐고 필요없으니까 꺼지라고! 이딴거 먹고싶으면 너나 많이 쳐먹어! "


엉뚱한 소리나 하는 바람에 화가 치밀어올라 빵을 거칠게 집어던졌다. 그런데 이 쇳덩어리 같은 빵이 람의 이마빡에 정확하게 명중한 것이었다! 그것도 딱 소리까지 나면서!


꽤 아픈지 이마를 부여잡고 주저앉은 람을 보고 당황해서 사과했다.


" 아... 미, 미안. 설마 맞을줄은 몰랐어. "


어떻게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는데 람이 눈을 부라리며 일어나더니 몸을 훽 돌리며 내뱉었다.


" 마, 됐다. 그놈의시키 성질 드럽네. "


싫으면 말로하면 그만이지 하며 투덜거리며 돌아서는 그를 보고 조금은 미안했지만 동료들은 잘했다고 말해줬다.


" 잘했어. 저런놈 그냥 내버려두면 자꾸 귀찮게 군다니까. "


말렉이 제일 먼저 칭찬해주었다. 속으론 너 같은 놈에게 칭찬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겉으론 베시시 웃었다. 나도 참 단순한 놈인가보다.


우리는 먹지도 못할 '쪼차댕기는 빵'을 집어던지곤 천막이나 치기로 했다.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어 시행착오를 여러번 겪었지만 네명이 한시간 정도 끙끙대니 그럭저럭 하룻밤 지낼만한 물건이 나왔다. 완성되기가 무섭게 우리는 각자 한자리씩 차지하고 누웠다. 천막은 그럭저럭 넓었지만, 장정 네명이 자기에는 좁았다. 두발 뻗고 자는 호사는 불가능한지라 모두들 할 수 없이 새우처럼 몸을 웅크려서 잠을 청했다.


이불도 없고 배개도 없는데다 차디찬 맨바닥 위에 천 한장 깔고 누워서 잠이 제대로 올 리 없다. 그나마 감옥에서 보낸 경험 덕에 그럭저럭 바닥의 감촉에는 적응할 수 있었지만 주변에서 풍겨오는 사내들의 지독한 땀내에는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그나마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라 다행이었다. 나는 천막 입구를 열고 나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랜스들도 우리와 비슷한 천막을 만들어 공터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그때, 나는 이상한 모습을 보았다. 아까 보았던 람이란 놈이 이 천막 저 천막으로 옮겨다니며 이상한 권유를하고 다니는지 끊임없이 누군가와 뭐라뭐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필시 무슨 이상한 종교나 사상이라도 퍼뜨리는 것이리라. 나는 내심 람이란 놈을 괴상한 종자로 취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며 내키지 않았지만 천막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어찌됐건 잠은 자야했다.


내일은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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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장대한 주인공이 다 쓸어버리겠다를 외치는 소설을 원하시는 분은 번지수 잘못 짚으셨으니 다른 곳으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번편에 나온 인남케는 신케릭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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