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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관 파괴급 미친 검술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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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작품등록일 :
2024.04.13 08:53
최근연재일 :
2024.05.03 21:2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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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10

작성
24.04.2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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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별빛

DUMMY

***


자유도시 마경관 외곽 빈민가.

붉은귀 갱단 아지트.


갱단 보스 터틀은 잠결에 서늘함을 느끼고 눈을 떴다.

로브를 뒤집어쓴 인영이 침상 곁에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쿹켗즈랇팥?”


깜짝 놀라 고함친 터틀은 이상함을 느꼈다.

밖에 있을 부하가 들을 수 있도록 ‘누구냐’하고 외쳤는데, 귀에는 완전히 다른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몸도 잘 움직이지 않았다. 거미줄에라도 걸린 듯 온몸이 무거워 침상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잔뜩 취한 때처럼 머리도 몽롱했다.


“픓픍칹좊? 핽읽벉츸돆홇!”


이게 뭐야?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고함 쳐 보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터틀의 입에서는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말만 튀어나왔다.


그때, 텅 빈 것처럼 새까만 로브 중앙에 붉은 동그라미가 하나 떠올랐다.


터틀은 그게 눈동자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눈동자 치고는 위치가 몹시 이상하다는 걸 채 생각하기도 전에, 터틀의 머릿속으로 어떤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하찮은 것이 하찮은 일조차 처리하지 못하여 운명을 그르치려 드는구나.】


터틀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아니, 인간이 들으면 안 되는 종류의 소리를 들은 그의 뇌가 쇠스랑으로 긁는 것처럼 고통을 호소했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라.】

【실패하면 영원히 살지도 죽지도 못하고 고통받을 터이니.】


터틀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발작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끝도 없이 동작을 반복하던 그는 창밖에서 햇빛이 스며들어왔을 때야 인영이 사라졌음을 깨닫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꿈지럭꿈지럭.

벌어진 그의 입 밖으로 문어의 다리를 닮은 촉수 다발이 살아 있는 것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


한 차례 소란 후 만찬이 파했다.

나는 더 즐길 수 있었는데, 베커가 안 괜찮았거든.


“너, 무슨 짓을 한 거냐!? 어떻게 내 투척술을 쓸 수 있는 거지? 설명해라! 당장!”


그는 내가 자신의 기술을 한번 보고 흉내 내었음을 인정하지 못했다. 잭과 넬슨이 말리는 데도 계속 나를 추궁하려 들었다.


결국 안톤이 다시 나타난 뒤에야 소란이 잦아들었다.


“그만! 오늘 자리는 여기서 끝내는 것으로 하지. 다들 숙소로 돌아가도록.”


장내를 정리한 그는 나를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눈을 찡긋거렸다.


마치, 자네라면 이 정도 해프닝은 어려움 없이 헤쳐 나갈 줄 알았네! 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이라 괜히 심통이 났지만, 이 자리에서 얻은 걸 생각하니 기분이 풀렸다.


이튿날에는 단검을 챙겨 들고 막사 뒤 공터를 찾았다.


“익혔으면 확인은 해 둬야지.”


네오-미디블1000은 세계관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스킬의 종류도 엄청나게 많다.

유파마다 비슷한 종류의 기본기가 있기 때문에, 기능은 같은데 이름만 다른 경우도 부지기수다.

안톤의 ‘백섬’처럼, 네임드 엔피씨의 유니크한 스킬을 빼면 나도 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 탓에 베커의 스킬이 정확히 뭔지는 모른다. 굳이 이름을 유추해 보자면 ‘환영 투척술’ 정도 되려나?

아무튼, 정확히 모르는 기술이니 써보면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단검은 왜 계속 던지고 계십니까, 조장?”

“기술 연구.”

“조장 같은 괴··· 사람도 그런 게 필요한 겁니까?”

“지금 괴상한 놈이라고 욕한 거냐?”

“아닙니다. 집중하느라 잘못 들으셨겠죠.”

“걸리적거리니까 저리 가.”

“옙!”


기웃거리는 행크를 쫓아낸 뒤, 이번에는 단검을 던지는 대신 그대로 휘둘렀다.


샤샤샥-


뻗어나가던 칼날이 세 가닥으로 나뉘어 허공을 할퀴다가, 멈출 즈음이 되어 다시 하나로 모였다.


“역시, 안 던지고도 사용할 수 있네.”


환영 투척술은 투척 무기 하나를 셋으로 보이게 만드는 일종의 눈속임이었다.


방금은 혹시나 하고 검술에 응용해 본 건데, 생각대로 굳이 던지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던질 때와 마찬가지로 칼날 셋 중 둘은 환영이고, 어느 게 진짜일지는 칼을 처음 휘두르는 순간 정해야 했다.


“베커가 보면 기절하려나?”


나중에 임무 같이 나가게 되면 꼭 보여줘야지.


그렇게 환영 투척술에 관한 실험과 적당한 신체 단련을 병행하며 며칠을 보냈다.

안톤의 부관이 막사로 찾아왔다.


“대장님의 호출이오, 세인 조장.”


또? 너무 자주 부르는 거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부관이 나직이 용건을 이야기했다.


“다음 임무에 대해 상의하시자는군. 어서 갑시다.”


그렇게 부관을 따라 간 집무실에는 안톤이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마경 2구역에서 유적이 발견되었네.”


자리에 앉자마자 안톤이 설명을 시작했다.

나는 드디어 기다리던 퀘스트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내가 빚을 다 갚고도 굳이 부대에 남아 있도록 만든 그 퀘스트 말이다.


“마경 제2 전초기지에서 지원을 요청해 왔어. 본부 회의 결과 우리 부대에서 인원을 차출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네오-미디블1000의 유적은 고대 문명의 시설 일부가 마경의 기운에 융합되어 발생한 특수 공간이다.


내부에는 함정, 미로 등의 환경적 요인은 물론 몬스터라는 직접적인 위협도 존재하는데, 최심부의 코어를 부수면 이것들은 사라진다.


일종의 던전인 셈이다.

새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내부 구조가 무작위로 설정되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인스턴스 던전이라 할 수 있겠다.


유적을 오랜 시간 방치하면 외부로 몬스터를 폭발적으로 토해놓는데, 이를 브레이크라 부른다.


해당 구역 전역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전에 유적을 처리하는 게 전초기지가 맡은 중요 책무 중 하나.


문제는 마경 중앙에 덩그러니 세워진 전초기지는 수비에만도 역량의 태반을 소모한다는 점이었다.


“더 심층부의 유적이라면 유물 냄새를 맡은 탐험가 클랜에서 나서겠지만, 2구역 정도까지는 어쩔 수 없이 군 내부에서 처리해야 하는 법이라네.”


하필 최근 들어 2구역에 대규모 몬스터 군집이 발생하는 바람에, 정말로 자체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1조를 파견할 생각인데, 나는 자네가 함께 가 줬으면 좋겠어. 자네 같은 인재가 꼭 필요한 임무라네.”

“합류하겠습니다.”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지는 않았구먼. 잘 생각했네.”


안톤이 믿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강렬한 눈빛을 보내왔다. 안 보내주겠다고 하면 내 쪽이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야 할 판이었는데 말이다.


“열흘 후에 작전이 시작될 걸세. 그전까지 준비를 해놓도록 하게.”


임무 보수를 비롯해 몇 가지 자잘한 사항을 논의한 뒤 면담을 끝마쳤다.


그렇게 해야 할 일이 정해졌다.

출발 전에 준비물을 챙겨야 한다.

메카 고블린부터 아티펙트 의뢰까지 전부 이 유적 임무를 위한 빌드업이었으니까.


빈민가가 있는 남쪽을 향해 저절로 시선이 갔다.


‘아티펙트는 잘 만들고 있나 모르겠네.’


일주일 되는 날 딱 맞춰서 받으러 가야겠다.



***


“끝났다.”


엘리제가 친구 집에 놀러 간 후,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작업에 열중하던 아론이 눈가를 주무르며 긴 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부터 밤잠을 줄여가며 해온 작업이 드디어 끝이 난 것이다.


만들어진 작품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납작한 판이었다.

언뜻 보면 손거울처럼 보이는 이것은 마나의 움직임을 감지해 주변 지형과 몇몇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아티펙트였다.


재료가 놀라울 정도로 작품에 잘 들어맞아 약속 시간보다 한나절이나 빨리 완성할 수 있었다.


아론의 생각이 자연스레 재료를 가지고 온 의뢰인에게로 옮아갔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그는 정말 기이한 사람이었다.

문외한인 아론이 아름다움을 느낄 정도로 검에 능하면서 아티펙트 설계에도 조예가 깊다니······.


문제는 아론이 그의 정체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점이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상대의 의뢰만 덜컥 받았지 그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아론의 집을 어떻게 찾아왔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물건 찾으러 오면 꼭 물어봐야지.”


다짐하며 아티펙트를 상자에 담아 조심스레 침상 밑에 숨겨둔 아론은 다시 작업용 책상 앞으로 돌아왔다.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아론은 자신이 만든 반지형 충격파 아티펙트를 꺼내 작업대에 올렸다.


“또 그 꼴을 당할 수는 없지. 이거 개조까지만 하고 쉬자.”


이번에 갱단 사건을 겪으면 절실히 깨달았다. 자신과 동생을 지키려면 무력이 필요했다.


빵 살 돈도 부족한 처지였기에 아티펙트를 새로 만드는 건 불가능했고, 그나마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충격파 아티펙트의 개조였다.


“정신 차리자, 아론. 이거 날리면 다시는 시도 못 해.”


가면을 쓴 탓에 볼 대신 양쪽 허벅지를 짝 내리친 아론은 푸른 가루가 담긴 상자를 조심스레 작업대에 올렸다.

세인의 의뢰품을 만들 때 나온 마석 찌꺼기였다.


웬만한 마도공학자라면 후- 하고 불어 없애버렸을 그것을 꼼꼼히 모아놓은 것은, 어떻게든 무력을 확보하기 위한 아론의 발악이었다.


동료 마법사가 알면 비웃을 일이었지만, 의뢰품을 허투루 만들어 재료를 남겨 먹은 것은 아니니 아론은 떳떳했다.


얼마 후.


“하아, 됐다.”


눈물겨운 발악이 헛짓은 아니었는지, 아론은 충격파 아티펙트 개조에 성공했다.


진짜로 할 일을 끝마친 아론이 작업대에서 일어나 침상에 다이빙하려던 순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낡은 통나무집의 방음 수준을 생각하면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론이 재빨리 개조한 아티펙트를 착용한 것은 최근에 겪은 안 좋은 일 때문이었다.


그것은 훌륭한 선택이었다.


쾅!

경첩이 박살 난 문이 안으로 떠밀려 쓰러지고, 몇 명의 인영이 집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왔다.


“이 개자식들이 또!”


험상궂게 생긴 상판과 몸 곳곳에 새겨진 문신을 본 아론이 빽 고함을 내지르며 냅다 아티펙트를 발동시켰다.


퓨슈슉-


공기 덩어리를 발사하던 이전과는 달리 아티펙트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끄악-!”

“컥!”


공기바늘에 몸 이곳저곳을 꿰뚫린 남자들이 비명과 함께 나자빠졌다.


그렇게 집안에 들어온 남자들, 아마도 갱단원이 분명해 보이는 셋을 처리한 아론은 긴장한 기색으로 문밖을 살폈다.


그곳에는 아직도 열 명이나 되는 갱단이 남아 있었다.

그중에서도 눈 아래부터 목까지 가리는 복면을 쓴 남자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무심코 그와 눈을 마주친 아론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남자의 눈알 흰자위 안에는 붉은 핏줄이 벌레처럼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다.

단순히 징그러운 수준이 아니라, 인간이 아닌 무언가를 마주한 듯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뭐지? 블루킬 갱단은 분명히 전멸했다고 들었는데.

아니, 저 끔찍한 복면 남자가 그 갱단이 맞긴 맞아?


“다, 당신들은 뭔가요? 나한테 도대체 왜 자꾸 이러는 거죠?”


아론은 차오르는 의문에 간신히 두려움을 떨쳐내고 질문했다.

괴상한 남자는 대답 대신 손을 뻗었다.


“보스가 신호하셨다. 저놈이 맞다!”

“잡아!”


옆에 있던 건달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론은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남자들을 향해 또다시 아티펙트를 발동했다.


이번에도 두어 명이 쓰러졌지만, 아론의 인상은 펴지지 않았다.

아티펙트의 기능이 알려졌으니 이제 적도 대응을 할 터였다. 게다가 아론의 아티펙트는 세 번을 사용하면 충전 시간이 필요했다.


“저 판때기 가지고 와. 가리고 들어가게.”

“넌 잡히면 뒈졌다.”

“쌍놈인지 쌍년인지 모르겠지만, 곱게는 못 죽을 줄 알아라, 흐흐흐.”


집 밖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떠드는 갱단의 목소리에 아론의 머릿속에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밤에 침소로 침입한 이복 오빠를 가위로 찔렀던, 작금의 열악한 삶에 단초가 된 그날의 기억이.


밀려오는 공포에 아론은 반사적으로 아티펙트를 발사했다.

공기 바늘은 갱단이 앞세운 나무 판때기에 부딪혔다.

판때기를 뚫고 갱단의 몸에도 틀어박혔지만, 이번에는 전처럼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다.


“씨발, 존나 아파!”

“안 죽었으면 그냥 밀고 들어가! 어차피 한정 없이 쏘지는 못할 거야.”


아론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제야 자신이 마지막 한 발을 쏴 버렸다는 게 떠올랐다.


“여긴 뭔데 이렇게 매번 벌레가 꼬입니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갱단원들이 막 나무 판때기를 앞세워 다시 밀고 들어오려던 순간이었다.


“아!”


아론의 입에서 반가움의 탄성이 터져 나온 찰나 문밖에서 번쩍- 하고 번개가 쳤다.


갱단원들이 썩은 짚단처럼 우수수 쓰러졌다.


작가의말

文pia블랙 님 후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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