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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관 파괴급 미친 검술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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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작품등록일 :
2024.04.13 08:53
최근연재일 :
2024.05.03 21:2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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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10

작성
24.04.2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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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도공학자(2)

DUMMY

***


이건 뭔가 잘못됐다.

잘못돼도 아주 단단히 잘못됐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표정으로 매달리는 소년의 얼굴을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상대는 ‘소년’이었다.

하도 믿기지 않아 물어봤더니 스스로 13살이라 밝혔다. 도대체 무슨 유전자를 이어서 13살에 키가 어른만 한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상대는 동안 성인 남성이 아니었으며, 내가 찾던 마도공학자도 확실히 아니었다.


“누나 이름이 아론이 맞니?”

“네, 저희 누나 지인분 아니셨어요? 흑-”

“직접 아는 건 아니고, 건너 건너 아는 사이란다. 근데 아론 씨가······ 누나가 확실하니?”

“네? 네! 저희 친누나에요.”

“혹시 네 이름이 엘리제고?”

“네! 역시 누나 지인분이셨군요?”


혹시나 하고 물었던 질문에 별로 듣고 싶지 않던 대답이 돌아왔다.


엘리제는 아론의 여동생 이름이다. 가문에서 탈출할 때 함께 도망친 친여동생.


눈앞의 소년은 네오-미디블1000에서는 여성 캐릭터였다. 그런데 남자로 변해 게임에서 남성 캐릭터였던 아론을 누나라 부르고 있다.


성별이 바뀌었다.

도대체 왜?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거 설마 그건가? ts 모드?’


통합 모드팩에 포함되어 있던 모드 중 하나인 ts 모드의 기능은 조연 캐릭터의 성별을 무작위로 바꾸는 것이다.


이 세상에 끌려 들어오기 직전에, 나는 컴퓨터의 랙이 풀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드팩 런처를 열고 각 모드의 활성화 버튼을 마구잡이로 클릭했다.


만약 그때 ts 모드가 적용된 것이라면?

그렇다면 지금 벌어진 괴현상이 그나마 논리적으로 설명된다.


그런데 가정이 사실이면, 문제가 그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또 무슨 모드가 활성화된 거지?’


통합 모드팩에는 온갖 종류의 모드가 들어 있었다.

그중에는 게임의 난이도를 악질적으로 높이는 모드도 있고, 클리어까지 지독히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모드도 존재한다.

설명을 다 읽어보지 않았기에 내가 모르는 기상천외한 모드도 있을 터였다.


위기감이 들었다.

칼자루에 손을 얹고 마음을 다스리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변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포기하지 못할 목표라면,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극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차라리 미리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운명을 결정지을 대전투나 목숨을 건 싸움에서 알게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저기, 저희 누나 좀 구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흑-”


대화를 나누며 조금 진정되었던 엘리제가 다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이 문제도 마찬가지겠지. 어차피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정 안 될 것 같으면 깔끔히 포기하면 그만이고.


“어떻게 된 일인지 일단 설명해 봐.”




***



“그러니까, 누나가 너 대신 갱단에 끌려갔다는 거구나.”


울먹이는 엘리제를 달래 가며 들은 내용을 축약하면 이런 이야기였다.


갱단에게 호된 꼴을 당하고 있던 동네 꼬마를 도우려고 아론이 만들어준 호신용 아티펙트를 사용한 엘리제.


갱단에서는 단원의 부상을 핑계로 아티펙트를 빼앗고 엘리제를 감금하려 했는데.

마도공학자임을 밝힌 아론이 자신의 재주로 대가를 치르겠다고 말하며 대신 끌려갔다.


“네. 제발 부탁드릴게요. 누나를 구해주세요.”


잠시 대답을 미루고 고민했다.

일단 문제를 해결할 경우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뛰어난 마도공학자의 호의다.


반대급부는? 갱단과의 분쟁.

질 것 같지는 않지만 높은 확률로 많은 피를 봐야 할 거다.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의문이 생겼다.


“누나가 잡혀간 게 언제라고? 기다리면 그쪽 일을 도와준 후에 돌아오는 거 아니야?”


마도 공학자를 마음껏 부려 먹을 수 있는 좋은 인질인데, 갱단은 왜 순순히 엘리제를 놓아줬을까?


이 경우 가능성은 두 가지다. 갱단이 아주 머리가 나쁘거나, 갱단이기는 하지만 아주 악질은 아니거나.


만약 후자라면 아론이 스스로 돌아올 수도 있고, 협상을 통해 풀려나는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을 터였다.


“아, 안 돼요! 그러다가 만약에······.”


말꼬리를 늘이며 눈치를 보던 엘리제가 눈을 질끈 감으며 망설이던 말을 내뱉었다.


“누나의 가면이 벗겨지기라도 하면 진짜로 큰일이 날 거예요!”


하긴, 매혹술 재능 수치 9의 여성이 뒷골목 갱단 아지트에서 얼굴을 노출하면 결코 좋은 꼴은 못 보겠지.


엘리제가 대답을 망설인 이유는 아마 내가 아론의 미모에 대해 알고 있는지, 만약 모르고 있다면 말을 함으로써 더 큰 화를 불러들이는 건 아닌지 걱정했기 때문일 테고.


“그렇구나. 시간을 오래 끌어서는 안 되겠어.”


이미 알고 있었다는 티를 내니 엘리제의 안색이 밝아진다.


“그럼 도와주시는 거예요?”

“그래, 대신에 일이 끝난 뒤에 네 누나에게 보상을 받을 거다.”

“보상은 어떻게든 제가······.”

“아티펙트 제작을 맡길 거니까 괜한 걱정은 안 해도 돼.”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는 일이 잘 끝난 뒤에 하고, 그럼 갱단 아지트는 어디냐?”

“어? 그게 잘···.”


모르는구나. 하긴 평범한 소년이 뒷골목 갱단 아지트를 아는 게 더 이상하다.


그래도 괜찮다. 근처에서 껄렁한 놈 하나 잡아다 물으면 금방 알아낼 수 있······ 오, 안 그래도 되겠네?


때마침 멀리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한 무리의 인영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


남들 등쳐먹는 깡패 새끼지만 사실 악질은 아니다, 같은 터무니없는 경우는 결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그 마법사 동생 놈은 아직 여기 있겠지?”

“아까 우는 거 못 봤냐? 키만 컸지 애새끼야. 어디 갈 데도 없을 거다.”

“마법사 끌어들인 뒤에 몰래 다시 가서 동생을 잡아 오라니, 보스도 진짜 대단하다니까. 우리 같은 새끼 악당이랑은 차원이 달라요, 낄낄.”


바람에 은은히 실려 오는 목소리가 추측이 맞았음을 증명했다.


“집에 들어가 있어.”


엘리제를 집안으로 숨긴 뒤 아카시아 나무를 지나 집 앞 공터로 나섰다.


걸어오던 무리가 나를 발견하고 멈췄다.

옆으로 죽 늘어선 갱단원들의 중앙, 개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쥐상의 남자가 앞으로 한발 나섰다.


“형씨는 뭐요?”

“나? 여기 사는 꼬마 임시 보호자.”


내 몸을 아래위로 훑다가 ‘탐험가인가?’하고 중얼거린 쥐상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젊은 탐험가 양반, 우리가 그 꼬마한테 용건이 있거든? 괜한 일에 끼어들어서 욕보지 말고 그냥 갈 길 가는 게 어떨까?”

“그러지 말고, 내가 하나 제안하지.”

“뭐?”

“지금 즉시 돌아가서 끌고 간 사람을 곧바로 돌려보내는 거야. 그러면 당신들이 손해 본 건 최대한 보상받을 수 있게 손을 써주지.”


쥐상의 얼굴이 황당하다는 듯 일그러지고 갱단원들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씨근덕거리기 시작했다.


“하, 이 어린 새끼가, 꼴에 탐험가 같아서 오냐오냐했더니 사람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고 드네? 몬스터 고기를 너무 처먹어서 뇌가 녹았냐?”

“쥐젖만 한 새끼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건방을 떨어?”

“탐험가는 배때기에 칼 안 박히는 줄 알아?”


역시 적당한 대가로 퉁치는 건 실패인가? 하긴, 뒤로 개수작 부리는 깡패 놈들이 제 손에 들어온 보물을 순순히 내놓을 리 없지.


그럼 이제 남은 일은 실력행사다.

쥐상도 똑같은 생각이었는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놈 치우고 애새끼 잡아 와.”


칼을 뽑아 든 갱단원들이 포위하듯 펼쳐져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숫자는 제자리에 서 있는 쥐상을 빼고 여섯.

꼬맹이 하나 잡는 데 이만큼이나 몰려온 놈들이 뭐가 잘났다고 빙글빙글 웃으며 여유를 부린다.


그 꼴이 보기 싫어서 칼을 뺌과 동시에 백섬을 갈겼다.


번쩍!


가로로 발사된 하얀 검기에 정면의 두 놈이 반응도 못 하고 가슴이 베여 쓰러졌다.


“이, 이런 씨발, 죽여!”

“한꺼번에 덤벼!”


놀라 주춤거리던 나머지 갱들이 이내 욕설과 함께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거의 동시에 칼날이 날아든다.

전방으로 한 발짝 크게 내디뎌 칼날의 도착 시간에 차이를 만들고, 가까워진 앞쪽 적의 칼 든 손을 코등이째로 베었다.


그즈음, 놈의 옆에 선 갱단원의 칼이 간발의 차로 도착하며 내 머리를 노리고 떨어졌다.


뒷발로 지면을 밀어 전진하던 몸을 더 가속한 뒤, 칼날 아래로 파고들어 적의 가슴 중앙에 검을 박았다.

어깨 위에 얹힌 적의 칼자루가 주인의 죽음을 직감하고 부르르 떤다.


뒤에서 후다닥하는 발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엘리제?’


실력으로 안 된다는 것을 그새 눈치챈 건지, 후방에 있던 놈이 엘리제가 있는 집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 비열하고 기민한 판단력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당연하게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곧장 놈을 막기 위해 쫓으려는데, 나머지 한 놈이 진로를 방해하듯 그쪽 방향으로 몸을 내던지며 허공에다 칼을 마구 휘둘렀다.


나는 움직이려던 발을 멈췄다.

동시에 손목을 비틀었다.

아까 적의 가슴에 박았다가 덜 뽑힌 칼날이 흉곽 안에서 수직으로 섰다.


그 상태로 몸을 회전하며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적의 흉곽 안, 갈비뼈와 검면 사이에 강한 힘이 응축되고.

저항에 검날이 휘어지려 할 즈음 나는 손목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찰나의 ‘베지 못함’이 억울했던지, 검신이 고삐 풀린 투우처럼 적의 내부를 가르며 튀어 나갔다.


번쩍-!!!


적의 몸을 검집 삼아 구현된 백섬이 핏물을 머금어 허공에 연붉은 가로선을 그리고.


털썩, 털썩.


공터에 두 개의 주검이 추가되었다.



***


블루킬 갱단 간부 배츠는 상대의 칼에서 번쩍하고 번개가 쳤을 때 깨달았다.


‘좆됐다!’


지금은 뒷골목에서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에게도 나무막대 휘두르며 이야기 속 영웅들을 흉내 내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비록 싸움에는 눈곱만큼도 재능이 없어서 타고난 협잡과 공갈 실력으로 갱단 간부까지 올라야 했지만, 칼솜씨를 보는 눈썰미만큼은 뒷골목 평균 이상이라 자부했다.


‘발검술!? 어디서 저런 놈이!’


그런 배츠가 보기에 방금 젊은 탐험가 놈이 펼친 것은 대륙 명문 무가에나 전해지는 고절한 발검술이 분명했다.

단숨에 쓰러진 부하 두 놈의 주검이 추측이 정답임을 증명했다.


‘씨발, 이건 못 이겨. 살려면 인질이라도 잡아야 돼.’


유일한 방법은 그것이었다.

그래서 탐험가의 후방, 배츠와 마주 보는 쪽에서 달려드는 놈에게 전력으로 수신호를 보냈다.


집으로!

집으로 가!

애새끼를 잡아!


오래 손발을 맞춰온 덕인지, 아니면 탐험가와 부딪쳐봤자 뒈질 게 뻔해 보여 미리 짱구를 굴리고 있었는지, 부하 놈이 재빨리 신호를 눈치채고 집으로 향했다.

살아남은 나머지 하나도 허공에 칼을 붕붕 휘두르며 시간을 끌었다.


절망적이던 배츠의 얼굴에 한 가닥 희망이 떠올랐다.


번쩍-!


하지만 희망은 나타날 때보다 훨씬 빠르게 사라져야 했다. 허공을 수놓은 연붉은 검광 때문이었다.


수하들이 털썩털썩 쓰러지는 모습을 본 배츠는 즉시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씨발, 칼집은 장식이냐!”


발검술 맞잖아!

근데 왜 칼집에도 안 들어간 칼로 발검술을 쓰는 건데? 그딴 건 이야기책에서도 본 적 없다고, 씨발!


도주하는 와중에도 참지 못하고 외칠 수밖에 없었던 건, 방금 본 광경이 그만큼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억울함과 황당함이 범벅된 표정으로 달리던 배츠가 아카시아 그늘을 막 벗어나려던 찰나.

뒤에서 날아온 무언가가 푹- 하고 배츠의 등을 꿰뚫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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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기술(2) +5 24.04.18 4,134 93 15쪽
6 기술 +4 24.04.17 4,298 103 11쪽
5 형벌부대(3) +3 24.04.16 4,399 112 11쪽
4 형벌부대(2) +2 24.04.15 4,608 102 12쪽
3 형벌부대 +6 24.04.14 5,139 107 11쪽
2 튜토리얼 +5 24.04.14 5,464 1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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