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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녹림으로 시작하는 무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05 16:41
최근연재일 :
2023.08.21 12:20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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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052
추천수 :
8,324
글자수 :
336,116

작성
23.07.24 12:20
조회
6,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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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글자
12쪽

하오문(1)

DUMMY

유혁의 말에 자극을 받은 대호채의 식구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아픔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열의를 품고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러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녹림왕 진명은 유혁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혀를 차며 중얼거렸는데,


[확실히 난 놈은 난 놈이구나.]


진심으로 다가가,

다른 이들의 진심을 끌어내는 것.


[본좌도 쉬이 해내지 못했던 것을 이리 쉽게도 해내 버리니, 선천적인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구나. 하긴 뭐가 됐든 상관없나···]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자신의 제자가 사람들의 진심을 얻어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타고난 인망을 지닌 수장과, 그를 맹렬히 추종하는 수하들이라...흘흘, 앞으로가 기대되는군.]


그는 유혁과 이 햇병아리 산적들이 녹림을 개혁하고, 과거에 자신이 이룩했던 녹림을 부활시킬 수 있을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지켜보기로 했다.





기루에서 포부를 밝히고, 수하들의 맹세를 받아낸 이후.


대호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했다.


이전보다 더욱 수련에 열중하고, 녹하십개조에 따라 화양촌과 힘없는 행인들을 보호하며, 대호채에 속해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유수같이 흘러,

어느덧 대호채가 기루와 객잔을 완공한 지 반년이 지났다.


대호산 인근 산길.

한 보부상을 호위하던 장삼은 그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는데,


“저,정말 그 정도 통행료만으로 괜찮으신지?”


“하하, 괜찮으니 걱정 마쇼. 보부상들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걸 다 아는데, 어떻게 여기서 더 받으려 하겠소?”


“하지만, 산 외곽까지 호위를 해주시는데, 고작 철전 열냥으로는···”


철전 열냥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소면 두 그릇이 전부.


두 사람이 한 끼 먹을 정도의 금액만 받고 자신을 호위해주는 장삼의 모습에, 보부상은 도리어 그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하하!! 우리 대형께서 말하길 자고로 부득전...어, 뭐였지?”


“부득전, 빈득정(富得錢, 貧得情)입니다. 형님.”


“아, 그래 그거!”


부득전, 빈득정(富得錢, 貧得情)


부자에겐 돈을 받고, 가난한 자에겐 마음을 받는다.


녹하십개조의 율법 중 하나로,

가난한 상인들에겐 통행료를 적게 받는 대신, 그들의 마음을 얻으라는 뜻이었다.


장삼의 호위 덕분에 별 탈 없이 대호산맥 외곽에 도착한 보부상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자신의 먹기 위해 아껴둔 건량을 그에게 주었다.


“이거라도 받아주십시오.”


“나는 산채에 가서 밥 먹으면 되니까. 아재나 가는 길에 드슈.”


“안 그래도 요즘 흉악한 산적들이 많아져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호걸님들 덕분에 무사히 산을 지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부디···”


“끙,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장삼이 건량을 받자 보부상이 고개 숙이며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호걸님들이 아니었다면 물건을 제때 팔지 못하거나, 산에서 변을 당했을 겁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도 여길 지날 일 있으면 찾아오고. 조심히 들어가슈.”


“예.”


보부상을 그렇게 장삼과 황호대에게 감사를 표하고 길을 떠났다.


“이제 그만 우리도 돌아가자.”


“예, 형님.”


장삼이 보부상이 준 건량을 씹으며 발걸음을 옮기자, 그를 뒤따라가던 수하 중 하나가 물었다.


“그런데 형님, 보부상의 말을 들어보면, 요즘 근방이 진짜 난리긴 한가 봅니다.”


질겅질겅.


“개나 소나 다 산채를 열고 산적질을 해대니, 상인들 입장에선 당연히 난리가 날 수밖에 없지.”


“그놈들이 눈 돌아가서 저희한테 시비라도 걸면,”


“풉!”


장삼이 먹고 있던 건량을 뿜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크흐흐, 그놈들이 우리를? 뭐, 한 반년 전쯤이었으면 몰라도 지금 우리 대호채를 건드리는 건 자살행위지.”


“하긴 그렇겠죠?”





반 년 사이,

대호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객잔과 기루가 완공되자,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호채의 창고에는 돈이 쌓여갔는데,


마영은 그 돈을 재투자하여, 미친 듯이 산채의 창고를 채워나갔고,


그 결과,

달에 금자 칠십냥 이상을 벌어드리며, 재정을 풍족하다 못해 터져나가게 만들었다.


재정이 넉넉해지면,

가장 먼저 풍족해지는 것은 다름 아닌 밥상.


매일같이 혹독한 수련을 마친 대호채의 식구들은 배가 터질 정도로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적절한 영양소와 단백질을 보충하자 몰라볼 정도로 몸이 변화하며···


“죄다 근육 돼지가 따로 없네.”


산채를 헬스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유혁은 반년 전보다 몸이 두 배 가량 불어난 수하들의 모습에 혀를 차며 한탄했다.


“예전엔 그래도 다들 나름 귀여운 모습이 있었는데, 지금은···”


“대주! 저도 그 철환 써야 하니 세 개만 남겨주십시오!”


“어허! 아직 철환 이백 근도 못 드는 놈이 어딜!”


“야! 야! 이백 근 밑으로는 다 빠져라. 장일 형님 다음은 나다.”


“낄낄, 철환 드는데, 방해되니까 너희는 저기 한쪽 구석에서 마보나 해.”


철봉(鐵棒)에 오십 근짜리 철환(鐵環) 여섯 개를 끼운 장일이 흉흉한 숨소리를 내며 양팔을 혹사시키고 있었다.


효율적으로 신체를 단련시킬 수 있게, 직접 장인에게 의뢰하여 기구를 만들고 현대의 운동법을 가르쳐주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장일부터 그 밑에 수하들까지 모두 근육 돼지들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비리비리한 것보단 낫지 않느냐?]


‘그렇긴 합니다만,’


나 역시 강도 높은 영감님의 수련을 따라가느라, 반 년 만에 조각 같은 근육을 가지게 되긴 했으나,


“으하!”


“끄으윽!”


“어흐! 좋다. 좋아.”


아무리 봐도 저 근육 돼지들은 좀 아닌 것 같다.


본래 장일은 성인 남자의 허벅지 정도 두께의 팔뚝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허벅지를 넘어 여인네 허리와 비슷한 두께가 되었다.


‘얘들이 다 어디 맛이 간 것 같아 조금, 아니 많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만큼 강해졌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었다.


‘전에 장일 저 녀석이 화양촌에서 시비를 걸던 상단의 호위 무사를 한 주먹에 피떡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했지. 아마?’


장일은 반년 동안 육체를 단련하고 무공을 수련한 덕분에, 일류 끝자락에 올라 이제는 대부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고, 그 휘하의 적호대 역시 전원 이류 수준에 올랐다.


장이와 장삼도 열심히 무공을 수련하여 비슷한 경지에 도달한 상태.


세 사람은 현재 비동에서 찾은 상승 무공을 익히고 있었기에, 아마 조만간 모두 절정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네놈도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다. 열심히 수련하여 다음 관문인 경문을 열어야지 않겠느냐?]


‘그건 그렇죠.’


영감님의 재촉에 자리에서 일어나 산채 서쪽에 위치한 연무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산채를 공사할 때 채주 전용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연무장으로, 귀호도법을 수련하다 보면 주변에 피해가 갈 수 있어, 이렇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연무장 한쪽 구석에 철심이 박혀 있는 통나무를 향해 천천히 손과 발을 내질렀다.


제아무리 무인이라도 내공을 두르지 않은 상태로 철과 맞부딪치면 뼈와 근육이 상하는 것이 정상이었으나,


[흠, 이제는 제법 쓸만해 졌구나.]


내 몸은 멀쩡했다.


경철호신공(競鐵護身功)

영감님이 가르쳐준 외공으로. 극성에 이르면 뼈와 근육이 강철보다 단단해진다.


[꾸준한 육체단련과 외공수련으로 이제야 겨우 어려움 없이 무공을 펼칠 몸이 완성되었구나.]


‘이게 겨우라고요?’


영감님의 말에 경철호신공을 수련했던 지난날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반년간 이걸 수련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뾰족한 자갈밭을 맨몸으로 구르고, 장일과 장삼에게 쇠몽둥이로 찜질 당하고, 정말이지 두 번 다시 회상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었다.


[덕분에 이제는 무리 없이 귀호도법을 펼칠 수 있게 되지 않았느냐?]


‘그건 맞긴 한데,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겁니다.’


육신이 강인해진 덕분에 이전에는 몸에 무리가 가서 하루에 두 번 이상을 펼치지 못했던 귀호도법 이초식을, 지금은 별 탈 없이 자유자재로 펼칠 수 있었다.


반년간 수련했던 무공은 경철호신공뿐만이 아니었다.


영감님이 새롭게 알려준 귀호신법은 삼성의 경지에 올랐고, 귀호도법은 삼초식까지 어느정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흘흘, 아직 많이 부족하긴 하나, 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로군.]


이게 칭찬이야? 욕이야?


[이제 같은 절정 고수 중에서 네놈을 대적할만한 자는 없을 게다.]


확실히 수련이 힘든 만큼, 그 성과는 눈부셨다.


당장 나 스스로도 크게 성장했다는 게 체감이 될 정도였으니까.


어느덧 영감님과 만난 지 약 일년(一年)


그 짧은 기간 만에 나는 무림에 당당히 나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





평소와 마찬가지로 연무장에서 땀을 쫙 뺀 뒤,


계곡에서 대충 몸을 씻고, 내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의 의자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 화평이 내게 차를 따라주었는데,


“이번에 화양촌에서 올라온 화차(花茶)에요.”


“매번 고맙다.”


“헤헤, 아닙니다. 이게 제 일인데요.”


근 반 년간, 화평이는 다른 식구들과 달리, 무공을 수련하지 않고, 마영의 밑에서 글과 산수를 배웠다.


스스로 무공에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다른 방면으로 산채에 이바지하고자 행정과 잡무를 도맡기로 한 것.


현재는 산채 내에 총관 역할을 하며 나를 보좌하고 있었다.


“뭐 올라온 소식 있어?”


“아까 전에 비호대주가 찾아왔었습니다.”


“비홍이?”


“예, 채주님께 꼭 보고해야 할 일이 있다며, 돌아오시면 바로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흠, 그래?”


무슨 일이길래 그리 급하게 찾는 건지 궁금해 곧장 비홍을 호출했다.


잠시 후.


호출을 받은 비홍이 집무실에 도착했는데,


“채주님을 뵙습니다.”


녀석이 여인내처럼 입을 가리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여전한 비홍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용건을 물었다.


“찾았다며? 무슨 일 때문에 그래?”


“아! 일전에 채주님께서 말씀하신대로 화양촌과 인근 산채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는데, 재밌는 소식이 들려와서 보고를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재밌는 소식?”


나는 산채 조직을 개편할 당시,


각 무력대에 고정적인 임무를 정해주었다.


장씨 삼형제가 이끄는 적호, 청호, 황호대는 산채의 주요 무력대로써 영업을 뛰는 일을, 마영이 이끄는 흑호대에겐 화양촌의 관리를, 그리고 비홍과 비호대에는 화양촌에 모여드는 정보와 인근 산채들의 동태를 감시하라 지시했다.


화양촌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었기에, 사실상 그곳에서 유용한 정보를 모으고, 주변을 경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었다.


“재밌는 정보? 어디 금광이라도 발견됐데?”


“쿄호홍, 그건 아니고, 요 며칠간 인근 산채의 산적들이 과할 정도로 상인들을 쥐어짜고 갈취하며 위화감을 조성하길래, 그놈들을 집중해서 감시했습니다. 그런데···”


비홍의 두 눈에 스산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그중 몇몇 산채의 채주들이 회동을 갖는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녀석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놈들이 우리 대호채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 이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예, 놈들 휘하에 있던 녀석들이 드문드문 화양촌 주변을 살피고 가는 모습도 확인했으니, 틀림없습니다.”


“인근 산채들이 손을 잡고 우리 대호채를 친다라···”


이놈들이 단체로 약이라도 먹은 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하룻강아지들이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게지.]


‘허!’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주변 산채들 사이에 신종 자살법이라도 유행하고 있는 건가?


솔직히 이것 말고는 지금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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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하오문(2) +6 23.07.25 5,916 133 13쪽
» 하오문(1) +6 23.07.24 6,091 140 12쪽
23 대의(大義) +5 23.07.23 6,211 144 16쪽
22 현왕 주표(2) +3 23.07.22 6,081 138 12쪽
21 현왕 주표(1) +4 23.07.21 6,251 146 15쪽
20 환관(宦官)과 화약(火藥)은 옆에 두면 불안하다(3) +3 23.07.20 6,404 138 13쪽
19 환관(宦官)과 화약(火藥)은 옆에 두면 불안하다(2) +4 23.07.20 6,469 141 13쪽
18 환관(宦官)과 화약(火藥)은 옆에 두면 불안하다(1) +4 23.07.19 6,808 141 14쪽
17 감히 우리 막내한테 칼침을 꽂아?(2) +4 23.07.19 6,687 141 14쪽
16 감히 우리 막내한테 칼침을 꽂아?(1) +3 23.07.18 7,015 150 15쪽
15 역시,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2) +4 23.07.17 7,160 151 13쪽
14 역시,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1) +4 23.07.16 7,238 149 14쪽
13 귀룡채에서 오셨나?(2) +5 23.07.15 7,439 149 15쪽
12 귀룡채에서 오셨나?(1) +2 23.07.14 7,594 162 13쪽
11 혓바닥이 짧네. +5 23.07.13 7,898 147 12쪽
10 흑우(黑牛)를 잡아보자(2) +6 23.07.12 8,384 144 14쪽
9 흑우(黑牛)를 잡아보자(1) +6 23.07.11 8,799 161 17쪽
8 일단 그것부터 되찾아볼까 합니다. +6 23.07.10 9,609 169 13쪽
7 귀악채의 몰락 +9 23.07.09 10,189 180 16쪽
6 녹림왕의 비동(2) +4 23.07.08 10,597 186 13쪽
5 녹림왕의 비동(1) +7 23.07.07 11,112 198 15쪽
4 무림 속 산적이 살아남는 법(3) +4 23.07.07 11,698 215 15쪽
3 무림 속 산적이 살아남는 법(2) +15 23.07.06 12,903 250 13쪽
2 무림 속 산적이 살아남는 법(1) +7 23.07.06 15,820 26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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