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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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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775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5.05.22 05:28
조회
574
추천
14
글자
11쪽

18화

DUMMY

눈을 뜨자, 바람에 사락사락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시야에 가득했다.


" 여기는...? "


어리둥절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본다. 나무, 나무, 나무, 뭘 먹고 자랐는지 바보처럼 거대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어찌나 크고 굵은지 줄기는 하늘도 떠받칠 수 있을 것 같았고 가지는 마차 두 대가 동시에 지나가고도 남을 것 같이 넓었다.


" 으아... "


내가 앉아있는 곳도 그런 가지 중의 하나였다. 위를 올려다보자 시야 끝까지 뻗어있는 줄기와 어지럽게 얽혀있는 가지들이 보인다. 딱히 높은 가지는 아닌 모양이다. 약간 풀어진 마음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본다. 위쪽과 마찬가지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지들과 끝도없이 아래로 뻗어있는 줄기가 보였다.


그렇다, 끝도 없이.


요컨데 바닥이 보이질 않는다는 소리다. 기가막혀서 입이 떡 벌어진다. 아니, 무슨 놈의 나무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단 말인가? 심지어 그런 나무가 한 그루도 아니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도 20그루는 된다. 이렇게 기이한 곳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 리가 없건만, 나는 지금까지 거대한 나무들이 즐비한 숲 따위는 술주정뱅이의 허풍에서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설마...


" 아! "


뒤늦게 여기가 가상 세계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테오도르가 했던 말도 함께. 그는 적을 죽어야 이 세계에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었다. 뒤집어말하면, 죽기 전까지 적은 계속해서 나를 노린다는 뜻이다. 가슴이 꿰뚫렸을 때의 고통이 떠오르자 몸이 저절로 부르르 떨렸다.


채앵!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경험을 하는건 사절이다. 다급히 발치에 떨어진 칼자루를 주워들고 사방을 경계한다. 그러자 빈 칼자루에서 저절로 검신(檢身)이 솟아났다. 내 키보다도 훨씬 컸지만 가상세계라서 그런지 전혀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가벼워서 이거 정말로 괜찮은건지 불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투덜거려봤자 별 수 있나. 애써 불안감을 찍어누르고 경계에 신경을 집중시킨다.


' .....있다! '


약 5분간, 잔뜩 긴장한 채로 사방을 경계하던 내 시야에 마침내 가지와 가지 사이를 이동하는 사람의 모습이 걸려들었다. 내가 있는 가지보다 한참 위쪽의 가지다. 적도 나를 발견했는지 급격히 방향을 꺾었다. 딱히 숨을 생각도 없는지 가지 위에 내려앉는 순간을 제외하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채, 번개처럼 아래쪽으로 날아든다. 가지와 가지 사이가 얼추 3~4m 정도 된다는걸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뛰어난 신체 능력이었다.


' 온다! '


거리가 좁아들면서 처음으로 적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금실처럼 나폴거리는 긴 금발머리와 그 사이로 튀어나온 유달리 길쭉한 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한 호흡 정도 늦게, 아름다운 얼굴이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오, 맙소사! 오, 맙소사!


주정뱅이들이 흔히 하는 말로, 미인은 얼굴에서 빛이 난다더니 정말로 그랬다. 그것도 태양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너무나도 찬란하게 빛나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미인들 - 피난선의 인형들이나 델핀 씨 - 들조차 저 여자의 미모와 비교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이요, 바다 앞의 세숫물에 지나지 않았다.


" 마르가 사바라타! "


바로 위의 가지까지 내려온 여신의 입술 사이로 알아들을 수 없는 외침이 흘러나온다. 멍하니 그 입술에 정신을 빼앗겨 있다가 커다란 불덩어리에 시야를 절반 가까이 빼앗긴 뒤에야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 우와아악! "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친다. 곧이어 맹렬하게 날아든 다섯 개의 불덩어리가 발치에 부딛쳐 폭발했다. 구체들이 터지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대검을 바닥에 힘껏 꽃아넣고 두 손으로 검면을 지탱했다.


투콰콰콰쾅!


내 몸뚱아리만한 대검은 진짜 방패처럼 폭발의 여파를 훌륭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불안감은 가시질 않았다. 아직, 아직이다. 아직 무언가가 더 있다. 그런 근거없는 확신이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사이에 머릿속 깊숙히 파고들었다. 도대체 뭐가 있다는걸까? 의문을 품기가 무섭게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꽈앙!


등 뒤에서 날아든 시퍼런 섬광을 돌아서며 휘두른 대검이 산산히 부숴버린다. 그 여파로 발생한 풍압이 폭연을 한꺼번에 날려버리자 푸른 빛이 서린 단검을 쥐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게 상당히 놀란 표정이다. 아마 내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 하지만 놀란 얼굴을 보여준건 말 그대로 잠깐이었을 뿐이다. 광기 어린 미소가 금새 얼굴을 잠식해 들어간다.


두근!


그토록 아름다웠던 얼굴이 꿈에 나올까 무서운 악귀의 얼굴로 변했음에도 내 가슴은 처음 그녀의 얼굴을 보았을 때보다 두 배는 빠르게 뛰었다. 두려워서? 아니, 다르다. 이건... 흥분, 너무나도 반가워서 흥분하고 있는거다. 그래, 틀림없어. 나는 분명히 저 여자를 알고 있다.


우웅!


여자의 단검에서 푸른 빛이 솟아나 기다란 칼날 형상으로 변한다. 그렇게 길이만 장검으로 변한 단검이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지며 현란한 빛줄기를 허공에 흩뿌린다. 이미 지나간 공격의 잔상이 거의 1초나 남는 탓에 조금만 집중력이 떨어지면 어떤게 잔상이고 어떤게 지금 날아오고 있는 공격인지 구별할 방법이 없었다.


콰앙! 쾅! 콰쾅!


본래의 내 실력이라면, 잔상 이전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베인 줄도 모르고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서 공격을 막아냈다. 나아가 바깥쪽으로 힘껏 휘두른 대검이 단검에 덧씌워진 빛의 칼날을 산산히 깨부숴버렸다.


챙그랑!


오른손을 뒤집고 바깥쪽으로 휘둘렀던 대검을 안쪽으로 끌어당긴다. 순전히 상체와 팔힘만으로 당긴 것이라 힘도, 속도도 어쩡쩡했지만 상관없다. 이걸로도 충분히 치명상을 입힐 수 있으니까. 빈틈을 파고들어가기만 하면 나머지는 대검의 중량과 속도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뭐, 어디까지나 들어간다면 말이지만.


" 아그라스 마데라! "


이미 빛의 칼날이 깨질 때부터 열려있던 입술이 영창(詠唱)을 토해냈다. 분명히 알지 못하는 언어였지만 어쩐지 내 귀에는 ' 펼쳐져라, 판떼기! ' 라고 들렸다. 뭐, 기분탓이겠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면서 무형의 벽에 가로막힌 대검을 회수해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다시 여자를 향해 몸을 낮게 날리면서 빠르게 회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회전하는 힘이 더해지자 여자를 지키던 장벽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천이 베이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갈라졌다. 여자는 저항을 가르면서 생긴 0.3초 정도의 틈새를 놓치지 않고 과감히 앞쪽으로 뛰어올랐다. 간발의 차이로 기회를 놓친 대검이 애꿏은 바닥에 틀어박힌다. 그 순간, 내 몸 위에 여자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빠악!


즉시 몸을 왼쪽으로 회전시키며 그 기세를 실어 오른발로 위쪽을 후려갈겼다. 반쯤 무의식적으로 날린 공격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여자는 아래로 내뻗은 오른팔을 정통으로 얻어맞고 말았다. 어찌나 세게 갈겼던지 얻어맞은 오른팔이 그대로 몸에서 뜯겨나갔다.


슈슉!


그러나 여자는 자신의 오른팔이 날아간 것 따윈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광기 어린 얼굴로 왼팔을 내질렀다. 소매 안쪽에 숨겨져 있던 또 하나의 단검이 텅 비어있는 내 가슴을 향해 날아든다. 마법에 걸린 것처럼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는 단검을 왼손으로 쳐내려고 했지만 내 손은 단검보다도 훨씬 느리게 움직였다.


' 아, 이거 글렀네. '


답이 없다는걸 깨달은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자 마법이 깨진 것처럼 본래의 속도를 되찾은 단검이 왼팔의 허망한 방어를 제치고 가슴 깊숙히 틀어박혔다. 두번째라서 그럴까, 뜨끔하기는 했지만 처음처럼 괴롭지는 않았다. 서서히 사지의 힘이 빠져나가고 의식이 몽롱해져간다.


" ..... "


여자가 무어라 말한 것 같았지만 이미 귀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다. 뭐, 상관없겠지. 여기는 가상세계니까. 어차피 내가 저 여자를 죽이지 않는 한, 우리들은 몇 번이고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시원스럽게... 싸워보고 싶...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내 머리는 다시 한번 기능을 멈췄다.


***


" 너무 빠르지 않아? "


화면이 꺼지자 길쭉한 쇼파에 누워서 보고 있던 이네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에게 무릎을 빌려주고 있던 테오도르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 뭐가? "


" 성장속도 말이야. "


이네스가 답답하다는 얼굴로 혀를 차자 그제서야 청년은 아, 하고 빙그시 웃었다.


" 확실히 오늘 처음 검을 잡아본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 "


" 그래! 이상해! 신체 능력이야 검의 효과로 떼운다고 치지만 초짜가 그 커다란 대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는게 말이나 돼!? 게다가 실전이 처음이라면서 왜 그렇게 침착한거야? 심지어 싸우기 전에 한번 죽기까지 했는데! 보통 저 나이대 꼬마들이라면 무서워서 벌벌 떠는게 정상이잖아! "


" 어... 갑자기 왜 그렇게 열내는거야? "


" 당연히 억울하니까 그렇지! 나는 저 정도 되기까지 말 그대로 피를 토하는 고생을 했다고! "


눈에 불을 켜고 달라드는 소녀의 모습에 테오도르는 난처한 표정을 지은 채, 어색한 웃음만 흘렸다. 딱히 그가 잘못한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지금은 입만 뻥긋해도 독박을 쓰기 십상이라는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네스가 안정을 되찾기를 조용히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짐작가는 구석은 있어. "


" 그게 뭔데? "


" 그건... "


테오도르가 막 설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방문이 덜컥 열리며 델핀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끊기고, 두 사람의 시선이 델핀에게 집중됐다.


" 무슨 일이야? "


" 거짓 신의 제단이 발동되었어요. "


" 벌써? "


거짓 신의 제단을 발동시키려면 12개의 마법진을 연계시켜야 한다. 마법진 하나를 연계시킬 때마다 최소 3시간이 걸린다는걸 감안하면 아무리 빨라도 33시간이 필요한데 폰 피르쉬어를 놓친 것은 고작 이틀 전, 그것도 저녁 6시가 넘어서였다. 시간으로 계산하면 아직 40 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 어디가 당했는데? "


" 그게... 아르비안이에요. "


" 뭐라고!? "


테오도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작가의말

글이 갈수록 조잡스러운데 답이 안나와서 한숨. 포기하면 편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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