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듀러글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관 파괴급 미친 검술 재능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듀러글
작품등록일 :
2024.04.13 08:53
최근연재일 :
2024.05.03 21:2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0,573
추천수 :
2,161
글자수 :
121,610

작성
24.04.26 21:25
조회
3,304
추천
94
글자
12쪽

유적

DUMMY

***


나는 너무 멀쩡하다.

내상을 크게 입은 것치고는 하룻밤 만에 지나치게 멀쩡해졌다.


근데 그저 멀쩡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행크, 빗자루 좀 가지고 와 봐.”

“헉! 자, 잘못했습니다.”

“···머리는 왜 박아? 잠깐 필요해서 그러니까 빗자루 갖고 오라고.”

“하, 하하. 여기 있습니다.”


갑자기 시키지도 않은 원산폭격을 실시하던 행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빗자루를 가지고 왔다.


빗자루를 받아 들어 손아귀에 힘을 줬다.

기름과 손때로 단단해진 빗자루 손잡이가 내 악력에 우지직 하고 으스러졌다. 전력을 다한 것도 아니었는데······.


“헉! 괴, 괴무··· 헙!”


옆에서 행크가 호들갑을 떨었지만 반응할 겨를이 없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때문에 바빴거든.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다가 막사 뒤 공터로 향했다.

돌멩이를 주워 주먹으로 내리쳤더니 대번에 쪼개졌다.


‘육체가 검술 수준에 맞춰 진화한 건가?’


아까부터 생각하던 이론이다. 그게 아니면 갑자기 강해진 육체 능력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사실 예전부터 위화감은 느끼고 있었다. 따로 수련받지 않은 18세 소년 치고 내 몸은 너무 잘 움직였다.


처음에는 검을 워낙 기술적으로 다루니 육체 능력까지 좋아 보이는 게 아닌가 하고 추측했다. 후광효과에 의한 착각이라 생각한 것이다.


근데 아니었다. 아무리 검 다루는 요령이 좋아도, 내가 이제껏 전투 중 선보였던 격렬한 움직임을 평범한 몸으로 다 구현하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레벨업을 의심했다.

게임에서처럼 레벨을 올리고 스탯을 찍을 수는 없지만, 퀘스트를 수행하면 저절로 각종 능력이 성장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검강을 사용하고, 부상이 회복되어 몸을 멀쩡히 움직일 수 있게 된 순간 느꼈다.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메카 고블린쯤은 맨손으로도 두드려 팰 수 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변화의 기준점은 검강이었다.

그 지고한 경지의 검술에 발을 내디딘 순간, 내 몸이 그것을 찰나라도 구현할 수 있도록 성장한 것 아닐까?


추론의 신빙성을 일부나마 검증할 방법이 문득 떠올랐다.


나는 칼자루를 쥐고 백섬을 사용했다. 멈추지 않고 연거푸 반복했다.

열 번을 넘었지만, 고블린 부락 토벌 때 겪었던 가슴 뻐근함은 전혀 없다.

서른 번이 다 되어서야 명치 쪽에서 약간의 답답함이 느껴졌다.


‘역시, 마나까지···.’


마나도 검술 경지와 더불어 성장했다.

게임으로 비유하면, 검강 스킬을 한 번이라도 시전할 수 있도록 마나통이 저절로 커진 것이다.


결국, 높은 경지의 검술 재능이 육체와 마나를 멱살 붙잡고 끌어올린 셈이다.

가오가 육체를 지배한다는 우스갯소리는 들어봤어도, 검술이 육체와 마나를 지배하다니······.


선후 관계가 바뀐 것 아닌가?

기술은 충분한 단련과 연공으로 육체와 마나를 준비한 뒤에나 사용하는 것 아니냐고.


이런 미친 재능 같으니!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실소했다.

이제 경험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세계관 한계 열 배의 재능은 아직도 보여줄 게 남았던 모양이다.


살짝 당황스럽긴 했지만, 험난한 미래를 생각하면 흡족한 변화였다.


반면, 부정적인 변수도 존재했다.

외신교 사도가 벌써부터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놈이 한 말도 신경 쓰였다.


‘더 밖에서 온 자라···. 어디까지 아는 거지?’


내 정체를 아는 건가? 그게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게임의 내용을 아는 것? 미래도 현재도 이미 바뀌었는데.

신탁 운운했으니 그들의 신과 관련이 있는 건가?


모르겠다. 생각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언젠가 사도를 다시 만났을 때야 그 의미를 일부라도 알 수 있겠지.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사도의 상태가 몹시 안 좋을 거라는 점이다.


‘사도 놈, 한동안은 꼼짝도 못 하겠지?’


외신교 사도는 강력하지만 불안정한 존재다.

그 점만은 어떤 모드가 적용되었어도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륙이 이미 재앙의 화마에 불타고 있었을 터였다.


사도는 그 불안정한 상태로 내게 주술을 걸다가 실패했다.

정신계 주술은 성공하면 무적에 가까운 위용을 보이지만, 실패하면 시전자에게 반동이 돌아간다.

그러니 지금쯤 상태가 말이 아닐 거다.


그 불안정한 상태의 사도조차 지금의 내게는 위협적이었지만······.

괜찮다. 사도가 몸을 회복해 돌아올 때쯤에는 나도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테니까.


나중에 보자, 이 눈깔귀신 새끼야.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한 원한은 뼈에 사무치도록 갚아줄 테니.



***


대륙 모처.

기계와 생체를 섞어 만든 커다란 고치가 줄지어 놓인 어두운 대전.


외신교 7사도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검은 안개로 이뤄진 신형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렸다.


【이해할 수 없다!】


통증을 참는 듯, 혹은 썩은 부위를 도려내듯 한참이나 부르르 몸을 떤 7사도의 로브 안에서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방금 겪은 일은 타락한 옛 문명을 기억하는 7사도로서도 불가해한 것이었다.


【어떻게 그런 몸으로! 고작 그런 어설픈 육신으로 위대한 분의 기운을 흩어낼 수가 있는 거지?】


인간의 육신을 아득히 벗어난 7사도는 인간이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그런 7사도가 보기에 자신을 곤란에 빠트린 그 소년은 결코 그런 경지를 선보일 수 없는 자였다.


육체는 완벽히 단련되지 않았고 마나는 한 줌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옛 세계의 검객들처럼 신체 일부를 마도구로 교체하거나 약물을 통해 반사 신경을 증폭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런 덜 여문 자가 감히 위대하신 분의 기운을 담은 주술을 파훼했다.

심지어, 주술을 부수기 위해 전문적으로 만들어진 기술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검술.

고절한 검의 경지.

소년이 발휘한 것은 오직 그뿐이었다.


찬란한 먼 과거에도 그런 별빛을 맨몸으로 구현한 자는 그리 많지 않았건만. 도대체 어떻게······.


한참이나 고민에 빠졌던 7사도가 곧 고개를 주억거렸다.


【때가 되지 않았음에도 일어나라 하신 이유가 있었구나.】


‘목소리’를 듣고 육신의 구성을 채 3할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깨어났지만, 7사도는 이번에도 그분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그 소년은 결코 시야에서 떼어 놓아서는 안 될 존재였다.

적이 된다면 최악의 불신자가 될 것이고, 동도가 된다면 세상을 가장 순수하게 되돌릴 업화가 될 자였다.


【오거라.】


7사도가 신호하자 대전 밖에서 한 남자가 다가와 부복했다.


“부르셨습니까, 사도님.”


【마경관으로 가라. 가서 이자를 찾아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허공에 소년의 얼굴이 반투명하게 떠올랐다.


“찾아서 어찌하나이까?”


고민하는 듯 말이 없던 7사도는 한참이 지나서야 명령을 이었다.


【지켜보아라.】

“명을 받듭니다.”


남자가 사라지고 홀로 남은 7사도의 로브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렸다. 더는 버티기 힘들었는지, 7사도를 구성하는 검은 안개가 로브 자락 사이로 줄줄이 새기 시작했다.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불충을 용서하소서.】


죄스러운 한마디를 남긴 7사도의 몸이 검은 안개로 변해 고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주인을 잃고 바닥에 떨어진 로브 옆에서 고치 표면의 핏줄이 숨 쉬듯 꿈틀꿈틀 맥동했다.



***


“적당히 다녀오십쇼, 조장.”

“적당히?”

“몸 성히 다녀오란 말이 별로 필요 없으실 것 같아서요. 죽여도 안 죽을 것 같··· 아닙니다. 아침에 먹은 스튜가 상했나? 자꾸 헛소리가 나오네.”


너스레를 떨어대는 행크를 두고 막사를 나섰다. 오늘은 2구역으로 임무를 떠나는 날이다.


지난 며칠은 별일 없이 지나갔다.

검강을 한번 연습해 볼까 하다가 몹시 아픈 꼴을 당할 거란 직감의 경고 때문에 그만둔 걸 제외하면, 휴식에 전념했다.

덕분에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여, 잘 지냈나, 세인?”

“반가워요, 세인 씨.”

“흥.”


안톤에게는 사전에 지시를 받았기에, 1조원들과 바로 합류했다.

기사 잭과 사제 넬슨이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베커는 심기가 불편한 표정이었지만, 안톤에게 따로 지시를 받았는지 시비를 걸어오거나 흥분하지는 않았다.


저만하면 임무 중에 헛짓거리는 안 하겠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이번 임무의 리더 역할을 맡은 잭이 앞장서 부대를 나서기 시작했다.


“자, 다들 출발합시다.”


이제 익숙해진 성벽 옆 길을 따라 한참 걸은 끝에 포탈 관리소에 도착, 신분 확인을 한 후 포탈 앞에 섰다.


수면을 타원형으로 잘라 세워놓은 것처럼 푸르게 일렁이는 포탈.

게임에서는 수도 없이 넘었지만, 막상 앞에 서니 묘한 설렘이 느껴졌다.


“얼른 들어가게. 뭐하나?”


잭의 채근에 포탈로 몸을 던졌다.

뭉클 하는 느낌이 들더니 시야가 짧게 깜빡이고,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공간 이동의 후유증인지 살짝 어지러운 기분이 들다가 금방 사라졌다.


“쯧.”


혀 차는 소리가 들려서 봤더니, 베커가 어딘지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이유는 곧이어 들려온 잭의 목소리로 금방 알게 되었다.


“베커 자네는 내기도 안 했으면서 왜 아쉬워하나? 자자, 이번에도 내가 이겼으니 어서 10골드 내놓게, 넬슨.”

“세인 님, 포탈을 처음 타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휘청거리지도 않으시다니···. 이번에도 제 안목이 부족했군요.”


그러니까 이 인간들이 또 나를 두고 내기를 벌인 모양이다.

포탈을 처음 타면 아찔한 어지러움이 느껴져서 비틀거리는 게 정상이라나? 심하면 구토를 하기도 하고 말이다.


어처구니없어 하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잭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뭔가?”

“수수료.”


손바닥에 1골드를 얹기에 가만히 있었더니, 잭이 미적거리다가 금화 2개를 더 내놓았다.


“끄응, 3할이나 떼 가다니.”

“앞으로 또 말없이 이러면, 그때는 한 푼도 안 남기고 가져갈 겁니다.”

“껄껄, 알겠네. 자자,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는구먼. 서두르자고.”


한방 맞았다는 표정을 짓던 잭이 호쾌하게 웃으며 앞장섰다.


크고 견고한 마경관의 것과 달리 창고를 연상시키는 2구역 포탈 관리소를 벗어나니, 제2 전초기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흙을 다져 만든 바닥에 높은 목책과 망루가 빙 둘러 세워진, 그야말로 ‘전초기지’ 다운 모습이었다.


그 흙바닥 위를 탐험가, 상인, 군인 등 다양한 면면의 사람들이 분주히 오갔다.


마경관 성문 광장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지만, 탐험가 비율은 더 높았다.

2구역부터는 몬스터 토벌이나 마법 재료 수집 등, 의뢰를 받고 활동하는 탐험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오가는 사람을 피해 부지런히 걸은 끝에 벽돌로 지은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에 도착했다.


이곳이 제2 전초기지 수비대 본부였다.

간단한 신원 확인을 마친 후 우리는 곧바로 수비대장 집무실로 안내되었다.


“어서들 오게. 제2 전초기지 수비대장 마일스네.”


제멋대로 입은 형벌 1조와 달리 제복을 갖춰 입은 마일스는 척 보기에도 군인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상황이 여유롭지 않으니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이야기하지. 자, 이게 이번에 본 구역에 등장한 유적이네. 탐험가가 찍어온 영상이니 보게.”


우리가 착석하자 마일스가 테이블 위에 딱지처럼 생긴 납작한 장치를 올렸다.

지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장치 위로 흐릿한 홀로그램 영상이 떠올랐다.


멍하니 영상을 보던 잭이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규모와 형태가······ 상상 이상이군요.”


영상에 나온 것은 빌딩이었다.

꼭대기에 기와지붕이 얹힌, 적어도 수십 층은 될 법한 고층 빌딩.


안개 자욱한 빌딩 창문 너머로 다양한 무장을 갖춰 입은 몬스터의 실루엣이 바글바글 비치고 있었다.


작가의말

씨엔씨 님 후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계관 파괴급 미친 검술 재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연재를 중지합니다. +3 24.05.09 231 0 -
22 시험(2) +5 24.05.03 1,733 93 13쪽
21 시험 +4 24.05.02 2,142 89 14쪽
20 유적(6) +6 24.05.01 2,322 89 14쪽
19 유적(5) +3 24.04.30 2,426 94 13쪽
18 유적(4) +7 24.04.29 2,600 103 12쪽
17 유적(3) +4 24.04.28 2,868 103 15쪽
16 유적(2) +3 24.04.27 3,105 96 13쪽
» 유적 +2 24.04.26 3,305 94 12쪽
14 별빛(3) +7 24.04.25 3,333 95 12쪽
13 별빛(2) +7 24.04.24 3,433 89 12쪽
12 별빛 +3 24.04.23 3,665 97 13쪽
11 마도공학자(4) +5 24.04.22 3,714 93 12쪽
10 마도공학자(3) +3 24.04.21 3,748 90 14쪽
9 마도공학자(2) +13 24.04.20 3,921 92 12쪽
8 마도공학자 +1 24.04.19 4,026 98 14쪽
7 기술(2) +5 24.04.18 4,134 93 15쪽
6 기술 +4 24.04.17 4,298 103 11쪽
5 형벌부대(3) +3 24.04.16 4,399 112 11쪽
4 형벌부대(2) +2 24.04.15 4,608 102 12쪽
3 형벌부대 +6 24.04.14 5,139 107 11쪽
2 튜토리얼 +5 24.04.14 5,464 112 7쪽
1 프롤로그 - 100 +7 24.04.14 6,180 117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