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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관 파괴급 미친 검술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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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작품등록일 :
2024.04.13 08:53
최근연재일 :
2024.05.0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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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10

작성
24.04.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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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별빛(2)

DUMMY

***


“외출 잘 다녀오십쇼, 조장.”


행크의 인사를 뒤로하고 부대를 나섰다.

아티펙트를 받기로 약속한 날이다.


도시는 오늘도 바쁘고 활기차게 돌아갔다. 상인들은 물건을 팔기에 여념이 없고 탐험가들은 바쁘게 어디론가 움직인다.


빈민가로 들어섰을 때 보인 것도 일상을 벗어난 풍경은 아니었다.

질척한 오물과 퀴퀴한 냄새, 위험한 시선을 뚫고 멀리 아카시아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을 때야 나는 비일상적인 소리를 들었다.


가 봐야 알겠지만, 좋은 모습은 아닐 것 같았다. 욕설과 비명, 무언가 나뒹구는 소리가 들렸거든.


“이거 설마?”


자연스레 걸음이 빨라졌다. 소리의 근원은 예상대로 아론의 집이 맞았다.


웬 남자들이 부서진 아론의 집 문 앞에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갱단이었다.

뭐지? 블루킬 갱단은 숫자까지 일일이 확인해 가며 싹 청소해 뒀었는데?


의아해하며 다가가고 있는데, 몇 놈이 나무판자를 방패처럼 앞세우고 난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달려가 놈들을 베어 버렸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는 않았다. 이 빈민가에서 갱단 딱지를 붙이고 있는 놈 중에 오래 살아서 세상에 이로울 놈이 없다.


“꿁햅!”


그중 복면을 쓴 놈이 괴상한 소리와 함께 달려들었는데, 눈빛이 영 꺼림칙해 백섬으로 확실히 동강 내 버렸다.


그런 다음 집으로 향하니 아론이 문밖으로 튀어나왔다. 반색하는 기색이 가면 너머로까지 느껴졌다.


“세인 님! 고마워요. 또 신세를 졌네요.”

“이놈들은 왜 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겁니까? 그 블루킬이란 놈들은 분명 아닐 텐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딱히 누구한테 시비 걸릴 일을 하지는 않았는데···. 의뢰하신 아티펙트 만드느라 며칠 집 밖에 나간 적도 없거든요.”


이거 영 꺼림칙한데.


“혹시 거처를 옮길 생각은 없습니까?”

“그러고 싶긴 한데, 제가 사정이 좀······.”

“돈이 문제라면 제가 조금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또 들이닥친 갱단 덕분에 최고의 밥상이 차려졌다.

천재보다 살짝 못한 뛰어난 공돌이에게 빚을 지게 만들고, 전속으로 부려 먹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


“아! 어, 그러기엔 너무 염치가 없어서. 그리고 세인 님에 대해서도 너무 모르기도 하고. 그리고······ 조심해요!”


고민하던 아론의 입에서 갑자기 경호성이 튀어나왔다.


나는 이미 돌아서 있었다.

새까맣고 긴 무언가가 채찍처럼 허공을 찢으며 날아들었다.

반사적으로 몸 앞에 칼날을 세웠다.


깡!


강한 충격이 칼날을 때리고, 나는 옆으로 주르륵 미끄러지다가 균형을 잡았다.


충격으로 손아귀가 얼얼했다.

그런데 손보다 더 얼얼한 것은 머리였다.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복면 남자. 백섬에 허리가 베여 쓰러졌던 그가 멀쩡히 서 있었다. 검은 채찍이 그의 소매 아래로 길게 늘어져 흐늘거린다.


눈앞에서 그것이 두 가닥, 세 가닥으로 불어나고, 왼쪽 소매에서도 똑같은 것들이 꿈틀거리며 튀어나왔을 때 나는 그것이 채찍이 아님을 눈치챘다.

놈이 칼에 베이고도 살아 있는 이유와 놈의 정체도 깨달았다.


“외신의 흉물!”



***


외신교는 이계의 신을 소환해 세상을 정화한다는 교리를 가진, 오래된 사이비 종교 집단이다.


얼마나 오래되었냐면, 고대 문명이 멸망하기 전에도 존재했을 정도다.

지금에 와서는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실은 그 멸망에도 외신교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


멸망 이전부터의 기록을 오롯이 간직한 그들은 현세에 알려지지 않은 기이한 기술과 술법을 다룬다.


그중 외신교의 수뇌부인 12사도의 저주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외신의 흉물’이었다.


그들은 몸이 산산조각나기 전까지는 죽지 않으며, 강력한 근력과 재생력을 지니고 있다. 온몸에서 돋아나는 촉수는 철판도 찢어버리는 흉기 그 자체.


다만 12사도를 제외하면 만들 수 없으며, 술법의 근원이 ‘저주’이기에 당한 사람이 차츰 미쳐 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풁켈켉켉켉큱!”


그래서였다. 자기 몸이 끔찍한 괴물로 변했음에도 붉은귀 갱단 두목 터틀이 폭소를 터트린 것은.


입속 가득 메운 촉수 탓에 제대로 된 웃음소리도 만들지 못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이제 그딴 건 들어 있지도 않았다.


그저 강해졌다는 사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무 썰듯 베어 버린 검객이 당황할 만큼 자신이 강해졌다는 오만함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런 그의 머릿속으로 한 가닥 음성이 흘러들어왔다.


【되찾아라!】


뇌를 헤집는 듯한 그 음성에 터틀은 반사적으로 팔을 휘둘렀다.

고통에 대한 반작용이 폭력성으로 드러났을 뿐인데, 그 결과는 몹시 놀라웠다.


푸콰콱!


아카시아나무가 사방을 풍차처럼 휩쓴 촉수 다발에 맞아 부러졌다.

동강 난 아름드리에 맞은 판잣집 몇 채가 성냥갑처럼 뭉개지고, 촉수에 직접 맞은 건물과 바닥 파편이 폭죽처럼 사방으로 흩날렸다.


붉어진 시야에 난장판을 담은 터틀은 그 안에서 목표를 발견했다.

촉수를 피해 한쪽으로 물러난 검객이 거기 있었다.


순간이지만 자신에게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던 존재에게, 터틀은 강한 적의를 느꼈다.

검에 베여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 터틀을 자신감에 가득 차게 만들었다.


【되찾아라!】


게다가 머릿속 목소리가 각인시킨 목표의 흔적까지 검객에게로 이어져 있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짓눌러 죽여주마!’


터틀이 수십 가닥으로 늘어난 촉수 다발을 손바닥처럼 움직여 양쪽에서 검객을 후려쳐 갔다.

여름밤 귀찮은 모기를 잡듯 짜부라뜨려 죽일 생각이었다.


검객이 어느새 칼집에 넣어둔 검 손잡이를 붙잡아 간 것은 그때였다.


번쩍-!


번개가 쳤다.



***


나는 혀를 차며 뒤로 몸을 날렸다.

서 있던 자리에 촉수 다발이 떨어져 내리며 바닥을 후벼 팠다.


‘베나 마나야.’


백섬을 정교하게 발휘해 양쪽에서 덮쳐오는 촉수 다발을 한꺼번에 베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그 뒤가 문제였다.


각각의 단면에서 가느다란 촉수가 생겨나 떨어진 부분을 서로 얽어맸고, 처음부터 잘린 적 없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본래의 형태를 되찾았다.

베인 허리가 붙은 것도 아마 같은 원리겠지.


‘상성이 안 좋아.’


외신의 흉물을 죽이려면 몸통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야 한다. 몇 번 자르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짓이겨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촉수가 돋아나 상처를 재생해 버린다. 도검류와는 상성 자체가 좋지 않다. 그 점이 문제였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외신의 흉물이 이 시점에 도시 안을 돌아다닌다는 점이다.

흉물을 제작할 수 있는 외신교 12사도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아무리 빨라도 게임 중후반부터인데······.


내가 마구잡이로 눌러버린 어떤 모드가 또 활성화된 탓이겠지? 과거의 나를 탓하며 몸을 날렸다.


쾅-!


서 있던 자리에 또다시 촉수 다발이 떨어져 내리며 바닥에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큵퀡퀡퀡퀡-”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바닥을 뛰어다니는 나를 보며 흉물이 괴성을 흘렸다.


입 안에서 잔뜩 돋아난 촉수 탓에 복면이 벗겨져 드러난 얼굴은 이미 인간이란 카테고리를 아득히 벗어난 상태.


그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도 더는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지만, 어째선지 놈이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다는 점만은 느낄 수 있었다.


징그러운 몰골로 웃는 꼴이 아니꼽다.

너는 날 못 죽인다고 말하는 듯, 오만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촉수만 휘두르는 모양새도 짜증 난다.


베고 싶다.

베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것쯤은 굳이 직감의 경고가 아니라도 알고 있다.


저건 짓이겨 죽여야 한다.

아니면 폭탄이라도 터트리거나.


촉수를 피해 가며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는 품을 뒤져 한 가지 물건을 꺼냈다. 그리고 곧장 흉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촉수가 날아든다.

집중력을 발휘하여 하나씩 베어냈다.


촉수가 곧바로 재생됐지만, 나는 단면에서 작은 촉수가 돋아나는 약간의 간극을 파고들어 앞으로 나아갔다.


“큵퀧퀧퀧-!”


크게 한번 뛰어오르면 닿을 거리에 다다랐음에도 흉물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대신 입에서 자라난 촉수를 물대포처럼 뿜어낼 뿐.


나는 상체를 숙이며 달리는 속도 그대로 칼끝을 바닥에 가져다 댔다.

가가각- 땅을 긁는 마찰을 이용해 칼끝에 힘을 모으고,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손목을 튕겼다.


번쩍-!


잉어처럼 튀어 오른 백섬이 시야를 가득 메운 촉수의 벽에 한줄기 길을 연다.

그러고도 힘이 남아 흉물의 가슴팍을 세로로 쩍 갈라놓았다.


백섬이 발동됨과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전진한 나는 품에서 꺼낸 유물, 블루킬 갱단 두목에게 빼앗은 마나 폭탄 생성기를 그대로 흉물의 벌어진 가슴팍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작동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손을 놓고 몸을 날렸다.


흉물의 가슴 안쪽으로 유물이 생성한 푸른 구체가 보이다가, 상처에서 돋아난 촉수에 가려 시야에서 사라진다.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이변을 깨달은 흉물의 얼굴에 드디어 원하던 표정이 떠올랐다.


“씵찼!? 졽댆-!”


당혹과 공포로 얼룩진 괴성이 촉수 가득한 입술 사이로 삐져나오고.


푸콰쾅-!!


내부에서부터 터진 마나 폭탄의 폭발에 흉물의 몸이 풍선처럼 터져나갔다.


부러진 아카시아 밑동 위로 고수레라도 하듯 육편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


“난장판이 따로 없네.”


아름드리 늘어져 꽤나 고적한 분위기를 풍기던, 빈민가치고는 나름 괜찮았던 동네는 풍비박산 나 있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육편과 부서진 판자 조각을 건너뛰어 아론의 집으로 향했다.


집은 재난을 피하지 못하고 반쯤 주저앉았는데, 다행히 아론은 무사했다.

전투가 끝났음을 눈치채고, 무너진 벽 틈으로 기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거든.


“괜찮습니까?”

“네, 세인 님이야 말로 괜찮으신가요? 그 괴상한 놈을 도대체 어떻게 처치하······.”


안부를 물으며 달려오던 아론의 눈이 멍하게 풀렸다. 그리고 달려오던 자세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나는 아론을 잡아주지 못했다.


【너로구나.】


청신경을 직접 두드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고, 이 세상에 끌려온 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섬뜩한 기운이 몸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칼자루를 꼭 쥔 뒤에야 나는 몸의 통제를 조금 회복할 수 있었다. 간신히 고개를 돌리고 가자미눈을 뜨니 사달의 원흉이 시야에 들어왔다.


눈알이었다.

흉물의 눈알 하나가 그것에서 자라난 가느다란 촉수를 다리 삼아 머리 높이에 떠 있었다.


세로로 찢어진 붉은 동공이 정확히 나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입이 없음이 분명한데도 나는 그것이 말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바로 너로구나.】

【그분보다도 더 바깥에서 온 자여.】

【어둡고도 어두운 자여.】


말은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채 따져 생각하기도 전에 다음으로 이어졌다.


【하찮은 신외지물을 쫓으라는 신탁이 내려와 의아했더니.】

【그분께서 나를 그대에게 인도하심이라.】


거기까지 말을 마친 눈알의 동공이 서서히 가로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붉은빛이 흘러나와 내 눈으로 파고든다.


【우리가 되어라!】

【정화의 길에 불씨가 될지어다!】


선언하는 듯한 목소리가 뇌리로 파고든 순간, 정신이 수챗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물처럼 어딘가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시야가 까맣게 암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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