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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관 파괴급 미친 검술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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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작품등록일 :
2024.04.13 08:53
최근연재일 :
2024.05.0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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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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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10

작성
24.04.1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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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형벌부대(2)

DUMMY

***


“들어가게. 부대장님이 기다리고 계시네.”


막사에 짐을 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온 부관을 따라 도착한 곳은 형벌부대장의 집무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책상과 의자 몇 개가 전부인 삭막한 공간이 나왔다.

크고 낡은 책상 너머에 콧수염을 짧게 기른 초로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형벌부대장 안톤이었다.

게임 초반 주인공이 형벌부대를 벗어나기 전까지 자주 만나게 되는 조연으로, 군에서 한직을 맡고 있지만 무력은 수준급인 인물이다.



“자네가 세인인가?”

“그렇습니다.”


안톤은 대답을 듣고도 한참이나 서류를 뒤적인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어린 나이에 빚을 꽤 많이 졌군.”

“아버지의 빚입니다.”

“알아보니 빚에 팔려 이곳저곳 떠돌았더군. 제대로 무기술을 배운 적도 없는 것 같고.”


제법 공을 세웠으니 칭찬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말투가 꽤 공격적이다. 뭔가 속셈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혹시, 간첩인가?”


짧은 고민 끝에 한 대답에 터무니없는 반문이 돌아왔다. 간첩이라니······.


하긴 도시에 간첩이 있긴 있지.

마경에서 발굴되는 유물과 몬스터 부산물, 마탑에서 생산되는 마법 물품 등, 마경관은 엄청난 가치를 생산하는 도시다.

대륙 곳곳에 자리한 권력자들이 탐내지 않을 리 없다.


예로부터 도시를 빼앗기 위한 수많은 공작이 있었다. 무력과 자금력을 겸비한 시의회의 강력한 역량 탓에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여하튼, 지금도 외부 세력의 공작원들이 도시에서 활동하는 건 맞다. 추후 꽤나 굵직한 사건을 터트리기도 하고.


문제는 주인공 캐릭터가 전혀 그쪽과 상관없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과거가 투명해서 뒷조사를 해봤으면 그런 의심을 할 리가 없을 텐데···.


“아닙니다.”

“그럼 배운 적도 없는 검술로 약탈자 일곱을 어떻게 해치웠지? 지금 스스로 천재라고 주장하는 건가?”


단호하게 부정했더니, 드디어 속내가 드러나는 말이 안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내가 튜토리얼에서 만든 결과를 못 믿겠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내가 할 대답은 정해져 있다.


“천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클리어하려면 재능을 숨길 여유가 없다.

믿을 거라곤 검술 재능뿐인데 이걸 감추고 어떻게 세상을 구하겠는가?

차라리 화끈하게 드러낸 뒤에 얻을 수 있는 걸 얻어내야지.


“그래? 그럼 시험해 봐도 되겠군.”


안톤이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


결국 이런 의도였구만.

예측대로 흘러가는 분위기에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안톤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골이 송연해졌다.

불쾌했다. 내게 속해 있는 무언가가 침범당하는 기분이었다.


반사적으로 칼자루로 향하는 손을 참으며 카시안과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조금 더 노골적이다.


그래서 그때는 어떻게 대응했더라?

나도 모르게 자세를 움직여 급소를 숨겼던 것 같다. 움직이고 나서야 내가 그랬던 것을 깨달았고.


그럼 이번에도?


번쩍!


찰나를 쪼개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안톤의 허리에서 하얀 빛줄기가 솟았다.


번개를 직선으로 펴 놓은 듯 섬전처럼 쏘아진 그것의 정체를 나는 곧바로 눈치챘다.


그것은 안톤의 고유스킬 ‘발검술 백섬(白閃)’이었다.

안톤과 친밀도를 쌓아 배우면, 게임 중후반까지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위력적인 스킬이다.


기술의 정체 외에도 파악한 것은 더 있었다.


‘옷만 벨 생각이군.’


사전에 말한 것처럼 안톤의 공격은 시험이었다.

검의 속도와 궤적, 손의 움직임 등을 보면, 내 몸에 닿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옷만 꿰뚫고 돌아갈 것이다.


근데, 그 점이 영 마뜩잖았다.

따지고 보면 공을 세운 거잖아? 시험이야 할 수 있다고 쳐도 굳이 입고 있는 옷을 꼭 망가뜨려야겠냐고.


‘피하자.’


약간의 오기가 생겨 그렇게 결정하고 보니, 칼끝이 거의 배에 닿기 직전이었다.

칼을 뽑아 막기엔 늦었고, 물러서면 겁먹은 것처럼 보이겠지? 그냥 배를 집어넣자.


후 하고 짧게 숨을 토하며 배를 당겼다. 셔츠가 배를 따라 살짝 움직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슷.

번개처럼 다가왔던 칼은 옅은 파공음만 남긴 채 아무것도 베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진짜 검을 따로 배운 적이 없나?”


한동안 묘한 표정으로 내 눈을 응시하던 안톤이 아까 한 질문을 되물었다. 대답은 당연히 정해져 있었다.


“없습니다.”


다시 한동안 시간이 지난 뒤, 생각에 잠긴 듯하던 안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는 꽤 만족스러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임무는 아니었지만 약탈자 무리를 토벌한 공으로 자네의 빚에서 100골드를 차감하지. 물론 탐험가 길드에서 보낸 의뢰 대금과는 별개야. 수고 많았네. 그만 가보게.”



***


안톤은 당황이 역력한 눈빛으로 세인이 서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아니겠지?”

“뭐가 말씀입니까?”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에 되묻는 부관에게 대답하는 대신 안톤은 아까의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열여덟 살 애송이가 내 검을 간파해?’


안톤은 대륙의 유명한 무가 출신이다.

가문을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가전 검술은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전력을 기울인 검격은 아니었지만, 긴 세월 연마한 가전 검술의 정수가 자연스레 배어 나왔다.


그런 검 앞에서 세인은 겁먹지 않았다.

아무 일 없을 거라는 걸 안다는 듯 차분하게 제자리를 지켰다. 검이 검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움직인 것은 한시도 검끝을 떠나지 않던 눈동자뿐.


‘게다가 마지막의 그 어이없는 호흡은 정말···.’


더 놀라운 일은 칼끝이 옷자락을 꿰뚫기 직전에 일어났다.


최대한 위협을 느끼게 만들기 위해 옷을 베려던 그의 의도는 세인이 짧게 내쉰 호흡에 의해 완벽히 무산되었다.


설마 그조차 의도한 것인가?

그렇다면 정말로 검술이 낱낱이 까발려졌다는 소린데······.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도 없었다. 상대를 실험하려다 역으로 간파당했으니 외려 자신의 부족한 안목을 탓해야 할 판이었다.


‘검을 제대로 배우지도 않은 자가 어떻게?’


심지어 세인은 검술을 체계적으로 익힌 적이 없었다. 그 정도는 서 있는 자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혹시나 하고 물어봤더니, 역시나 배우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


‘정말 천재라는 건가?’


마음 같아서는 붙잡아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안톤은 세인을 그대로 돌려보냈다.

이미 예전에 무인의 길을 떠나 군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인이 아닌 지휘관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갑자기 생긴 뛰어난 부하를 적재적소에 써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1조에 맡기려던 임무, 아직 하달하지 않았지?”


1조는 형벌부대의 최정예였다. 소모품 취급인 여타의 병사들과 달리 어려운 임무에만 파견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내주쯤 보내실 거라 하셔서 아직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보류하도록.”


부관에게 지시를 내린 안톤의 머리가 기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그럼 이제 남은 빚은 2300골드인가?”


안톤과 면담을 마치고 막사로 돌아가며 게임 속 정보를 떠올렸다.

주인공이 갚아야 할 빚은 총 2500골드. 그중 벌써 200골드를 갚았으니 진도가 아주 빠르다.


게임에서보다 몇 배는 빨리 목줄을 벗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상쾌했다.


상쾌했던 기분은 막사에 들어서며 우중충하게 변했다.


“더러워······.”


지붕과 벽까지 모두 통나무를 붙여 지은 직사각형 형태의 막사는 난장판이었다.

한쪽 벽을 따라 쭉 이어진 무릎 높이의 공동 침상은 모포와 각종 소지품으로 뒤덮여 있었다.

어디서 나는 건지 모를 퀴퀴한 냄새도 공기 중에 가득했다.


귀환 후 보고를 올리고 잠시 들렀을 때 생각했었는데, 다시 봐도 사람 살 곳이 못 되었다.

앞으로 한동안 머물 장소니 손을 봐야 했다.


“냄새라도 빼야지, 쯧.”


문부터 활짝 열었다.

창문이 없어서 이게 최선이었다.


온 침상을 뒤적여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모포 몇 장을 챙긴 뒤, 나머지를 발로 차 침상 한쪽 구석으로 밀었다.

소지품도 함께 걷어찼다.


짐이 뒤섞였지만 상관없다.

짐 주인이 나와 함께 마경에 갔던 부대원들이라 따질 사람이 없거든.


그렇게 공간을 확보한 뒤 챙겨 놓은 모포를 문밖에 탈탈 털었다.

그리고 외풍이 안 들어오는 제일 안쪽 자리에 두 겹으로 겹쳐 깔았다. 또 한 장을 포개어 베개를 만들고 나머지는 이불용으로 개어뒀다.

그럴싸한 잠자리가 만들어졌다.


인기척이 느껴진 것은 막사를 뒤져 빗자루를 찾아냈을 무렵이었다.


“너희는 이제부터 11조다. 호출할 때까지 여기서 지내도록.”


안톤의 부관이 나타나 병사 다섯을 떨어트려 놓고 사라졌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지만, 며칠 걸러 사람이 바뀌는 형벌부대니 그러려니 했다.


“오, 여긴 좀 넓네.”

“여기 놈들 죄다 뒈졌다며? 덕분에 다리 좀 펴고 자겠구먼, 킬킬.”


부관이 떨궈두고 간 병사들이 낄낄거리며 막사 안을 돌아다녔다.

여유로운 태도를 보아 신참은 아니고, 아마 복잡한 옆 막사에서 한산한 이곳으로 옮겨놓은 모양이었다.


청소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나는 빗자루를 대충 던져두고 침상에 올랐다.


검술 재능 덕분에 마음은 편했지만, 육체 피로까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약탈자들과 한바탕 칼춤을 추고 먼 길을 걸어 복귀한 뒤 안톤과도 신경전을 벌였으니 피곤한 게 당연했다.


검을 검집째 풀어 곁에 둔 뒤, 벽 쪽에 베개를 받치고 눕듯 기대앉아 눈을 감았다.


병사들이 떠드는 소리가 시끌벅적했지만, 허벅지 옆에 뉘어 놓은 칼 덕분에 마음은 편안했다.


평온이 깨어진 것은 무언가 다리를 툭툭 건드리는 불쾌한 감각 때문이었다.


눈을 뜨니, 병사 중 하나가 신발을 신은 채 침상에 올라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까 부관이 데리고 온 놈 중 하나였는데, 키는 190쯤 되고 머리에 나야 할 털이 턱에 가 붙은 험악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어이, 꼬맹이, 너는 귓구녕이 막혔냐, 아니면 개념을 밥 말아 처먹은 거냐? 형님들이 왔으면 일어나서 인사를 해야지, 어디서 쳐 자고 있어?”


대머리 털보가 눈깔을 부라리며 지껄였다. 함께 온 병사들도 말리는 놈은 없고 다들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피곤하다. 가라.”


진심을 담아 경고했다. 진심은 통한다는 속설은 아무래도 구라인 모양이다.


“푸하하, 피곤하대. 꼬맹이가 행크 널 아주 병신으로 보는가 본데?”

“피곤하시다잖아. 푹 쉬게 얼른 재워드려, 행크.”


주변 병사들이 낄낄거리며 한마디씩 보탰다. 대머리 털보 행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 쥐젖만 한 새끼가 사람을 무시해?”


버럭 고함친 행크가 성큼 다가섰다. 밟기라도 하려는지 발을 번쩍 들어 올렸다.


한숨이 나왔다. 꽤 거물들을 상대한 탓인지 같잖아서 반응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대충 쫓아버리려다가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한동안 같은 막사를 쓸 텐데, 초장에 확실히 정리해 둬야 귀찮을 일이 줄어들겠지?


마음을 먹은 나는 풀어둔 검을 검집째 들었다.

그리고 위로 휘둘렀다.


퍽!


기름먹인 가죽으로 만든 단단한 검집이 대머리 털보의 발을 스쳐 사타구니 사이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끄아악-”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이 막사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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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도공학자 +1 24.04.19 3,999 98 14쪽
7 기술(2) +5 24.04.18 4,107 93 15쪽
6 기술 +4 24.04.17 4,273 103 11쪽
5 형벌부대(3) +3 24.04.16 4,373 112 11쪽
» 형벌부대(2) +2 24.04.15 4,580 102 12쪽
3 형벌부대 +6 24.04.14 5,107 107 11쪽
2 튜토리얼 +5 24.04.14 5,430 112 7쪽
1 프롤로그 - 100 +7 24.04.14 6,138 11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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