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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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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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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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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4.10.18 22:32
조회
1,234
추천
33
글자
10쪽

4화 - 슬슬 부제목이 떠오르질 않는다. 어떻하지?

DUMMY

" 누구냐니... 지금 그거 나보고 한 소리냐? "


무의식에서 빠져나왔을 때, 가장 먼저 내 눈에 비친 것은 황당한 감정을 그대로 투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중년인의 얼굴이었다. 이 남자의 눈이 이렇게까지 커질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부릅 뜬 눈동자는 이상할 정도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왜 그렇게 떨고 있는거지?


궁금하다면 눈을 보렴, 눈은 마음의 창이니까.


들어본 적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이끌려 눈을 가늘게 뜨고 원장의 눈동자를 주시한다. 그리고 금새 깨달았다. 너무나 노골적인 감정이라 햇갈일 일도 없었다. 쉴새없이 떨리는 그 눈동자에 담긴 메세지는 황당함도, 분노도 아닌...


공포.


" 왜 그렇게 겁에 질려 있어? "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가 내 입에서 흘러나온 괴이한 언어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분명히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인데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오히려 평생 써왔던 엘로얀의 말이 외국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그보다 내가 어떻게 엘로얀 말을 알고 있지? 그런 나라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뭐?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앞 뒤가 하나도 안맞잖아. 잠깐, 그나저나 여긴 또 어디? 나는 분명히...


.....분명히 뭔데?


모르겠다.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야.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과 알 수 없는 기억이 뒤섞여서 엉망진창 뭐가 뭔지 모르게 되버렸어. 몰라? 뭘 모른다는거지? 멍청하긴,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단 말이야? 네 피에게 물어봐라! 네가 누구인지, 네가 어디서 왔는지, 네가 누구의 이름을 짊어지고 있는지!


....내가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거지? 미친건가? 피가 어떻게 대답을 해? 짊어지긴 뭘 짊어져? 누구의 이름을 짊어지고 있냐고? 알게 뭐람. 난 고아란 말이야. 내가 기억하고 있는 가장 먼 옛날에도 이름 같은건 없었어. 버려진 개처럼, 쓸모를 다한 쓰레기처럼 길거리에 버려져 오물로 배를 채우는, 그저 숨이 붙어있으니까 살아있을 뿐인 폐기물이었다고. 이름을 짊어지긴 개뿔이. 난 그저... 누구지? 앵?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 그나저나 저 아저씨는 또 누구? 왜 여기에 있지? 아니, 여긴 또 어디야? 내가 왜 여기에... 어라? 뭔가 루프하고 있지 않나 이거? 역시 머리가 정상이 아니야. 좀 쉬어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만... 아니지. 나한테 휴식 같은거 필요없잖아. ---를 부르면 금방...


삐잉!


" 정말 뭐라도 될 수 있는건가요? "


그 순간, 머릿속에서 불쾌한 경고음이 울려퍼졌다. 너무나 너무나도 불쾌해서 뇌를 잡아뽑아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자 누가 뇌를 직접 조작한 것처럼 알 수 없는 기억으로 뒤죽박죽이 되어있던 머릿속이 말끔하게 정리되면서 불쾌감을 느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 그럼! 네가 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말이야. "


방금 전까지 기억에 혼란을 겪던 소년과 공포에 질려있던 중년인은 자신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마치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방금 전의 몇십초만을 깔끔하게 파내버린 것 처럼.


" 하.하하... 갑자기 이런 소리를 들으니까 기쁘기보단 좀 당황스럽네요. 어제까지만해도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답답하기만했는데... 꼭 하룻밤새 세상이 바뀌어버린 것 같아요. "


이 사회에서 아무 기반도 없는 고아가 자수성가하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재력이 없으면 교육을 받을 길이 없고 교육을 받지 못하면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 아주 드물게 무지렁이가 성공한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야말로 예외 중의 예외로서 보통은 평생 잡일이나 맡아하면서 쥐꼬리만한 돈으로 겨우 목숨만 붙이고 살 뿐이었다. 기술 쪽으로도 마찬가지인게 길드에 들어가서 장인으로 인정받는다면 나름대로 대우받으면서 살 수 있었지만 모든 길드원에게 장인 자리가 돌아가진 않았다. 그리고 그 얼마 되지 않는 장인 자리는 대부분 현직 장인들의 자녀들이 꿰차버리기 일쑤였다. 비리 때문에? 그런 일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순수한 기술에서 차이가 나는거다. 누가 봐도 인정할 수 밖에 없을만큼 마스터피스의 퀼리티 차이가 나는거다. 왜냐고? 수백년간 누적된 가문의 비전을 아낌없이 전수받는 장인의 자제들과 장인의 어께 너머로 훔치훔치 기술을 익혀야 하는 다른 도제들은 어지간한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꼬마 시절부터 기술자의 길에 투신한 도제들이 그 꼴인데 나이도 많고 배경 지식도 없는 나 같은건 장인은 커녕, 도제들 심부름만 하다가 썩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답 안나오는 내일을 생각할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고 그렇잖아도 바닥을 기던 기운이 지하로 꺼져버리곤 했는데....


" 크흐흐, 그렇지. 사실 나도 좀 그렇거든. 어제까지만해도 한푼이라도 더 우려내려고 시의 머저리들에게 별별 사정을 다 했었는데 적어도 10년간은 그럴 필요가 없다 생각하니 기쁘면서도 좀 어벙벙하단 말이야. 이것도 다 네 덕분이다. 네가 그분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후원을 받아낼 수 있었던거야. 정말 잘해줬다. "


" 기억은 하나도 안나지만 말이죠. "


" 뭘! 결과만 좋으면 그딴거야 아무래도 좋은거지. 지금부터 차근히 주량을 늘려서 앞으로는 그런 한심한 꼴을 보이지 않으면 되는거야! "


아니, 그 결론은 이상하잖아.


" 하하하, 그럼 궁금하던 것도 풀렸으니 전 이만 돌아가볼게요. 모처럼의 휴일이니까 좀 더 쉬고 싶어요. "


여기 계속 있다가는 주량을 늘린답시고 또 정신을 잃을 때까지 술을 먹일 것 같았다. 그 전에 적당히 핑개를 대고 빠져나가기를 시도했다. 다행히 원장님은 별다른 제지없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그 동안 항상 잠이 부족했을테니 좀 쉬어야지. 가서 내킬때까지 푹 쉬려무나. 선생님을 구할 때까진 시간이 있으니까 당분간은 하고 싶은걸 마음껏 하면서 지내도 돼. "


그러면서 원장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뒤쪽을 뒤적거리더니 보물처럼 번쩍이는 은화를 한 줌 꺼내 나에게 건냈다.


" 자, 받아라. 용돈이다. 가져가서 갖고 싶은걸 사도록 해. 혹시 모자라거든 부담갖지 말고 언제든지 말해라. "


" 요, 용돈이라니... 이렇게나 많이요? "


대충 살펴봐도 1만 데카트짜리 은화가 스무개, 아니 서른개도 넘는 것 같았다. 스무개라고 쳐도 호외 1만장을 팔아야 겨우 손에 들어오는 거액이다. 이게 용돈이라니,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라니! 그것도 맨날 돈이 없다고 노래를 부르던 원장님에게 받은 용돈이라니! 맙소사,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이런 날이 올거라곤 상상도 못해봤는데...


" 받아둬. 그 동안 형편이 안되서 한번도 챙겨주지 못했지만 예전부터 항상 이렇게 해주고 싶었다. "


" 원장님..... "


돈을 쥔 손을 꼭 잡아주며 하시는 말씀에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투박한 손의 온기와 목소리에 묻어나는 따스함이 사람의 마음을 감상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뭐, 괜찮지 않은가. 잠깐 감상에 빠질 여유도 없다면 사람이라고 할 것도 없을테니까. 그러니 지금은 감정에 몸을 맡기고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도록 하자.


" 고맙습니다. "


생각지도 못한 돈이 32만 데카트나 생겼다. 그것도 눈이 부실만큼 번쩍번쩍한 새 은화로 말이다. 이 돈을 어떻게 써야할까? 평소의 내 패턴대로라면 얌전히 저금이나 하고 말겠지만 모처럼 원장님이 쓰고싶은데 쓰라고 주는 돈인데 그건 너무 운치없는 행동이다. 그보다는 역시 갖고 싶은걸 사는게 좋겠지. 뭘 사는게 좋을까? 지금까지 딱히 갖고 싶었던 물건이 없다보니 뭘 사야할지도 고민....


고민?


왜?


내가 지금 제일 갖고 싶은걸 떠올리는데 뭘 고민씩이나 할 필요가 있어? 생각할 필요도 없잖아.


도끼지!


길이는 1m 30cm 정도에 무게는 적어도 120kg 이상!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좋지. 아무래도 갑옷을 때릴 일이 많으니까 날은 약간 무디더라도 튼튼하고 묵직한 놈이 제일이야. 갑옷까지 슥삭 베어버릴만큼 날카롭다면 또 별개지만 그런 신병(神兵)을 이까짓 은화로 살 순 없을테니까. 그렇게 큰 도끼 하나하고 보조용으로 쓸 단검이랑 손도끼도 하나쯤 있으면... 아냐, 하나가지고 되나. 적어도 다섯개는 들어야지. 손도끼는 아무거나 싼거면 돼. 괜히 비싼거 사봐야 회수하기만 귀찮지. 투척용 병기는 마구 버려도 괜찮은 싸구려가 최고야. 음음. 하지만 단검은 조금 욕심이 생기는걸. 그게 은근히 쓸데가 많단 말이지. 예전에 쓰던거처럼 철도 샥샥 베는 날카로운 놈 어디 없을...


" ????? "


내가 또 뭔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뜬금없이 왠 도끼? 갑옷을 상대해? 왜? 내가 이 나이에 이제와서 훈련해봤자 기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이런 생각? 이런 생각이 뭐지? 나 지금까지 무슨 생각을 하고... 아이고 머리야. 오늘따라 자꾸 왜 이럴까? 잠이 모자란가? 이유도 없이 멍하니 서 있게 된다. 역시 잠부터 보충하는게 좋겠어. 나가는건 그 다음에. 음. 어차피 일도 안하게 됐으니까 한나절쯤은 허비해도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 그래도 역시 도끼를 사자... "


아니, 그러니까 그런걸 왜 갖고 싶... 내가 뭔 생각을 했더... 이것도 왠지 루프하고 있지 않....


쿠울...


작가의말

이게 무슨 글인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대충 질렀습니다.

 

어차피 고민해봐야 좋은 글 나오지도 않고 시간만 몽창 잡아먹으니까

 

기왕 저퀼이면 빨리 나오는 저퀼이 좋다는거죠.

 

음음.

 

그러니까 다음화도 개판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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