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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녹림으로 시작하는 무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05 16:41
최근연재일 :
2023.08.21 12: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63,051
추천수 :
8,324
글자수 :
336,116

작성
23.07.13 12:20
조회
7,897
추천
147
글자
12쪽

혓바닥이 짧네.

DUMMY

장일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결국 얼마 안 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고, 장삼은 자신을 데려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아니, 대형! 저는요?!”


“이전처럼 다 같이 산채를 비울 순 없는 노릇이잖냐. 그러니까 네가 얘들이랑 산채 지키면서 영업 뛰고 있어. 아! 나 없다고 수련 빼먹지 말고,”


삼형제 중 막내답게 장삼은 자신을 빼놓고 가는 형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장이가 입을 열었다.


“대형, 귀룡채에 들어가면,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그러니 만에 하나를 대비해 얘들도 몇 명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흐음, 굳이? 차라리 산채에 남아서 수련이나 시키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순간,

수련이라는 말에 무슨 생각이 떠오른 것인지, 수하들이 일제히 벌떡 일어났다.


“채주! 제가 이 몸을 불사르는 한이 있더라도, 채주를 보필하겠습니다. 그러니 절 데려가 주십시오!”


“아닙니다. 채주님 차라리 절 데려가십시오. 제가 화살받이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채주님을 지키겠습니다!”


“형님, 제가···!!”


“아니, 제가!!!”


강해지고 있다는 성취감 덕분에 버텨오긴 했으나, 그렇다 한들 수련의 고통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대호채의 식구들은 이곳에 남아서 수련을 하느니, 위험하더라도 유혁과 함께 귀룡채로 가길 원했다.


“으음···”


딱 봐도 수련을 빼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이 훤히 보였지만, 장이의 말도 일리는 있으니,


딱 두 명만 데려가지 뭐.


“길수랑. 화평이가 같이 간다.”


“안돼!!!”


잔뜩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녀석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으나, 이러다 얼마 안 가 다시 수련에 임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볍게 무시해주었다.


‘그나저나 흑도놈들이 귀룡채를 건드린다라...대체 뭔 일이래.’


[건방진 놈들! 감히 왈패나 다름없는 놈들이 녹림을 건드리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제자야 네가 책임지고 놈들을 응징해야 한다!]


흑도패 따위가 녹림과 싸우려 든다는 소식에 영감님이 분통을 터트렸다.


영감님 입장에선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사실 그 심정도 이해가 가는 게, 나도 흑도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녹림을 건드리는 것인지 의아했다.


‘아무리 녹림이 망해가고 있다고 해도, 정파도 아니고, 흑도놈들이 넘볼 수준은 아닐 텐데.’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리 망했다고 해도 녹림이다.


당장은 일이 터지지 않았으니, 방관하고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부딪치기 시작하면, 강서의 산채들을 관리하는 지부장부터, 동생들 맞고 다니는 꼴은 죽어도 못 보는 강천 형님까지 모두 나서게 될 터.


고로 애초부터 일개 흑도들이 녹림에 속한 산채를 건드리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병신같이 운영되고 있다곤 하나, 외부의 적으로부터 같은 녹림의 식구를 지키는 것.


그것이 바로 녹림의 존재 의의였으니까.


유혁은 흑도들이 대체 뭘 믿고 이리 설치는 것인지 고민해 보았다.


‘아무래도 뭔가 구린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뭐가 됐든,

진상을 알기 위해선 결국 귀룡채주를 만나봐야 한다.





*****





몇 개월 전,

절미곡에 자리를 선점한 후, 녹림에 들어온 귀룡채.


그곳의 채주, 마영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비검방(秘劍房)의 도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채주, 화양촌에 양곡을 사러 간 얘들 셋이 비검방 놈들에게 당해, 병신이 돼서 돌아왔습니다.”


“···············”


“비검방놈들의 행패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화양촌 사람들도 해가 지면 밖에 나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제 어떡합니까?”


“후우···그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은 놈들이···”


사건의 발달은 이러했다.


영역 다툼에서 패배해 화전촌으로 도망친 흑도들.


흑도패들끼리 싸우다 산속으로 도망치는 것은 꽤 흔한 일이었다.


문제는 아직 야망을 포기하지 못한 머저리들이 비검방을 만들고 화양촌에 몰려들면서 생겨났다.


화양촌은 절미곡 동쪽에 위치한 작은 화전마을로, 본래 상인과 표국의 왕래가 잦은 곳.


마영은 산채를 열기 전부터 이곳 절미곡에 자리 잡고, 지나가는 상단과 표국을 이용해 화양촌을 키우면, 훗날 든든한 기반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하여, 산채를 연 것인데,


애석하게도 비검방 역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네놈들이 관리하는 절미곡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 화양촌은 우리가 갖겠다.’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비검방주가 건넨 제안.


놈들이 오기 전부터 화양촌을 관리해 오던 귀룡채의 입장에선 어이가 없는 상황.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쓸어버리고 싶지만,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으니···”


“채주···”


마영이 얼굴을 쓸어내리며 수하들에게 물었다.


“화양촌 사람들은 어쩌고 있지?”


“다들 채주께서 나서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채주께서 화양촌을 지켜주실 때와 달리, 비검방 놈들은 화전민들을 쥐어 짜낼 생각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내 모습을 보면, 다들 실망하겠군.”


마영의 자조적인 미소에 수하들이 주먹을 쥐었다.


“채주, 그러지 말고 그냥 들이박읍시다.”


“맞습니다! 솔직히 비검방 놈들 따위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안에···”


마영은 분노를 양분 삼아 전의를 끌어올리는 수하들을 진정시켰다.


“그만! 너희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알다시피 지금 우리의 문제는 비검방이 아니야.”


비검방은 그저 살쾡이 새끼에 불과했다.


이빨을 드러내고, 하악질을 하며 자신들을 건드리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걷어차 버릴 수 있는 살쾡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눈앞의 살쾡이 따위가 아닌, 자신들의 등 뒤를 노리고 있는 늑대였다.


‘후우···우리와 손을 맞출 수 있는 산채가 있었더라면······’


그랬다면,

지금 상황을 어렵지 않게 타파할 수 있었을 텐데,


마영은 막막한 상황에 한숨을 내뱉으며, 과거 다른 산채들과 교류하는 것을 멀리한 자신을 원망했다.


그런데, 그때.


“채주!”


산채의 입구를 지키던 수하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설마 또 비검방 놈들이 행패라도 부리는 거냐?”


“이,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요점만 말해.”


“예,옙! 지금 화양촌에서 어떤 외부인들이 비검방 놈들 몇몇과 시비가 붙었는데, 놈들이 비검방 그 개자식들을 곤죽으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뭐라?”


대체 누가 비검방 놈들을 두들겨 패는 것도 아니고, 곤죽으로 만들고 있단 말인가?


“설마 정파인들인가?”


마영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자, 그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정파인은 절대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럼, 대체 누구라는 거야?”


“그,그게 처음 그 광경을 본 녀석이 말하길···”


“말하길?”


꿀꺽!


수하가 마른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손속에 사정이 없는 걸 보면, 흑도쪽 인사거나, 저희들과 같은 녹림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녹림이라고?”


같은 녹림도라는 말에 마영의 표정이 환해졌다.


“당장 연장 챙겨. 화양촌으로 간다!”


“예,예?”


“빨리!”


“옙!”


예상치 못한 상황.

마영은 지금 사태를 해결할 탈출구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황급히 화양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하들과 함께 귀룡채로 향하던 유혁은 상황을 살피고자,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화양촌에 들렸다.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역시 화전촌치곤 확실히 큽니다.”


“그러게.”


확실히 이 정도면 길안이나 태화보단 살짝 부족한 수준.


관청조차 없는 화전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화전민들만으로는 마을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유혁은 화양촌을 둘러보며, 턱을 쓸어만졌다.


‘이거 귀룡채 놈들이 직접 나서서 관리한 모양이군.’


대체 누구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전촌을 이 정도까지 키워 놓은 걸 보면, 보통 수완이 아니다.


[화전민을 돌본다라...흘흘, 이거 귀룡채주란 놈이 뭘 좀 아는 녀석 같구나. 본디 녹림도들은 화전민과 상생하며 일심동체가 되어야 하는 법이지.]


영감님이 말하길.


화전촌에는 관청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에, 예부터 녹림도는 흑도와 왈패를 비롯한 외부인들로부터 화전촌을 지켜주고, 화전민들은 그 대가로 생필품을 제공해주며 상부상조해왔다고 한다.


“대형, 마을이 번화한 것과는 달리, 사람들의 표정은 영···”


“음······”


최근 벌어진 귀룡채와 흑도들의 분쟁 때문인지.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 없었다.


일단은 이곳에서 정보를 모으고자 객잔으로 향하려던 찰나,


와장창!!

길바닥에 깔려 있던 좌판이 부서지며, 한 노인이 바닥을 굴렀다.


“이 늙은이가 노망이 나서 귓구멍이 막혔나? 여기서 장사하려면, 세를 내라고 했어, 안 했어?!”


“이,이익! 천벌 받을 놈들! 내가 이 자리에서 장사한 지 이십 년이다!! 네놈들이 무슨 권리로···컥!”


[힘 없는 양민을 핍박하다니! 저,저 천인공로할 놈들!!]


영감님의 노호성.

허나, 이를 들을 수 없었던 사내는 계속해서 노인을 걷어찼고, 다른 두 사람은 그 주위를 감쌌다.


본래 화전촌 사람들은 삶이 힘들어 터전을 버리고 산속에 흘러든 이들.


같은 아픔을 겪었다는 동질감 덕분에 그 유대감이 더욱 끈끈했다.


때문에 누가 하나 나서서 말릴 법도 했으나,


“뭘 봐! 구경났어?!”


“다들 다치기 싫으면 가던 길 가쇼.”


주민들은 사내들의 위협에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몇몇 젊은 사내들이 주먹을 꽉 쥐고, 눈을 붉히며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절레절레.


사내에게 폭행당하던 노인은 그런 청년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나선다면 자신은 괜찮겠지만, 후에 오늘 일을 전해들은 비검방이 청년들에게 보복을 가할 것이 뻔하였기에, 그들을 말린 것이다.


노인의 마음을 눈치챈 청년들은 피가 흐를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제자야! 당장이라도 저놈들을···응?]


영감님이 분노를 토해내며 노발대발하고 있던 사이.


나는 이미 발걸음을 옮긴 상태였다.


“영감, 이 목환(木環) 얼마야?”


태연한 표정으로 자리에 쭈그려 앉아 바닥에 떨어진 팔찌를 주우며 물었다.


예쁘게 조각한 나무에 실을 엮어 만든 목환(木環)


다른 대도시에서 파는 장신구와 비교하면 형편없었으나, 만든 이의 정성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물건이다.


갑작스런 유혁의 등장에 노인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무,무슨···”


“이거 얼마냐니까?”


당혹스러운 상황에도 태연하기 그지없는 물음에 노인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해버렸다.


“처,철전 열냥일세.”


“너 이 새끼, 지금 뭐하는 수작이냐?”


“딱 봐도 외부인 같은데, 괜히 험한 꼴 보기 싫으면, 썩 꺼져!”


두 사내의 윽박에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 이것 참.”


딱 봐도 이제 겨우 약관이나 될 법한 녀석들이.


“혓바닥이 짧네.”


나지막하면서도 섬뜩한 목소리.

순간 세 사람은 몸을 움찔했으나, 이를 티내지 않기 위해 더욱 언성을 높였다.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곱게 보내주려고 했더니···!”


내가 꼰대는 아니지만,


‘예절을 빼면 시체인 사람이거든.’


[거짓말도 참 정성스레 하는구나.]


아, 거 돌아가신 분은 좀 빠져계십쇼.


영감님의 말을 한 귀로 흘리곤,

세 후레자식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 예절 교육을 덜 받은 것 같은데···”


그럼 또 내가 도와줘야지.


“장일아.”


“예, 대형.”


유혁의 부름에 뒤에서 지켜보던 장일이 앞으로 나섰다.


“흡!”


“헉!!”


허벅지보다 두꺼운 팔뚝을 지닌 거한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세 사람은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후회는 언제나 늦는 법.


“여기 젊은 친구들이 예절이 부족하시단다. 네가 직접 넉넉하게 채워드려라.”


젊은 친구들에게 부족한 예절을 가르치는 것


그게 인생을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마땅히 해줘야 할 도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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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하오문(2) +6 23.07.25 5,916 13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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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대의(大義) +5 23.07.23 6,211 144 16쪽
22 현왕 주표(2) +3 23.07.22 6,081 138 12쪽
21 현왕 주표(1) +4 23.07.21 6,251 14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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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환관(宦官)과 화약(火藥)은 옆에 두면 불안하다(2) +4 23.07.20 6,469 141 13쪽
18 환관(宦官)과 화약(火藥)은 옆에 두면 불안하다(1) +4 23.07.19 6,808 141 14쪽
17 감히 우리 막내한테 칼침을 꽂아?(2) +4 23.07.19 6,687 141 14쪽
16 감히 우리 막내한테 칼침을 꽂아?(1) +3 23.07.18 7,015 150 15쪽
15 역시,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2) +4 23.07.17 7,160 151 13쪽
14 역시,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1) +4 23.07.16 7,238 149 14쪽
13 귀룡채에서 오셨나?(2) +5 23.07.15 7,439 149 15쪽
12 귀룡채에서 오셨나?(1) +2 23.07.14 7,594 162 13쪽
» 혓바닥이 짧네. +5 23.07.13 7,898 147 12쪽
10 흑우(黑牛)를 잡아보자(2) +6 23.07.12 8,384 144 14쪽
9 흑우(黑牛)를 잡아보자(1) +6 23.07.11 8,799 161 17쪽
8 일단 그것부터 되찾아볼까 합니다. +6 23.07.10 9,609 169 13쪽
7 귀악채의 몰락 +9 23.07.09 10,189 180 16쪽
6 녹림왕의 비동(2) +4 23.07.08 10,597 186 13쪽
5 녹림왕의 비동(1) +7 23.07.07 11,112 198 15쪽
4 무림 속 산적이 살아남는 법(3) +4 23.07.07 11,698 215 15쪽
3 무림 속 산적이 살아남는 법(2) +15 23.07.06 12,903 2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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